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urosh Keshiri
나오미 클라인 Naomi Klein
캐나다 출신의 저널리스트, 베스트셀러 작가, 시민운동가. 『하퍼스』, 『롤링스톤』, 『네이션』, 『가디언』, 『뉴욕 타임스』 등에 활발하게 글을 기고하고 있다. 세계적인 슈퍼 브랜드를 통해 자본주의 세계의 이면을 해부한 데뷔작 『노 로고 No Logo』 (1999), 재난을 기회로 공공 영역을 민영화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고하는 『쇼크 독트린The Shock Doctrine』(2007)으로 세계적인 작가이자 참여 지식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침묵의봄』 이후 가장 중요한 환경서〉라는 극찬을 받은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This Changes Everything 』 (2014), 〈그린 뉴딜〉을 선구적으로 주창한 『미래가 불타고 있다 On Fire 』 (2019) 등의 저술 활동을 통해 기후 문제를 진보적 의제로 끌어올렸다. 기후 정의 조직인 〈더리프〉(TheLeap.org)의 공동 설립자이며, 2016년에는 언론과 저술 활동을 통해 인권과 평등에 기여한 공로로 시드니 평화상을 수상했다.
리베카 스테포프 Rebecca Stefoff
청소년을 위한 교양서를 전문으로 집필하는 작가. 『다윈의 종의 기원』 청소년판을 비롯해서 과학과 역사 분야의 청소년 도서 여러 권을 썼고, 로봇, 박테리아, 진화, 선도적인 여성 등 다양한 주제를 십대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표지 디자인
열린책들 정은경
뜨거워 지는 미래를
지켜만 볼 것인가
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기후 이야기
앞으로 여러분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나도, 내 아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우리 모두의 머리에 떠오르는 질문은 간단하다. 기후는 얼마나 많이, 또 얼마나 빨리 바뀔까? 우리와 미래에 태어날 세대들은 얼마나 많은 위기를 겪으며 살아가야 할까? 이 질문의 답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 본문 중에서
기후 위기는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일상과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거대한 문제입니다. 개인의 작은 실천을 넘어 변화를 이루어 내려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해야 합니다. 책을 덮었을 때 이 말이 기억에 남으면 좋겠습니다. 〈기어코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코림, 석영
청소년들에게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시급함을 알려 주기 위해 꼭 필요한 책.
━ 『학교 도서관 저널』
과학적 사실과 역사적 증거로 젊은이들이 지구를 바꾸는 일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 『학교 도서관 커넥션』
HOW TO CHANGE EVERYTHING
by NAOMI KLEIN
Copyright (C) 2020 by Naomi Klein
Korean Translation Copyright (C) 2022 by The Open Books Co.
All rights reserved.
naomiklein.org
No part of this book may be used or reproduced in any manner whatever
without written permission except in the case of brief quotations embodied
in critical articles or reviews.
Korean edition is published by arrangement with Klein Lewis Productions,
c/o Roam Agency, New York through BC Agency, Seoul.
일러두기
• 이 책의 각주는 모두 옮긴이주이다.
서문
산호초에서
어려서 나는 물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예닐곱 살 즈음엔 아버지에게서 스노클링을 배웠는데, 그때의 추억은 내 인생에서 손에 꼽히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어릴 적 나는 수줍음이 많았고 남들의 시선을 받을 때면 마음이 졸아들곤 했다. 그런데 물속에 있을 때만큼은 그런 기분에서 벗어나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바다 생명체를 가까이서 만나는 경험은 늘 경이로웠다.
바다로 헤엄쳐 들어가 산호초 가까이 다가가면 처음에는 물고기들이 쏜살같이 달아난다. 하지만 숨대롱으로 조용히 숨을 쉬면서 가만히 움직이다 보면 이삼 분쯤 지나서 물고기들이 나를 바다 풍경의 일부로 여기는 순간이 온다. 수경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오거나 내 팔에 살짝 입질을 하는 물고기도 있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내 가슴에는 꿈결같이 황홀하고 아늑한 평온이 차올랐다.
여러 해가 흐른 뒤 호주에 갈 일이 생겼을 때, 나는 네 살 난 아들 토마에게 어렸을 적 나를 황홀경으로 이끌었던 수중 체험을 하게 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밖에서 바다를 볼 때는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새롭고 다채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을 직접 보여 주고 싶었다.
마침 토마는 막 수영을 익힌 터였고, 우리 일행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 갈 계획이었다. 나도 처음 만나게 될 그곳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의 산호라는 작은 생물들이 모여서 만든 곳,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지어낸 구조물 중에 규모가 가장 큰 것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곳이었다. 그때 내 생각은 이랬다. 어쩌면 이렇게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질까!
우리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 갈 때 다큐멘터리 촬영 팀과 그곳을 연구해 온 과학자 팀과 동행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토마가 산호초를 제대로 볼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경이로운 체험의 순간만큼은 아이의 마음에 또렷이 새겨져 있었다. 아이는 말했다. 「니모를 봤어요.」 해삼도 보고, 바다거북도 보았던 것 같다.
그날 밤 숙소에서 나는 잠자리에 누운 아이에게 말했다. 「오늘은 바닷속 비밀 세계를 직접 본 날이네?」 아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짓는 더없이 행복한 표정만으로도 아이가 내 말을 이해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응, 맞아요.」 아이의 대답을 듣는 순간, 내 가슴에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이 밀려들었다. 내 아이가 드디어 이 세상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기 시작했구나. 그런데 그 아름다움은 이미 사라져 가고 있으니 이를 어쩌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내 인생 최고의 장관이었다. 그곳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다양한 생명체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다채로운 색깔을 뽐내는 산호와 물고기 사이로 바다거북과 상어가 지나갔다. 그런데 그곳은 내 인생 최대의 악몽이기도 했다. 굳이 보여 주지 않아서 토마는 몰랐겠지만 그 산호초 가운데 많은 곳이 이미 죽었거나 죽어 가고 있었다.
그곳은 한마디로 무덤이었다. 나는 기후 변화와 환경 전문 기자의 입장에서 취재차 온 터라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았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는 산호초의 대량 백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백화 현상은 수온이 높을 때 발생한다. 살아 있는 산호의 색깔이 잿빛이 어려 괴이한 느낌을 주는 흰색으로 바뀐다. 수온이 잠깐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지면 백화 현상이 사라지고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2016년 봄에는 수온이 높아져서 몇 달 동안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곳 산호초의 4분의 1이 죽어 썩어 가면서 진득한 갈색 액체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이미 죽은 곳 말고도, 이곳 산호초의 절반 이상이 수온 상승 때문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위 건강한 산호초를 품은 다채로운 색상의 바닷속 세계.
아래 수온 상승으로 백화된 산호는 수온이 다시 내려가지 않으면 마침내 죽어서 갈색으로 변한다. 산호초가 죽으면 결국에는 산호초가 지탱하는 생태계 역시 파괴된다.
태평양 수온이 얼마나 많이 올랐기에 이렇게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산호초의 떼죽음이 일어났을까? 수온이 그리 많이 오른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당시 태평양 수온은 섭씨 1도가 올라갔는데, 섭씨 1도만 올라도 산호가 버틸 수 없다. 그때 내가 보았던, 이미 죽었거나 죽어 가는 산호초의 모습은 섭씨 1도 수온 상승이 빚어낸 결과였다.
백화 현상 때문에 타격을 입는 것은 산호만이 아니다. 물고기를 비롯한 수많은 종의 생물들이 먹이나 서식지를 구할 때 산호의 덕을 본다. 또 약 10억 명의 사람들이 산호초에 의지해 살아가는 물고기를 잡아 식량과 소득을 얻으며 살아간다. 이처럼 산호초 떼죽음의 충격은 아주 멀리까지 퍼져 나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뿐 아니라, 지구상 모든 곳의 온도가 점점 더 올라가면서 많은 산호초가 죽어 가고 있다. 그리고 점점 심해지는 온난화가 우리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 책은 이런 변화를 다룰 것이다. 왜 온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지, 온도 상승이 어떻게 기후를 변화시키고 우리 모두의 거주지인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런 변화에 맞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더 열심히 알아볼 것이다.
지구 기후를 바꾸어 놓는 원인인 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또 우리는 그런 개인적인 노력을 넘어서 더 큰일까지 이루어 낼 수 있다. 우선 우리는 자연을 보호하고 모든 생명을 지탱하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기후 변화에 맞서 행동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후 변화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공정하지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 우선, 기후 변화는 내 아들 토마를 비롯한 청소년들에게서 건강하고 깨끗한 지구에서 살아갈 기회를 빼앗아 가고 있다.
또 기후 변화는 일반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적으로 타격을 안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정의와 공정성의 문제도 함께 다룰 것이다. 기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지구를 덜 망가뜨릴 뿐 아니라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더 공정한 세상에서 살 수 있을지 알아볼 것이다.
청소년 세대와 앞으로 태어날 세대들은 기후 변화의 위기를 빚어내는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면 청소년 세대와 앞으로 태어날 세대들은 기후 위기로 빚어지는 최악의 충격에 시달리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써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마무리할 무렵, 코로나19로 알려진 신종 전염병이 출현하여 하루아침에 온 세상을 예상치 못한 위기로 몰아넣었다.
2020년 초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점점 세력을 키워 갔고, 결국 지구상 거의 모든 나라의 사람들을 위협하는 코로나19 세계적 유행 즉 팬데믹 상황이 되었다. 그만큼 감염률과 치명률이 대단히 높았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수천만, 수억 명의 사람들이 집 밖 외출과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삼가는 등 일상의 극적인 변화를 견뎌 내야 했다. 많은 나라가 학교 휴업 조치를 내리면서 아이들은 집에 갇힌 채 재택 수업을 하고 친구도 만나지 못하는 새로운 일상의 포로가 되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전 세계가 함께 겪은 이 경험으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를 짚어 볼 것이다. 이처럼 강력한 코로나19 세계적 유행도 기후 변화의 진행만큼은 막지 못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이 막지 못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기후 변화를 막으려는 운동의 진전이다.
이 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운동은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면서 동시에 모든 사람이 공정하고 살기 좋은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것을 한마디로 기후 정의라고 표현한다. 청소년들이 이 운동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장서고 있다. 여러분도 이 청소년들과 함께 행동에 나서지 않겠는가?
부디 이 책이 이 질문에 대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또 이 책을 통해 정보만을 얻는 게 아니라 행동에 나서려는 열의와 기발한 구상과 행동에 필요한 도구까지 더 많은 것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우선 여러분은 이 책에서 기후 변화에 맞서는 동시에 인종 차별과 성차별을 극복하는 것을 포함하는 사회 정의와 경제 정의의 실현을 위해 청소년들이 하고 있는 몇 단계의 행동을 보게 될 것이다. 다음에는 지금 기후가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해서 이런 지경이 되었는지 자세히 알아볼 것이다. 이런 내용을 알고 나면 여러분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어떤 세상으로 만들지 결정짓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 여러분은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지구를 지키면서 동시에 기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는 세계 전역의 청소년 활동가들을 만나게 될 테니까.
기후 변화의 현실을 자세히 알게 된 것만으로도 버겁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실들 때문에 기가 꺾일 필요는 없다. 그 사실들은 이야기의 일부일 뿐이고 이야기의 중요한 대목은 따로 남아 있다는 것을 부디 잊지 말기 바란다. 그건 바로 운전대를 쥔 것은 다름 아니라 곧 우리라는 사실이다. 이런 깨달음이 세계 전역에서 수많은 청소년들의 열의를 북돋우고 있다. 사회 경제적 불평등에 반대하고 기후 행동을 촉구하는 이 대규모 행동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변화를 갈망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 주는 산 증거다. 기필코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1장
행동에 나선 아이들
아이들이 흥분에 들떠 재잘거리는 모습으로 이 학교 저 학교에서 실개울 흐르듯 밀려 나왔다. 이 실개울은 커다란 대로로 밀려들어 청소년들이 이룬 수많은 실개울과 합쳐졌다. 세계 곳곳의 수십 개 도시에서 표범 무늬 레깅스 차림부터 단정한 교복 차림까지 다양한 옷을 입은 아이들이 구호를 외치고 재잘거리면서 세찬 강물을 이루었다. 행진 대열은 수백, 수천, 수만 명으로 불어났다.
사무실 창문 너머로 내다보던 사업가들은 〈저렇게 많은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고 거리에서 무얼 하는 거지?〉라고 궁금해했고, 상점가로 향하던 사람들은 거리에서 끓어오르는 흥분감을 감지하고는 〈무슨 일이야?〉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행진 대열이 든 수많은 팻말 속에 있었다.
뉴욕의 거리를 행진하는 10만여 청소년 가운데 한 여학생이 호박벌과 꽃, 정글에 사는 동물 그림 팻말을 치켜들고 있었다. 그 팻말에는 그림의 화려하고 풍성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엄중한 현실을 알리는 글귀가 들어 있었다. 〈기후 변화 때문에 곤충 45퍼센트 멸종! 최근 50년 사이에 동물 60퍼센트 멸종!〉 팻말 한가운데에는 모래알이 거의 다 빠져나간 모래시계 그림이 있었다.
2019년 3월, 세계 청소년들은 사상 최초로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로 기후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의 등교 거부 시위
이 세계적인 동시다발 시위의 주최자들은 그날 125개국에서 약 2,100건의 청소년 등교 거부 시위가 열렸고, 150만이 넘는 청소년들이 참가했다고 추정한다. 그날 참가자들은 대부분 걸어서 학교를 빠져나왔다. 그중에는 미리 학교 측 허락을 받고 나온 학생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고, 한 시간만 시위에 참여하고 학교로 돌아간 학생도 있고, 하루치 수업을 모두 빠진 학생도 있었다.
이날 많은 학생을 거리로 나서게 이끈 것은 자신이 세상에 대해 배운 것 중에 서로 크게 충돌하는 내용이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이들은 교과서와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태곳적에 만들어진 빙하와 황홀한 빛을 내뿜는 산호초를 비롯해 지구의 신비로 꼽히는 여러 생명체에 대해 배웠다. 그런데 이들은 이 경이로운 존재들에 대해 알게 됨과 거의 동시에 이 중 상당수가 이미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다음에 어른이 되어서 뭔가 하면 되겠지〉 하고 손놓고 있다가는 훨씬 더 많은 존재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기후 변화에 대해 알게 되면서 청소년들은 지구의 신비가 그대로 유지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다. 그래서 이들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행동에 뛰어들었던 수많은 활동가들이 해왔던 것처럼, 직접 시위행진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 닥쳐올 상실을 미리 막아야 한다는 깨달음이 청소년들이 시위에 참여한 유일한 동기는 아니었다. 이미 기후 위기의 고통을 겪고 있는 청소년도 많았다.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최초의 청소년 기후 시위에서 거리를 가득 메운 청소년들이 지구 모형 풍선을 튕기며 기대감과 결단의 의지를 뿜어내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는 청소년 수백 명이 선출된 지도자들을 향해 지구 온난화를 부채질하는 새로운 화석 연료 사업을 승인하지 말라고 외쳤다. 대도시 케이프타운은 꼭 1년 전에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었다. 강우 부족과 심한 가뭄이 몇 년간 이어지면서 하마터면 물 공급이 완전히 끊기는 상황으로까지 번질 뻔했다. 이 사태를 부른 원인, 또는 최소한 가뭄을 더 심하게 만드는 원인은 바로 기후 변화였다.
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에서 기후 시위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목소리를 높여라! 해수면 상승은 싫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바누아투섬과 이웃한 솔로몬 제도에서는 이미 작은 섬 다섯 개가 바다 밑으로 사라졌다. 지구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바닷물이 팽창하고 빙하와 빙상이 녹아내려 해수면이 높아진 탓이었다.
인도 델리의 기후 시위에서 학생들은 흰색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를 쓰고 〈감히 우리 미래를 돈과 바꾸다니!〉라고 외쳤다. 인도는 석탄을 굉장히 많이 쓰는 나라이고, 그중에서도 델리는 세계 최악의 대기 오염을 자주 기록하는 도시다. 석탄을 태우면 오염 물질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자욱하게 도시를 뒤덮는 대기 오염 스모그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석탄을 태우면 보이지 않는 온실가스까지 뿜어져 나와 대기로 들어간다. 델리 기후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석탄 사용이 지구의 기후를 바꾸는 원인이란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석탄과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다룰 것이다.
이날 행진은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직접 꾸린 것으로서, 최초로 전 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시위였다. 이 최초의 기후 시위와 그 후 이어진 여러 차례의 기후 시위를 통해서, 전 세계의 청소년들은 자신이 살아갈 세상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원한다
최초의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시위 때, 호주의 여러 도시의 거리로 청소년 15만 명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기후 변화가 이미 자신의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고, 바다의 수온 상승 때문에 자연이 호주와 이 세계에 준 보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호주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석탄 생산국이자 수출국의 자리를 흔들림 없이 지키고 있다. 발전소 연료용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석탄을 태울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지구 온도를 더욱더 뜨겁게 데우는 데도 말이다. 호주에서 등교 거부 시위 조직에 앞장섰던 열다섯 살의 노스라트 파레하는 정치인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당신들은 우리 미래를 짓뭉개고 있어요.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원해요. 젊은 사람들은 투표조차 할 수 없는데 당신들이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 젊은이들 몫이 될 겁니다.」 파레하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기후 시위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권력자에게 엄연한 진실을 말하는 것을 전혀 겁내지 않는다. 변화를 지향하는 청소년 운동의 강점은 바로 이런 대담함이다.
스웨덴의 한 여학생
2019년 3월에 벌어진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시위 운동은 청소년 운동이 엄청나게 넓은 기반과 확대 가능성을 지녔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런데 이 운동에 첫 불꽃을 지핀 것은 스웨덴 스톡홀름에 사는 열다섯 살 여학생이었다.
그레타 툰베리는 여덟 살 무렵 기후 변화에 대해 처음 배웠다. 생물 종이 사라지고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보았고,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 연료를 태우면 온실가스가 발생해서 대기로 들어가고, 온실가스 때문에 기후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발전소와 공장 굴뚝, 자동차, 비행기, 이 모든 것이 대기로 온실가스를 뿜어낸다는 것도 배웠다.
그레타는 육류 위주의 식습관 역시 온실가스 증가에 한몫을 한다는 것도 배웠다. 지속적인 육류 공급을 위해서 사람들은 가축, 특히 소를 키울 목장을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넓은 면적의 숲을 허문다. 숲속의 나무는 온실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광합성을 하기 때문에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데, 인간에게 육류를 공급하기 위해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무들을 베어 내는 것이다. 또 소와 소의 배설물은 또 다른 온실가스인 메탄을 대기로 뿜어낸다.
그레타는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우리가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2040년, 2060년, 2080년 무렵에 지구가 어떻게 될 것인지 연구해 온 과학자들의 예측 내용이 자꾸만 마음 쓰였다. 지구의 변화는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는 어떤 재난을 겪게 될까? 어떤 생명체들이 영원히 사라질까? 만일 아기를 낳으면 그 아이는 어떤 고통을 떠안게 될까?
그런데 기후 과학자들이 예측한 최악의 상황이 결코 피할 수 없는 결론이 아니라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우리가 지금 당장 대담한 행동에 나선다면, 안전한 미래를 꾸릴 가능성이 크게 늘어나고, 빙하를 얼마간이라도 지킬 수 있고, 많은 섬나라를 구할 수 있고, 수백만 또는 수십억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몰아낼 수 있는 혹독한 가뭄과 폭염도 막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레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든 사람이 나서서 기후 위기를 막자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왜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우리 나라 같은 국가들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에 가장 먼저 앞장서야 하는데, 어째서 그렇게 하지 않을까? 세상이 불타고 있는데, 어째서 사람들은 꼭 필요한 게 아닌데도 새 차와 새 옷을 사들이면서 아무 문제도 없다는 듯 평온한 일상을 이어 가는 걸까?
열한 살 무렵, 그레타는 깊은 우울증에 빠졌고, 우울증에서 쉽게 헤어날 수 없었다. 그레타는 자신에게 관심 있는 주제에만 골똘히 집중하는 일종의 자폐증을 앓고 있다. 레이저처럼 예리한 주의력이 기후 붕괴 문제에 꽂힌 순간, 그레타는 기후 위기가 뜻하는 바를 남김없이 파악하고 체감하면서 단 한 순간도 그 문제에 대한 관심을 접을 수 없었다. 망가지는 지구의 꼴이 너무도 무섭고 슬퍼서 다른 감정은 들어설 틈이 없었다. 우울증은 복잡한 병이고, 그레타의 우울증에는 다른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레타는 어째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기후 변화의 위기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지, 또 어째서 겁에 질리지 않고 분개하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레타는 기후 위기에 대해 배운 것과 자기 가족의 생활 방식 사이의 커다란 격차를 줄일 방법을 찾아내면서 우울증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육류를 먹지 말고 비행기 여행도 하지 말자고 부모를 설득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레타를 우울증에서 구해 낸 가장 중요한 변화는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그레타는 모든 게 정상인 듯 행동하는 걸 당장 멈춰야 한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이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비상 행동에 나서게 하려면, 내가 직접 이런 비상사태를 반영하는 행동을 하는 수밖에 없어.〉
2018년 8월에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열다섯 살 그레타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 대신에 손수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고 써서 만든 팻말을 들고 스웨덴 의사당 앞에 앉았다. 그 후 그레타는 매주 금요일 중고 옷가게에서 산 후드 티셔츠를 입고 양 갈래로 땋은 밝은 갈색 머리를 어깨 위에 드리운 채 의사당 앞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그레타가 홀로 시작한 이 시위는 결국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으로 이어졌다.
스웨덴의 여학생 그레타 툰베리가 시작한 운동은 결국 세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시위는 자신의 주장을 알리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두 번의 시위가 곧바로 결실을 맺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처음에는 의사당 앞에서 팻말을 들고 앉은 그레타에게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이어지는 그레타의 시위에 차차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레타의 단독 시위 소식은 이 여학생의 의견에 동의하고 직접 행동에 나서길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학생과 어른 몇몇이 팻말을 들고 그레타 곁에 모여들었다. 얼마 후 그레타에게 연설을 해달라는 요청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레타는 처음에는 곳곳의 기후 집회에서, 나중에는 유엔 기후 회의와 유럽 연합 의회, 영국 의회 등 여러 곳에서 연설했다.
그레타는 자신처럼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레타는 짧으면서도 날카롭게 진실만을 말한다. 2019년 9월 유엔 회의장에서는 세계의 지도자들과 외교관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우리 기대를 저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청소년들은 여러분이 우리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미래 세대 모두가 여러분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대를 저버리는 길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여러분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교묘히 빠져나갈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여기서부터는, 지금부터는 결코 우리가 용인하지 않을 겁니다. 전 세계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그레타의 연설은 세계 지도자들의 행동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진 못했지만 다른 많은 이들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었다.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레타가 나오는 동영상을 공유했다. 그들은 이 여학생 덕분에 미래의 기후 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직시하고 행동에 나설 용기를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세계 전역의 청소년들이 그레타의 행동에 자극을 받아 직접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청소년들은 직접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시위를 조직했다. 많은 청소년이 그레타가 했던 말을 인용해 〈나는 여러분이 극심한 공포에 빠지길 원한다.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었다.
2019년 12월 시사 주간지 『타임』은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을 지펴 올린 공로를 기려 그레타 툰베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그레타는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그레타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것은 플로리다주 파클랜드 청소년들의 시위 행동이었다고 말한다. 2018년 2월, 파클랜드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 열일곱 명이 목숨을 잃었을 때, 파클랜드 학생들이 총기 소유를 강력히 규제할 것을 요구하는 등교 거부 시위를 시작했고, 이 시위는 전국적인 등교 거부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이들의 등교 거부 시위에 착안하여 행동을 개시한 그레타 덕분에 청소년 기후 변화 운동은 전 세계로 활동 무대를 넓혔고, 수많은 청소년들이 그레타가 앞장선 길을 따라 기후 변화의 위태로운 전개를 막는 행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레타의 초강력 파워
자폐증을 안고 살기란 쉽지 않다. 자폐증을 앓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와 직장, 못되게 구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그러나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조절이 이루어진다면, 자폐증은 오히려 초강력 파워가 될 수 있어요〉라고 그레타는 말한다.
그레타는 자신이 기후 변화 문제를 또렷이 인식하고 그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는 힘을 가지게 된 것이 자폐증 덕분이라고 말한다. 「온실가스 배출 중단이 필요하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온실가스 배출을 멈춰야 합니다. 제게 있어 그 문제는 흑 아니면 백입니다. 생존이 걸린 문제에서 이도 저도 아닌 중간 영역은 있을 수 없어요. 우리는 문명을 계속 유지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변해야만 합니다.」
지구 기후가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알고 나면 슬픔이나 분노 또는 두려움에 휩싸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레타는 직접 행동에 나서서 자기 신념을 공개적으로 밝힐 때 그런 감정이 누그러진다는 걸 확인했다. 또 실제로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았다. 굴은 자기 몸에 작은 모래알이 들어오면 체액을 분비해 모래알을 감싸 단단한 진주를 만든다. 작은 모래알이 진주를 키우는 씨앗이 되듯이, 그레타가 시작한 작은 시위는 아름답고 강력한 힘을 일구어 냈다.
청소년 기후 소송
청소년들의 기후 운동은 거리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다. 법정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국제적인 법률을 이용해서 기후 변화에 맞선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다섯 개 대륙의 열두 나라 출신 청소년 열여섯 명이 그 길을 개척하고 있다.
2019년 9월, 여덟 살부터 열일곱 살 사이의 기후 활동가 열여섯 명이 「유엔 아동 권리 협약」이라는 국제 조약을 근거로 유엔에 항의서를 제출했다. 「유엔 아동 권리 협약」은 협약에 서명한 당사국 내 아동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목적 아래 1989년에 발효되었다. 이 협약의 핵심은 모든 아동에게는 〈생명권〉이 있고, 정부가 〈아동의 생존과 발전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 이 협약에서 아동은 18세 미만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말한다.
이 항의서가 겨냥하는 나라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프랑스, 독일, 터키, 이렇게 다섯 나라다. 이 다섯 나라는 「유엔 아동 권리 협약」에 서명한 나라들 가운데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곳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 나라들보다 온실가스를 훨씬 더 많이 배출하지만, 미국은 「유엔 아동 권리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고, 중국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만 빼놓고 서명했다.
이들 청소년 열여섯 명은 항의서에서, 이 다섯 나라가 기후 변화를 완화하거나 대처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아동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할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항의서는 전 세계 청소년을 대신하여 유엔에 제출된 최초의 기후 위기 관련 항의서다.
2019년 9월 브라질 출신의 카타리나 로렌조가 기후 변화 대응을 미루고 있는 여러 나라의 책임을 묻기 위해 청소년 열여섯 명이 유엔에 제출한 항의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팔라우 출신의 카를로스 마누엘 (왼쪽)과 마셜 제도 출신의 데이비드 애클리 3세 (오른쪽)도 그 열여섯 명에 포함된다.
유엔은 이 항의서의 검토를 인권 전문가 위원회에 맡길 것이다. 이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릴 수 있다. 만일 전문가 위원회가 항의서에 담긴 청소년들의 주장에 동의한다면, 이 위원회는 다섯 나라에 협약이 정한 의무를 이행하라고 권고할 것이다. 이 위원회에게는 각국이 권고 사항을 이행하도록 강제할 권한이 없다. 하지만 이 국가들은 이 협약에 서명한 이상 위원회의 권고를 따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여기 참여한 청소년 기후 활동가 열여섯 명은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와 엘렌 앤, 아르헨티나의 키아라 사치, 브라질의 카타리나 로렌조, 프랑스의 이리스 뒤켄, 독일의 레이나 이바노바, 인도의 리디마 판디, 마셜 제도의 데이비드 애클리 3세, 랜튼 안자인, 그리고 리토크네 카부아, 나이지리아의 데보라 아데그빌, 팔라우의 카를로스 마누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야하 멜리타파, 튀니지의 라슬렌 즈벨리, 미국의 칼 스미스와 알렉산드리아 빌라세뇨르다.
데이비드와 랜튼, 리토크네, 카를로스는 기후 변화에 맞선 시급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배웠다. 이들은 태평양 마셜 제도의 여러 섬과 팔라우에 살고 있다. 모두 죽어 가는 산호초와 높아지는 바다, 그리고 점점 맹렬해지는 폭풍에 둘러싸여 있다. 이들은 세계를 향해 〈자기 나라나 거주지 안에서는 기후 변화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기후 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분명히 일어나고 있고, 곧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라고 단언했다.
리토크네는 항의서에서 〈기후 변화가 내 삶을 망치고 있습니다. 내게서 집과 땅과 동물을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팔라우 출신인 카를로스는 〈우리 같은 작은 섬나라들이 기후 변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것을 큰 나라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우리 집들은 지금도 조금씩 바다에 잠겨 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인권 전문가 위원회가 이 항의서에 대해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는 별로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이미 청소년들이 지구 생태계를 지키는 치열하고 결단력 있는 수호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곳곳에서 많은 청소년이 이들의 본을 따라 이와 비슷한 기후 관련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 한국의 경우, 2020년 3월 13일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활동가 19명이 정부의 소극적인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 소원 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기후 위기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모으기 위한 청소년들의 열정적인 활동에 대해 알고 나니 궁금증이 솟구칠지도 모른다. 과연 무엇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이렇게 거창한 행동에 나서게 만든 걸까? 이제부터는 기후 위기가 무엇이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볼 것이다. 대체 그토록 많은 청소년이 세상을 바꾸는 일에 뛰어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2장
누가 세상을 뜨겁게 만드나
2019년 12월 24일, 남극 대륙은 전혀 반갑지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남극이라는 이름에 새로운 기록이 붙게 된 것. 얼음으로 뒤덮인 남극 대륙은 이날 하루 동안 가장 많은 양의 얼음이 녹았다는 신기록을 얻었다. 이미 남극 대륙 표면의 얼음 중 15퍼센트가 녹아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것은 어느 따뜻한 날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남극에서는 12월이 여름이고, 얼음이 녹는 계절이다. 지구 남반구와 북반구는 계절이 서로 반대니까. 그런데 아무리 여름이라도 그렇게 많은 얼음이 그렇게 빠른 속도로 녹아내린 것은 처음이었다. 그해 크리스마스 무렵, 여름을 맞아 빙하가 녹은 물의 양은 한 달 평균치보다 230퍼센트 많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한 과학자는 그해 남극 대륙의 사계절 기온이 〈평균보다 훨씬 더 따뜻했다〉고 말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북극에 가까운 러시아의 모스크바 역시 겉보기에는 전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창 겨울인 12월에 모스크바에 눈이 없었다!
2020년 2월에 9일 간격으로 찍은 사진. 기록적인 고온이 발생한 뒤에 남극 반도의 끝에서 굉장히 많은 얼음이 녹았음을 알 수 있다.
수세기 동안 모스크바는 동장군의 위세가 대단한 곳으로 명성을 떨쳤다. 이곳에는 심한 혹한이 자주 찾아오는데다, 대개 해가 바뀌기 전부터 눈이 내린다. 그런데 2019년 12월에는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 정원에서는 화초들이 때 이른 꽃을 피웠고, 아이들은 얼음이 얼지 않은 빙상장에서 하키 대신 축구를 했다. 공무원들은 새해맞이 스노우보드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인공 눈 수십 톤을 트럭으로 실어 날랐다.
모스크바에 인공 눈이 쌓이는 사이에, 지구 정반대쪽에서는 유례없는 고온 때문에 기후 참사가 일어났다. 2019년 12월 마지막 날, 호주 남동부에서 큰 화재가 발생해서 수천 명이 집과 마을을 향해 돌진해 오는 불길을 피해 해변으로 달아나야 했다.
남반구의 초여름이 시작되던 때인데도 호주는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었다. 강우량이 예년보다 적은 해가 삼 년째 이어지면서 많은 곳이 심각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나무와 식물이 바싹 말라 불길이 옮겨붙기 좋은 상태였다. 불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번개가 마른나무에 떨어져 붙은 불이나 사람들이 쓰레기를 태우려고 피운 불이나 모닥불, 담뱃불에서 시작된 작은 불길이 바싹 마른 식물이 있는 숲을 집어삼키며 순식간에 큰불로 자라났다. 불에 삼켜진 것은 식물만이 아니었다. 세계 각지의 수많은 산불이나 들불이 흔히 그렇듯이, 주택과 사무실, 공장 등 사람들이 세운 각종 구조물이 파괴되거나 손상을 입었다.
그런데 이런 대형 화재 소식은 이곳 사람들에게 더 이상 예상치 못한 충격이 아니었다. 호주는 불과 1년 전, 2019년 연초부터 사상 최악의 폭염에 시달렸다. 섭씨 40도를 넘는 고온이 40일 동안 연속해서 나타난 지역도 있었다. 그때도 큰 화재가 일어나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관측 이후 최저의 1월 강우량이 나온 태즈메이니아주에서는 오래된 숲 가운데 방대한 면적이 불에 타 재가 되었다.
2019년 말까지 호주에서는 아홉 명 넘는 사람들이 화재로 목숨을 잃었고, 주택 900채가 잿더미가 되었고, 4만 4,500제곱킬로미터의 땅이 불에 탔다. 연기와 재가 하늘을 가득 메워 한낮에도 하늘이 컴컴했다. 불은 또 다른 참사를 낳았다. 코알라 수천 마리를 포함하여 동물 약 10억 마리가 목숨을 잃었고, 일부 희귀종 생물이 멸종 위기에 놓였다. (이듬해 산불 발생 기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된다. 2020년 3월 말까지 일어난 화재로 34명이 사망하였고, 주택 3,500채가 파괴되었고, 18만 6,155제곱킬로미터의 땅이 불에 탔고, 동물 30억 마리가 죽거나 다치거나 서식지를 잃었다.)
2019년은 세계 전역에서 이런 기후 관련 재해와 기록이 많이 발생한 해였다.
아시아에서는 관측 이후 가장 많은 사이클론(강력한 열대성 폭풍)이 발생해 인도양의 여러 나라를 덮쳤다. 미국에서는 홍수가 나서 국토 중심부의 넓은 면적이 물에 잠겨 농작물이 쓰러지고 사람들이 집을 버리고 대피해야 했다.
유럽 전역과 알래스카에서는 새로운 폭염 기록이 나왔다. 2019년 7월은 사람들이 기온을 측정한 이후로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한 달이었다. 9월에는 수천 년 혹은 수십만 년 동안 북극해를 덮고 있는 얼음이 빠르게 녹아 관측 역사상 두 번째로 좁은 면적으로 줄어들었다.
약 1년 뒤, 오랫동안 추운 기온을 유지해 왔던 러시아 북동부의 시베리아가 무더위로 절절 끓었다. 2020년 6월, 외딴 마을 베르코얀스크의 기온이 섭씨 38도를 찍었다. 북극에서 관측된 사상 최고 온도였다. 시베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플로리다보다 높은 온도가 관측되어 전 세계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고, 이 폭염은 수백 건의 맹렬한 들불을 지피는 연료가 되었다.
이 모든 사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열이다.
열과 극단적인 날씨
홍수와 가뭄도 열 때문에 발생하고, 폭염과 혹한의 겨울 폭풍도 열 때문에 발생한다니, 어떻게 해서 열이 이처럼 다양한 기상 현상을 일으키는 것일까? 폭염의 출현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 대개 낮과 밤의 기온이 높아진다. 특히 여름 기온이 더 높아지고 평소 따뜻하던 지역의 기온이 더 높아진다. 중요한 것은 밤이 되어도 열이 식지 않는다는 점이다. 밤에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폭염이 전혀 누그러지지 않고 계속 쌓이게 된다.
열은 지표면과 대기 사이의 관계를 바꾸어 놓는 방식으로도 날씨에 영향을 미친다. 공기가 데워지면 더 많은 수증기를 품을 수 있다. 육지에서는 공기가 데워지면 액체가 수증기로 바뀌는 증발 과정이 빨라져 흙에서 더 많은 수분이 빠져나와 공기로 들어간다. 식물은 증산 작용을 통해 물을 뿜어낸다. 가뭄이 있을 때는 증발과 증산 작용을 통해 흙과 식물의 수분이 거의 다 빠져나와서 가뭄이 더 심해진다. 지나치게 많은 수분을 빼앗긴 식물이 들불을 만나면 불쏘시개처럼 훨훨 타오른다.
대기로 들어가는 수증기가 많아지면 여러 가지 극단적인 기상이 나타난다. 대기가 여느 때보다 많은 수분을 품고 있으니 비나 눈이 내릴 때 평소보다 맹렬하게 퍼부어서 홍수나 심한 눈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
공기가 데워지면 육지뿐만 아니라 물에서도 수분이 빠져나와 공기로 들어간다. 바다 위 대기가 더 많은 열을 품으면 수분도 더 많이 품게 된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져서 바다 위 대기가 더 많은 열과 수분을 품으면 허리케인, 사이클론, 태풍과 같은 해양성 폭풍이 훨씬 더 강력하고 파괴적인 힘을 가지게 된다.
열이 늘어나면 제트 기류의 움직임도 달라진다. 지구 상공에는 빠르게 흐르는 공기의 흐름 네 개가 있는데, 북극과 남극 지역 상공에 하나씩, 북반구와 남반구의 적도 부근 지역 상공에 하나씩 있다. 이 기류는 차가운 극지 공기가 따뜻한 열대 공기와 만나는 곳에서 발생한다. 이 기류는 일반적으로 기상 시스템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시키는데, 통상적인 경로보다 남쪽으로 혹은 북쪽으로 휘어지기도 한다. 북극의 추운 지역은 지구상의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빠르게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이 때문에 북극 제트 기류가 약해져서 물결 모양으로 구부러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북극 제트 기류는 남쪽으로 휘어질 때 몹시 차가운 극지 공기와 혹독한 겨울 날씨를 끌고 내려온다. 이 때문에 지구 평균 기온은 올라가는데도 일부 지역에서 겨울에 극심한 추위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그래서 흔히 지구 온난화라는 표현을 쓰는데, 〈기후 변화〉가 더 적절한 표현이다. 실제로 지구 모든 곳의 기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각 지역에서 나타나는 온도 변화를 평균하여 구한 결과다.
2011년 5월, 토네이도로 폐허가 된 미주리주 조플린 지역. 기후 변화는 대체로 이런 극단적인 기상 재해가 더 자주, 더 강력히 발생하게 만든다.
폭염과 폭풍은 예전부터 있어 온 것이다. 사이클론, 홍수, 산불 혹은 들불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지구가 더 뜨거워지면서 극단적인 현상(가뭄 등)과 극단적인 기상(초강력 태풍 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는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자연 현상의 발생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