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차율이
작은 도서관에서 일하며 신비롭고 오싹하며 재밌는 상상을 글로 짓고 있어요.
건국대 대학원 동화미디어창작학과에서 동화 공부를 하였고, 2014 한국안데르센상, 제22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제1회 교보문고 전래동화 부문 최우수상, 제3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을 받았습니다. 쓴 책으로 『묘지 공주』, 『인어 소녀』, 『미지의 파랑』, 『괴담특공대 ① 뱀파이어의 첫사랑』이 있습니다.
그린이 양은봉
부두인형 VOO, 팀 버튼, B급 호러, 블랙을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림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 『1가지 이야기 100가지 상식 ② 호두까기 인형』, 『아빠와 요한의 특별한 여행』, 『꼬마 마녀와 빗자루』, 『워커』, 『괴담 스쿨』 시리즈와 국내 최초 호러 컬러링북 『VOO’s 호러판타지아』가 있습니다.
괴담특공대
➊ 뱀파이어의 첫사랑
초판1쇄 2019년 10월 7일
글쓴이 차율이
그린이 양은봉
펴낸이 조영진
펴낸곳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출판등록 제406-2012-000082호
주소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329(서패동) 2층
전화 031-955-9680~1
팩스 031-955-9682
홈페이지 www.goraebook.com
이메일 goraebook@naver.com
편집 이규수
마케팅 이예지
글 ⓒ 차율이 2019|그림 ⓒ 양은봉 2019
* 책의 내용과 그림은 저자나 출판사의 서면 동의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없습니다.
ISBN 979-11-87427-99-5 74810
ISBN 979-11-87427-48-3 74810(세트)
이 도서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시도서목록(CIP)은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홈페이지(http://seoji.nl.go.kr)와 국가자료공동목록시스템(http://www.nl.go.kr/kolisnet)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CIP2019034337)
1.
‘6학년 6반 6번. 김휘. 나는 뱀파이어다.’
하필이면 새 학기부터 악마의 숫자 666이라니. 운명의 장난이라기엔 정체를 들키라는 듯이 참 짓궂었다.
뱀파이어가 인간의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건 하루하루 조용한 전쟁의 연속이었다. 휘는 창가 맨 뒷자리에 앉아 운동장을 바라봤다. 점심시간이라 학교 안은 온통 떠들썩했지만 귓가에 톡, 톡 하고 벚꽃 흩날리는 소리만 들었다. 족히 100m 교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너 그거 알아? 사담초 괴담?”
문득 들려온 은밀한 속삭임. 휘의 적갈색 눈동자에 머금은 봄 햇살이 일렁거렸다. 시끄럽고 시시한 수다의 틈바구니 속에서 ‘괴담’이라는 단어가 몹시 신경 쓰였다.
휘의 머릿속은 라디오와 같았다. 정신을 집중해 주파수를 맞추면 1km 밖의 먼 거리에서도 원하는 소리만 콕 집어들을 수 있었다. 인간보다 신체 능력이 수백 배 뛰어난 덕분이었다.
휘는 주변의 잡음을 싹 없애고 머릿속으로 아이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우리 학교 괴담 14개를 모두 알면 죽는대.”
꽤 신선했다. 보통 학교 괴담은 대개 7대 불가사의 또는 100개라며 두루뭉술하게 끝맺는데, 왜 여긴 다를까.
‘역시 예감이 틀리지 않았어.’
휘가 사담초에 처음 왔을 때, 여타 학교와 다른 기운이 감도는 걸 느꼈다. 오랜만이었다. 가뭄처럼 메말랐던 감정에 흥미로움이 싹트는 건.
이마에서 구슬땀이 조금씩 맺히기 시작했다. 주파수를 맞추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작용이 따랐다. 평소에 억눌러 왔던 많은 감각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것이었다.
교탁 앞자리에 앉은 여자애 세 명의 숨결에서 저마다 치약과 위장의 시리얼과 아침밥 냄새가 났다. 늑골 안에서 둥둥 심장의 북소리도 들렸다. 몸에서 여러 체취가 났는데, 그중에 휘의 이성과 본능을 뒤흔들 만큼 미치게 하는 향은 따로 있었다. 피부 밑, 혈관을 타고 세차게 흐르는 그것.
바로, 피 냄새였다.
“우리 학교 옛날에 공동묘지였던 거 알지?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많아서 사담초의 ‘사’도 죽을 ‘사(死)’ 자래.”
괴담을 읊는 여자애의 이름은 신세리였다.
사담초 제일의 괴담 마니아. 어린이 모델이라 키가 크고 팔다리도 가늘고 곧았다. 얼굴이 하얗고 특히 눈이 커서 만화 캐릭터 같았다. 긴 생머리에 하늘하늘한 옷을 즐겨 입지만, 성격이 새침하다든가 공주병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별명이 핑크 깡패였다. 여자애를 괴롭히는 남자애를 지구 끝까지 쫓아가 혼쭐내 줬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휘가 세리를 자세히 아는 건 이유가 있었다.
6반 유일의 AB형.
신세리의 달콤 쌉싸름한 피의 향기. 스물네 명의 반 아이들을 누르고 교실 안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휘는 세리만 보면 자꾸만 송곳니가 간질거렸다. 그래서 평소에는 후각의 기능을 꺼 두고 있어야 했다.
꼭 무서운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아서.
“근데 왜 괴담이 14개야?”
세리의 주변 인물도 덤으로 파악했다. 지금 입을 연 아이는 세리의 뒷자리에 앉은 A형의 정다정. 6학년 공식 왕겁쟁이로 키가 작고 통통했다. 얼굴도 동글동글해서 시추를 닮았다. 집에서 개를 키우는지 몸에서 늘 개 냄새가 났다.
“뒷산의 구관 알지? 건물을 부수려 하면 자꾸 사람이 다쳐서 공사를 멈췄잖아. 그래서 구관 괴담 7개, 신관 괴담 7개. 총 14개가 됐대.”
세리의 옆자리에 앉은 O형의 김주언. 단발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을 꼈다. 집에 화초와 조각상이 많은지 몸에서 풀과 돌 냄새가 났다. 소문난 공부벌레라 괴담에 관심 없을 것 같은데 좀 의외였다.
“14개 괴담이 뭐, 뭐 있는데?”
다정이의 목소리가 두려움에 떨리면서도 궁금한 눈치였다.
공포는 인류의 오래된 원초적 본능. 괴담은 사실 여부를 떠나 그저 존재 자체에 강한 호기심과 재미를 느꼈다. 휘는 마치 일부러 무서워하기 놀이 같다고 생각했다.
“알려고 하지 마. 괴담 14개 다 알면 죽는다잖아.”
난데없이 주언이가 얼굴에 그늘을 만들며 단호하게 말했다. 다정이는 움찔했지만, 세리는 히죽히죽 웃으며 혀를 삐죽 내밀었다.
“흐흐흐, 나는 반 정도 알지롱. 알려 줄까?”
다정이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언이는 언짢은지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토를 달아 기분이 나쁜 걸까.
“첫 번째는 액체괴물 괴담이야.”
줄여서 ‘액괴’. 외국에선 ‘슬라임’이라고도 했다. 완전한 액체도, 고체도 아닌 말캉말캉한 물질. 간단한 재료만 있으면 내 마음대로 만들어 놀 수 있어서 요즘 아이들 사이에 가장 인기 많은 장난감이었다.
“액체괴물을 학교 변기에 버리면 저주받는대. 지금 당장 해 볼래?”
세리가 벙글거리며 서랍에서 뭔가를 꺼냈다. 액괴 만드는 재료였다.
“에엑? 진짜 저주받으면 어쩌려고?”
다정이는 항상 그렇듯 미리 걱정부터 했다. 하지만 세리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고민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여겼다. 종종 생각 없다거나 철없다는 말을 듣지만, 적당히 무시했다.
“에이, 걱정 마. 괴담이 진짜면 학교 애들 이미 다 저주 걸렸을걸? 특히, 누가 1등으로 당할지 다 알잖아?”
세리는 구형 폴더폰이라 다정이의 스마트폰을 잠깐 빌렸다. 유튜브에 들어가 ‘액체괴물’을 검색하자 엄청난 수의 동영상이 나왔다.
“저기 봐. 오태오 멀쩡하잖아. 걔 동영상 보고 액괴 만들자.”
같은 반 B형의 오태오. 휘는 관심이 없어 보지 않았지만, 유튜브에서 인기 스타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초기 ‘태오채널’은 야구부 투수 연습 동영상만 있었다. 그러다 태오가 심심풀이로 남들 따라 유행하는 콘텐츠를 찍었다. 중학생처럼 큰 키와 체격을 가진 태오는 주로 먹방을 찍었다. 그러다 우연히 액괴 방송을 올렸다가 대박이 났다. 무려 조회수 100만! 더불어 구독자도 백 명에서 만 명 넘게 늘자, 태오는 야구 동영상 업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꿈도 야구 선수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바뀌었다.
이것 외에도 초대형 액괴 만들기, 미니 풀장에 액괴를 가득 풀어 수영하기, 식용 액괴 먹방 등등. 태오는 동영상 속에서 한결같이 친절한 말투로 방실방실 웃어 댔다.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믿는 잘난 척 대마왕, 허세킹, 스타병. 본모습을 숨긴 가식적 미소를 보고 주언이가 인상을 팍 썼다.
“윽, 토 나와.”
다정이도 배 아픈 표정을 짓자 세리는 조용히 폰을 뒤집었다.
“액괴 위험하지 않아? 엄마가 뉴스에서 붕사랑 가습기 살균제 성분 나왔다고 갖고 놀지 말랬는데…….”
또, 다정이의 걱정병이 도졌다. 저 병은 가끔씩 전염성이 강해서 주위에 옮기기도 했다. 괜히 세리도 맨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게 꺼림칙했지만, 다들 그렇게 노는걸.
“잠깐인데 뭐 어때.”
세리가 종이컵에 물풀을 짰는데 수업 시작종이 울렸다. 휘는 엿들으려 맞췄던 주파수를 풀고, 아쉬워하는 세리를 걱정스레 바라봤다.
5교시쯤 되면 휘는 항상 두통에 시달렸다. 최근 미세먼지 때문에 하루 종일 창문을 닫고 수업했다. 밀폐된 공간의 짙은 피 냄새. 거기다 세리의 AB형의 향. 후각이 극도로 발달한 휘에게는 고문과 다름없었다. 얼른 수업이 끝나길 바랐다. 알싸하게 취해 가는 자신의 모습이 역겨웠다.
사실 휘는 단연코, 인간의 피를 한 번도 마신 적이 없었다.
물론 ‘피’ 자체를 전혀 먹지 않은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피가 모자라면 손발이 덜덜 떨리고 극심한 빈혈이 생겼다. 최악의 경우에는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옛날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어렵게 인간의 피를 구할 필요가 없었다. 바로, 영양제와 음식의 발전 덕분이었다. 피의 성분인 헤모글로빈, 알부민, 철분. 하루 식후 세 알씩. 피가 몹시 당길 때는 돼지나 소의 피를 굳혀 만든 ‘선지’를 먹었다.
21세기는 뱀파이어도 아주 살기 좋은 세상이었다. 조금의 노력으로 충분히 인간과 공생하며 살 수 있었다.
수업을 마치자마자 휘는 가방을 챙겨 뒷문으로 나왔다. 하아, 이제야 숨통이 트이고 살 것 같았다. 그런데 눈앞에 의외의 인물이 나타나 복도를 가로막았다.
신세리. 커다란 눈망울이 빛을 받은 호수처럼 반짝였다. 세리의 키가 커서 둘의 눈높이가 비슷했다. 괴담을 말할 때와 분위기가 달랐다. 뺨이 복숭아처럼 발그레했다. 미열이 있는 걸까?
“김 휘.”
세리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휘의 심장에 화살처럼 날아와 푹 박혔다. 뭐지, 이 느낌은.
휘가 사담초에 전학 온 지 일주일째.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 학교생활 목표였다. 당연히 그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지금 세리의 알은체도 놀라운데, 뒤의 말은 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나랑 사귀자.”
고백받았다. 기분이 좋기보다 당황스러웠다.
전학을 다닐 때마다 여자애들과 말 섞은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 자주 고백을 받았다. 도통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휘의 마음속에는 아주 높은 탑이 있었다. 문밖에는 시린 눈보라가 휘몰아쳐 나갈 수 없었다. 그런데 세리의 고백은 여느 때와 달랐다. 휘의 차갑고 어두운 세계를 세게 두드렸다. 쿵, 쿵쿵.
어느새 복도가 시끌시끌했다. 반 애들의 시선이 따끔따끔 꽂혔다. 휘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민망해서 얼른 도망갔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문득 이유가 궁금해졌다. 대체, 나를.
“왜?”
세리는 턱을 들고 휘의 코앞까지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놀란 휘가 발걸음을 한 발짝 뒤로 주춤거렸다.
“왜냐니. 그냥 네가 좋아.”
누가 보고 있든 말든 거침없는 말투. 세리의 당당함은 그간 봐 온 그대로였다.
“좋은데 이유가 필요해?”
휘의 귀가 뜨거워지며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물론 세리에게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AB형 피의 이끌림.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좋아하던 마음이 싸늘하게 식겠지. 아니, 두려워하며 도망갈 거다.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뱀파이어니까.
“미안해.”
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상처 받은 세리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그리고 복잡한 표정의 내 얼굴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잰걸음으로 서둘러 4층 복도를 벗어났다. 마음에 무거운 추를 단 듯 무거웠다.
‘역시 나는 비겁해.’
휘는 평생 도망치는 법만 배웠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때때로 스스로가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바뀔 방법을 몰랐다.
‘나도 내가 지독히 싫은데, 누가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 주겠어.’
2.
휘는 풀 내음을 맡으며, 학교 뒷산에 하나뿐인 좁은 오솔길을 따라 올라갔다. 저 멀리 무성한 나무에 둘러싸인 사담초 구관이 나타났다.
백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낡은 목조건물. 10년 넘게 방치된 탓에 건물 벽에 온갖 넝쿨들이 밧줄처럼 휘감겨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운동장은 온갖 잡초가 휘의 키만큼 자라나 있었다. 구관 앞은 공사 흔적들이 많았다. ‘위험, 출입 금지’라는 바리게이트를 가볍게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휘가 사담초로 전학 온 목적은 현관 오른쪽에 있었다.
“여기 있다. 소녀 독서상.”
정확히는 독서상이 들고 있는 책이었다. 여기에는 비밀스런 괴담이 있었다. 그것만 확인하면 미련 없이 사담초를 떠날 계획이었다. 하지만 되돌아갈 집은 없었다.
부모님은 어릴 적 사고로 행방불명이 되고, 휘는 쫓기는 신세였다. 한곳에 오래 머무르면 위치가 노출될까 봐 항상 거처를 옮겨 다녔다.
모두 ‘그 녀석’ 때문이었다.
늘 다른 모습, 다른 방법으로 나타나 괴롭히는 뱀파이어. 하지만 휘가 인간들 틈에 섞여 있으면 그 녀석이 찾지 못했다. 순혈 뱀파이어에게는 피비린내가 났지만, 휘는 인간 냄새가 났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휘가 처음부터 인간의 피를 먹지 않은 것이고, 두 번째는 휘의 반은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뱀파이어 엄마와 인간 아빠 사이에서 난 혼혈이었다. 순혈이라 밤에만 활동하는 그 녀석과 달리 휘는 태양 아래를 자유로이 오갈 수 있었다. 때때로 강렬한 햇빛에 피부가 따끔거리면 선크림을 바르고, 긴소매나 긴바지를 입긴 했지만.
아무튼 부모님의 행방과 그 녀석의 마수에서 벗어나려면 독서상의 책이 꼭 필요했다. 먼지가 폴폴 쌓인 책을 보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파수를 맞추니 비탈 아래 신관이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자마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액괴 변기에 버리고 가자. 저주에 걸리면 재밌겠다.”
큰일 날 소리를 하네, 신세리.
괴담은 자신을 강하게 믿거나,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반응했다. 특히 괴담 동화력이 높은 신세리와 친구들은 딱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 증거로 벌써 신관 쪽으로 괴담 먹구름이 나타났다. 뒤틀린 뱀처럼 꼬불꼬불 모여들어 4층 화장실로 향했다.
“무서워. 빨리 집에 가자.”
다정이가 두려워하면 두려워할수록 괴담 먹구름이 점점 몸집을 키워 갔다. 뒤이어 풍덩, 하고 액괴가 변기에 빠지고 물 내리는 소리가 났다.
꾸르르륵, 꾸르르륵, 꾸르르륵, 커억!
“꺅! 컥이래. 컥! 괴물 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