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친구들에게
우리가 세상을 멋지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돈, 좋은 직장, 뛰어난 재능. 여러 가지가 생각나지요. 사회 심리학자들도 이것이 꽤 궁금했나 봐요. 행복한 삶에 대한 연구를 해 보았답니다. 그 결과 행복한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이것을 꼽았답니다. 바로 ‘좋은 관계’예요. 다른 사람과 얼마나 좋은 관계를 맺으며, 서로 지지해 주는지가 행복한 삶의 중요한 요건인 거예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어요.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그것을 잘 실감하고 있거든요. 한번 떠올려 보세요. 친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하루를요.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나를 좋아해 주고, 그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놀다가 돌아온 하루는 어땠나요? 정말 재미있고 활기찼지요.
이번엔 그 반대인 하루를 떠올려 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나를 싫어하거나 혹은 그 친구와 싸워서 사이가 나빠진 채로 하루를 보냈다면요. 아마 그 하루는 다시 떠올리기도 싫을 만큼 좋지 않은 날로 기억되고 있을 거예요.
이처럼 우리는 친구들, 혹은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데서 커다란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낀답니다. 그런데 인간관계, 친구 관계는 우리 마음처럼 늘 잘 풀리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다른 사람과 나는 생각도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거든요. 각자 다르기 때문에 함께 있다 보면 서로 의도치 않게 부딪치는 일이 생기기도 해요. 때로는 서로의 맘에 생채기를 낼 수도 있어요. 때로는 내 맘을 몰라주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속상해지기도 해요. 그것 때문에 크게 싸우기도 하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싸우는 것, 갈등을 겪는 것 또한 인간관계, 친구 관계에서는 당연한 것이랍니다. 함께 어울리면서 갈등을 겪지 않는 사람들은 없거든요. 갈등을 겪고 다투는 것은 서로 가까워지려면 피할 수 없는 과정 중 하나예요. 사람들은 퍼즐 조각처럼 딱 맞아떨어지지 않거든요. 모두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부분이 무엇인지, 또 민감해하거나, 싫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갈등을 겪어야지만 비로소 알게 된답니다.
그렇다면 인간관계란 서로 친해지다 싸우고 멀어지면서 끝나게 될까요? 그렇지 않아요. 갈등과 다툼을 겪었다고 해서 관계가 멀어지거나 끝나지는 않는답니다. 함께 ‘사과와 화해’를 하면서 다시금 좋아지기도 하고, 전보다 더 친밀해지기도 해요.
친구와 싸웠더라도 서로 미안한 부분을 사과하고 화해한다면, 얼마든지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어요. 그렇게 한다면 오히려 갈등을 겪기 전보다 사이가 더욱 돈독해질 수도 있을 거예요. 왜냐고요? 서로 다른 점을 존중할 수 있고, 민감한 점을 알게 되어 배려할 수 있게 되니까요. 그래서 친구와는 더 단단한 우정을 쌓을 수 있게 되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과와 화해’는 인간관계, 친구 관계에서 아주 중요한 가치이자 과정이랍니다. 인간관계에 있는 갈등을 잘 다스리는 방법은 바로 이 ‘사과와 화해’를 얼마나 진심을 담아 하느냐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사과와 화해를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른들조차 사과하는 것, 화해하는 것을 어색하게 여겨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답니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어쩐지 창피하고, 화해하는 것은 왠지 유난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명심해야 해요. 사과와 화해는 친구 관계, 인간관계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요. 동화 속 주인공 아리와 유주처럼 더욱 좋은 관계를 맺어 나가기 위해 함께 용기 내 보아요.
박선희
휙.
딱!
별 기대 없이 던진 돌멩이가 목표했던 돌멩이를 명중했다. 이런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 운동 감각이 너무 없기로 알아주는 김아리인데. 피구 시합에서도 공을 던지는 족족 상대팀 사이로 날아가거나, 패스한 공에 맞고 아웃되는 김아리인데. 한 번에 목표물을 맞히다니!
“휴우.”
그래도 아리는 감탄은커녕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 한숨이다.
아까 ‘오늘 저녁 메뉴는 아리가 좋아하는 갈비찜!’이라는 엄마의 메시지를 받았는데도 전혀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평소라면 신나서 잔뜩 들떴을 텐데 말이다.
‘이래서 천근만근이라는 표현을 쓰는 거구나.’
아리는 새삼 마음이 무겁다는 표현이 무언지 실감 나게 느끼는 중이다.
“휴우.”
일곱 번째 한숨.
아리는 손바닥에 굴리던 돌멩이를 그냥 아무렇게나 던지고 스탠드에 푹 기대어 버렸다.
좀 있으면 방과 후 수업이 시작될 시간인데 좀처럼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방과 후 수업이 끝날 때까지 있을까?’
하지만 그건 썩 좋은 방법이 아니다. 미술 교실은 이번 주에 한 번 더 있다. 게다가 오며 가며 학교에서 도연이와 마주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당장 오늘만 해도 화장실에서 도연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가. 아리는 화장실 안에서 도연이 목소리를 듣고 나가지도 못하고 잠깐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 도연이 목소리가 멀어진 뒤에야 나갈 수 있었다.
“아우! 왜 하필 김도연이냐고!”
아리는 무릎 사이로 고개를 푹 수그려 넣었다. 확 가까워진 시멘트 바닥에 새침한 도연이 얼굴이 슥슥 그려졌다. 도연이 특유의 고집스럽고 당당한 눈매가 눈앞에 선했다. 아무래도 맘에 들지 않은 표정이었다.
‘아, 도연이는 지금 얼마나 기세등등해 있을까?’
“아리야!”
익숙한 목소리에 아리가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유주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아리는 힘없이 유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유주는 단숨에 내달려 아리 앞에 와 섰다.
“너 벌써 수업 다 끝났어?”
“아니이…….”
힘없이 말을 길게 끄는 아리의 목소리가 여느 때와 달랐다. 유주는 의아해하며 아리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야? 그럼 왜 여기 있어?”
“휴우.”
“너 무슨 일 있어?”
유주가 아리의 기색을 살피자 아리는 입을 쭉 내민 채 고개를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