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슬기로운 돈 공부
ⓒ 한진수·이옥원 2022
초판 1쇄 2022년 10월 14일
지은이 한진수·이옥원
출판책임 박성규
편집주간 선우미정
편집 이동하·이수연·김혜민
디자인진행 고유단
마케팅 전병우
멀티미디어 이지윤
경영지원 김은주·나수정
제작관리 구법모
물류관리 엄철용
펴낸이 이정원
펴낸곳 도서출판 들녘
등록일자 1987년 12월 12일
등록번호 10-156
주소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98
전화 031-955-7374 (대표)
031-955-7381 (편집)
팩스 031-955-7393
이메일 dulnyouk@dulnyouk.co.kr
ISBN 979-11-5925-997-5 (03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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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자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 <2023년 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추천사
금융을 아는 것은 이제 현대를 살아가는 데 필수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때부터 시작한다면 더욱 좋겠지요. 여기 금융교육의 전문가와 현장의 금융 전문가가 공동으로 집필한 책이 있어 기꺼이 추천드립니다. 초등학교 학생은 물론 이를 지도하시는 선생님들께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경모
한국경제교육학회 회장(국립경상대학교 교수, 교육학 박사)
이 책은 돈이 무엇이며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돈을 다스릴 줄 아는 현명하고 믿음직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릴 때부터 돈에 관련된 여러 가지 좋은 습관을 길러주는 알찬 길잡이입니다.
-김성진
경제교육단체협의회 회장(전 해양수산부 장관)
돈에 대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종합한 책입니다. 돈의 탄생(과거)에서 현재의 금융생활, 미래를 위해 알아야 할 돈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금융교육 완결서로 독자 여러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박원배
어린이경제신문사 대표(전 서울경제신문 산업부장)
우리나라 최고의 경제교육 전문가들이 쓴 초등학생을 위한 친절한 금융 교육 안내서!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장신호
서울교육대학교 교수(교육학 박사, 창의융합교육연구센터장)
저자의 말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돈을 잘 버는 방법이 뭘까?”
우리는 거의 매일 돈에 대해 고민하거나 돈을 얘기하며 살아요.
돈이 중요하고 돈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학교에서는 돈에 대해서 잘 가르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돈을 어떻게 모으고, 쓰고, 불리고, 나눌지에 대한 삶의 지혜를 배우지 못하지요.
그래서 실수로 큰돈을 한꺼번에 날리는 사람, 돈을 벌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사람, 돈에 대해서 비뚤어진 태도를 지니는 사람이 생겨요.
어려서부터 돈을 공부하는 일은, 다른 어떤 공부보다도 중요해요.
공부를 잘 해서 원하는 직업을 가지더라도 돈을 제대로 다스릴 줄 모르면 소용없어요.
들어온 돈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술술 새나가니까요.
부자와는 거리가 멀어지겠지요.
돈에 관한 공부는 일찍 시작할수록 좋아요.
누구나 돈을 쓰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 돈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해요. 바로 지금부터 말이에요.
여러분에게 돈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돈과 관련해서 좋은 습관을 길러주려고 이 책을 준비했어요.
이 책을 통해 학습하게 될 지혜와 능력은 평생 쓸모 있을거예요.
돈에 밝은 어린이, 돈을 현명하게 관리할 줄 아는 어린이, 돈 앞에 자신 있는 어린이, 돈을 소중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나누는 어린이가 되기를 바라요.
한마디로 돈을 다스릴 줄 아는 믿음직한 어린이지요.
이제 함께 돈 여행을 떠나볼까요?
지은이로부터
돈 벌기보다 돈 관리가 중요하다고?
돈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자
돈 관리 공부에 도움 되는 낱말들
돈, 너야말로 편리함의 끝판왕이군
돈이 없던 그때 그 시절
인간종은 머리가 빼어난 슬기로운 존재야
물건이 곧 돈인 세상도 있었대
생선은 어쩌다 돈 자격을 잃었을까?
돈이 된 금과 은
동전이 등장하다
난 가벼운 종이돈이 좋아
미래의 돈은 어떤 모습일까?
돈은 어떤 일을 하지?
돈 교환하기
알아두면 쓸모 있는 돈 이야기_별의별 돈
금융교육 지도자를 위한 페이지
일과 생산 활동
직업과 취미와 봉사활동은 어떻게 다를까?
이런 소득 저런 소득
떳떳하게 돈 버는 방법을 알아보자
회사가 하는 역할이 뭐야?
나도 창업해서 사장이 될 수 있어
뭐니뭐니 해도 좋아하는 일이 제일 좋은 직업이지
인생 목표 세우기
어른들은 목표를 어떻게 세울까?
알아두면 쓸모 있는 돈 이야기_돈이 많으면 좋은 까닭
금융교육 지도자를 위한 페이지
돈, 잘 쓰기도 어려워
용돈은 왜 언제나 적다고 느껴질까?
돈을 쓸 때 우선순위를 정하자
나는 돈을 현명하게 쓰고 있는 걸까?
정보 구하기
용돈을 받으면 가장 먼저 예산을 짜보자
나의 저금통을 열게 하는 광고
꼭 필요한 것만 사기
돈을 쓰는 데도 좋은 습관이 필요해
알아두면 쓸모 있는 돈 이야기_기회비용과 합리적 선택
금융교육 지도자를 위한 페이지
지금 쓸까, 아니면 나중에 쓸까?
왜 꼭 저축해야 하는지 알려줘
슬기로운 저축 생활
알아두면 쓸모 있는 돈 이야기_은행 파산
은행의 조상이 긴 나무의자래
은행은 어떤 일을 할까?
은행이 없다면
이자의 비밀을 밝혀라
우주에서 가장 무서운 이자
당장 저축해야 하는 까닭을 이해하겠지?
나의 통장과 계좌를 만들어보자
통장, 너를 낱낱이 해부해줄게
내게는 어떤 저축이 잘 맞을까?
저축할 수 있는 금융회사
저축에도 계획이 필요해
알아두면 쓸모 있는 돈 이야기_돈 모으는 비결
금융교육 지도자를 위한 페이지
투자해서 돈 불리기
투자에 성공하면 이익, 투자에 실패하면 손해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어
알아두면 쓸모 있는 돈 이야기_투자하는 까닭
주식으로 회사의 주인 되기
주식 거래는 어떻게 하는 거야?
주식 투자의 정석을 알아보자
주식 투자도 공부가 먼저
주식은 부풀었다 사라지는 거품 같기도 해
알아두면 쓸모 있는 돈 이야기_톱니 모양의 주화
금융교육 지도자를 위한 페이지
초대하지 않은 손님 ‘위험’을 만날 때
돈을 지키는 비법이 있을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 보험이야
보험이 생겨난 역사
돈을 돌려주지 않는 보험도 있어
보험의 종류를 알아볼까?
나라가 만든 보험은 국민을 위한 거야
애지중지해야 하는 개인 정보
알아두면 쓸모 있는 돈 이야기_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방법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전화 금융 사기
알아두면 쓸모 있는 돈 이야기_비밀이 아닌 비밀번호
금융교육 지도자를 위한 페이지
빌리는 것도 습관이야
지금은 신용 사회
두 얼굴의 신용 카드 이야기
개인의 신용을 평가해주는 신용점수
신용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알아두면 쓸모 있는 돈 이야기_신용 카드와 외상 거래
금융교육 지도자를 위한 페이지
알아두면 쓸모 있는 돈 이야기_기부를 위한 작은 도움말
돈 벌기보다 돈 관리가 중요하다고?
A와 B라는 어른 두 사람이 있어. A는 한 달에 200만 원을 벌고, B는 그보다 훨씬 많은 500만 원을 벌어. 두 사람 중 누가 돈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누가 노후에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까?
다들 한 달에 500만 원을 버는 어른 B일 거라고 생각할 거야. 이 생각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어. 왜 그러냐고? 이런 경우를 한번 상상해보자고.
A는 B보다 적은 200만 원 수입을 올리지만 늘 아껴 쓰고, 절약한 돈으로 저축도 하고 투자도 해서 돈을 많이 모았어. 그런데 B는 친구들보다 많이 번다는 걸 뻐기면서 흥청망청 돈을 썼어. 모으기는커녕 결국 빚까지 지게 되었지.
자, 이제 위에서 던진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겠지? 평소에 돈을 잘 관리한 A가 B보다 적은 소득으로도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고, 돈 걱정 없이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거야.
돈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쉽게 설명하려고 조금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은 많이 버는 것보다 번 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야. 많은 사람이 돈을 많이 벌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뭐, 틀린 말은 아니지. 많이 벌면 많이 모을 수도 있거든. 하지만 백 퍼센트 옳은 답은 아니야. 부자가 되려면 돈 관리를 잘 해야 해.
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어렵고 불편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질병이나 노화처럼 기본적으로 돈이 필요한 상황에 처했을 때 곤란을 겪기도 할 거야. 어쩌면 가난에 허덕이며 죽을지도 몰라. 이런 상황엔 본인의 책임도 크지. 실제로 둘러보면 얼굴과 피부는 열심히 관리하면서도 돈 관리는 소홀히 하는 사람이 있어. 정말 어리석은 사람이야. 그들은 뭐가 진짜로 중요한지 모르는 거지.
부자가 되고 싶다면서 돈 관리에는 신경 쓰지 않은 채, 로또를 사며 일확천금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어. 역시 어리석은 사람이야. 돈이 아무리 많이 생기더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금세 사라져버리는데 말이야. 손바닥 위에 있는 모래가 손가락 틈으로 모두 빠져나가는 것처럼.
그런데, 돈 관리는 돈이 많고 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친구도 있어. 이것도 옳은 생각은 아니야. 돈이 많은 사람에게도 돈 관리가 필요하지만, 돈이 적은 사람에게도 필요해. 실은 돈이 적을수록 더 잘,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지. 왜냐고? 돈을 어떤 일에 쓰는지, 얼마나 만족스럽게 썼는지에 따라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야.
그럼, 돈을 벌지 못하는 여러분 또래에게는 돈 관리가 필요 없을까? 아니야. 여러분도 용돈을 받으니까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좋을지 알아두어야 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도 있잖아?
돈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자
용돈을 받는 친구에게도 돈 관리가 중요해. 용돈을 받자마자 금세 없어진다고? 용돈 관리를 제대로 못 한 탓이지.
용돈이 터무니없이 적어서 불만이라고? 혹시 중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느라 써버리고 나서, 용돈이 적다고 투덜대는 건 아니고?
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벌어도 순식간에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마련이야. 매달 급여를 받는 사람들 중 어떤 이들은 “월급님이 통장에 로그인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우는 소리를 해. “다음 월급날까지 어떻게 살아지?”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지내지. 이런 사람은 돈의 노예가 되기 쉬워. 그러나 여러분은 이런 삶을 원하는 게 아니잖아?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돈을 잘 관리해서 돈 앞에 당당해지고, 돈의 주인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해. 그래야 돈에 끌려다니거나 돈의 노예가 되지 않지.
처음에는 돈 관리가 대체 뭐지, 어떻게 하는 거야, 하면서 불편해할 수 있어. 염려하지 마.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어. 실수하더라도 차근차근 배우고, 불편하더라도 조금 참으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거야.
아, 여러분이 좋아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게임할 때도 처음엔 낮은 레벨부터 시작하잖아? 그러다가 차츰 이것저것 공략법을 익히고 능력을 키워나가다 보면 승승장구하게 되고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게 되지. 게임도 점점 재미있어지고 고수가 되면서 자신감도 생기지. 돈 관리도 마찬가지야. 자꾸 하다 보면 레벨이 올라가고 돈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해진다고.
용돈 관리를 잘 하면 이다음에 어른이 되어도 문제 없어. 돈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자신감을 갖고 돈을 관리할 수 있게 될 거야. 용돈 만 원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수백만 원의 돈을 제대로 다스릴 리 없겠지?
이제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울거야. 그러려면 우선 돈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해. 여러분이 관리하려는 돈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야 관리를 하든 말든 할 게 아니겠어? 그러고 난 다음엔 관리할 돈을 버는 방법을 알아가겠지. 이건 소득에 관한 이야기야. 다음 차례는? 맞아, 돈을 벌었으면 어떻게 써야 하는지가 중요하겠지? 그러니 합리적 소비란 무엇인가, 그러니까 돈을 낭비하지 않고 영리하게 쓸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는 거지.
돈을 차근차근 모아 저축할 필요도 있어. 그래야 새 게임기나 스케이트보드를 살 수 있으니까.
돈을 더 많이 불릴 필요도 있겠지? 어른들이 자주 말하는 주식 투자나 부동산 투자 등으로 돈을 버는 일들이 여기 속해.
들어온 돈을 잘 유지하고 지키는 일도 중요해. 사고가 나면 큰돈이 한꺼번에 새나가기 때문이야.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일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왔는데, 바로 보험과 관련된 이야기지.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서나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할 경우가 생기기도 해. 이걸 대출이라고 하는데, 대출을 받을 때엔 특히 신용이 중요해. 이 사람에게 돈을 빌려줘도 되겠구나, 앞으로 성실하게 갚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겨야 한다는 뜻이지.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돈을 나누어주는 일도 있어.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기부 이야기지.
어때? 돈 관리엔 제법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지? 우린 지금부터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씩 함께 나눌 거야. 이야기하는 순서는 중요하지 않아. 모두 한결같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할 수 없어서 하나씩 설명하는 것뿐이야. 이제 시작해볼까?
돈 관리 공부에 도움 되는 낱말들
돈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여러 가지 능력과 기술이 필요해. 첫출발은 다음과 같은 낱말(핵심 개념)을 잘 기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해. 게임 초보자가 아이템이나 룰 등을 익히는 것과 같지. 이런 말들은 돈 관리와 관련해서 계속 나오니까 잊으면 안 돼.
(1) 소득
여러분의 주머니나 지갑으로 들어오는 돈을 말해. 어른이 되면 각자 직업을 갖고 일을 해서 소득을 얻지.
(2) 수입
소득과 수입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빼면, 같은 말이야. 둘 다 들어오는 돈이라는 뜻이지. 그런데 특별한 경우도 있어. 친구에게서 돈을 빌렸다고 생각해봐. 빌린 돈은 수입이지만, 소득이라고 하지는 않아. 다른 사람에게서 빌린 돈도 내 주머니로 들어왔으니 수입인 건 맞지만, 내가 일을 해서 번 소득은 아니잖아.
(3) 소비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사거나 갖고 싶은 물건을 사는 데 돈을 쓰는 걸 말해. 소득과 정반대로 여러분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거지.
(4) 지출
소비하는 데 쓰는 돈 말고 정부에 세금을 내려고 쓰는 돈, 대출 이자로 은행에 내는 돈 등을 모두 지출이라고 해. 소비나 지출 모두 나가는 돈이라는 점이 같아. 여러분은 용돈을 받았다고 해서 세금을 내지 않잖아? 그러니까 여러분의 경우에는 소비와 지출이 같다고 볼 수 있어.
(5) 저축
소득이 소비보다 많으면, 남은 돈으로 저축을 할 수 있어. 저축은 재산을 늘리는 데 큰 보탬이 되지.
(6) 재산(부)
각자 소유하고 있는 돈, 땅, 집, 가구, 귀금속 등을 합한 거야.
(7) 부채(빚)
다른 사람에게 갚아야 할 돈이야. 갚아야 할 빚이 있는데도 재산이 많다고 착각하고 소비하는 걸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 돈 관리에 실패하는 사람이지. 재산이 많더라도 빚이 더 많으면 사실상 재산은 없는 셈인데 말이야.
예산을 잘 짜고 돈 관리를 현명하게 하는 첫 출발은 자신의 소득(수입)과 소비(지출)가 얼마이고, 저축을 얼마나 할 수 있으며 또 얼마나 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이야. 그러고 나서 현재 자신이 지닌 재산(부)이 얼마인지 점검한다면, 현명한 돈 관리 과정에서 절반은 성공한 셈이야.
돈, 너야말로
편리함의 끝판왕이군
주위를 한번 둘러봐. 저게 없었다면 얼마나 불편했을까, 생각되는 것들이 참 많아. 예를 들어볼까?
먼저 냉장고. 딱 좋은 온도를 유지해서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해주지. 덕분에 우리는 더운 여름날에도 음식이 상할까 봐 걱정할 필요 없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달콤한 아이스크림도 즐길 수 있고.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으로 자동차를 빼놓을 수 없지. 자동차가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하기 힘들어. 먼 거리를 걸어가려면 발이 붓고 시간도 엄청나게 오래 걸릴 거야. 무거운 짐까지 있다면 도저히 걸어갈 엄두도 내지 못할 거고.
그 뿐이 아니야. 스마트폰, 비행기, 진공청소기, 텔레비전…… 우리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을 일일이 말하자면 끝이 없어. 여러분은 어떤 게 떠올라?
저마다 편리하게 해준다고 생각하는 건 다르겠지만, ‘돈’을 떠올린 사람은 아마 없을 거야. ‘돈’이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다고? 알듯 말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친구도 있을 텐데, 왜 돈이야기를 꺼냈는지, 돈이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자.
지금 여러분에겐 각자 가지고 있는 돈이 있을 거야. 1,000원, 5,000원, 10,000원, 어쩌면 50,000원짜리를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이 돈들의 모양이 어때? 모두 직사각형 모양이고, 종이로 만든 것이지. 이런 돈을 지폐라고 해. 종이로 만든 돈이라는 뜻이야. 지폐 말고 또 어떤 돈이 있어? 맞아, 주머니나 지갑 속에서 땡그랑 소리를 내는 동전(주화)도 있지. 500원, 100원, 10원짜리 동전을 알고 있을 거야.
우리가 쓸 수 있는 돈의 종류를 알아보았으니, 이제 돈이 얼마나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지 생각해보자.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야. 체육 시간에 다른 반 아이들과 축구경기를 했더니 배가 많이 고파. 매콤한 떡볶이가 막 먹고 싶어졌어. 그래서 맛있기로 소문난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를 허겁지겁 먹었어.
계산하려고 벽을 보니 ‘떡볶이 1접시에 설거지 3시간’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거야. 떡볶이를 먹은 대가로 3시간 동안 설거지를 해야 한대. 어쩔 수 없이 오후 내내 분식집에서 힘들게 설거지를 했어.
그런데 이런 상상도 할 수 있어. 수업 후에 태권도 학원에 가야 하는 친구가 있다면 어땠을까? 설거지할 시간이 없으니까 떡볶이도 먹을 수 없겠지? 이것이 바로 돈이 없는 세상, 즉 물물교환으로 필요한 것을 구해야 하는 세상의 모습이야.
한 가지 모습을 더 상상해보자. 여러분이 마트에 가서 과자를 사려고 해. 과자 진열대에서 먹고 싶은 과자를 찾았는데, 그 아래 보니 ‘구슬 5개’라고 적혀 있어. 과자값이 구슬 5개, 그러니까 과자를 한 봉지 사려면 예쁜 구슬 5개를 내야 한다는 뜻이야. 돈이 없는 세상에서는, 과자를 먹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마트 사장님이 원하는 구슬 5개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지. 구슬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소중한 다른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과자를 먹지 못해. 구슬이 없는 친구는 할 수 없이 과자를 내려놓고 마트를 떠났지. 주머니에 딱지가 수북하게 들어 있었지만 소용이 없어. 마트 사장님이 원하는 건 구슬이지 딱지가 아니니까.
자, 이런 모습들이 바로 돈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겪어야 할 일들이야. 얼마나 불편할지 짐작할 수 있지? 먹고 싶은 것이나 사고 싶은 것을 쉽게 구하지 못하는 세상이라니!
이러한 불편함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돈이야. 돈으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어. 떡볶이를 먹고 돈을 내면 바로 학원에 갈 수 있고, 마트에서 과자를 살 때도 돈을 내면 계산이 끝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택시를 탄 후에도 돈을 내면 그만이지.
돈이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고 있다는 거, 이제 알겠지?
돈의 나이는 엄청 많아. 자동차나 냉장고 같은 게 발명되기 훨씬 전에 돈이 먼저 생겼거든. 수천 년도 더 전의 일이지. 그럼 돈이 등장하기 전으로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볼까?
돈이 없던 그때 그 시절
돈이 없던 시절이라니, 얼마나 오래전일까? 그때는 아직 글자나 종이 같은 기록 수단이 없던 시기였어. 그러니 구체적인 기록이 남아 있을 리 없지. 정확한 시기는 아무도 모르지만, 역사학자들은 지금으로부터 적어도 10,000년 전도 더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
어떤 친구는 “지금도 나는 돈이 없는데요?”라고 말할지 모르겠네. 이런 얘기가 아니야. ‘돈이 없던 시절’이란 말은 돈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야. 내 주머니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주머니에 돈이 없었다, 돈이란 게 뭔지도 몰랐고 돈이란 낱말도 없었다, 뭐 이런 뜻이야.
자, 이번엔 함께 돈이 없는 세상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어느 날, 어부 한 사람이 바다에 나갔다가 생선을 많이 잡았어. 정말 운 좋은 날이었지. 끝이 날카로운 창을 던질 때마다 생선이 잡혔거든. 온 가족이 실컷 먹어도 남을 정도였어. 어부는 먹고 남은 생선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기 시작했어. 냉장고도 얼음도 없던 시절이어서 생선을 오래 보관할 방법이 없었어. 하루만 지나면 생선이 다 썩어서 먹을 수 없게 되던 때였으니까.
그때 문득 어부의 머릿속에 닭이 떠올랐어. 닭을 구할 수만 있다면 달걀도 얻고 닭고기도 먹을 수 있는데, 하면서. 이제 어부가 해야 할 일은, 남아도는 닭을 갖고 있으면서 신선한 생선을 원하는 사람을 찾아 물건을 맞교환하는 거야. 하지만 아주 빨리 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자신의 생선 가치가 떨어질 게 뻔하잖아?
위의 어부 경우처럼 물건과 물건을 직접 교환해서 필요한 물건을 구하는 방식을 물물교환이라고 해. 돈이 없었던 때엔 모두가 물물교환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얻었지. 물물교환은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어. 여러분도 아마 열심히 모은 만화주인공 카드나 야구선수 카드 같은 걸 친구가 가진 물건과 맞바꿔본 경험이 있을 거야. 그게 바로 물물교환이지.
물물교환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야. 우선 물물교환할 상대방을 찾기가 어려워. 앞의 예처럼 닭을 가지고 있으면서 생선을 원하는 사람을 어디 가서 한 번에 딱 찾겠어? 서로의 바람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두 사람이 만나야 비로소 물물교환이 이뤄질 테니까 말이야. 이처럼 서로의 바람(욕구)을 채워줄(욕구의 이중 일치라 함) 사람이 쉽게 나타나지 않으면 몇 시간, 아니 하루종일 기다리거나 찾아다녀야 하지. 허탕을 치는 경우도 많을 거고.
운이 좋게 그런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물물교환이 바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었어.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었지. 생선 몇 마리를 주어야 닭 한 마리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거야. 어부는 생선을 적게 주고 싶을 거고, 상대방은 닭 한 마리 주고 생선을 많이 받고 싶을 거 아니겠어? 자연스레 생선과 닭의 교환 비율을 놓고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야. 협상이 잘 안 되면 새로운 사람을 찾아나서야 할 수도 있어.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여 다양한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도 없었으니 참 난감했겠지? 다른 일을 전혀 하지 못한 채 물건 거래할 상대방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녀야 했을 테니 말이야.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인간종은 머리가 빼어난
슬기로운 존재야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 들어봤지? 이 말은 언제 들어도 진리인 거 같아.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처럼 우리 인간종은 매우 슬기로웠어. 만물의 영장답게 고민하고 궁리한 끝에 물물교환의 번거로움을 해결할 아주 멋진 방법을 생각해냈지. 자, 생선과 닭을 바꾸고 싶어 했던 어부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닭을 가지고 있으면서 생선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어부는 초조해졌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생선이 상할 거고, 그러면 제값을 받기 어려워질 게 뻔하잖아. 어부는 포기하는 대신 호모 사피엔스답게 작전을 개시했어. 일단 생선을 밀로 교환한 거야. 물론 어부의 집에도 밀이 좀 있었지만, 밀은 비교적 오래 보관할 수 있으니 생선보다 쓸모있다고 판단한 거지. 며칠 후 어부는 닭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밀을 원하는 사람을 만나 밀과 닭을 교환했어. 한 차례 교환 과정을 더 거쳤지만 마침내 어부는 닭을 구하는 데 성공한거야.
이런 복잡한 교환 과정을 반복하던 사람들은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닫게 돼. 원하는 물건과 물건을 직접 맞바꾸는 것보다 중간 과정을 몇 번 거치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빠르다는 걸 알게 된 거지. 그러니까 생선과 닭을 직접 물물교환하는 편보다 생선을 밀과 바꾸었다가 그 밀을 닭과 교환하는 편이 훨씬 빠르다는 것 말이야. 왜 그럴까?
밀이 인기 있는 물건이었기 때문이야. 밀은 사람들이 매일 먹는 음식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식재료였거든. 게다가 보관하기도 비교적 쉽고 양을 나누는 일도 간편했지. 그래서 누구나 기꺼이 밀을 받아갔어.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물건을 우선 밀로 교환하기 시작한 거야. 그리고 그 밀을 가지고 있다가 자신이 원하는 다른 물건과 교환했어.
밀이 바로 오늘날의 돈과 같은 역할을 한 셈이야. 무슨 말이냐고? 생각해봐. 오늘날 물고기를 잡은 어부들이 어디로가? 맞아, 우선 시장으로 가지. 그곳에서 생선을 팔아 돈을 받은 다음 그 돈을 가지고 있다가 필요한 닭을 사잖아.
앞의 이야기에서 보았던 밀과 오늘날의 돈이 같은 역할을 하는 거, 이제 이해하지?
이렇듯 아주 오래전에는 밀이 돈의 역할을 했어. 인류 역사에 ‘돈의 개념’이 탄생한 거지. 물론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돈과는 모양이 크게 다르지만.
돈은 어느 천재 같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발명한 게 아니야.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생활하고 경험하면서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거야.
사람들이 돈을 사용해 거래하기 시작하면서 물물교환의 불편함도 사라졌어. 더는 물물교환을 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었고, 그렇게 절약한 시간을 다른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데 썼지. 덕분에 인간이 생산하는 물건이 놀라울 만큼 다양해지고 양도 많아졌어. 인간의 생활도 풍족해지고. 돈이 사회의 생산량을 늘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니 정말 놀랍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밀 대신 돈의 역할을 하는 다른 것들이 생겨나. 물론 그 당시의 돈은 지금의 돈과는 모양이 전혀 달랐는데, 역사를 살펴보면 돈의 모양이 계속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지. 지금 우리가 쓰는 돈도 언젠가는 다른 형태로 바뀔 거야. 지금까지 어떤 모양의 돈이 있었는지 간단히 알아볼까?
물건이 곧 돈인 세상도 있었대
돈의 역할을 한 것은 밀 말고도 여럿 있었어. 밀이 생산되지 않는 지역도 많았으니까. 어떤 지역에서는 소금이 돈으로 쓰였고, 또 어떤 곳에서는 보리나 옷감, 소, 화살촉, 동물 가죽, 카카오 콩 같은 물건을 돈으로 사용했어. 각 지역의 특색이나 상황에 따라 자신들만의 돈을 사용한 것이지.
밀이든 소금이든 옷감이든 형태와 가치는 제각각이어도 공통점이 하나 있어. 모두 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자주 쓰는 ‘물건’이고, 꼭 필요한 ‘물건’이라는 점이야. 그래서 이런 형태의 돈을 물품화폐라고 불러. 물건이 화폐 역할을 했다는 뜻이야.
화폐라는 말이 조금 어렵게 들릴 텐데, 겁먹을 필요 없어. 돈을 부르는 다른 표현이거든. 주로 돈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나 경제학자들이 사용하지.
역사 기록을 보면 별의별 물건이 돈으로 쓰였다는 걸 알 수 있어. 조개껍데기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비교적 많은 곳에서 돈으로 쓰인 물건이야. 3,000년 전쯤에 중국 내륙에서도 바닷가에서 가져온 조개껍데기를 돈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대.
좀 전에 돈의 다른 이름이 화폐라고 했지? 화폐는 한자로 ‘貨幣’라고 쓰는데,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개’를 뜻하는 한자 ‘貝’가 들어가 있어. 조개가 돈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거지. 화폐 말고도, 돈이나 재물과 관련된 낱말 속에는 공통되게 조개(貝)가 들어가 있거든? 재산의 재(財), 보물의 보(寶), 자금의 자(資) 등이 그런 낱말들이야.
혹시 돌이 돈으로 쓰였다는 얘기를 들어본 사람? “설마?”하는 친구도 있겠지만 진짜로 있었어. 태평양에 야프(Yap)라는 섬이 있는데, 이곳 원주민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섬에 있는 석회암 돌덩어리를 원반 모양으로 다듬고 가운데에 구멍을 뚫은 다음 뗏목에 실어 옮겨왔대. 돌로 된 바퀴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돼. 무려 1,000년 전의 일이야.
지금도 이 섬을 방문하면 커다란 돌이 길거리에 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워낙 무거워서 훔칠 수 없지. 가장 무거운 덕분에 가장 안전한 돈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무거운 돌을 멀리 떨어진 섬에서 옮겨오는 일은 쉽지 않았어. 그래서 야프 원주민들은 돌 돈에만 의존할 수 없었나 봐. 돌 돈 말고도 조개껍데기, 음불(원주민 남자들이 아랫도리에 입는 샅바를 만드는 재료)도 돈으로 사용했거든.
지금의 아프리카 카메룬 지역에 살았던 옛날 사람들은 감자 으깨는 도구를 돈으로 사용했대. 주방 도구로서 여러모로 쓸모 있었고 철로 만들어져 튼튼했으니 당연히 당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을 테지. 돈으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을 거고 말이야.
생선은 어쩌다 돈 자격을 잃었을까?
여러분의 눈에는 옛날 사람들이 쓰던 물품화폐가 이상해 보일 거야. “하필 왜 그런 물건을 돈으로 썼을까?” 같은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어. 하지만 그때는 그것들이 제일 좋은 선택이었을 거야. 어떤 물건이 돈의 역할을 하려면 사람들이 거래하면서 그것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야 해. 무슨 뜻이냐고? 사람들이 기꺼이 돈으로 받겠다는 생각만 있다면, 그리고 실제로 그런다면, 어떤 물건이든지 돈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이야. 밀이든, 돌이든, 조개껍데기이든 상관없어.
그런데 당시 사람들이 무작정 아무 물건이나 돈으로 사용했던 건 아니야. 모래나 생선을 돈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은 없거든. 왜 그럴까?
다 함께 사용하는 ‘돈’이 되려면 적어도 몇 가지 중요한 특성을 갖추어야 했기 때문이야. 어떤 것들이냐고?
(1) 귀한 물건이어야 해
바닷가에 있는 마을에서 모래를 돈으로 사용한다면 어떻겠어? 해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