디스크 권하는 사회
호갱 환자가 안 되려면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초판 1쇄 발행 2015년 12월 10일
저자 황윤권
발행처 에이미팩토리
발행인 이길호
편집인 이은정
디자인 정연남
마케팅 이태훈, 이수진 | 재무 장무창, 강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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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황윤권
ISBN 978-89-286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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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우리는
이렇게 앞 다퉈 환자가 되는가?
이제 2년여가 흘렀던가요?
처음 제가 펜을 잡고 책을 쓰게 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정형외과 의사라는 사람이 이렇게 과감하게 글을 써도 되는가?’ 내심 염려도 되고, 혹여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집중 포화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에 자기검열도 했습니다. 책 제목도 《내 몸 아프지 않은 습관》이라는 얌전하고 보편적인 것으로 정했습니다.
그러나 책이 나오고는 그런 저의 염려가 어쩌면 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질책하는 분들보다는 지지하고 격려하는 분들이 많고, 또 제 책을 읽고 요원하게만 느꼈던 자신의 증세를 직접적으로 때론 명쾌하게 해결하였다는 경험담을 듣고 보람을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솔직히 내원 환자도 더 많아졌고 유명세도 생겨나, ‘이렇게 인정해주는 분들이 더 많이 생겼구나.’ 하는 만족감도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한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요통과 허리 디스크 관련 카페에 들어가 보게 되었습니다. 수만 명의 회원들이 날마다 심각한 자기 질병에 대한 고민을 올리고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바야흐로 디스크 환자 300만 시대를 향해가는 현실을 반영하듯, 너무도 많은 이들이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몇 번 답변을 달고 저의 생각을 게시물로 올리면서, 저는 다시 한 번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번에는 에둘러 가지 말고, 보편적이고 얌전한 말로 포장하지도 말고, 정말 필요한 얘기를 피 토하듯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설령 내게 어떤 불이익이 돌아오더라도, 감내하자고 결심했습니다.
다음 내용들은 그 카페에 올라온 환자 몇 분의 실제 경험담입니다. TV 채널을 몇 번만 돌려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여럿 앉아서,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주겠다며 매일같이 온갖 어려운 질병 이름과 치료법들을 주워섬깁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얘기에 솔깃해 호주머니를 털리고, 건강은 건강대로 잃고 있습니다.
“만 25세에 급작스러운 요통으로 정형외과에서 2주 동안 물리치료와 견인치료를 받고 차도가 없어, MRI 촬영을 통해 요추 5번-천추 1번 사이 우측 ‘추간판 파열’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한 달 간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지속해서 통증이 상당 부분 줄어들어 몸이 피곤할 때를 제외하곤 최근까지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병을 망각하고 지난겨울 스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면서 몇 번 넘어지고, 직장에서 무거운 물건을 여러 차례 들다가 다시 예전과 같은 통증이 재발했습니다.
다시 병원에서 MRI를 찍었더니 담당의가 수술을 권유했고, 수술이 아니라면 신경성형술이라도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전 거부하고 1주일 정도 약물치료를 받은 다음 혼자서 여러 운동 동작을 하며 치료를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2주 전부터 오른쪽 다리 전체가 약간 먹먹해지고 종아리 뒤쪽과 허벅지 뒤쪽이 당기다 못해 약간 마비되는 느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다시 대학병원 척추센터를 방문해 진료 받았더니 요추 5번-천추 1번 사이 추간판이 많이 흘러나와 신경을 많이 누르고 있다면서, 미세현미경을 통한 추간판 제거 수술을 권유했습니다. 대학병원 진단이라, 지금 수술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제 상태는 통증과 불편한 증상은 다소 있지만, 일상생활이 대부분 가능하며 걷기, 달리기, 자전거 등 운동까지도 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5년 전에 종합병원 MRI 결과 수술하라고 권장 받았는데, 71세인 현재까지 근근이 버티는 중입니다. 그 동안 재활병원 4곳, 정형외과 병원 4곳, 한방병원 7곳, 허리 전문 치료병원 1군데에서 전기 치료, 견인 치료, 문지르기, 안마하기, 빛 쬐기, 주사, 침(벌침 포함), 뼈 주사 등 안 해 본 게 없네요. 결국 2년 전부터는 지팡이를 짚고 다니고 있습니다.
더 나은 치료 방법은 없는지요?”
“허리 수술을 한 지 약 2년 3개월이 지났습니다. 수술 후에 경과가 좋아 별 무리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허벅지와 종아리가 살살 당기더니, 이제는 앉을 수도 없이 아픕니다.
계속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녔던지라, 아프다고 했더니 X-ray 찍어보고 약 처방 해주고 1주 후에 오라고 하더군요. 그 후에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다고 했더니, 통증의학과에서 주사 처방을 해주었습니다.
주사를 맞는 순간,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 찌릿 하는 느낌이 오더군요. 그러면서 ‘이제는 괜찮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차도가 없고, 더 아픕니다. 3일 후 다시 주치의를 찾아갔더니, MRI를 찍자고 하더군요. 결과 보는 날 ‘사진 상으로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무식한 제가 봐도 수술 전 사진은 물꼬가 막힌 것처럼 되어 있었는데, 요번 사진은 일직선으로 쫙 뻗었더군요.
주치의는 ‘별 이상이 없는데 수술 부위 옆이 조금 이상하다.’며 CT를 찍자고 하더군요. 조영제 주사까지 맞고 찍었는데, CT 상으로도 이상 징후가 없답니다. 나는 미쳐 죽겠는데, 앉아서 밥도 먹을 수가 없고 일도 할 수가 없고, 서 있으면 조금 괜찮고요. 내일은 또다시 통증의학과 가는 날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이 책을 쓰고 그림도 그리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이 ‘새 그림’을 그렸습니다. 저는 이 그림처럼, ‘새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단 한 마리의 새처럼, 누구도 하지 않는 혼자만의 외로운 지저귐을 토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 외로운 새 옆에, 더 많은 이들이 경험과 공감과 용기의 발걸음을 함께 해주리라고 감히 기대합니다.
논증하듯 얘기를 풀어 가기 위해, 또 환자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것을 직접적으로 해소해드리기 위해, 책의 상당 부분은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 내용은 모두 제가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이나 카페에서 만난 유경험자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들입니다. 모쪼록 이런 방식이 궁금함과 의심을 풀어 가는 데 효과적이기를 바랍니다.
허리 디스크나 협착증이라는 병에 대해서, 제가 배우고 또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실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처음 들었을 때, ‘설마 그럴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세에 귀 기울이고 병의 경과를 반복해서 확인해나가고 덮어 놓았던 의학 교과서들을 다시 뒤적이면서 제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어갔습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의사들이 당연하다고 알고 있던 디스크나 협착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신 말입니다. 의심, 혼란, 확인, 그리고 절망이 반복되는 수많은 밤과 낮을 보낸 후에, 결국 디스크나 협착증이라는 병은 내가 알던 것과 달리 ‘없는’ 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알던 디스크나 협착증의 증세들은 척추와는 무관합니다.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는 책 내용에서 자세히 논증하겠습니다.
알고 보면 디스크니 협착증이니 하는 것은 의사들의 상상력과 상업성이 만나서 격렬하고도 엉뚱한 화학 반응 끝에 만들어진 ‘환상 속의 괴물’에 불과합니다.
저 자신 이러한 의료 환경 속에서 디스크나 협착증을 실존하는 질병이라 배웠고,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환자들을 진찰해왔습니다. 그러던 저 자신이 디스크나 협착증은 ‘없는’ 병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으니 얼마나 혼란스럽고 스스로도 믿기가 어려웠겠습니까? 이걸 논증하려면, 스스로 교과서를 부정하고 스승과 동료들을 부정해야 했습니다. 뭔가 내가 이상해져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불안하고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에 걸쳐 환자들의 증세를 자세히 듣고 진찰하고,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증세의 변화를 관찰하기를 반복해서, 실제 제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증세가 치료되어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실제 현실에서의 경험들’은 저에게 조금씩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환자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환자들이 호소하는 여러 증세들은 척추와는 무관하며, 결국 환자 스스로가 다 치료하고 관리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쉽지 않았고, 지금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너무나 많은 환자들이 의사들이나 의료 정보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세뇌되어온 결과, 누구나 허리와 엉덩이와 다리가 조금만 아파도 ‘디스크’나 ‘협착증’이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릴 정도로 익숙해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병은 없다는 제 설명이 정신 나간 이상한 사람의 헛소리로 들리겠지요.
제 소견이나 치료 방법을 마지못해 따라 하다가, 증세가 더 심해졌다든가 낫지는 않고 더 아프기만 하다고 항의하는 환자들도 많았습니다. 최고의 명의들도 고치기 힘든 병을 ‘환자’인 나 스스로의 힘으로 고치라니, 그게 무슨 망발이냐고 코웃음을 치는 환자들도 많았습니다. 제일 유명한 큰 병원에서 이미 ‘디스크’며 ‘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왔는데, 그에 대한 치료는 안 해주고 엉뚱한 소리만 하니 믿음이 안 간다고 말하는 환자들도 많았습니다.
제 병원에서는 뭐든 우선 손으로, 입으로, 귀로 진찰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또 X-ray나 MRI 검사도 없이 도대체 뭘 가지고 진찰하느냐고 의심하는 환자들도 많았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여러 번 척추 수술을 받고도 못 고쳤는데, 밑져야 본전이라는 요량으로 마지못해 제 처방대로 치료해서 증세가 좋아진 환자도 ‘대체 이게 무슨 조화냐?’며 도리어 따지고 들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디스크나 협착증이 ‘없는’ 병이라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거나 쉽사리 수긍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신문이나 방송에서 디스크나 협착증 관련된 정보가 하루가 멀다 하고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치료 방법을 내세우며, 손님들이 몰려오도록 귀가 솔깃하게 하는 과대광고도 넘쳐납니다. 어떤 의사들은 디스크나 협착증에는 결국 완치라는 것이 없으니, 평생 병원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귀가 얇아진 환자들은 수십, 수백만 원짜리 치료에 쉽게 지갑을 엽니다. 너무 괴롭고 절박하기 때문이지요. 의사들이나 기타 치료자들이 만들어놓은 상업적인 치료법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돈이 거의 필요 없는 저의 치료법을 ‘싸구려’라고 혹평하며 의심하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물론 첫 책이 나온 후로, 제게 격려를 보내주는 분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의사 사회로부터 어떤 위해를 입지는 않았는지, 의사회에서 제명당할 걱정은 없는지 염려해주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고, 디스크나 협착증 진료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의사들은 격려의 전화를 보내오기도 해서 마음이 놓이기까지 합니다.
지금 세상에서는 쉽게 믿기 힘든 저의 말을 믿어주고, 힘들고 괴롭도록 스스로 노력해서 증세가 좋아진 환자들에게 감사드리고, 또 이렇게 해서 좋아진 환자들 한 분 한 분이 ‘디스크나 협착증은 없다.’는 제 소견의 증거가 되기도 해서 더욱 고맙습니다.
격려와 믿음 속에서 계속 소신대로 진료를 해나가고 있고, 이렇게 다시금 백 배 용기를 내어 책도 쓰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 하는 심정입니다. 꿈쩍도 안 하는 의사들이나 각종 치료자들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의사 사회라는 집단 이익에 반대되는 글을 쓰는 저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독자들도 처음부터 제 주장, 즉 이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임도 잘 알고 있습니다. 책에 설명된 내용이 환자들이 경험하는 모든 종류의 다양한 증세를 속 시원히 해결하기에 불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제 마음 역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 책 내용을 다 납득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아,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이셔도 됩니다.
혹시 먼 훗날 ‘디스크나 협착증이라는 병은 없다.’는 사실이 공식적인 소견이 되는 때가 온다면, ‘예전에 저런 주장을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하는 정도로 기억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출판을 맡아준 이은정 대표에게 감사드립니다.
원고를 쓰는 동안 가장 가까이에서 도와주고 많은 시간을 함께해준, 사랑하는 아내 순희에게 감사드립니다.
멀리서 격려해준 윤희, 태용, 민경, 윤성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귀여운 혜린, 서진, 시아에게도 사랑의 마음을 보냅니다.
-부산에서 지은이 황윤권
혼내는 의사들과 주눅 든 환자들,
익숙한 병원의 풍경
단도직입적으로 한 번 얘기를 시작해 봅시다.
내 지긋지긋한 허리 통증은 대체 왜 그런 걸까요? 이런 저런 처치를 하면 조금 나아지나 싶다가도 다시 반복해서 도지는 허리 통증, 그것은 대체 원인이 뭘까요?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몇 달씩이나 열심히 먹고 있는데, 약 먹은 직후에만 조금 괜찮을 뿐 속 시원히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 허리 통증은 ‘디스크’ 때문인가요? 우리 머릿속에는 어떤 공식이 주입되어 있습니다. ‘엉덩이가 저리고 다리가 당기면=디스크 혹은 협착증.’ 그게 사실이라면 그 디스크란 놈은 어떻게 해야 퇴치할 수 있습니까?
시술을 하면 될까요, 아님 요즘 유행한다는 신경성형술을 받으면 될까요.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결국 수술을 받아야 되는 걸까요? 엄지발가락에 마비 증세가 나타나면, 지체 없이 서둘러 척추 수술을 해야 한다는데 그게 사실일까요? 협착증의 근본적인 치료법으로는 수술 외에는 정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길고 어려운 치료를 견뎌낸 사람들의 푸념처럼 디스크나 협착증은 결국 고칠 수가 없는 것이기에, 나이 들어 생겨나는 우리 부모님의 허리나 다리 통증은 그저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 할 형벌과도 같은 것인가요?
여기 아주 익숙한 풍경이 있습니다.
환자 :(걱정과 근심, 또 두려움으로 잔뜩 긴장한 모습) “저······, 허리가 아파서 왔는데요.”
의사 :(사무적이고도 빠른 말투) “아······, 신경이 문제군요.”
환자 : “네? 신경이요?” (신경이 뭐 어떻게 됐다는 말인가?)
의사 :(익숙하다는 듯 처방전을 작성하며) “약 처방해드릴 테니, 복용하세요.”
또 다른 풍경을 한 번 볼까요?
환자 :(고통을 참으며 애원하듯) “허리가 너무 아프고 다리까지 쑤십니다.”
의사 :(짧고, 단호하고, 근엄하게) “척춥니다, 척추!”
환자 : “척추요?” (척추가 뭐 어떻게 되었다는 말인가?)
의사 :(환자의 의문에는 관심 없다는 듯이, 기계적으로) “MRI 찍으세요!”
세 번째 장면입니다.
환자 : “허리가 아프면서 엉덩이까지 아파요.”
의사 :(만져보거나 살펴보지도 않고 몇 초 만에) “어이쿠, 디스크네요. 4번, 5번이 안 좋습니다. 4, 5번!”
환자 :(빠른 진단에 놀라며) “4번, 5번이 뭔가요?”
여기 빠른 진단을 받아 안은 다른 환자도 있습니다.
환자 :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당기고 장단지가 터질 것 같아서 도무지 걷지를 못하겠습니다.”
의사 :(몇 초 만에) “협착증입니다. 약 먹고 경과를 보고 안 되면 수술해야 합니다. 너무 아프면 시술도 몇 번 하고······.”
여기서는 꽤 얌전하게 묘사를 했습니다만 실제 병원에 가보면 연배가 지긋한 환자를 앞에 두고도 고압적으로 반말을 하거나, ‘이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퉁명스럽게 혹은 매우 매섭게 진단을 내리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다짜고짜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윽박지르거나, 간호사나 스태프들에게 호령을 하면서 간접적으로 고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들로서는 ‘아’ 하면 ‘어’ 하고 금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일같이 대하는 수십 명, 심지어 수백 명 환자들의 병세와 원인이 분명한데도 자꾸만 고통만 호소(하소연)하고, 치료 과정에 순응하는 대신 반복적으로 푸념만 늘어놓는 것이 짜증이 나기도 하겠지요.
진료실의 풍경은 점점 더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마냥 서로 자기주장만 반복하는 팽팽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기 일쑤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증세를 속 시원히 고치지도 못하고 돈만 쓴 것도 억울한데, 의사는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나옵니다.
환자 :(걱정 가득한 얼굴로) “디스크 치료를 계속 해도 낫기는커녕 계속 아프기만 한데요?”
의사 :(잘 안 낫는 게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약이랑 주사로 안 되면 시술하고, 그래도 안 되면 수술하는 수밖에 없어!”
다짜고짜 수술을 권하면서 수술만 하면 마술처럼 증세가 없어질 것처럼 설명했던 경우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의사 :(MRI 사진을 척 걸어놓고) “야······, 이거 디스크가 너무 심한데. 협착이 너무 심해······ (척추) 신경이 많이 눌려 있네. 여기 5번, 1번!”
환자 :(의사가 워낙 자신 있게 말하는 통에 주눅이 들어 말문이 막힌 상태, 갑자기 걱정이 많아지기 시작하여 속으로 생각만 함) ‘뭔지는 몰라도 심각한 모양이네······, 에고. 디스크도 있고 협착증도 있다고? 그런데 5번, 1번은 뭐지?’
이런 식으로 의사의 권위와 전문성에 위축된 환자는 고분고분하게 시키는 대로 합니다. 그런데 시키는 대로 하고 나서도 차도가 별로 없습니다. 일단 환자는 뭔가 잘못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환자 :(절망적인 표정으로) “선생님, 협착증 치료를 해도 해도 왜 안 낫나요? 너무 힘듭니다.”
의사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띠며) “그렇죠? 사실 협착증은 수술 외에는 근본적으로 치료가 되질 않습니다.”
환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선생님 그럼 결국 수술을 해야 될까요? 수술하면 좋아지겠습니까?”
의사 :(자신감 넘치는 어투로) “네, 수술 말고는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 수술하면 금방 좋아집니다. 허허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결국 수술을 한 후, 얼마간의 시간이 흐릅니다.
환자 :(초조한 표정으로) “선생님, 시키는 대로 협착증 수술을 했는데도······, 계속 아픈데요?”
의사 :(냉정하고, 근엄하고, 품위를 잃지 않으며) “기다려보세요. 원래 수술 하고 나면 그래요.”
환자 :(힘없이) “네······.”
또 시간이 흐릅니다.
환자 : “말씀하신 대로 수술하고 나서 한참 기다려봤는데도 아직도 너무 아파요, 선생님 어떡해요.”
의사 :(여전히 품위를 유지하며) “약 먹고, 좀 더 기다려보세요.”
환자 :(한층 더 의기소침해져서) “네······.”
또 시간이 흐릅니다.
환자 :(거의 울 것처럼 애원하며) “선생님 이제 너무 힘들어요. 못 견디겠어요!”
의사 :(짐짓 불쾌한 표정으로) “에이, 환자분!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엉! 기다리라고요!”
환자 :(눈물을 비치면서) “오래 기다려도 더 이상 호전도 없고······, 선생님 정말 힘들어서 못살겠어요.”
의사 :(할 수 없이 큰 시혜를 베푼다는 듯이) “음······. 그럼 MRI 다시 찍어보고······, 상태를 봐서 재수술해야지 뭐.”
재수술을 하고 또 시간이 흐릅니다.
환자 : “선생님, 시키는 대로 재수술, 세 번째 수술까지 했는데······. 너무 힘듭니다. 점점 더 아파지는 것 같은데요.”
의사 :(귀찮다는 듯이) “계속 기다려보세요.”
급기야 이제 도저히 못 견디게 된 환자는 보호자를 대동하고 진료실로 쳐들어갑니다.
환자 :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수술도 여러 번 하고,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도 전혀 낫지를 않아요. 증세는 더 괴롭기만 하구요. 차라리 다시 원래대로 돌려주세요! 아니면 보상해주세요!”
의사 :(큰 목소리로) “내가 우리나라에서 허리 수술 최고 명의야! 엉! 알겠어? 내가 이런 수술을 일 년에 몇 개나 하는 줄 알아? 좀 더 기다려보라고, 아니면 MRI(젠장 또 MRI) 다시 찍어보고, 수술 한 번 더 해야지(젠장 또 수술).”
환자 : “아이고!”
이쯤 되면 환자는 ‘에라 이놈들아, 됐다 됐어. 잘 먹고 잘 살아라.’ 하는 심정으로 병원 문을 박차고 나옵니다. 의료에 대한 불신이 생길 대로 생긴 환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간요법이나 좋다는 약재나 식재료 같은 것을 찾아다니고, 이렇게 ‘자가 치유 유랑’에 들어간 환자들 역시 뾰족한 치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오랫동안 통증에 시달리기 일쑤입니다.
많은 영역에서 아는 자와 모르는 자, 수단과 방법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불균형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정형외과 전문의인 저로서는 가까운 업계에서 횡행하는 이 엄청난 불균형을 목도하면서, 심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환자는 자신의 소중한 시간(심지어 몇 년씩)과 돈을 들여놓고도, 매일 고통에 시달리는 증세의 호전이 없이 절망하며 우울한 세월을 보냅니다. 반면 다른 한편에는 이들의 증세를 해결해주지도 못해놓고, 많은 돈을 만지며 자신이 유능하고 잘나가는 전문가라는 허명에 휩싸여 보람차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저희 병원에 내원하는 많은 환자들을 통해 정말이지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익숙한 풍경들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그들이 말하는 치료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만, 의사와 치료자들의 실태는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온갖 어려운 용어로 무장한 새로운 치료법들이 점점 더 많은 이들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방송들도 이런 행태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더하면 더했지, 이런 의료 환경의 뚜렷한 개선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듯합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 중 가장 많은 질환이 ‘허리 디스크’ 즉 정식 명칭으로 ‘요추 디스크 탈출증’ 혹은 ‘요추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불리는 질환이라고 합니다. 추정치로는 200만 명가량이 허리 디스크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고, 이 숫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또한 노년층의 경우 ‘척추관 협착증’이라고 불리는 질병 역시 허리 디스크만큼이나 만만치 않게 흔한 질환이라 할 것입니다.
실제로 허리나 엉덩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디스크’다 ‘협착증’이다 하고 바로 진단을 내려줍니다. 얼마나 진단이 쉬운가 하면, 어지간한 아마추어도 MRI 사진을 보고 뭐가 문제인지 짚어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넘치는 언론 기사, 손쉽게 접하는 인터넷 포털의 건강 정보, 폭넓게 확산되어 있는 일반 상식 등으로, 조금만 허리나 엉덩이 통증이 느껴져도 환자 스스로 병원에 가기 전부터 허리 디스크나 협착증이 아닐까 하는 자가 진단을 내리며 두려움에 빠지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허리 디스크나 협착증이라고 종합되는 증세들은 나이가 지긋한 분들만이 아니라 젊은이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주위에 매우 흔한 질병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흔한 병인데, 왜 치료는 잘 되지 않을까요? 수없이 많은 약물과 요법, 시술과 수술 기법들이 생겨나고 있는데도, 왜 점점 치료에 애를 먹는다는 얘기만 들려올까요?
그렇게 많은 환자들이 훌륭하다는 ‘명의’들을 찾아다니며 돈과 세월을 투자하는데도, 그들이 호언장담하는 좋다는 치료법과 수술 등에 공을 들이는데도 왜 나았다는 사람은 드물까요? 또 일시적으로 나은 것 같았다가도 반복해 재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까요? 이쯤 되면 미스터리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디스크라는 그 블랙박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지금부터 당신의 통념과 상식, 귀가 따갑게 들어왔던 공식이나 인과관계에 반하는 이야기를 드릴 테니 심호흡을 하고 잘 들어주길 바랍니다. 그렇게도 많은 이들이 고통 받고 환자가 수백만 명에 이르며 수없이 많은 전문의들과 병원들이 치료법에 골몰하는데도, 치료가 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그것은 바로 의사들이 말하는 ‘허리 디스크’, 그리고 ‘척추관 협착증’ 등의 질병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질병이기 때문입니다. ‘목 디스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상식처럼 들어 알고 있는 ‘척추와 신경의 생김새’,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눌러 허리와 그와 연결된 엉덩이에서부터 다리가 당기고 쿡쿡 쑤시듯 아프다.’는 그 신비의 공식은 사실이 아닙니다. 즉 우리 허리가 아프고 엉덩이가 아프고 다리가 당기고 발가락이 마비된 것처럼 무감각해지고······(목의 경우 팔이 저리고 담이 자주 들고 거북목으로 휘고······), 이런 여러 증세들은 디스크나 협착증 때문이 아닙니다.
이쯤 되면, 눈이 휘둥그레진 채, 아니 불신의 시선을 잔뜩 담은 채 다음과 같이 반문하는 독자의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아니, 엄연히 ‘있는’ 병인데, 난데없이 그런 병이 없다니? 우리나라만 있나?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도 다 있는 병이고, 수십 년 동안 치료법까지 개발되고 있는데, 디스크나 협착증이 없는 병이라니? 그럼 그런 증세는 대체 왜 생겨나는 건데? 이 사람 정신 나간 거 아냐? 헛소리하고 있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입니다.
의사가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잔뜩 겁을 주며 장황하게 설명해대는 ‘디스크’나 ‘협착증’이라고 불리는 그 소견은 당신의 통증 증세와 무관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디스크나 협착증은 의사들의 상상 혹은 환상 속에서 만들어진 병이며, 그들이 말하는 것을 치료해서는 당신의 통증 증세 역시 사라지지 않습니다. 본질적으로 두 이야기의 맥락과 대상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니까 진료실의 의사가 말하는 병의 이름과 원인과 치료법은 ‘당신이 아픈 진짜 이유와 그 해결책’과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