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1일 초판 1쇄 발행
2013년 01월 21일 초판 2쇄 발행
지은이|이준기
펴낸곳|삼성경제연구소
펴낸이|정기영
출판등록|제302-1991-000066호
등록일자|1991년 10월 12일
주소|서울시 서초구 서초2동 1321-15 삼성생명 서초타워 30층
전화|3780-8153(기획), 3780-8084(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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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기 2012
ISBN | 978-89-7633-449-7 0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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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제작 - (주)한국이퍼브]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힘, 오픈 콜라보레이션
처음 아이팟이 등장하여 시장을 일거에 평정했을 때 세상은 그저 매력적인 디자인 혹은 애플의 충성고객 덕분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구글과 아이폰이 전에 없던 성공을 거두자 사람들은 성공의 룰이 바뀌었음을 알았다.
현재 우리 사회는 눈부시게 발전하는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반도체를 지나 초고속 인터넷망을 얘기하던 것이 불과 10년 전이었고 실시간 검색, 초고속 모바일 서비스, 인텔리전트 웹 등이 화두로 떠오른 것도 바로 몇 년 전의 일인데 어느새 또 클라우드 컴퓨팅, 가상기계, SNS, 스마트 혁명, 소셜 검색 등 새로운 정보통신을 말하고 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기술의 변화는 사회, 경영, 사람 간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우리는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 또 다른 기술을 배우는 일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같다. 정작 숲은 보지 못한 채 나무의 종류만 많이 알아가는 격이다. 하지만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전체 사회 흐름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그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 그리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앞으로 어떤 기술이 발전할지 내다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기술의 응용을 통해 변화를 추구해야 할 시기다. 애플의 아이폰이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세계의 IT 산업을 흔들 수 있었던 것도 기술 자체가 아닌 기술을 응용한 모델을 새로이 개발했기 때문이었다. 애플이나 노키아, 삼성은 모두 휴대폰을 만드는 제조업체다. 그러나 애플은 기존 전자 산업의 사업 모델과 완전히 다른 모델을 개발해냈다. 이전의 휴대폰은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주어졌고 우리는 단순하게 많은 상품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아이폰은 고객이 자신에게 맞는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응용 프로그램)을 고를 수 있게 해주었다. 이것은 기존에 나왔던 ‘맞춤형 상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애플은 휴대폰이라는 제품을 전화기의 개념에서 갖고 다니며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다른 사람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개념으로 바꾸었으며, 이는 무엇보다도 다수의 외부 자원을 내부 자원과 결합해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구글, 애플, 아마존닷컴, 페이스북이 성공을 거둔 이유이다.
이들은 남보다 발빠른 움직임으로, 생산성 향상에만 몰두하던 기업을 쉽게 제칠 수 있었다. 이런 기업들의 공통점은 인터넷을 이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다는 것이다. 디지털을 이용해 상품을 서비스화하고, 인터넷으로 외부의 대량 자원을 쉽게 연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모델을 오픈 콜라보레이션(open collaboration, 개방형 협업) 모델이라고 부를 것이다. 웹2.0, 롱테일, 크라우드소싱,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비즈니스, SNS, 모바일 혁명, 집단지성, 에코 시스템 등의 IT 용어를 모두 포괄하는 상위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간 인터넷이 촉발한 기술혁신이 기업 경영과 사회에 가져온 혁명적 변화에 대해 설명한 책이 많이 출간되었다. 이 책들을 접하며 필자는 현상 설명에는 충실하지만 그 변화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전략 제시에 있어 다소 아쉬움을 느꼈고 그것이 이 책의 집필 동기가 되었다.
이 책은 1부와 2부의 성격이 조금 다르다. 1부에서는 기술혁신의 역사를 짚어보며 비즈니스 모델 변화에 대해 개념적으로 설명했다. 또 분산지식의 산물인 인터넷 기술이 어떻게 사람들을 모이게 했고, 이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하게 했는지를 보여준다. 1부를 읽으며 독자 여러분은 애플과 구글이 거둔 성공의 이유를 파악하고 앞으로 우리 기업이 추구해야 할 전략의 기본 방향을 깨닫게 될 것이다.
2부는 오픈 콜라보레이션의 실제 활용 방법에 대해 서술했다. 1부의 주제가 ‘무엇이 왜 바뀌었는가’라면, 2부의 주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이다. 그동안 필자는 많은 기업에서 기술 변화와 관련한 경영컨설팅(인터넷이 바꾸는 유통 채널, 고객, 가격 정책 등)을 담당하며 경험을 쌓았고 기업체의 최고경영자와 임원진을 대상으로 미래 경영 전략에 관한 강의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이때 기업 측에서 가장 궁금해한 것이 ‘어떻게 하면 외부와의 협업을 성공적으로 기업에 도입할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그 과정에서 주고받았던 질문과 토론이 2부에 담긴 내용의 바탕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정리한 성공을 위한 제언도 담았다.
이 책은 우선적으로 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취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도 폭넓게 읽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대부분의 비즈니스 기회는 오픈 콜라보레이션 모델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2006년에 펴낸 필자의 첫 번째 책 《웹 2.0 비즈니스 전략》(공저)에서는 단순한 변화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시 우리 앞에 나타난 새로운 인터넷 기업들인 유튜브, 싸이월드와 인터넷 블로그 등은 재미난 변화에 불과했지만 6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재미난 변화’는 ‘겪어야 할 변화’가 되었다. 단순한 몇몇 인터넷 기업의 문제가 아닌 모든 기업의 경영 전략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닥칠 변화는 지금까지 일어난 것보다 더 빠르게, 그리고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이미 시작된 변화에 더해 앞으로 기업 경영 방식, 전문가의 의미, 천재의 개념, 현 제도권의 시스템(언론, 병원, 학교, 정치) 등 모든 것이 멀미가 날 정도로 바뀔 것이다. 변화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의 기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을 갈 때는 지도만큼 절실한 게 없다. 이 책이 완벽한 지도는 아닐지라도 나침반 역할은 해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한 권의 책으로 마무리해 세상에 내놓기는 하지만 다루고 있는 주제처럼 이 책 역시 오픈 콜라보레이션 방식으로 읽히고 활용되었으면 한다. 독자 여러분이 뛰어난 집단지성으로 이끌어 이 책이 많은 논의를 촉발시키는 플랫폼이 되길 기대한다.
2012년 12월
이준기
산업사회에 들어와 인류는 처음으로 대량생산과 소비의 시대를 열었으며 ‘맞춤화’에서 ‘고객 감동’에 이르기까지 끝도 없는 혁신을 거듭했다. 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사업 모델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상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잘 판매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인터넷과 IT 기술의 발달, 그리고 최근의 모바일 빅뱅은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우리는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과 무선통신으로 대표되는 기술이 발전하고 채택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또 그로 인해 비즈니스의 성공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감지했다. 이에 따라 먼저 변화된 비즈니스 모델의 의미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부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고, 기업을 이전에 없던 성공으로 이끌었는지를 구글과 애플 등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구글과 애플의 사례는 이미 수많은 책에서 언급되고 분석되었으나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명확히 정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장에서는 좀 더 과거로 돌아가서 ‘대체’와 ‘변환’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기술의 발전이 산업에 가져온 변화에 관해 설명했다. 어떤 기술이 일반 대중에게 보급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 기술을 응용하고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현재의 방식에 그 기술을 적용하여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효율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기술의 1차 혁명’이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는 신기술이 기존 방식을 대체함으로써 기존의 생산성을 상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사람들은 일하는 방식 자체를 신기술의 패러다임에 맞추어 재조정하기 시작한다. 이것을 우리는 ‘기술의 2차 혁명’이라고 부른다. 2차 혁명이 진행되면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형성되면서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산성과 가치가 향상된다. 특히 이 장에서는 컴퓨터라는 기술이 인터넷을 만났을 때 나타난 혁명적인 변화를 넷플릭스, G마켓 등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서비스화’와 ‘외부 자원의 활용’이라는 인터넷 2차 혁명의 두 가지 특징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인터넷과 무선통신망의 보급, 그리고 스마트폰과 SNS 등의 새로운 소통 방식은 우리를 기술의 2차 혁명 중 초기 단계로 이끌고 있다. 기술의 2차 혁명 단계에 이르면 사람들은 신기술에 맞추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방식을 재조정하게 된다. 사회경제적으로도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며, 기존 산업이 다른 산업과 연계되면서 산업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사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즉, 일하던 방식, 생산하던 방식,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던 방식, 무엇보다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던 방식 자체가 새로운 기술에 맞추어 근본적으로 재조정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신기술이 상업화되어 이런 재조정이 이루어지기까지는 30년에서 50년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런 변화를 빨리 파악하여 남보다 먼저 재조정에 성공한 기업들도 많다. 구글, 애플, 넷플릭스,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등이다.
3장에서는 새로운 소통과 교류 방식이 세상에 가져온 변화를 짚어보며 인터넷을 통한 2차 혁명 모델이 왜 오픈 콜라보레이션 모델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소개했다. 또 오픈 콜라보레이션 모델이 왜 우리가 소위 말하는 집단지성의 모델인지도 설명했으며, 특히 별면 구성을 통해 ‘집단지성을 이루는 네 가지 방식’을 기술했다.
기술의 2차 혁명 모델에서는 혁신적인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 기술에 더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비즈니스에 접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부에서 다루는 기술혁신의 역사와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한 여러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고자 한다.
구글, 애플,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등 요즘 세계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이들의 성공 요인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설명을 덧붙이곤 한다. 최고경영자의 혁신성, 상품 디자인의 우월성, 비즈니스 모델의 독창성,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투자……. 모두 맞는 말이지만 그다지 구체적인 설명이라고는 할 수 없다. 과연 기업의 혁신성이란 무엇인가? 그들이 갖고 있는 기술개발의 방법은 정말 다른 기업과 차이가 있는가? 비즈니스 모델의 독창성이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최근의 경영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물론 기술에 투자하여 신상품을 만들어가는 것,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기업에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데다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오늘날의 경영환경에서는 기술혁신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일 못지않게 이미 개발된 여러 기술들을 조합해 새로운 모델로 엮어가는 작업이 중요하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애플이 거둔 성공 역시 새로운 기술의 승리라기보다는 새로운 ‘조합’과 가치 창출 방법의 승리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란 무엇인가?
다르게 접근하니 ‘특출’해졌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구글의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구글은 스탠퍼드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있던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라는 두 학생에 의해 시작되었다. 현재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2010년 12월 기준 약 70.6%로, 2위인 야후의 15%와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검색시장에는 구글과 그 나머지가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구글의 검색 모델은 어떤 점에서 특출한 것일까? 기존의 검색 방식은 주로 온라인에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내가 방콕 여행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면 그에 관해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사이트를 찾아주는 식이다. 문제는 수백만 개의 방콕 여행 정보 사이트 중에서 가장 설명이 잘 되어 있는 사이트를 어떻게 정의하며, 어떻게 찾는가 하는 것이다. 기존의 방식은 단순하게 사이트의 정보, 예를 들어 사이트당 ‘방콕 여행’이라는 글이 쓰인 횟수만을 바탕으로 검색엔진을 만들었다. 하지만 구글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이트가 좋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가정 하에 검색엔진을 만들었다. 즉, 방콕 여행에 대해 검색을 하면 해당 정보를 갖고 있는 수많은 사이트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사이트를 먼저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구글은 한 사이트가 다른 사이트에 링크된 횟수에 주목했다. 링크가 많이 됐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그 사이트를 좋아한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한 것이다. 이것은 마치 학계에서 가장 좋은 논문의 척도를 그 논문이 인용된 횟수로 평가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구글의 검색 모델이 기계적으로 분석한 정보 뿐 아니라 ‘사람들이 하는 것’을 처음으로 이용했다는 점이다. 즉, 논문의 인용을 사람들이 결정하듯이 한 사이트에서 다른 사이트로의 링크 역시 사람이 결정한다고 보고, 그 속에 함의된 집단 선택의 수를 기초로 검색엔진을 만든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애플을 보자. 2000년대 중반, 이동통신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보급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많은 기업들은 자신들이 아는 최고의 콘텐츠 개발업체를 접촉해 좋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게 했고 그것을 휴대폰에 넣어 팔면서 사람들이 이용해주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같은 문제에 봉착한 애플은 달랐다. 사람들에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게 한 뒤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 자신의 휴대폰에 다운로드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다.
기술보다 모델 개발이 변화의 키워드
이 두 가지 사례는 우리에게 비즈니스 모델이란 무엇이고, 앞으로 진행될 변화의 핵심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기업의 존립과 관계되어 있으며 산업의 경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역량 파괴적 변화(competence destroying change)’1나 ‘와해적 변화(disruptive change)’2의 물결은 100년 이상 세계 필름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했던 코닥이나 통신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리던 노키아를 한순간에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 정도의 변화는 보통 인구의 변화, 기후 변화, 기술의 변화, 정치 변혁에 따라 일어나지만 최근의 와해적 변화는 대부분 기술, 그중에서도 인터넷 기술과 관련이 깊다.
최초의 상업용 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를 인터넷의 시발점(1994년)으로 볼 때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한 지도 벌써 20년 가까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20년이 지난 이 시간, 우리는 인터넷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까? 이유는 우리가 지금 인터넷의 1차 혁명을 지나 2차 혁명의 시기로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과 진보에 대한 기존 연구에 의하면 1차 혁명은 기술을 받아들여 사용하는 단계다. 이 단계의 특징은 기존 방식이나 모델은 크게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기술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대중에게 보급되기 시작하면 기술의 응용에 대해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 행해지고 그 신기술을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모델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성공한 모델이 나오면 그 모델은 빠르게 전파되고 어느 순간 문서, 책 등을 통해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면서 기술의 2차 혁명이 마무리된다. 기존의 연구는 1차 혁명이 시작되어 2차 혁명이 마무리되기까지의 시간을 30~40년으로 보고 있다.3
인터넷이라는 엄청난 기술의 보급에 따라 새로운 시도가 여기저기서 이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그 기술을 가장 잘 사용하는 원리에 대해 처음으로 깨닫고 있는 중이다. 즉, 인터넷의 단순 적용(1차 혁명)에서 모델의 변화(2차 혁명)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단계에서는 먼저 이 원리를 깨달은 기업이 앞으로 보편적으로 통용될 지식을 적용해 성공 모델을 구축한다. 우리는 인터넷 시대에서의 이 원리를 ‘오픈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단어에서 찾고 있다. 앞으로 오픈 콜라보레이션은 인터넷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식이 될 것이고 이 방식을 통해 대부분의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은 혁신을 이룰 것이다.
인터넷의 1차 혁명기는 원래 사용하던 방식에 인터넷을 적용하는 시기였다. 예를 들어 인터넷 신문은 1차 혁명에 속한다. 기존의 종이 신문이 인터넷이라는 매체로 대체된 것이다. 인터넷뿐만이 아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하나의 기술이 개발되면 초기에는 현재의 관점과 방식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면 편의성이 확대된다. 예를 들어 인터넷 신문이 보급됨으로써 기사의 신속한 전달, 빠른 업데이트, 다양한 멀티미디어 등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인터넷 신문과 기존 신문의 비즈니스 모델은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기자는 기사를 작성하고, 신문의 데스크는 기사를 제공하고, 고객은 신문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신문의 2차 혁명 모델은 무엇이 될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오픈 콜라보레이션이 무엇인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오픈 콜라보레이션, 즉 개방업 협업을 단순하게 ‘내부 자원을 이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외부에 있는 다수의 자원을 이용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하고 시작해보자.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기존 검색 사이트의 특징이 컴퓨터 정보를 이용한 검색이었다면 구글의 검색은 사람들이 링크한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애플 또한 개발업체를 선정해 계약을 한 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게 하던 방식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변환시켰다. 두 모델의 공통점은 기존 범위 안에 있던 자원(검색에서는 사이트의 정보, 통신 시장에서는 계약 관계의 콘텐츠 개발자) 활용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사람들(기존에 사용했던 범위를 벗어난 다수 자원)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허핑턴 포스트와 스타벅스로 보는 2차 혁명 모델
그렇다면 신문도 이런 방식으로 변환될 수 있을까? 그렇다. 신문 역시 오픈 콜라보레이션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다. 허핑턴 포스트(The Huffington Post)라는 온라인 신문은 현재 인터넷을 활용한 신문 중 가장 성공적인 2차 혁명 모델로서, 정확하게 오픈 콜라보레이션 방식을 취하고 있다. 1차 혁명 모델과 2차 혁명 모델을 정확히 이해하고 나면 왜 온라인 신문 구독료에 목매고 있는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온라인 신문 구독료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온라인을 통한 1차 혁명 모델로, 여기서 만들어지는 가치는 성공한 2차 혁명 모델에서 만들어지는 가치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
혹시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라고, 애플이나 구글 같은 정보통신 산업이나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면 4장의 오픈 콜라보레이션 모델과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기 바란다. 이는 모든 비즈니스 분야에서 만들어지고 응용될 수 있으며, 나아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건임을 알게 될 것이다.
스타벅스의 ‘아이디어(Idea)’ 서비스를 살펴보면 인터넷 2차 혁명 모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마이 스타벅스 아이디어(www.mystarbucksidea.force.com)’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고객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신제품을 출시할 때 그중 일부를 수렴해 반영한다. 스타벅스는 어떤 아이디어가 스타벅스 측에 제안되었는지, 자신의 아이디어가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서 제시되었는지 알 수 있도록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메일 주소를 이용해 회원 가입을 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이 제시한 아이디어와 제품 아이디어가 각각의 분류에 따라 몇 개씩 제시되어 있는지도 볼 수 있다. 메인 화면 상단에 있는 ‘GOT AN IDEA?’이란 버튼을 클릭하면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고, ‘VIEW IDEAS’ 버튼을 클릭하면 가장 인기가 많은 아이디어, 가장 결과가 좋은 아이디어, 가장 댓글이 많이 달린 아이디어를 열람할 수 있다. 또 ‘IDEAS IN ACTION’ 버튼을 클릭하면 자신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회사 측에서 얼마나 반영하고 있으며 얼마만큼 제품 생산에 활용하고 있는지, 또 실제로 스타벅스 매장에 적용된 수범 사례까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와 기업의 소통을 통해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얻음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내재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아이디어’를 통해 상품, 서비스, 고객 몰입 등 세 분야에서 총 739개의 아이디어를 제공받았고, 그중 480개의 의견을 수렴해 실행하고 있다. 총 65%의 의견이 반영되었다는 뜻이다. 외부의 다수 자원이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사례라 할 것이다.
기업 경영을 넘어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오픈 콜라보레이션
오픈 콜라보레이션 사례를 몇 가지 소개했지만 사실 이런 현상이 기업 경영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꼼수다> 같은 1인 방송에서 보듯이 미디어 역시 외부 ‘사람들’을 활용하면서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과학의 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2년, 국내 신문에도 보도되었던 ‘폴드잇(Foldit)’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집단지성 게임이다. 이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단백질 구조에 관한 예측 모형을 만든다. 각각의 단백질은 20가지 아미노산이 3차원의 구조로 뒤얽혀 복잡한 모양을 이루는데, 아미노산의 결합에 따라 각기 다른 모형의 단백질 구조가 생성된다. 단백질은 모든 세포의 기본이므로 단백질 예측 모형은 여러 가지 질병과 그 치료법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폴드잇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게임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에이즈나 암 또는 알츠하이머 등 병에 관한 단백질 구조를 연구하기도 했다. 폴드잇은 2010년의 《네이처》에도 실렸는데, 《네이처》에 의하면 게임 참여자 6만여 명이 10일 만에 과학자들이 10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풀어냈다고 한다.4
혹시 ‘리캡차(reCAPTCHA)’라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본 적이 없는 독자라도 가끔 어느 사이트에 로그인을 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그림이 뜨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그림은 사람이 아닌 프로그램(bot)이 로그인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뚤어진 글자를 읽도록 하는 장치다. 우리는 열심히 읽어서 글자를 입력하지만 사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을 이용한 옛날 책의 디지털화 작업에 참여하게 된다. 옛날 책을 디지털화하기 위해 스캔했으나 컴퓨터가 인식하지 못한 글자들을 사람들을 활용해 바르게 입력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매일 2억 개의 리캡차에 평균 10초 정도의 개인 시간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를 계산해보면 하루 15만 시간이 쓰이는 엄청난 작업이다.
우리는 최근 크라우드소싱, 웹2.0, 집단지성, UCC, 위키노믹스 등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각기 다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들의 본질적인 속성은 같다. 모두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의 집단적인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집단적인 힘을 이용하는 모델은 몇 년 전부터 유행처럼 우리 앞에 많이 펼쳐졌다. 우리가 잘 아는 네이버 지식iN, 사람들이 모여 백과사전을 만드는 위키피디아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이 올린 동영상에 의해 운영되는 유튜브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넷의 보편화,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이러한 모델은 경영,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로 파급되고 있다. 주로 인터넷 기업들이 사용하던 모델들이 일반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 모델은 앞으로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는 기업이든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기업이든 거의 모든 기업에 적용될 것이며, 무엇보다도 이 모델을 통해 외부 자원을 먼저 잘 활용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앞서 갈 것이다.
벌써 사회에는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고, 우리는 관련된 용어들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경제, 사회 분야에서 요즘 많이 사용되고 있는 ‘생태계’, ‘상생’ 등의 용어도 같은 의미다. 애플의 아이폰 역시 분명히 기업 생태계를 이용한 오픈 콜라보레이션 모델이다. 대기업의 입장에서 개인이나 중소기업의 ‘사람들’을 활용함으로써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진행되던 자원의 소스를 확대한 것이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또한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이루기 위한 방편이다.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이루기 위해서는 외부의 자원을 끌어올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한데, 그것이 우리가 요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모델들을 ‘오픈 콜라보레이션’이란 용어로 통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넷과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 두 개를 분석하면서 우리가 보기에는 단순한 인터넷의 적용과 모델의 변화가 왜 그렇게 큰 차이를 가져왔는지 살펴보겠다.
지금으로부터 약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지금은 1994년, 바야흐로 사람들 사이에서 인터넷이라는 용어가 막 사용되기 시작했다. 물론 인터넷의 근간이 되는 TCP/IP라든지 다른 네트워크 기반 기술은 그 전부터 국방과 연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었지만 일반인들에게 인터넷은 생소한 용어였다. 이때 처음으로 넷스케이프라는 브라우저가 등장했다. 사람들은 모뎀을 연결하여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보통 속도가 초당 2,400킬로바이트였으니 지금과 비교하면 몇 백분의 1, 또는 몇 천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속도였지만 미국에서는 통신 판매회사 시어스(Sears)가 IBM과 공동으로 온라인 서비스업체인 프로디지(prodigy)를 설립하여 넷스케이프를 통해 접속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 후 야후가 생겨났다.
아마존닷컴의 탄생과 성공
이때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29세의 나이로 한 투자자문회사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투자를 위해 산업 리포트를 읽던 중 인터넷이라는 것이 향후 1년에 약 2,000%씩 성장할 시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제프는 고민을 시작한다. 앞으로 분명히 인터넷에서 큰 사업 기회가 만들어질 텐데 무엇을 하면 좋을까?
혹시 여러분이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떤 사업을 구상하겠는가? 싸이월드를 만들어볼까? 구글은 어떨까? 아니면 페이스북을 먼저 시작해볼까?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다. 제프는 일단 인터넷으로 상품을 팔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 일을 실행에 옮겨보기로 한다.
인터넷 사업의 장점은 무엇일까? 제프는 제일 먼저, 인터넷으로 장사를 하면 재고가 남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주문이 들어올 때만 출판사로부터 상품을 공급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상점을 열면 재고를 안고 장사를 해야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재고 부담 없이 장사를 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이윤 창출의 발판이 마련된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제조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면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아도 되니 저렴하게 팔면서도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겠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쇼핑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고객에게는 큰 혜택이 될 게 분명해 보였다.
젊고 패기 넘치던 제프는 곧 사표를 내고 자신의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사업을 직접 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대학 때 수학과 컴퓨터를 전공했고 투자회사에서 일찍이 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