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이정희
1983년 독어독문학자의 꿈을 안고 한국을 떠났다.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학, 현대독문학, 서양예술사를 학사 과정부터 시작하여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후 1994년 귀국했다.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철저히 ‘이방인’의 눈으로 객관화하여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회 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서를 번역하고 통역하다가 1999년 재차 유학길에 올랐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발도르프의 ‘자유를 향한 교육’에서 강조하는 것은 성장하는 아이가 구김 없이 자신의 도덕적 구상력을 발휘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높이는 일이다. 그것은 당연히 교육에서 담보해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의 창의성, 상상력, 자질 발현을 가장 중요시하는 교육학자다. 발도르프 교육학의 근원인 인지학을 토대로 영유아기부터 아동, 청소년의 본질을 이해하고 건강한 미래의 교육관을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에서 책임을 나누며, 슈타이너의 저서와 강연록 등으로 이루어진 전집을 우리글로 번역・출판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한겨레 임신출산육아 웹진 베이비트리에서 <아이교육, 그 새로운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한다.
번역서로는 《슈타이너》,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발도르프 학교에서 인지학이란 무엇인가》,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인지학 영혼달력》, 공역서로는 《루돌프 슈타이너 교육학의 입문》, 《발도르프 학교교육》, 《발도르프 유아교육》 《어떻게 외국어를 배우는가?》 등이 있다.
조바심·서두름을 치유하는 거꾸로 육아
발도르프 육아예술
초판 1쇄 발행 2017년 1월 20일
전자책 발행 2017년 8월 15일
지은이 이정희
펴낸이 김태영
펴낸곳 도서출판 씽크스마트·사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토정로 222(신수동) 한국출판콘텐츠센터 401호
전화 02-323-5609·070-8836-8837
팩스 02-337-5608
이메일 kty0651@hanmail.net
전자책 제작 컨텐츠펍
이메일 ebook7@contentpub.co.kr
ISBN 978-89-6529-169-5 (05370)
전자책 정가 8,400원
이 전자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7 텍스트형 전자책 제작 지원' 선정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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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아이들은 스스로 자랄 힘을 갖고 태어난다
부모들은 욕심도 많고 걱정도 많다. 내 아이가 남보다 앞섰으면 하는 욕심과 혹시 내가 잘못해서 아이가 뒤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그냥 그때그때 유행하는 육아 트렌드를 좇기 일쑤다. 요즘의 대세는 단연 ‘선행학습’이라며 영유아기 부모들조차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찬찬히 살피기도 전에 무작정 교육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 책은 부모와 아이 모두를 불행으로 몰아가는 이러한 육아 방식의 대안으로 지적 선행교육의 무의미함을 깨닫고 아이의 존재를 온전한 개별체로 인정하고 아이의 발달 과정을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밀하게 배려하는 발도르프 교육을 제시한다. 이론을 섭렵하고 현장 상황을 면밀하게 바라본 저자의 글을 읽어가다가 새삼 놀랐다. 내가 오래전 아이들을 키웠던 방식이 바로 발도르프 교육을 대충 따라 한 것이었다. 나는 모든 아이는 스스로 자랄 힘을 갖고 태어난다고 믿는 느긋한 엄마였다. 한창 아이들을 키우며 조바심치는 아들며느리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_ 여성학자,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이사장 박혜란
행복한 육아의 세계로 이끄는 귀한 선물!
‘육아’는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해왔던 일이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오랜 시간 육아를 해왔는데 ‘아이를 키우는 일’은 왜 점점 어려워질까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육아를 우리는 왜 매일 ‘전쟁’처럼 느끼고 있을까요?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간단하고 명료하게 답합니다. 영유아의 타고난 고유의 능력을 믿고 그들의 마음과 움직임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기다리라고! 발도르프 유아교육은 성인들이 영유아의 마음과 행동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과학과 인공지능이 아니라 감성을 지닌 사람의 창의력으로 ‘행복한 육아의 세계’를 열어줍니다.
이 책은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뿐 아니라 교사,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지역사회 모든 이에게 생명을 키우는 지혜를 주고 육아의 질을 높이도록 도와줍니다. 저자가 지닌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람에 대한 섬세한 감성 그리고 행동하는 정신이 이 귀한 글들을 꿰어서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선물이 되었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고마운 책입니다.
_ 이화영유아발달연구센터 소장 이창미
아이를 바라보는 전혀 색다른 시선
막연히 자연 육아를 하겠다고 ‘아이는 자연에서 커야지’ 하며 가기 싫다는 두 살배기 아이를 억지로 안고 동네 산에 내려놓으면 아이는 집에 가고 싶다 떼쓰고 ‘왜 이 아이는 산을 좋아하지 않지?’ 당황스러워하다, 산에서 놀며 자랐다는 남편까지 억지로 데려가서 ‘아이와 재미있게 놀아줘서 아이가 산을 좋아하게 만들어주세요’라고 주문하고선 둘 다 흥미를 보이지 않자 짜증을 낸 웃지 못할 시간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한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결국 ‘나는 준비가 안 된 부족한 엄마’라는 죄책감으로 이어져 지쳐갈 때 우연히 어느 육아 블로그에서 “아이는 놀아주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가르치려 들지 마라”는 이정희 박사님의 강의 내용을 읽고서 정신이 번쩍 났다.
아이를 바라보는 전혀 색다른 시선의 이 한마디를 시작으로 우왕좌왕 헤매고 힘들기만 했던 육아뿐만 아니라 내 삶의 가치까지 강하게 변화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육아로 힘들어하는 모든 부모가 힐링하고 든든한 나침반을 얻는 길로 들어서길 간절히 바란다.
_ 마포구 성미산, 아이 엄마 김선미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깡마르고 강단 있지만 선하고 맑은 눈빛을 지닌 이정희 선생님. 선생님을 뵌 지 벌써 5년이 넘었다. 때로는 선생님과 격하게 논쟁하고, 때로는 예리한 통찰력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런 과정에서 인지학에 바탕을 둔 발도르프 교육이 지향하는 바를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영유아 부모와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를 대상으로 발도르프 교육을 전파해온 저자가 우리 시대 부모의 육아 고민이 무엇인지 짚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선생님의 지적이 가끔은 아프고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신랄하지만,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듯이 아이와 부모에게 도움이 될 가르침으로 가득하다.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사람이 삶의 이유를 지니고 탄생한 정신적 존재임을 강조한다. 부모가 아이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부모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이미 자신의 ‘삶의 작품’을 구상할 힘을 갖고 있고, 부모는 아이가 제 본성대로 잘 크도록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 시대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많은 부모가 자신이 원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아이의 발달 과정에 전혀 맞지 않는 조기교육과 선행학습으로 아이를 혹사한다. 아이가 자신만의 삶의 이유를 꽃피울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한 마음으로 빨리 꽃을 피우라고 재촉한다.
육아 트렌드에 갈대처럼 흔들리고 ‘엄친아’를 보며 불안감을 느끼는 부모들에게 이 책은 육아의 본질이 무엇인지,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깨우쳐줄 것이다. 불안하고 힘든 육아가 아니라 행복하고 창조적인 육아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해주리라 믿는다.
_ 한겨레 임신출산육아 웹진 베이비트리 담당기자 양선아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는 동력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만만한 일이 아니다. 같은 방식으로 세 아이를 키워도 아이마다 받아들이는 성향이 다르니 정말 한배에서 난 게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양육자는 새롭게 등장하는 육아서를 탐독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아이의 재능을 발굴해 내려고 애를 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직장에서 제 몫을 똑 부러지게 해내고 있는 엄마부터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예로 들어 쉽게 풀어나갔다. 시시각각으로 유행하는 육아 트렌드를 좇고 신기술을 장착한 육아용품에 매달리는 대신 가족이 함께 산책하며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을 갖도록 기다려 주라고 한다. 이 시간은 아이에게는 물론 일상에 쫓기는 부모에게도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_ 서울시여성단체연합회 회장 이정은
‘아기를 낳았다’가 아니라 ‘아기가 태어났다’라고 생각한다면
층간 소음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모처럼 듣는 윗집 아기의 울음소리는 우리 모두를 흐뭇하게 합니다. ‘으응? 윗집에 아기 낳았나?’ 인구 한 명이 늘었다는 안도감을 느끼다가 부모가 겪을 양육의 고충이 떠올라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당사자인 부모 역시 제 먹을 것은 갖고 태어난다는 것은 옛말일 뿐이라며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는 일념으로 허리띠를 졸라맬 각오부터 합니다.
세 살만 되어도 늦었다는 조급함에 시간 단위로 이곳저곳 유아교육센터를 돌며 다양한 학습경험을 하게 합니다. 아이가 힘들어서 안 하고 싶다고 하거나 오히려 돈이 없어 그렇게 해주지 못하는 부모들은 그것을 부러워하며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낍니다. 하나라도 더 잘 할 수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믿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의 성공은 곧 부모 하기 나름이랄까요?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러한 부모의 행동이 아이의 행복과 얼마나 거리가 먼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부모가 아기를 낳았다는 생각으로, 양육을 숙제처럼 접근하기보다 아기가 부모의 몸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났으며 살고자 하는 자발적 동기가 있다는 아기의 입장에서 양육할 것을 강조합니다. 1장에 나오는 ‘엄마는 나랑 말하는 대신 누군가와 말하기를 멈추지 않고 있네요. 그럴 때 나는 마구 울어버립니다’라는 문장은 아이가 진정 엄마에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아이와 부모·자녀 관계로 만난 모든 부모가 이 책을 통해 아이는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며 부모로서의 행복을 찾았으면 합니다.
_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박찬옥
머 리 말
“일상을 예술로” 바꾸는
육아의 지혜를 찾아서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은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분야입니다. 딥러닝이 가능한 알파고의 위력을 우리는 2016년 봄 대한민국에서 목격했습니다. 이는 미래를 로봇이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주는 한편, 사람다움의 가치를 성찰하는 계기였습니다. 그러나 지금보다 한층 진화된 로봇이 생활의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신세계가 펼쳐진다 해도 감성과 인성, 창의성 있는 아이를 키워내는 일만큼은 양육 봇이 대신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양육이야말로 사람의 원형적 가치를 오롯이 담는 영역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의 부모가 육아 기간을 무척 부담스러워하며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과 무관하게 여깁니다. 한 세대가 흘러도 육아의 사회·문화적 환경이 변화되지 않으니, 부모라는 이유로 그 막중한 ‘인생의 짐’을 다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럽고 두렵고 불안하고 힘겨운 육아의 원인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바로 세우려면 영유아 양육에서부터 혁신과 개혁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아이 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공허한 정치 구호에 막연히 기댈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하루하루 커갑니다. 가정과 현장의 양육 그리고 유아교육이 질적으로 거듭나려면 개인의 의식부터 변화되어야 합니다. 영유아기의 성장은 한 사람 일생을 좌우하는 몸·마음·영혼의 토대를 이루므로 지금 자신의 육아 방식이 어느 쪽으로 달려가고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주 양육자가 겪는 ‘서럽고 두렵고 불안하고 힘겨운’ 육아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삼사십대 젊은 부모층은 첨단 미디어 사회를 주도하는 세대답게 육아의 힘겨움과 일상의 불안증을 해결하는 데 정보통신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하지만 무수하게 쏟아져 나오는 육아 정보와 빠르게 변하는 육아 트렌드로 이들의 불안증, 조급증, 강박증은 더욱 심해집니다. 뿌리 깊은 한국형 교육열에 휩쓸려 내 아이를 위한 ‘명품 양육법’을 찾느라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일명 책 육아가 각 가정에 기본으로 한 자리 차지한 상황은 교육경쟁이 영유아기까지 슬며시 내려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진정 깨어있는 부모라면 이런 분위기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제 안에 꿈틀거리는 ‘육아 욕망’의 정체와 아이에게 내는 조바심의 근원을 좀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엄마들이 모이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분주한 일상에서 육아 트렌드에 휘청댈 때 저절로 나오는 독백입니다. ‘엄마인 내가 육아 주체로서 남들보다 잘하고 있나? 이렇게 쫓기며 사는 게 맞나? 지금 내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나? 그래!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 하니 내 방식대로 키우는 게 맞겠지 뭐….’ 불안과 확신이 교차하는 가운데 착각과 모순을 담은 육아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습니다.
삶의 작품을 탄생시키는 육아예술가
내 아이를 위한 양육 방법을 결정할 때, 그 주체는 정말 부모일까요? 피 양육자인 아이를 살피고 고려하는 과정이 빠진 ‘내 방식’에 아이는 과연 행복해할까요?
육아의 본질을 생각하며 내 아이에게 집중하는 부모는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나를 통해 태어난 너라는 존재는 누구일까? 너는 양육자인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니? 지금 네게 무엇이 필요할까?’ 아이의 본성과 발달에 대한 질문은 부모가 자신을 성찰하며 육아의 궁극적 목표를 생각하게 합니다. 육아의 첫걸음은 아이의 존재를 온전한 개별체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양육은 자녀가 훗날 제 삶의 길을 행복하게 걸어가도록 단계마다 내적·외적으로 동반해주는 일입니다. 아이는 영유아기에 모방의 힘으로 세상을 배우며 스스로 성장해 나갑니다. 부모는 일상생활에서 저절로 어린 자녀에게 본보기 역할을 하며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사람이 삶의 이유를 지니고 탄생한 정신적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아이는 부모를 선택하는데,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이미 제 ‘삶의 작품’을 구상하여 고유한 본성 안에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저마다 매우 다르니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그 예술작품이 성공적으로 완성되려면 아이에게는 무엇보다 건강한 신체가 필요합니다. 아이는 생후 7년 동안은 아무 방해 없이 이것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영유아 부모와 현장 교사는 주 양육자로서 어린아이를 단순히 돌보며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 삶의 고유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예술가’입니다. 삶의 작품은 기초부터 아주 조금씩 천천히 만들어집니다. 육아예술가는 생활 속의 여러 가지 ‘도구’를 가지고 따뜻하고 예리한 눈길과 창조의 힘을 담은 정교한 손길로 꾸준히 작업해야 그 원형을 살릴 수 있습니다.
양육은 아이 본성에서 출발
이 책에 실린 글들은 2012년부터 한겨레 임신출산육아 특화 웹진 베이비트리(http://babytree.hani.co.kr)에 <아이교육, 그 새로운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칼럼의 일부를 엮은 것입니다. 처음부터 육아서로 구상한 게 아니고 최신 육아정보나 흥미로운 육아 체험담을 나누는 것도 아니며 육아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매뉴얼이나 지침을 제시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에 나온 사례는 주변을 관찰하거나 교육 상담을 통해 모인 자료입니다. 타이거맘, 캥거루맘이 아니더라도 저마다 ‘좋은 부모’가 되려는 초보맘이나 직장맘 등 양육자가 아이 키우는 동안 흔히 부딪치는 일상 고민, 양육 현장에서 소소하게 겪는 이야기입니다. 육아 문제에 접근한 근거는 기존 교육의 시각과 무언가 ‘다르게’, 즉 철저히 아이 본성에서 출발한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 1861~1925)의 발도르프 교육론과 헝가리 소아과 여의사 에미 피클러(Emmi Pikler, 1902~1984)의 영아 발달론을 배경으로 합니다. 슈타이너 박사는 진정한 교육자라면 정신과학의 시각에서 아이의 발달 과정을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밀하게 배려하기를 주문합니다.
현대 물질만능 사회에서 양육할 때 가장 힘들지만 중요한 것은 자라는 아이들을 감각적 자극으로부터 보호하고, 외부의 인위적인 촉진 없이 제 나름의 속도에 따라 자라도록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보장해주는 일입니다. “잔디를 잡아당긴다고 빨리 자라지 않는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말해주듯, 우리 사회는 지적 선행교육이 무의미함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면 오늘날 우리의 불행한 육아는 ‘행복한 육아’로 바뀔 수 있습니다.
육아의 행복감을 누린 평화로운 부모에게서 자연스럽게 자란 자녀는 유년기의 인권인 ‘놀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아 인성과 창의성의 토대가 단단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해도 제 구상안대로 ‘인생 작품’을 주도적으로 펼칠 수 있습니다. 더 촘촘해지는 초연결 사회망이 사람다움의 기본가치를 뒤흔들어도 이들은 자아정체감을 지니고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끝으로 이 책이 일상에서 얼핏 볼 때 ‘문제’로 여기기 쉬운, 본문에 소개된 사례와 비슷한 상황을 교육적으로 지혜롭게 대처할 ‘육아 본능’을 회복하는 데 자극제가 되길 바랍니다. 더욱이 가정경제를 휘청거리게 하고 아이를 괴롭히는 온갖 종류의 사교육과 한국 육아의 고질병인 ‘엄친아’의 비교 잣대를 과감하게 내려놓는 용기를 얻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2017년 1월 목천에서
이정희
엄마에게
사랑하는 엄마! 내 눈물을 닦아주세요. 내가 세상의 빛을 본 지 이제 10개월째 접어들었습니다. 지난주 할머니 생신 모임에서 엄마, 아빠가 할아버지와 돌잔치 장소를 의논하시더군요. 그런데 내겐 더 다급한 일이 생겼어요.
엄마와 나 사이를 교묘하게 갈라놓는 방해물이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참기 힘든 아픔이 가슴과 머리, 뼛속까지 스며들고 있어요. 그동안 울음으로 하소연해도 소용이 없어서, 오늘은 엄마의 카카오톡을 두드려 봅니다. 지난번 외출에서 만난 산후조리원 친구들도 모조리 똑같은 상황이에요. 그 엄마들에게도 이 사연을 꼭 전해주세요.
하늘의 섭리일까요? 귀하디귀한 인연의 선물. 엄마, 아빠의 첫딸로 태어나게 되어서 참 고마워요! 특히 엄마 곁에 있으면 늘 기분이 좋아요. 엄마는 부드럽고 따스해요. 엄마 냄새도 참 좋아요. 그 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니까요.
엄마가 나를 사랑스럽게 쳐다봐줄 때, 나도 엄마를 쳐다봅니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하며 아주 깊숙이 바라봅니다. ‘너는 누구니?’ 엄마가 눈으로 물으면, 나 역시 엄마에게 질문해요. ‘엄마! 당신은 누구세요?’ 이렇게 우리는 눈빛으로 말하며 서로 알아가고 있죠. 가족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해요.
엄마, 엄마, 엄마! 나를 쳐다보고 있나요? 나는 여기 있어요! 엄마, 나랑 같이 있는 것 맞아요? 요즘 들어 엄마가 너무 멀리 있어요. 엄마, 엄마는 어디에 있나요? 나는 눈으로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엄마가 나를 쳐다보긴 하는데 부재중으로 느껴져요.
엄마는 나랑 말하는 대신 누군가와 말하기를 멈추지 않고 있네요. 그럴 때 나는 마구 울어버립니다. 그러면 엄마는 한 손으로 나를 쓰다듬고 달래주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여전히 엄마 귀에 네모난 그것을 대고 다른 사람과 알 수 없는 말을 계속합니다.
엄마가 나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러 나갈 때 참 기쁩니다. 바깥 공기는 정말 신선해서 기분이 좋아요. 가끔 엄마가 저에게 눈을 맞추며 천사처럼 웃어주시면 행복해요. 그런데 어느새 엄마는 한 손으로 유모차를 밀고 다른 손에 들려있는 그것에 빠져버립니다. 그럴 때 나는 또 칭얼대요. 엄마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죠.
내 울음이 너무 약한가요? 엄마 손에 들려있는 그 야릇한 물건을 밀쳐낼 수가 없어요. 결국 그게 내 존재보다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엄마를 빼앗겼네요. 비인간적인 것이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엄마가 내 곁에 있지만, 당신은 나를 무척 자주 혼자 있게 만듭니다. 엄마! 겨우 잠깐 나를 쳐다봐주시는 거예요? 내가 엄마에게 그다지 소중하지 않다는 뜻인가요?
정말 그렇다면 나는 생존을 위해 깊은 내면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더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나를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서 숨는 거예요. 엄마! 나는 이제 완전히 멀리 떠나요. 엄마가 내 시선을 보면, 아마 내가 어디에 가있는지 알 수 있겠죠. 내 안으로 들어가 있으면, 아픔이 조금 덜해집니다.
엄마, 언제 나를 당신 곁으로 다시 데려가주실래요? 그때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요! 내가 더 커버리면, 당신 곁으로 데려가기 더 어렵고 오래 걸릴 거예요. 어쩌면 깊은 만남의 기회는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어요!
엄마를 사랑하는 아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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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이 지나면, 또 어떤 양육법이 유행할지 모르죠. 전문가가 쓴 육아서도 많고 양육방식도 각기 다른 데다 아이 발달에 좋다는 육아용품도 넘쳐나서 선택하기 어렵고 어리둥절합니다. 아이 키우는 게 고시공부만큼 어려워요. 게다가 몇 년 후 학교에 보낼 생각을 하면 지금부터 아찔합니다. 세 아이 교육 때문에 작년에 해외로 이민을 떠난 고향 친구가 과감하단 생각이 들고 부럽습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학교교육의 성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표를 추구하는 분위기에서 자식은 부모에게 심리적인 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녀교육 열풍이 우리 사회의 변화무쌍한 육아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영유아기부터 다가올 학교교육의 성공을 염두에 두고 양육을 시도하는 것은 교육열을 넘어 대단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공부 경쟁을 고려하여 양육 스타일을 정하는 것은 아이를 심약하게 만들고 내면의 힘을 약화하는 지름길입니다.
소중한 내 아이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양육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육아정보를 찾기보다 ‘어떻게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교육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시급한 시대입니다. 아이를 진정 사랑하는 부모라면 최신 육아 트렌드를 무턱대고 쫓거나 소위 교육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의 조언에 휘둘리는 대신, 육아의 본질을 파악하여 내 아이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자녀의 본성을 이해하려면 따뜻한 눈으로 아이를 관찰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양육에 주력하세요.
육아는 주 양육자인 부모의 내적 자세에서 출발합니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양육방식을 결정하고, 부모가 바라는 대로 아이를 만들려는 노력은 위험합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실제 필요한 것은 매우 단순합니다. 바로 생존을 위한 ‘일상의 돌봄’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가 가장 기본적인 것에 소홀합니다.
육아의 질을 결정하는 다음 네 가지 요소는 발도르프 영유아교육학에서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헝가리 소아과 여의사로 세계 영아보육학의 기초를 만든 에미 피클러(Emmi Pikler, 1902~1984)가 말하는 아이와 신뢰 쌓기 양육법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이것은 건강한 육아법을 찾는 부모라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항으로 일상생활에서 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째, 아이에게는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온기가 필요합니다.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 자랄 때 따스한 보호막에 둘러싸여 최적의 상태를 경험하고 탄생합니다. 갓 태어난 생명체는 출생 전 경험을 바탕으로 엄마와의 친밀한 관계를 무의식적으로 요구합니다. 양수 안에 들어있는 페로몬 물질이 아기 뇌에 이미 각인되어 엄마의 호르몬 향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엄마 냄새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끼고 엄마 품 안에서 최고의 안정감을 얻습니다. 모유 수유는 엄마와 아기가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 가장 효과적입니다. 아이의 기본 욕구는 엄마뿐 아니라 주변 어른 모두에게서 채워져야 합니다. 아기는 자신의 기대가 충족될 때, 방끗 웃는 미소로 반응합니다.
둘째, 어른의 손길과 눈길은 따스한 무언의 언어입니다.
어린아이는 일상의 돌봄에서 양육자로부터 사랑받고 보호받고 있는지 본능적으로 확인합니다. 하루에 몇 번씩 아기 기저귀를 바꿔줄 때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하기 쉽습니다. 특히 바쁠 때는 손동작에 서두르는 마음이 담기고 거칠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기저귀를 갈고 몸을 씻기는 동안 어른 관점에서 목표를 향해 빠른 속도로 ‘일 처리’를 하면 아이가 쾌적함을 느끼기 어렵고, 불안함과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질 높은 돌봄은 서두르지 않고 돌보는 행동에 집중하며 아이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낼 때 가능합니다.
셋째, 다정한 말씨로 대화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생후 2년까지 어린아이의 말은 유창하지 않지만, 일상의 돌봄에서 아이와의 대화는 중요합니다. 엄마가 다정하게 말을 걸면 아이도 다정하게 반응하며 안정감을 느낍니다. 기저귀를 바꾸고 옷을 입히거나 물을 먹일 때, 아기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면서 부드러운 말씨로 엄마가 어떤 행동을 하려는지 말하고 잠깐 기다려 줍니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의 표정과 몸짓, 분위기에서 엄마의 의도를 감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며 ‘협조적’으로 반응합니다. 즉, 몸에 힘을 주어 버둥대거나 울지 않으며, 일련의 동작을 알아차리고 엄마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깁니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는 엄마와 긴밀한 관계가 되어 편안함과 신뢰감을 느끼게 됩니다.
넷째, 여유로운 몸짓을 위해 조용한 발길을 유지해야 합니다.
영아가 누워있는 공간에서 어른의 행동은 천천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분주한 분위기는 몸짓 가운데서도 발길로 많이 표현됩니다. 분주함과 서두름은 사람의 마음을 재촉해서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빠른 발걸음과 몸동작은 공기의 흐름을 빨라지게 해서 신생아가 지구의 리듬에 적응해가는 데 방해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내적 안정감을 위해 자신의 몸동작에 순간순간 주의하며, 내면의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걷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육아의 왕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명한 부모는 내 아이의 이상적 발달을 위해 양육의 정도를 지켜나갑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육아의 본질 찾기입니다. 육아의 본질은 아이의 생존 욕구, 즉 관계 맺기에서 출발하는데 그것은 부모의 사랑을 토대로 한 사소한 일상에 스며있습니다.
부모가 욕심을 버리고 서두르지 않을 때 행복한 양육이 가능합니다. 특히 젊은 부모는 아이의 신체 발달뿐 아니라 지적 발달과 정서 발달이 빠르게 이루어지도록 다양한 자극을 주려고 시도합니다. 특정한 양육방식에 따라 영유아 발달이 한쪽으로 치우쳐 ‘웃자라기’가 생기면, 아이가 타고난 재능과 역량을 펼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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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세 돌을 맞이하는 셋째 늦둥이 딸은 육아의 ‘황금 원칙’을 적용해 성공한 사례라고 장담합니다! 첫아들은 시어머님이, 연년생 둘째 아들은 친정엄마가 능숙한 실력으로 키워주셨죠. 40세가 넘어 여섯 살 터울로 셋째를 노산한 뒤로는 더 기댈 곳이 없어서 육아 휴직에 이어 사직서를 제출했답니다. 그리고 때늦은 육아 체험의 장으로 뛰어들었어요.
그즈음 <존중과 협력의 육아법>이라는 제목의 국제 특강이 눈에 들어왔어요. 수업 내용 중에서 생활 수칙의 첫걸음이 이색적이었죠. ‘엄마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행동하면, 아이가 엄마에게 협력하기 때문에 육아 시간이 절약된다’는 역설적 표현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두 아이의 양육을 시댁과 친정에 부탁했지만 직장맘으로서 육아서는 정말 많이 읽었는데, 이런 육아법은 처음 들었거든요. 특강의 핵심을 이해하고 기저귀 갈기, 옷 갈아입히기, 씻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