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지음
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과 학사,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MBA 석사를 졸업했다. 대학에서 공부하던 중 친구, 선배들과 인터넷 벤처기업을 설립하면서 IT 업계에 입문했다. 한국 스타트업의 원조인 네오위즈를 거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7년 동안 다양한 IT 전문 커리어를 개발해왔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인플루언서팀, 아시아 총괄 리전 매니저로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IT 커뮤니티 리더의 성장과 발전을 도우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커뮤니티 길찾사(커뮤니티에서 길을 찾은 사람들, https://www.facebook.com/groups/CommunityGCS)를 운영하면서 커뮤니티 리더를 연결하는 일터 밖 파트너십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저서로는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가 있으며,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 등 다양한 기업과 온라인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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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위기가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을 아무리 바꾼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삶의 제1원칙이 있다.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루는 파트너십이야말로 모든 변화와 성장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파트너십은 어두운 과거를 걷어내는 거룩한 신호탄이자 새로운 관문으로 향하는 위대한 갈림길이며, 또 다른 우리로 다시 태어나는 경이로운 기적이다. 폭넓은 현장 경험과 통렬한 체험적 깨달음으로 쓴 이 책은 지금 이 시대에 누구나 삶의 지침으로 삼아야 할 필독서가 아닐 수 없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 있는가?》는 나를 향한 성찰적 질문이자 우리가 함께 찾아나가는 나침반과도 같은 물음이다. 그 물음을 심장에 담고 책을 읽어나가면 삭풍이 몰아치는 차가운 세상에서도 따뜻한 정을 나누는 행복한 삶의 길이 여전히 열려 있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잡는 순간부터 당신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성장 파트너를 만나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 유영만, 지식생태학자, 한양대학교 교수, 《부자의 1원칙, 몸에 투자하라》 저자
10년 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이 ‘인맥 쌓기’에 더욱 열을 올릴 때가 있었다. 그때 어떤 강연자가 이야기해준 ‘인맥’의 진짜 의미는 충격적이었다. 인맥의 뜻을 완전히 반대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인맥이란 나를 도와줄 사람들이 아니라, 내가 도와줄 사람들의 목록이라는 것이다. 10년이 지난 오늘 만난 이 책이 다시 머리를 때린다. 이 책은 인맥과 성공의 의미를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바로 파트너십을 통해서다. 저자는 상생과 상호 성장의 개념인 파트너십을 통해 성공을 새롭게 정의하고, 구체적인 사례와 기술을 이 책에 빼곡히 담았다. 책을 읽고 나서 확신하게 된 사실 하나는,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이 있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이 제목으로 달린 이 책이 결국 ‘당신의 성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이다.
- 구범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대표, PD
혁신과 성장, 2가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변화의 최전선인 IT 업계에서 일하며 미래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갈 방법에 대해 늘 고민해왔는데 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조직과 파트너사, 상사와 부하, 그리고 직원들 간의 관계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성장시키는 방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잘 정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위기에서 벗어나 10배 주가 상승을 달성한 비밀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일독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의 내용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 이지은,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대표
처음 하는 일, 혼자 해내기 버거운 일을 마주할 때마다 ‘누구와 함께’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 지난 30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보아온,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남다른 성과를 내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그들은 자신의 성공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성장의 지지대가 되어주는 법을 알고 있었다. 저자는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파트너십을 일의 울타리를 넘어 일터 밖으로, 개인 삶으로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그녀가 제안한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위한 마법의 7Step’을 따라가며 행복한 후반 삶을 위한 나만의 파트너십 로드맵을 즐겁게 그려볼 수 있었다.
- 우미영, 어도비코리아 대표,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 저자
사람이 자신이 가진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바로 마음이 맞아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났을 때다. 서로가 가진 비전과 능력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며 이끌어줄 수 있는 파트너십은 1+1이 2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이는 동서양을 뛰어넘어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이룩하고,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일구어낸 많은 이들이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바이다. 인간의 뇌는 사회적 뇌로 진화하였기에 우리는 뇌와 뇌의 연결을 통해서 개인이 가진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소영 이사님은 지난 수만 년간 깨지지 않은 이 원칙이 어떻게 지금도 가정과 일터, 그리고 일터 밖에서 여전히 유효한지 명쾌하게 설명한다. 미래가 예측하기 어렵고 불확실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파트너십의 연결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이러한 연결들을 일상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실례를 통해 쉽게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때 더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 뇌를 타고났다.
- 장동선, 뇌과학 박사,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뇌는 춤추고 싶다》 저자
“언제부터인가 한국 교육을 혁신할 길을 기업에서 찾고자 하는 흐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길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도하는 것을 보며, 나는 이 회사가 알고 싶어졌다. 이소영 이사의 책은 그 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준다. 자기가 경험한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으로 그 주제를 풀어내기에 설득력이 있다. 자신과 가족, 자녀들이 거쳐온 고단하지만 보석 같은 삶을 그 증거로 말하니 울림까지 크다. 성공한 사람의 가벼운 처세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이번 책도 어김없다. 그는 단순한 기업인이 아니라 기업에서 일하는 사회 혁신가다.
- 송인수, 교육의봄 공동대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사장
이토록 생생하고 진솔하며 통찰력 가득한 책이라니! 팔딱거리는 현장 이야기가 가득해 유용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가꿔나가는 이야기는 아름다우며, 이론과 실제를 체화해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낸 성공 방정식은 통찰력이 가득하다. ‘배워서 남 주자’를 온몸으로 실천해온 이소영 이사의 성실한 몸짓이 빚어낸 선물 같은 책이다. 전작에서 내세운 커뮤니티 리더십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와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파트너십의 안과 밖을 다룬다. 현기증 나는 문명의 속도전 한가운데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저 멀리 등대처럼 방향타가 되어줄 것이다.
- 김민희, 「topclass」 편집장, 《이어령, 80년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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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만나서 소통할 수 없는 시대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전 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지요. 그나마 등교를 하던 학교도 지금은 동급생 얼굴조차 보기 어렵습니다. 기업들도 공채를 없애고 수시 채용으로 바뀌다 보니 마음을 나눌 동기 그룹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업무 중에 쌓였던 갈등을 풀던 관행도 점점 보기 힘듭니다. 이제 고민이 생겨도, 갈등이 쌓여도 마음을 터놓고 의논할 상대가 없습니다. 스트레스로 괴롭고 힘들어도 일과 후에 동기나 선배들과 술 한잔 주거니 받거니 하며 기분을 풀던 기억 자체가 없는 세대가 늘어갑니다. 이런 시대에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는 관계를 쌓을 수 있을까요?
기업과 사회 차원에서 겪는 문제들도 크지만 개인들도 힘든 상황입니다. 최근 매니징하고 있는 팀원들 대부분이 아주 큰 슬픔을 연달아 겪었습니다. 코로나19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부모님들이 연달아 돌아가신 것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도시들이 봉쇄되거나 이동이 금지되어 부모님의 임종조차 지킬 수 없었다고 합니다.
나 또한 큰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배우 남편은 계획되었던 모든 공연이 중단되어 실업자 신세가 되었고, 아이들도 1년 넘게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업자 아버지와 사춘기 10대 아이들, 부모님을 잃고 상심에 빠진 팀원들, 도대체 어떻게 이들을 독려하고 큰 슬픔과 우울감에 휩싸인 팀과 가정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요?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갑작스럽게 맞이한 낯설고도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걸맞은 문화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미국의 기업, 그것도 가장 빠르게 혁신이 일어나는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17년째 근무하는 동안 급변하는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 단행된 수많은 구조조정과 부침을 겪었습니다. 부서와 팀이 없어지는 것은 다반사였고 심지어 한참 어린 열 살 아래 후배가 상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팀원들을 이끌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업무를 수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지금 우리 사회와 기업이 겪고 있고, 또 겪게 될 부침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먼저 겪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랜 진통 끝에 디지털에 적합한 문화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여 오랜 부진을 털고 시가총액 1위를 재탈환하기도 했습니다. 수십 년간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내달리던 문화에서 성장 문화로 바꾸고 서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위해 당신이 기여한 것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이라면 누구나 분기마다 서로에게 묻고 대답해야 합니다.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이라 처음에는 대답하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내면에도 수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파트너십’의 힘을 깨닫게 되었고, 결국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으로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내상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젠가는 진정되겠지만 사람을 멀리하고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는 집단 트라우마가 우리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로 더욱 앞당겨진 디지털 변혁의 세계에서는 예측 불가능하고 낯선 일들이 우리 앞에 수시로 펼쳐질 것입니다. 오랜 기간 디지털 세계로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으며 깨달은 점은 이 모든 변화를 한 개인이 홀로 견뎌내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파트너십을 일터와 일터 밖, 그리고 개인의 영역에서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할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1부에서는 먼저 일터에서의 파트너십을 다루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수평적이면서도 서로의 성장을 이끄는 파트너십 문화를 상세히 기록하려 했습니다.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일터가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건강한 성장 파트너십을 만드는 곳임을 강조했습니다.
2부에서는 일터 밖 파트너십을 다루었습니다. 디지털 변혁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터 밖에서도 행복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파트너십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파트너십 모델을 다양한 영역별로 사례와 함께 소개했습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모델을 찾아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3부에서는 일터와 일터 밖의 파트너십 못지않게 중요한 개인의 파트너십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는 정서적인 지지대가 되어주는 사적이고 친밀한 파트너십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족이 그러한 파트너십의 전통적인 모델이지만 현재의 디지털 세대들은 보수적이며 불합리한 가족 문화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시대에 맞는 개인의 파트너십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터, 일터 밖, 개인의 안정적인 삼각형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한 ‘마법의 7Step’를 소개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나가다 보면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과 현명하고 건강한 파트너십을 든든하게 구축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파트너십 모델을 활용하여 어떻게 실업자 아버지와 10대 사춘기 아이들이 코로나 시대를 헤쳐 나가고 있는지 에필로그에서 짧게 소개했으니 참조하면 좋겠습니다.
디지털 혁신의 핵심은 한계 없이 모든 것과 연결하고 융합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불확실성이 일상인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일터, 일터 밖 그리고 개인이 단단한 파트너십을 이루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조금 일찍 겪으며 성장 파트너십의 모델을 고민하고 기록한 이 책이 팬데믹 이후 낯선 세계를 살아가야 할 우리 모두에게 작은 희망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배려와 양보로 더없이 멋진 파트너십을 보여준 나의 소중한 가족, 남편 김윤태와 건우, 가인이, 거제도에 계신 어머니와 아버지, 동생과 그의 가족에게 깊은 감사와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퍼블리온 박선영 대표님, 진행을 도와준 김지수 팀장님의 멋진 파트너십이 없었다면 이 책이 마무리되기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늘 변함없는 우정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아차산 산책을 함께하는 지란지교, 귀련과 선미 님,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훌륭한 사례 공유와 추천사로 함께해주신 책 속의 수많은 파트너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히 책에는 이름을 거론하지 못했지만 백예일 님, 김성미 님, 백혜연 님, 이동선 님, 최지훈 님, 하현주 님, 김지영 님, 권찬 님, 김태윤 님, 김경환 님, 김광남 님, 그리고 헌신으로 공동체의 성장을 이끄는 수많은 커뮤니티 리더들, 마이크로소프트 MVP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3월
이소영
앨리스: 내가 여기서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얘기해줄래?
출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미지, 팀 버튼 감독, 2010.
체셔캣: 그건 네가 어디로 가길 원하는지에 달려 있지.
앨리스: 어디로 가는지는 크게 상관하지 않아.
체셔캣: 그럼 어떤 길로 가든 아무 상관 없어.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봤다면 이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선문답 같은 이 대화는 변화의 한가운데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점점 더 변덕스럽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ous, 즉 뷰카VUCA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 가 닿기를 원하는 것일까?
체셔캣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앨리스는 온갖 풍파를 겪으며 결국 영문도 모른 채 하트 여왕에게 죽임을 당하기 직전까지 간다. 잘못이라고는 시간 토끼를 따라가다 자신이 살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과 자신이 어디에 가고 싶은지도 모르고 체셔캣이 이끄는 대로 아무 길이나 갔다는 것뿐이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부터 이미 우리 앞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과거의 성공 방식이 먹혀들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사람들이 TV나 신문을 보지 않게 되면서 제품의 마케팅이나 브랜딩의 방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먹거리를 사는 행위도, 쇼핑하던 관행도, 책이나 영화 등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사람들의 의식도 바뀌고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다, 90년생이다 등 이전 세대와는 달리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의 혜택을 받고 자란 세대가 사회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의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은 디지털 이전 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들을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기존 관행대로 말하고 행동했다간 금세 ‘꼰대’나 ‘라떼 이즈 홀스(Latte is Horse, 라떼(나때) 이즈(는) 홀스(말이야))’라는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 쉽다. 수평적인 그들의 사고방식에 맞지 않는 갑질 기업, 비윤리적 기업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디지털상에서 재판이 열리며 매출이 급감했다. 반대로 이들의 감성을 이해하고 적극 끌어안는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활짝 열렸다.
이렇게 변화한 세상으로 우리를 단숨에 끌고 온 시간 토끼는 바로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 AI 시대도 결국 디지털 기술의 변화가 몰고 온 혁신의 결과물이다. ‘디지털’이란 시간 토끼는 앨리스가 만난 토끼만큼이나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물약 하나로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앨리스가 느꼈을 변화와 혼란을 우리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서로 다른 기술들이 쉽게 융합해 완전히 새로운 창조물이 탄생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것에는 기존의 상식이나 성공 방정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자동차를 만들던 기업이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어야 하고, 하드웨어 업체들도 서비스를 파는 기업이 되어야 살아남는다.(‘[최원석의 디코드] 애플·LG의 전기차 진출, 새로운 부 창출의 서막 열렸다’, 「조선일보」, 2020. 12. 24. 참조) 어떤 사람은 수일이 걸리는 일도 AI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 옆자리 동료는 몇 분 안에 끝낼 수 있다.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삶의 형태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술은 필연적으로 사람들의 변화를 이끈다. 디지털 혁신 이전 세대의 성공 방식, 행동 규범, 문화는 산업화 시대에 걸맞게 설계되어 있었다. 디지털로 일상이 채워진 지금은 이 시대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기업의 문화와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빠르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의 지식경영 책임자를 지낸 스티븐 데닝은 자신의 책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The Age of Agile》에서 향후 5년간 상장 기업의 3분의 1이 상장 폐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의 톱다운 방식, 연공서열 등을 고수하며 직원과 고객을 파트너로 대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세계를 재빨리 인지하고 어디를 향해 갈 것인지 고민하고 대답해야 하는 체셔캣 앞의 앨리스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디지털이 몰고 온 뷰카한 세계에 가장 적합한 문화는 어떠해야 하는가?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머뭇거릴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보인다.
○ “제 꿈은 회사에서 5년 정도 많이 배우고 성장한 후에 제 회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얼마 전 젊은 직장인들이 함께 공부도 하고 네트워킹도 할 수 있는 직장인 커뮤니티에 참여한 적이 있다. 실력과 능력이 탁월한 밀레니얼 세대들의 발표를 들을 수 있는 아주 값진 자리였다. 그런데 조금 놀란 부분이 있었다. 꽤 훌륭한 기업을 다니는 젊은 직원들이 미래의 포부를 밝히는 순간이었다. 유능한 인재들이 회사 안에서의 승진 경쟁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차근차근 준비하여 자신의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는 ‘긱 경제Gig Economy’라 불리는 공유경제, 그리고 유튜브, 아마존 등의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세로 청년층의 자발적인 비정규직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들 나라의 50%가 넘는 청년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하고 있다. 각종 온라인 러닝 플랫폼에는 ‘유튜브로 돈 버는 법’, ‘블로그로 돈 버는 법’, ‘아마존과 같은 오픈마켓에서 돈 버는 법’, ‘1인 기업 운영법’ 등에 관한 영상이 넘쳐난다. 모두 답답한 직장생활을 벗어나 자유로운 수입원을 창출한 성공 사례와 노하우들이다.
밀레니얼 직장인이 꼽은 좋은 직장의 조건 1위가 ‘워라밸 보장’(49%)이다. 맨 마지막 순위에 있는 정년 보장(12%)과는 3배 넘게 차이가 난다.(‘밀레니얼 직장인 절반, 좋은 직장 조건 1위는 워라밸’, 「파이낸셜뉴스」, 2020. 01. 02. 참조) 하지만 ‘난 6시 이후에는 일 안 할 거야’, ‘승진 같은 건 상관없어’라는 의미가 아니다. 회사에서 늘 만나는 사람들과 저녁을 먹거나 회식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기보다는 하고 싶은 공부나 운동, 취미활동과 자기계발에 시간을 쏟고 싶은 것이다. 결혼도 출산도 모두 선택 사항일 뿐 오로지 자신만 책임지면 된다.(‘[big story] 나와 우리, 느슨해서 더 행복하다’, 「MONEY」, 한국경제매거진 발행, 2020. 02. 25. 참조) 이러니 윗사람 눈치 보느라 퇴근조차 마음대로 못 했던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물론 모든 밀레니얼들이 이들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글을 깨칠 때부터 인터넷에서 전방위적으로 쏟아지는 정보 속에 살아온 이들은 기존 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정보 습득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이 자신들의 무기인 디지털 활용 능력을 앞세워 스타트업을 만들거나 개인사업자가 되어 정체된 시장을 빠르게 혁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에 들어가서 일을 하더라도 회사의 존폐와 동료와의 경쟁에 인생 전부를 걸기에는 아는 게 너무 많다.
문제는 앞으로 나아가 혁신 대열에 적극적으로 끼지도 못하고 구체제에 발을 붙이고는 있으나 하루하루 불안하고 공허한 수많은 일반인들이다. 어렵게 기존 체제나 조직에 적응한다고 해도 40세 이후에도 나를 계속 고용하거나 채용하려는 곳이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능력 있는 사람들일수록 이런 고민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하루라도 젊어서 준비하지 않으면 갈 곳 없이 어떻게 해서든 기존 조직에 붙어 있으려는 젖은 낙엽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조직 안에서도 스스로 혁신할 수 있고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문화와 기회가 있다면 굳이 외부에서 기회를 찾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기업과 함께 성장하려고 할 것이다. 퇴직을 하더라도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또 다른 기회를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성장은 관심도 없고 답답한 기존 체계를 유지하는 것에만 연연하면 결국 조직에서 붙잡고 싶은 능력 있는 핵심 인력부터 떠나게 된다. 혁신이나 성장의 기회가 적은 조직에서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일 잘하고 똑똑한 친구를 뽑아놓으면 얼마 안 있어서 나가버린단 말이야.”
어느 기업 인사팀 부장의 하소연이 다시 한 번 생각난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회사 생활에 행복을 느끼지 못해 시시각각 퇴사를 고민하고, 기업은 그런 직원들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모른다. 기업도 직원의 사고방식도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더 이상 고용주와 피고용인이라는 갑을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시대는 빠르게 변화해가는데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일터에서의 관계는 어떤 모습일까?
“증권사는 실적이 미덕이고 성과가 인품인 업종입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리더는 돈 잘 버는 사람, 성과를 많이 내는 사람이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전사 직원들 간의 유대감과 교류가 매우 부족한 데다 보수적이고 위계질서까지 있다 보니 서로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는 고정 마인드셋이 강하고,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이 낮은 사람의 의견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습니다.
모든 회사가 그렇겠지만, 저희 역시 영업 부문은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매우 강합니다. 다른 부서는 ‘윗사람에게 잘 보인 사람=승진’이라는 생각으로 협동보다는 내가 잘나 보여야 한다는 압박, 우리 부서가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강한 것 같습니다. 이들 간에 서로 어떻게 공감하고 이해하며 발전적인 시너지를 내는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 어느 증권회사 직원이 나에게 강연 요청을 하면서 보내온 메일의 일부이다. 현재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처한 조직의 모습, 즉 전통적인 관료주의 시스템에서 발견되는 모습일 것이다.
이전 마이크로소프트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과지표는 대부분 수치로 표시되어 임직원을 압박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동료와 타 부서는 경쟁 상대이지 협력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성과를 초과 달성해서 연봉도 오르고 보너스를 받아도 금세 내년도 목표 달성 수치가 버티고 있다. 어느 부서에서 더 앞서가는지, 누가 윗사람에게 더 잘 보여 승진의 기회를 앗아가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항상 어깨가 뻐근하고 목덜미가 당긴다. 내부에서 경쟁하는 데 에너지를 다 써버리니 고객과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동료들과 함께 키워나가야 할지 고민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이러한 전통적인 조직 운영의 폐해를 없애고 고객의 소리를 더 기민하게 듣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뿐만 아니라 빠른 혁신이 필요한 실리콘밸리의 기업을 중심으로 애자일agile 조직 운영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애자일은 번역하면 ‘기민한’, ‘민첩한’이라는 의미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환경에서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얼마나 애자일하냐’, 즉 ‘얼마나 빨리 변화에 대응하느냐’로 귀결된다. 애자일 경영에서는 고객의 진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전통적인 조직 운영 방식을 버리고 기술과 데이터를 더욱 기민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조직 운영 방식을 적극 도입한다.
애자일 조직에서는 팀을 작게 만들고 그 팀들이 상호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문화를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 특히 경영진은 모든 인재들이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공감하고 경청하며 직원들과 파트너십 문화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직원들이 상사의 눈치를 보고 동료와 경쟁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고객에 집중할지에 포커스를 두는 것이다.
최근 나는 수십 년간 납입하던 A기업의 연금과 보험계좌들을 모조리 M모 그룹으로 옮기게 되었다. M모 그룹의 보험설계사와는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일반적인 보험설계사와 달리 주로 나의 현재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책을 출간했다고 하자 자신이 속한 독서 모임에 소개하겠다며 여러 권 사서 사인을 받아가기도 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A기업에 가지고 있는 연금과 보험의 상태를 분석해주었고, 추가 납입 없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그러고는 자신이 속한 M모 그룹 증권사의 주식 전문가인 부장 한 분을 소개해주었다. 보통 같은 그룹이어도 보험사와 증권사는 완전히 다른 조직인데도 계열사 간의 소통이 매우 자연스러워 보였다.
소개받은 증권사의 부장은 전문가답게 향후 주식 시장의 방향이나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식에 대한 정보가 남달랐다. 나는 곧바로 옮기지 않고 그가 제안한 대로 현재 연금을 구성하고 있는 펀드의 종류만 변경했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나자 수십 년간 큰 변화 없던 연금의 성장률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쯤 되자 더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그동안 A기업에 여러 개의 연금과 보험을 들어도 담당자를 한 번 만나보기도 어려웠고 수익률도 변화가 없었다. 그에 반해 M모 그룹의 고객 밀착형 서비스와 내부의 인력들이 계열사를 오가며 고객의 수익을 위해 협심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당연히 내 계좌만을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지인들에게 적극 소개했다. 이것이 애자일 경영의 힘이라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애자일 조직에서는 불필요한 위계나 중간 관리자 그룹을 대폭 축소한다. 대신 고객을 대면해 다양한 요구를 직접 경청하고 고객 중심으로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작은 조직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직에서 일하는 인재는 저마다 다른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공감할 수 있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시장과 기술 환경을 그때그때 능동적으로 배우고 스스로 학습하며, 실질적인 전략을 짤 수 있는 실무 능력과 리더십도 필수이다. 그렇게 수집된 고객의 요구를 내부 조직에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더십도 중요하다.
기업은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적절한 타이밍에 출시할 수 있다. 톱다운 관행에서 철저하게 고객 중심, 시장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입한 인재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파트너십 조직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러한 혁신의 최대 걸림돌이 신입사원부터 정년까지 책임지는 기존의 인사 시스템이다. 이것은 최근 대기업에서 불고 있는 공개채용 폐지의 이유이기도 하다. 공개채용은 개별 부서의 전문성과는 상관없는 범용적인 엘리트를 채용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교육 체계에 특화된 인재들은 오랫동안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수동적인 자세로 학습하는 방식에 익숙하다. 하지만 애자일 조직에서는 민첩하게 움직이며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한다.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기업에 필요한 인재로 성장할 수 없다. 그때그때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역량을 갖춘 사람을 요구하는 것이다.
급격한 외부 환경의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은 어떤 직원을 핵심 인재로 채용하거나 남겨야 할지 심사숙고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핵심 인재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업 환경과 파트너십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애써 핵심 인재를 채용한다고 해도 위계질서가 팽배한 조직문화에서는 이들을 붙잡아둘 수 없다. 더 나아가서 인재들의 역량과 기업의 귀한 자원을 낭비함으로써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은 구글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경쟁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넘쳐나는 어설픈 기업이다.”
이러한 세간의 혹평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내가 입사한 2000년대 초반부터 사티아 나델라 회장이 부임한 2014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20달러대를 넘지 못했다. 그동안 구글, 애플, 아마존이 승승장구하며 혁신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한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전 세계 똑똑한 인재들을 불러 모으던 마이크로소프트도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지 못하자 오랜 정체에 빠졌다.
기업 전략 및 운영에 관한 분석을 제공하는 미국의 기업운영이사회Corporate Executive Board, CEB의 매슈 S. 올슨과 데릭 반 베버는 잘나가던 기업들이 한순간 성장을 멈추고 급기야 매출이 곤두박질치면서 위기에 처하는 지점인 스톨 포인트Stall Point에 대해 연구했다. 그들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포춘 100대 기업에 속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지속적인 성장을 한 곳은 13%에 불과했고 나머지 87%는 스톨의 덫에 걸렸다고 한다. 그중 76%는 스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재도약에 실패했으며 단지 11%만이 다시 상당 수준의 성장률을 회복하며 상승 궤도에 올랐다.
기업이 스톨의 덫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이 보내는 변화의 신호를 잡음으로 간주하고 무시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새로 출현한 경쟁 업체들이나 고객의 변화된 취향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 특히 지금처럼 디지털 기술 혁신이 수시로 일어나고 그에 따라 고객의 취향이 급변하는 시대야말로 스톨의 덫에 빠지기 쉽다. 절대 깨질 것 같지 않던 독일 명품 자동차의 아성이 테슬라나 애플 자동차와 같은 전기차의 출현에 흔들리는 것이 좋은 예이다.
디지털 혁신의 시대에는 새로운 기술과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에 아무리 천재라 해도 한 사람이 모든 지식을 습득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