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쏟아진 찬사
많이 받는 요청 중 하나가 도서 추천이다. 이 요청은 사실 난감한데, 개인의 투자성향과 실력에 따라 읽어야 할 책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치투자의 비밀》은 꼭 빼놓지 않고 거론하는 도서이다. 이미 성공한 투자자라면 초심을 되새길 수 있고, 아예 투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집어들 수 있을 만큼 얇은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은 말을 복잡하게 하고, 많이 하기도 하지만, 《가치투자의 비밀》은 명료하다. 투자의 정수는 ‘그레이엄과 도드 마을’ 이래 바뀐 적이 없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이 책으로 올바른 투자를 시작하기를 권한다.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 《부자들은 이런 주식을 삽니다》 저자
《가치투자의 비밀》은 가치투자의 효용성을 수십 년간 몸소 보여준 대가의 책인 만큼 쉬우면서도 깊이가 남다르다. 이 책은 내가 투자하다 심리적으로 힘든 날이면 항상 찾는 책으로, 그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내 실수가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정채진, 투자 전문가, 《코로나 투자 전쟁》 저자
가치주 펀드 ‘트위디, 브라운’은 살아 있는 가치투자의 역사다. 가치투자의 창시자 벤저민 그레이엄과 그의 제자들로 워런 버핏, 월터 슐로스, 톰 냅 등 지금은 전설이 된 투자자들이 이 회사와 어떤 식으로든 인연을 맺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어려서부터 이들의 투자 철학을 보며 성장했다. 브라운은 대가를 따라 하면서 스스로 대가가 됐다. 아마도 투자가로서 이보다 좋은 배경을 가진 인물은 없을 것이다. 가치투자의 역사와 투자 방법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
워런 버핏이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면 한국어판 출간에 누구보다 기뻐했을 것 같다. 이 책은 가치투자의 복음을 설파하는 데 빠져서는 안 되는 필독서인 까닭이다. 그래서 한글을 읽을 줄 아는 독자에게는 큰 행운이다. 두고두고 되씹어도 좋은 가치투자의 정수와 경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실제 사례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두꺼운 분량 때문에 겁부터 먹게 만드는 다른 책과는 달리 적은 분량에 알찬 내용을 담았다는 점 역시 ‘가치투자’의 모범 사례라 해도 좋을 법하다. 일독을 권한다.
김재영, 아이투자 대표, 《주식부자들의 투자습관》 저자
가치투자의 대가들로 야구팀을 꾸린다면 워런 버핏은 결정적인 한 방을 치는 4번 타자쯤 되겠다. 존 네프는 번트를 대서라도 출루하는 1번 타자가 어울린다. 피터 린치는 화려한 몸동작을 보이는 유격수가 제격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아마도 정통파 우완투수가 아닐까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가르쳐준 투자법을 변형 없이 21세기인 지금까지도 고집스레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화려하진 않지만 정통파 가치투자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공동대표
진리는 결코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다. 손만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도 항상 존재한다. 진리는 곧 상식이기 때문이다. 가치투자도 이러한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그 궤를 달리한다.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적자嫡子라 할 수 있는 전설적인 자산운용사 ‘트위디, 브라운’은 이러한 철학을 몸으로 실천해 왔다. 이제 이러한 철학을 현존하는 최고 가치투자자 중의 하나인 크리스토퍼 브라운의 눈을 통해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은 더없는 기쁨이라 말할 수 있다.
극히 상식적이면서도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지루한 방식의 이러한 투자기법이야말로 시장의 비합리성을 산산조각 낼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
The Little Book of Value Investing by Christopher H. Browne and
Roger Lowenstein Copyright Ⓒ 2006 by John Wiley & Sons, Inc.
Indianapolis, Indiana All rights reserved. This translation under license with
the original publisher John Wiley & Sons.
Korean translation rights arranged with John Wiley & Sons International Rights, Inc., USA
through Danny Hong Agency, Korea.
Korean edition copyright © 2007 by Next Wave Media Co., Ltd.
이 책의 한국어판 저작권은 대니홍 에이전시를 통한 저작권사와의 독점 계약으로 흐름출판에 있습니다. 신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투자 고수들이 추천하는
최고의 주식투자 입문서
—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
이 책을 처음 만난 때가 기억난다. 아마도 2006년인 듯하다. 당시 가끔 할 일이 없을 때면 심심풀이 삼아 아마존에 들어가 미국의 투자 관련 서적을 훑어보곤 했다. 눈에 딱 들어온 건 와일리 출판사의 ‘작은 책A little book’ 시리즈였다. 와일리는 투자 분야의 고전에 속하는 타이틀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출판사였는데, 이런 곳에서 새로운 시리즈를 출간했다는 점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기획 의도도 멋졌다. 투자 세계에서 활동하는 여러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에게 쉽게 읽힐 수 있는 책을 작은 형태로 만들겠다는 것. 필자 라인업을 보니 한마디로 빵빵했다. 이 시리즈의 앞에 등장한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토퍼 브라운이다. 한번 생각해 보라. 만일 당신이 출판사의 기획자인데 새로운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면, 특히 첫 번째와 두 번째 책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겠는가. 초반에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어야만 독자들의 주의를 계속 붙잡아둘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크리스토퍼 브라운을 그냥 유명한 펀드매니저 중 한 명쯤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시리즈의 앞자리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의아했던 나는 크리스토퍼 브라운이 일하고 있는 투자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고, 구글 검색을 통해서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검색하면서 개인적으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가 몸담았던 ‘트위디, 브라운’은 조금 유명한 회사 정도가 아니라 가치투자 계보에서 레전드 중에 레전드인 회사였던 것이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이 회사가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모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였다는 점이다. 가치투자의 창시자 벤저민 그레이엄과 직접 인연을 맺은 인물 중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투자하는 공모 펀드를 운용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버핏은 투자 조합을 청산한 후 버크셔 해서웨이를 경영했을 뿐 일반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는 비즈니스는 하지 않았다. 소액 투자자들도 가입 가능한 공모 펀드를 운용한 대표적인 회사는 ‘트위디, 브라운’과 ‘세쿼이어’ 정도일 것이다.
‘트위디, 브라운’은 원래 주식, 채권, 선물 등의 거래를 중개하던 회사였는데, 그레이엄 뉴먼 투자회사에서 일했던 톰 냅이 합류하면서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회사로 그 성격을 바꾸었다. 세쿼이어 펀드는 워런 버핏이 1969년 자신의 투자조합을 해산할 때, 계속 투자를 원하는 이들에게 빌 루안을 소개하면서 만들어진 펀드다. 빌 루안은 버핏과 함께 컬럼비아 대학에서 벤저민 그레이엄과 데이비드 도스 교수의 증권 분석 강좌를 들었던 인물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를 두고 ‘버핏의 뉴욕 대변인’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버핏과 가까운 인물이었고, 한때 세쿼이어 펀드의 최대 보유 종목이 버크셔 해서웨이이기도 했다(참고로 그레이엄으로부터 시작된 가치투자의 계보와 철학에 대해 더 궁금한 이들은 1984년 버핏이 자신의 스승 그레이엄이 쓴 《증권 분석》 출간 50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발표한 《그레이엄-도드 마을의 슈퍼 투자자들The Superinvestors of Graham-and-Doddsville》을 읽어보길 바란다).
이 회사의 펀드를 한국에서도 가입할 수 있었다면 서슴지 않고 가입했을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책이라도 기획하고 싶었다. 게다가 다른 유명 투자자들과 달리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책을 출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첫 책이었다. 책을 써본 사람은 알 것이다. 첫 책에 얼마나 많은 열정과 노력과 영혼을 갈아(?) 넣는지를….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가치투자 회사의 최고투자책임자이자 레전드인 사람의 책을 기획한다는 것은 책쟁이로서는 꽤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흐름출판 측에 제안을 했다. ‘와일리에서 작은 책 시리즈를 시작했는데, 그 구성이 훌륭하다. 게다가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그 유명세에 비해 책을 쓴 적이 없으니 빨리 판권을 사서 출간하자.’ 기억으론 이런 얘기를 주절거리며 흐름출판의 유정연 사장을 졸랐던 것 같다. 그런 인연으로 와일리의 작은 책 시리즈 타이틀 중 하나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게 되었다.
책을 출간한 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간혹 주위의 투자 고수들과 책 얘기를 할 때가 있는데, 의외로 이 책을 추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추천의 이유 중 가장 많은 경우를 차지하는 것은 ‘가치투자 입문서’로서 제격이라는 것이었다. 내용도 좋지만 분량도 적어서 투자의 핵심을 이해하는 데 이만한 책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다. 나 역시 이런 생각에 적극 동의한다.
입문서라 하면 모름지기 일단 독자들을 질리게 해서는 안 된다. 딱딱한 용어, 베개 정도의 두께, 빽빽한 작은 글씨가 합쳐지면 책을 펼치기도 전에 숨이 막힌다. 입문서는 반대여야 좋다. 우선 읽기 편안해야 하는데 편안함을 넘어 만만해 보이면 더 좋다. 얇을수록 만만하다. 글자도 빼곡하게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이런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입문서로서의 가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내용이 충실해야 한다. 쉬운 문장 속에 깊이와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 더욱이 투자 분야는 경험의 기록이 중요하다. 투자는 평론의 세계가 아니라 실전의 세계이다. 직접 투자를 해서 돈을 벌고 잃어보지 않은 사람이 발을 붙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주식은 더하다. 자신의 투자 성적표를 숫자로 보여줄 수 없는 사람은 거짓 허풍쟁이에 불과할 뿐이다(나는 기자 시절, 유명 거짓 허풍쟁이 베스트셀러 저자들을 많이 만나봤다. 때론 미래의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보다는 그 사람이 기록한 과거 숫자만 믿어야 할 때가 있다. 주식투자의 세계가 그렇다).
결국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해설, 가독성 있는 문장, 적절한 책의 두께, 깊이 있는 철학, 자신의 경험 등이 어우러져야 완벽에 가까운 입문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누군가 내게 이 책이 그런 자격을 갖추었느냐는 질문을 한다면,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한 가지 더 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다른 일류 투자가들의 에피소드와 주식 관련 데이터이다. 저가주 사냥꾼 월터 슐로스,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 설명이 필요 없는 워런 버핏, 현대증권 분석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 등의 일화나 주장들이 간간히 등장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여기에 단기투자로 왜 성공하기 어려운지, 주식을 싸게 사는 왜 중요한 것인지, 주가 예측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게다가 허망한 것인지를 증거 하는 데이터가 풍부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런 데이터만 찾아보더라도 정말 책값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시장 앞에 겸손하지 않으면, 주가 폭락이란 재난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게 투자의 운명인 것 같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지난날의 실수를 되짚어보는 반성을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반성의 시간 내내 벤저민 그레이엄이 《현명한 투자자》의 마지막에 쓴 문장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만족할 만한 성과를 성취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쉽고,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것은 보기보다는 어렵다.”
보기보다 어려운 탁월한 성과를 내는 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크리스토퍼 브라운 책을 우리나라에 소개한 한 개인 투자자의 바람이다.
37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가 가치투자에 대한 철학을 정립해가며 성공적으로 투자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준 스승들, 동료들, 그리고 친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나는 1969년 6월에 아버지의 사무실을 방문하면서 투자 산업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그때 나는 집에 돌아갈 기차표 값 5달러를 빌리기 위해 트위디, 브라운&냅Tweedy, Browne, and Knapp으로 아버지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파트너 에드 앤더슨Ed Anderson을 만났다. 그는 나에게 가치투자의 개략적인 내용을 설명한 뒤 내게 여름방학 동안 트위디, 브라운&냅에서 일할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난 지금까지 ‘트위디, 브라운’에 몸담고 있다. 에드는 나에게 가치투자가 무엇인지, 또 가치투자는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주었다.
톰 냅Tom Knapp 그리고 나의 아버지에게 머리 숙여 감사한다. 두 사람은 투자의 세계에 막 입문한 나에게 새로운 투자기회를 발굴하고 직접 종목을 고를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해주었다. 두 명의 파트너, 존 스피어스John Spears와 내 동생 윌 브라운Will Browne에게도 감사한다. 그들과 거의 30년간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우리 회사는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성공해올 수 있었다. 우리 회사의 새로운 파트너 밥 위코프Bob Wyckoff와 톰 슈레이저Tom Shrager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새로운 파트너라고 소개했지만 그들과 함께 일한 지도 벌써 15년이 넘는다. 에드와 톰, 그리고 나의 아버지가 만들어온 겸손과 성실의 문화는 우리 세대로 이어져 계속 유지되고 있다. 사실 파트너들끼리 특별한 갈등 없이 동업자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지 않은가?
우리 회사에는 좀 더 쉽게 가치투자의 원칙에 따라 성공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펀드매니저들을 도와주는 우수한 애널리스트들이 있다. 나는 ‘트위디, 브라운’을 가치투자의 바티칸시국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에 교황은 없지만 우수한 추기경과 주교는 많다.
나는 투자 산업에서 일하며 뛰어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누렸다는 점에 대해서도 감사한다. 그들이 나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하다.
뛰어난 가치투자자 월터 슐로스Walter Schloss는 1954년부터 ‘트위디, 브라운’ 사무실 한쪽에 책상 하나를 놓고 펀드 운용을 시작했다. 그리고 89세가 되자 투자의 세계에서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 되었다. 밀러, 앤더슨&셰라드Miller, Anderson and Sherrard의 창업자인 폴 F. 밀러Paul F. Miller와 오크트리 캐피털Oaktree Capital의 하워드 막스Howard Marks, 그리고 뛰어난 투자분석과 식견으로 언제나 나의 판단을 예리하게 다듬어줬던 바이런 위언Byron Wien에게 특별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 그리고 8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는 마티 휘트먼Marty Whitman과 진정한 가치투자자로 활동하다 지난해 아쉽게 은퇴한 장-마리 이베이야르Jean-Marie Eveillard도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인물이다.
가치투자는 스트레스 없이 실천하고 성공할 수 있는 투자방법이다. 나도 아마 90세나 되어서야 은퇴를 고려할 것이다. 물론 100세가 되어서도 투자에 대한 통찰력이 전혀 녹슬지 않은 어빙 칸Irving Kahn과 같은 인물도 있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회사의 고객이자 나의 친구인 팀 멜빈에게 깊이 감사한다. 팀이 글쓰기를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이 책은 결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트위디, 브라운’에서 일해왔다. 그러나 내가 쓴 이 책이 반드시 ‘트위디, 브라운’의 투자철학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 책에 투자에 대한 나의 개인적이고 솔직한 생각들까지 모두 담았다.
내가 처음에 폴로론 프로덕츠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아버지는 1960년대 초 나에게 폴로론 주식 400주를 사주셨다. 난 폴로론이란 회사가 뭘 하는 회사인지, 뭘 만들어 파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난 매일 아침마다 주가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통신기술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신문을 통해 그 전날 주식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난 폴로론의 주가가 8분의 1달러만 올라도 내 전체 재산이 50달러나 늘어난다는 사실이 매우 경이로웠다. 물론 폴로론의 주가는 오르는 만큼 떨어질 때도 많았다. 난 주가가 오를 땐 잠시 흥분을 느꼈지만 주가가 떨어질 땐 무시해버렸다. 그건 그저 종이에 적힌 숫자일 뿐이니 말이다.
난 아버지에게 주가가 왜 오르는지 물어봤다. 아버지는 그럴 듯하게 대답해주셨지만 난 일부밖에 이해할 수 없었다. 폴로론은 사업을 한다. 음, 이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폴로론이 하는 사업에서 이익이 많이 날수록 사람들은 더 비싼 가격에 폴로론의 주식을 사려 한다. 나의 이해력은 이 부분에서 막혀버렸다. 폴로론이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은 좋다. 하지만 폴로론의 이익이 주식으로 ‘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아침마다 꼬박꼬박 챙겨 봤던 신문의 주가 시세표와 폴로론의 회사 금고에 쌓인 돈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내가 이런 의문을 제기하자 아버지는 기업의 이익이 많아지면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나눠줄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기업의 이익이 많아질수록 주주들이 받을 수 있는 배당금도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이롭다는 말이다. 그래도 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배당금을 얼마나 줄지는 전적으로 폴로론이 결정한다. 폴로론은 나와 같은 주주들, 당시 나와 비슷한 청소년일 것이라고 추측했던 그런 주주들에게 아무것도 줄 필요가 없다. 따라서 나는 주가가 기업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주식시장의 이상한 특징이라고 결론지어버렸다.
결국 나는 주식시장이란 관례화된 금융규정들로 이뤄진 응원단 같은 것이라고 이해했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사람들이 폴로론의 미래 이익전망에 따라 내가 가진 폴로론 주식 400주의 가격을 결정짓고 나는 그저 거기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폴로론 주식을 팔았다고 나에게 말했는지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그러나 어느 날 판 것만은 틀림없다. 어쨌든 나는 그 400주가 이제 나의 400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고 폴로론은 더 이상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이 경험으로 나는 특별한 사고방식을 갖게 됐다. 폴로론 주식으로 돈을 번 것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 한때 폴로론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나는 투자에 관한 어떤 기질을 갖게 됐다. 이 기질은 내가 직접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을 때는 물론이고 주식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도 나의 내면 깊이 뿌리 박혀 있었다.
흔히들 주가란 세상 모든 종류의 관심사에 의해 움직인다고 한다. 전쟁과 평화, 정치, 경제, 주식시장의 추세 등. 그러나 내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신조는 주식이란 기업 근간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가치투자에 대해 감탄스러울 정도로 잘 정리해놓은 크리스토퍼 브라운의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던 것도 아버지가 나에게 가르쳐준 이러한 교훈이었다. 스포츠 구단에 관한 한 우리는 대개 아버지가 좋아하는 구단을 그대로 따르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경제관에 있어서도 부모님이 가진 생각이나 선입관, 편견을 자연스럽게 따르게 된다. 우리가 처음으로 얻는 경제지식은 대개 가족, 특히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부터 듣고 배운 것이다(우리 세대의 경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은 대개 아버지였다). 온갖 지식을 쉽게 흡수하는 어린 시절, 가족으로부터 배운 경제지식은 평생토록 잠재의식에 남아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을 쓴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이런 점에서 커다란 행운을 누렸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어떠한 투자혈통을 타고났는지 살짝 밝히고 있다. 그의 아버지 하워드 브라운은 저자 자신이 오랫동안 일해온 ‘트위디, 브라운&레일리’의 창립 멤버로 주식 중개인으로 활동했다. 하워드 브라운, 즉 아버지 브라운을 주식 중개인이라고 소개하긴 했지만 ‘트위디, 브라운&레일리’의 창업 세대를 그저 ‘주식 중개인’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그들은 ‘중개인’이란 포괄적인 단어로 설명하기엔 너무나 독특했다. 그들은 거래가 거의 없어 시장을 형성하기 어려운 작은 기업들의 주식매매를 중개했다. 그들은 거래가 부진한 주식을 팔고자 하는 사람들과 사고자 하는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일을 했는데 이는 당시 미국 뉴욕의 투자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에서조차 매우 특이한 일이었다. 그들의 고객은 주식시장의 움직임보다 기업의 내재된 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트위디, 브라운&레일리’가 취급하던 주식들이 거래가 부진해 사실상 시장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트위디, 브라운&레일리’ 설립 초기 주요 고객 중 하나는 가치투자의 원칙을 체계화한 선구적인 교수이자 금융 저술가이며 펀드매니저인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이었다.
그레이엄은 가치투자의 개념을 정립한 인물이다. 그가 가르친 제자들이 그의 투자철학을 실천에 옮기면서 가치투자의 계보가 시작됐다. 수는 적지만 매우 헌신적인 가치투자자 그룹 가운데 ‘트위디, 브라운&레일리’는 사실상 가치투자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을 입지를 초기에 구축했다. ‘트위디, 브라운&레일리’는 그레이엄의 사무실과 매우 가까운 월스트리트 52번가에 자리하고 있었다(그레이엄의 조언을 얻고 그의 주문을 받아 매매를 중개하기에 더없이 좋은 위치였을 것이다). ‘트위디, 브라운&레일리’는 주식 중개 회사로 출발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산운용사로 변신했다. 가치주 매매를 중개하다 자연스레 그레이엄의 분석기법을 활용해 직접 투자에 나선 것이다.
가치투자를 실천하는 것이 언제나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가치투자가 무엇인지 설명하기는 매우 쉽다. 가치투자란 주식을 내재가치보다 싸게 사는 것을 말한다. 즉 주식시장 표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사건들과 관계없이 기업의 근간을 구성하는 가치에 근거해 주식을 사는 것을 말한다.(이익에 근거해 폴로론 주식의 가격을 올렸던 신비로운 사람들을 기억하는가?)
주식투자란 가격과 가치에 관한 게임이다. 사고 싶은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사는 것이 바로 주식투자다. 그러니까 가치투자자들이 주가가 많이 떨어져 저렴해진 주식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가치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를 때 흥분하는 모멘텀 투자자와는 정반대다. 모멘텀이란 시장의 관성, 즉 시장이 움직여가는 추세를 말한다. 모멘텀 투자자는 시장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그 추세에 따라 움직인다. 주가가 낮은 주식이 아니라 주식시장이 오를 때 오르는 주식을 사는 사람들이 모멘텀 투자자들이다. 반면에 가치투자자인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쇠고기 등심을 사는 것처럼 주식을 사라”고 말한다. 가능하면 할인된 가격에 쇠고기를 사려는 것처럼 주식도 “할인하고 있을 때 사라”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토퍼 브라운의 아버지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자. 그에 대해서 아직 할 얘기가 좀 남아 있다. 아버지 브라운이 취급했던 주식 중 하나는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던 미국 뉴잉글랜드의 섬유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였다. 이 주식은 그레이엄이 1950년대 말에 사려 했다가 결국 사지 않기로 했던 주식이다. 그러나 그레이엄이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교수로 활동할 때 가르쳤던 학생이며 투자회사에서도 데리고 일하기도 했던 워런 버핏Warren Buffet도 이 주식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미국의 섬유산업이 점점 쇠퇴해가면서 버크셔 주가는 하락세를 계속하고 있었다.
1950년대 초에 그레이엄은 은퇴했고 버핏은 독립했다. 그리고 버핏은 버크셔 주식을 샀다. 아들 브라운에 따르면 “버핏이 오늘날 소유하고 있는 버크셔 주식 대부분”을 샀던 사람은 다름 아닌 ‘트위디, 브라운&레일리’에서 주식매매를 중개하던 그의 아버지였다. 이 세상에 버크셔만큼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좋은 주식으로 드러난 경우도 없을 것이다. 버핏이 처음 버크셔 주식을 사기 시작했을 때 주가는 채 8달러가 안 됐다. 몇 년 후 버핏이 버크셔 경영진을 교체하고 회사를 구조조정하자 주가가 18달러로 뛰어올랐다. 오늘날 버크셔 주가는 1주가 무려 9만 달러에 달한다. 이 책을 지은 브라운의 투자혈통은 그레이엄과 그의 제자인 버핏과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레이엄과 버핏은 물론이고 ‘트위디, 브라운&레일리’를 포함한 수많은 그레이엄의 제자들이 주식투자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렇다면 의문이 하나 생긴다. 가치투자가 그렇게 효과적이라면 왜 가치투자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적은 것일까? 가치투자는 지난 70년 이상 지속적으로 놀랄 만한 효과를 발휘해왔다. 그런데 왜 투자자들은 이렇게 좋은 투자법을 활용하지 않는 것일까?
투자자들은 매우 조급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조급증은 불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안은 어린 시절 내가 처음으로 주식을 갖게 됐을 때 씨름했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의 주가가 매우 싸다고 가정해보자. 가치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살 만한 주식이다. 하지만 그 주식이 계속 싼 상태로 남아 있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언젠가는 주가가 그 기업의 내재가치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왜 결국 이익일 수밖에 없느냐는 의문과 연관돼 있다.
미국의 상원의원이었던 J. 윌리엄 풀브라이트도 1950년대 중반에 그레이엄이 주식시장에 대해 증언할 때 그런 질문을 던졌다. 그때 그레이엄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의문입니다. 다만 오랜 경험을 통해 주식시장이 결국에는 기업의 가치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뿐입니다.”
이 문제는 주식시장의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오늘날에는 더 이상 수수께끼가 아니다. 현재 주식시장 주변에는 기업의 매출액과 이익, 현금흐름, 또 온갖 종류의 다른 사업지표를 동원해 어떤 주식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분석하고 평가하는 사람들(나 같은 사람도 여기에 포함된다.)이 득실거린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이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돼 거래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날카로운 분석력을 지닌 어떤 사람이 이 기업의 이익이 지닌 가치를 알아채고 주식을 사려 할 것이다. 기업이 지닌 가치는 이런 식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주가를 떠받치는 지지대 역할을 한다. 가치투자자들이 저평가된 주식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치투자는 왜 아직도 주식투자의 주류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걸까? 브라운은 대다수 투자자들이 가진 성급한 기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은 변화무쌍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저평가된 주식이 시장의 주목을 끌어 마침내 제값을 받게 되기까지 일주일이 걸릴지, 한 달이 걸릴지, 일 년이 걸릴지, 혹은 그 이상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도무지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 인내심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은 빨리 수익을 내고 싶어 한다. 경쟁자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로부터 빨리 인정받기를 원한다.
가치투자는 이렇게 훌륭한데 가치투자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적을까 고민할 필요는 전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조급해하며 인내하지 못하는 덕분에 소수의 가치투자자를 위한 투자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구체적인 가치투자 방법을 제시해주는 정말 드문 책이다. 존경해 마지않는 독자들이여, 이를 받아들일지 거부할지는 오로지 여러분 자신에게 달려 있다.
로저 로웬스타인Roger Lowenstein
기자 출신의 경제 전문 저술가. 10년간 미국 최고의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로 활동하면서 주식시장에 관한 칼럼을 고정적으로 썼다. 현재는 투자 전문 잡지 《스마트머니》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뉴욕 타임스》에 기고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버핏(Buffet: The Making of an American Capitalist)》, 《천재들의 실패》, 《버블의 기원》 등이 있다.
일러두기
- 이 책은 2007년에 출간된 것으로 일부 내용이 현재 상황과 다소 다를 수 있음을 밝혀둡니다.
- 각주는 모두 번역자의 주임을 밝힙니다.
당신은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투자를 잘하기 위해 특별히 똑똑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부를 늘리는 방법으로 주식투자를 선택하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늘어났지만 그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우고 이해하는 데 시간을 쓰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내 생각에 시간을 들여 주식투자에 대해 배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주식투자에 대해 잘 알고 하는 투자는 인생에 엄청난 혜택을 안겨준다. 알고 하는 주식투자는 자녀들의 학자금을 마련해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