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척 뭉클
급식이 좋아
버티네 반에서 학교 급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버티뿐이었다. 질척한 국물 속에 뭉클거리는 건더기, 꼬물꼬물 미트볼 스파게티, 끈끈하고 차가운 커스터드. 버티는 이 모든 걸 좋아했다.
“으아! 넌 어떻게 그걸 먹을 수 있냐?”
금요일 점심시간에 대런이 말했다. 버티는 후루룩 쩝쩝 쌀 푸딩을 먹고, 만족스러운 트림을 꺽 했다.
“너는 더 안 먹어?”
“응. 꼭 개구리 알 같아서 못 먹겠어.”
“그럼 이리 줘.”
버티는 대런의 접시를 자기 앞으로 가져왔다.
그때 교장 선생님이 흰 가운을 입은 여자와 함께 식당에 들어서더니, 식탁을 탁탁 두드리고 말했다.
“새로 오신 영양사 빈스프라우트 선생님을 소개할게요. 빈스프라우트 선생님은 우리 학교 급식을 개선할 훌륭한 식단을 많이 준비하셨답니다.”
빈스프라우트 선생님은 다정하게 아이들을 보았다.
“어린이 여러분, 제 일은 여러분 모두가 건강한 식생활을 하도록 하는 거예요. 건강에 좋으면서 맛도 있는 음식이 뭐가 있는지 누가 한번 말해 볼래요?”
패밀라가 손을 들었다.
“오렌지요.”
“좋아요.”
빈스프라우트 선생님이 밝게 웃었다.
“아보카도요.”
잘난척 닉이 뻐기면서 말했다.
“훌륭해요.”
버티도 한 마디 했다.
“호두요.”
“아주 좋아요. 호두는 건강에 참 좋죠.”
빈스프라우트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내일 급식 때 호두과자를 먹을 수 있나요?”
“이제 이야기는 마치고 식사를 계속합시다.”
빈스프라우트 선생님은 버티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월요일이 되고, 식당 급식대에는 늘 계시던 몰드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에 빈스프라우트 선생님이 있었다. 선생님은 급식 메뉴가 쓰여 있는 칠판 옆에 서 있었다.
버티와 친구들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버티는 친구들을 돌아보며 소곤거렸다.
“설마 농담이겠지? 브로콜리? 양배추? 우리를 죽이려는 건가?”
그러고는 빈스프라우트 선생님을 보며 물었다.
“이게 뭐예요?”
“맛있는 과일과 채소들이지.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야.”
“그러면 감자튀김은 없나요?”
“기름에 찌든 튀김은 없어.”
빈스프라우트 선생님이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버티는 포기하지 않고 물어봤다.
“커스터드는요?”
“그런 형편없는 음식은 없어.”
“잼이 든 푸딩은 어디 있어요?”
“몸에 나쁜 설탕이 가득한 칼로리 덩어리 푸딩은 없어. 이제부터 우리는 맛있는 채소와 영양 많은 샐러드를 먹게 될 거야.”
“나는 샐러드가 좋아요. 샐러드 많이 주세요!”
잘난척 닉이 말했다.
버티는 닉을 노려보았다.
“양배추 수프를 줄까? 브로콜리 구이를 줄까?”
빈스프라우트 선생님이 버티에게 물었다.
“푸딩 없나요?”
버티는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래, 없어! 이건 브로콜리 구이라고!”
빈스프라우트 선생님은 날카롭게 대답하고는, 버티의 접시에 질척한 녹색 덩어리를 철퍽! 떠 얹었다.
그런 다음에는 근대 뿌리 즙이 흥건한 샐러드도 담아 주었다.
“자, 이제 요구르트를 줄까? 아니면 특별 당근 케이크?”
“뭐가 특별하다는 거예요?”
버티가 기대에 차서 물었다.
“유기농 당근이란다. 비타민이 아주 많이 들어 있어서 몸에 좋아.”
빈스프라우트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버티는 쟁반을 들고 식탁에 가 앉았다.
“난 이런 거 못 먹어.”
버티가 접시를 내려다보며 투덜거렸다.
“아직 한 입도 안 먹어 봤잖아.”
잘난척 닉이 말했다.
“그래, 닉 말이 맞구나.”
식당을 둘러보며 급식 점검을 하던 교장 선생님이 말했다.
“까다로운 아이들한테 네가 모범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먹으렴, 버티. 아주 맛있어 보이는구나!”
버티는 뭉클뭉클한 녹색 덩어리를 떠서 입 앞으로 가져갔다. 대런이 버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삶은 코딱지하고 으깬 민달팽이 샐러드 같아.”
버티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식욕이 뚝 떨어졌다.
급식 거부 선언
급식은 갈수록 심해졌다. 화요일에는 셀러리와 땅콩 범벅이었다. 수요일에는 소간 찜과 싹눈 샐러드에 말린 자두 찜이었다. 버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제 채소를 한 번만 더 먹으면, 병에 걸릴 것 같아.”
버티가 불만에 차서 말했다.
“나도 그래.”
유진이 말했다.
“어제는 하루 종일 트림을 했어. 소리도 요란하고 냄새도 심했어!”
대런의 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