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로 15년째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가르치는 직업이 처음부터 좋아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생 때 시작했던 과외가 계기가 되어 학습지, 학원 강사 일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 나만의 사업을 하고 싶어 시작했던 것이 공부방 운영이었다.
누구나 사업은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부방 운영은 학생들의 성적 책임과 학생 관리, 학부모 관리, 홍보 등등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다. 지금처럼 커뮤니티 카페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주위에 다른 공부방이 많아서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을 스스로 부딪치면서 배워야 했기에 그만큼 힘들고 외로웠다.
특히 성적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아이들과의 소통보다는 교재를 끝내야 하고, 오답이 나오지 않게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많은 아이들을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서운 선생님이 되어 카리스마 있게 수업을 진행하고, 조용한 학습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학습도 많은 양의 문제를 푸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학생들의 성적은 올랐지만, 운영이 재미있지는 않았다.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짜증이 났다. 수학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 때문에 답답했고,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화가 났다. 학생들도 나를 어려워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매일 큰 소리가 두 번 이상은 공부방에 울려 퍼졌다. 어렵사리 성적을 올려놓은 학생들은 떠나고, 다시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이 들어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다. 퇴원생이 생길 때마다 빈자리를 보면서 느끼는 허탈감은 컸다. 다시 신입생을 찾기 위해 홍보에 고민을 거듭하는 날들이 계속 되었다. 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매일 공부방에 갇혀 사는 내 자신의 모습은, 내가 보아도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 잠시 공부방을 접었다. 몇 주를 쉬고 난 후 다른 지역에서 다시 시작한 공부방. 이때는 ‘학생들의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은 내려놓자’고 다짐을 하면서 공부방을 운영했다. 나 자신을 닦달하지 않았다. 예전에 그 많은 퇴원생을 경험하면서 어느 정도 마음이 단단해졌고 공부방을 한 번 접으면서 마음을 조금은 비워놓은 덕분이었다. 오래 쉬지 않고 시작한 만큼 조금은 천천히 자리를 잡자고 계획했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예전보다는 아이들과 대화도 많이 하면서 화를 내지 않고 수업을 진행해 나갔다. 대화를 할수록 아이들에 대한 애정도 더 커졌고,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 공부가 좋은 아이들이 어디 있겠어. 나도 학창시절에 공부하는 것이 힘들었잖아. 이때는 놀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
이렇게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면서 수업에도 조금씩 변화를 주었다.
‘공부도 힘든데 선생님까지 싫고, 수업이 지루하면 안 돼! 내가 재미있는 선생님이 되어 봐야겠다.’
그래서 다른 수업 영상을 구해 보면서 판서 수업을 연습하고, 개념 수업을 위한 교구를 찾아보고,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재미난 표정과 표현들을 고민했다. 그렇게 연습한 것을 수업에 활용했을 때 자지러지게 웃는 아이들을 보니 뿌듯하고 수업 시간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때의 노력과 습관 때문일까? 지금도 말을 할 때 표정이 조금은 과하고, 손짓을 많이 사용한다.)
내가 오히려 수업 시간을 기다릴 정도가 되자 변화가 생겨났다. 아이들이 공부방에 빠지는 일이 없어졌다. 현장 체험 학습 날이면 엄마를 졸라 수업에 빠지던 예전 아이들과는 달리, 아무리 피곤해도 수업은 왔다가야 한다면서 엄마들의 만류에도 공부방에 와서 웃으며 수업을 하고 갔다. 그런 학생들을 보니 그 모습이 더 예뻐 보이고, 그렇게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커져갔다.
공부방 운영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퇴원생이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나를 보면 피하고, 불편해 하는 모습이 아닌 먼저 뛰어와 인사하고, 선생님 드시라고 과자 사들고 와서 웃는 아이들의 모습들. 그리고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우리 선생님이 좋다고 이야기하고 어머님들도 공부방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저 작은 생각의 변화와 노력에서 시작된 이 상황들을 경험하면서 나는 지금도 고민하고 노력한다. 내가 먼저 이해하고 변화하자. 그러면 그 노력이 결국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아니까… 조급해 하지 말고 현재의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고민해보자.
많은 선생님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공부방 창업을, 운영을 고민한다. 학생들이 늘지 않아 고민하고, 퇴원생이 생겨 속상해 한다. 예전의 나처럼 말이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섯 번째 공부방 가이드, 수학전문 공부방 책을 쓰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꼭 전하고 싶다.
‘진심은 통하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열 가지를 다 잘하기란 어려워도 한 가지를 잘하기는 수월하다. 수학은 입시의 킬러 과목이고 노력만큼 보상을 안겨준다. 시작이 반이다. 지금 상황에서 작은 변화도 상관없다. 남들이 하는 좋은 방법을 따라하는 것도 좋다. 변화는 선생님 자신은 물론이고 선생님의 수학 공부방 운영도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이 그 계기가 될 거라 믿는다.
나는 요즘 일을 하면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여느 공부방 선생님들처럼 하루를 한 주를 한 달을 바쁘게 지내니까? 아니다. 새로운 활력소가 생겼기 때문이다. 내 바쁜 일상의 일부가 되어 나를 숨 쉬게 해주는 것이. 그건 바로 다른 공부방 선생님들과의 만남이다. 세미나와 모임을 통해 친해진 선생님들을 만나서 수다도 떨고 공부방 운영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를 나눈다. 수학뿐만 아니라 종합, 영어 등등 전문분야가 다르니 화제 만발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나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는 오프라인 만남이 없다면? 오~ 상상하기도 싫다. 페북, 카톡, 밴드 등등 SNS 바다에는 내 목마름을 축여줄 생수가 없다. 온라인의 한계랄까. 얼굴을 마주하면 더 깊이 있는 내용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공감을 받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 말이다. 선생님들과 요즘 느끼는 운영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3~4시간이 30~40분같이 느껴진다. 그만큼 이야기에 빠져들고 마음은 채워진다. 서로가 경험을 간접 체험하고 자료를 나누는 건 그냥 덤이다. 체중이 는다는 점만 빼면.
운영을 오래하면 힘든 일이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경험이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상황을 덜 만들고 새로운 문제가 생기더라도 좀 더 빠르게 대처할 뿐이다. 학생이나 학부모님들의 유형 또한 얼마나 다양한가. 교육 현실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따라서 매년 새로운 상황에 맞춰 그 해결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는 모든 선생님들의 공통된 이야기이다.
선생님들을 만날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는 수업이다.
“요즘 공부방 운영하는데 점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되요. 수업 준비 시간도 그렇고 학부모 관리 시간도 많이 소요되네요. 선생님들은 요즘 어떻게 수업을 준비하고 계세요?”
나도 백퍼 공감한다. 예전보다 수업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이 더 많아짐을 느낀다. 학생의 학습에 대한 학부모들의 생각도 변화했음을 느끼고, 학생들이 공부를 대하는 자세도 바뀌었음을 느낀다. 무엇보다 변화하는 교육 정책이 그러하다. 학교에서 보는 평가가 변하고 그 변화한 평가 방식과 수업 방식에 맞추어 교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나 또한 바뀐 교육 과정과 교실 수업에 대하여 공부하고 그에 필요한 수업 자료를 열심히 만들어 놓아야 한다.
변화는 기회이고 기회는 이삭 줍기다. 처음 공부방을 시작했을 때처럼 나는 매일 아침 수학 공부를 하고 새로운 평가지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힘들지 않냐고? 10년 전 혼자 고민하고, 속앓이를 했던 거에 비할까. 지금은 다른 선생님들을 만나고 수업 자료들을 공유하면서 힘들기보다는 더 재미있고, 잘 만들어야겠다는 의욕이 생긴다.
한두 명이라도 좋다. 친한 선생님들의 모임을 만들어 공부방 운영 이야기도 하고 수업 자료를 공유해 보자. 딱 한 가지만 유념하시고. 한두 선생님들만 일방적으로 자료를 내놓다 보면 그 모임이 지속되지 않는다. 맞드는 손이 많을수록 서로 힘이 덜 든다. 모든 선생님들이 본인의 자료를 80% 이상 성의 있게 공유하자. 일 년만 지속해 보면 깨닫는다. 알차고 값진 자료가 만들어졌고 전에 없던 활력과 자신감이 차올랐다는 사실을.
● 설렘 반 걱정 반이다. 홍보로든 학부모님의 소개로든 신입생과 수업할 생각에 설레고 행복해진다. 반면 말과 행동이 다른 학부모님을 만날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이다. 중간 없이 상하로 편중되는 수학이란 과목의 특성과도 닮았다. 수학 공부방 신규 회원을 맞이할 때마다 드는 복잡한 감정이다.
어머님들 요구도 한층 복잡해졌다. 예전에는 단순했다. 엄하게 가르쳐도 되니 수학 성적을 확실히 올려 달라거나, 힘들어해도 더 남겨서 공부 많이 시켜 달라는 어머님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성적보다는 우리 아이가 재미있게 힘들지 않게 수학 공부 시켜 달라는 학부모들이 좀 더 많아졌다. 여기에 성적 욕심이 더해진다. 수학 성적은 당연히 잘 나오고 실력이 쭉쭉 올라가야 하지만, 아이가 힘들지 않고 재미있게 공부하길 바란다.
재미있게 수학 수업을 진행한다? 그래 나도 선생님들도 재미진 수학 수업을 하고 싶다. 어머님들 못지않다.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 실력이 쭉쭉 올라가길 원한다. 어느 누가 화내고 달래면서 힘들게 공부 시키고 싶겠는가.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가 않다. 아이들이 수학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수업 시간에 늦고, 문제를 엉터리로 풀게 되면 엄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수업 시간은 정해져 있고 정해진 시간 안에 학습 분량을 마무리하려면 선생님이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
나도 다른 선생님도 악역은 싫다. 원치 않는 악역만큼 지치고 힘드는 게 없으니까. 뭐든 방법이 없을까? 그 악역 캐릭터를 멋지게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선생님을 능력자로 만드는 방법이. 이제는 상담에서부터 이 악역을 멋지게 소화해 보시라.
작년에 가르치는 학생의 소개로 새로운 학생을 만났다. 예진(가명임)이라는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 얌전하고 웃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운 학생이었다. 예진이를 소개한 아이의 말로는 “공부를 잘 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착해요.” 예의 바르고 착한 학생은 누구나 좋아한다. 친구를 소개해준 학생에게도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 착한 학생은 많다. 하지만 선생님은 착하면서 공부도 잘하는 학생이 좋은데…’라는 속마음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그저 헤헤 웃어줬다.
상담을 받고 싶다는 예진이 어머님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상담 날짜를 정했다. 그렇게 예진이와 예진이 어머님을 처음 만난 날. 예진이 실력에 맞춰 너무 어렵지 않은 수학 테스트지를 준비하고, 샘플이 될 수 있는 수학 교재도 준비했다.
예진이는 테스트지를 보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수학이 어려워 배우고자 하는 학생인데 엄마가 있는 자리에서 문제를 푸는 게 얼마나 부담스럽겠는가. 나는 아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이거 나만 볼 거야.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풀어봐~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면 그냥 넘어가도 괜찮은 거야~”라고 달래며 다른 방으로 예진이를 데려갔다. 예진이가 문제를 푸는 15~20분 동안 어머님과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어머님에게 예진이의 테스트지 결과를 보여드리고, 예진이의 현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앞으로의 수업 교재와 시간, 그리고 수업 방향에 대해 설명드렸다. 어머님은 크게 기대에 찬 얼굴은 아니었다. 워낙 수학을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알기에 아이가 수학에 자신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다녔으면 좋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말씀하셨다. 나도 어머님께 협조를 구했다.
“예진이가 수학에 자신감을 가지고 성적이 올라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제가 최선을 다 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머님의 협조가 꼭 필요합니다. 예진이가 수업을 하면서 힘들어하거나, 잠시 쉬고 싶은 상황이 생겨도 저에게 모든 것을 상담해 주세요. 제가 예진이와 이야기하고 수업량을 조절하면서 진행해 나갈 겁니다. 공부를 하는 것은 예진이고, 그 공부를 함께 이끌어 나가는 것이 저이기 때문에 예진이와 제가 소통이 잘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머님께서는 저에게 의지해 주시고, 예진이와 저의 중간다리 역할을 튼튼히 해주세요"
어머님은 “그러겠다”고 약속하고 수업 등록을 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보니 예진이는 받아들이는 속도도 느리고, 많은 반복을 필요로 하는 학생이었다. 그래도 수업을 진행하면서 매일 “와~ 잘하는데~, 가르치는 보람이 있다. 너 같은 학생만 있었으면 좋겠다.” 등의 당근과 “예진아~ 이건 하고 가야 해~, 집중해서 풀어야지~ 졸리면 스트레칭하거나 세수하고 오자. 집에서? 안돼!! 해야 해.” 등의 채찍을 번갈아가면서 사용했다. 너무 힘들어한 다음 날은 학교 앞에서 만났다. 같이 핫도그를 사먹으면서 힘들어도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하여 농담 반 진심어린 조언 반으로 대화도 나누었다.
중간중간 어머님으로부터 ‘아이가 힘들어하니 오늘은 쉬게 했으면 좋겠다. 오늘은 일찍 보내 달라. 숙제를 다 못해 가는데 혼내지 말아 달라.’ 등의 전화나 톡이 왔다. 그때마다 어머님을 다시 상담하면서 다짐을 받았다. “일찍 보내는 경우도 예진이에게는 이야기하지 말아주세요. 어머님께서 이야기하신 걸 알고 제가 일찍 보내는 것과, 제가 예진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예진이와 이야기를 해 본 후 일찍 보내는 것은 다릅니다. 예진이가 받아들이는 강도가 다릅니다. 그러니 힘들어할 때도 예진이에게는 ‘무조건 공부방에 가서 공부해라.’라고 이야기해 주세요. 다독이면서 학습량을 조절하는 것은 제가 결정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당부드렸다.
이 모든 과정이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그만큼 학생과 선생님간의 두터운 친밀감과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선생님의 보람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릴 것이고, 어머님이 느끼는 변화도 감동적일 것이다. 예진이는 조금씩 실력이 잡혀갔고 성적도 꾸준히 올라가면서 2학기 중간고사 때는 90점을 받게 되었다.
지금은 공부를 하면서 힘들어지는 순간이 오면 엄마에게 표현을 하기보다는 나와 이야기하면서 힘든 산을 하나씩 넘고 있는 중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아이에게 의지가 생긴 것이 보이고, 내가 그 과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선생님이라는 믿음을 아이에게 주었다. 때문에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를 기다린다.
성적이 올라가면 모든 게 좋아질까? 아니다, 다른 곳으로 옮기는 학생들이 꼭 나온다. 애써 키워놓은 제자를 다른 학원에 빼앗겼을 때의 속상함이란… 몇 달씩 후회와 고민을 달고 사는 선생님들도 많다. 대게 무리한 학습량으로 빠른 성적 향상을 보여주려 한 의욕과잉 탓이다. 엄한 악역 캐릭터의 부작용이다.
실패를 거울삼아 살짝 아주 살짝 바꿔보자. 학생과의 친밀감과 신뢰를 먼저 쌓고 간간이 엄격한 모습을 보여주자. 이렇게 학생 마음을 울리는 선생님,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캐릭터를 완성해 나가보자. 힘든 수학 공부를 시키면서 이끌어가야 하니 악역일 수밖에 없지만 학생 입장에서 보아도 이해가 되는, 미워할 수 없는 악역 말이다. 마음을 나누는 학생과의 그 끈끈함이 놀라운 수업 태도의 변화와 장기 회원을 만드는 비법이니 말이다.
● 선생님들을 만나 한 학기 수업을 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이런저런 말을 하다 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뚫리고, 꼬깃꼬깃 응어리졌던 미움도 웃으며 털어버릴 수 있다. 서로 이야기를 풀어놓다 보면 요즘 선생님들의 고민을 쉽게 알 수 있고 해결책도 술술 나오게 된다. 혼자 고민하기 보다는 여럿이서 머리를 맞대는 편이 낫다.
지금 이 책을 읽는 선생님들도 내가 진행하는 친목 모임을 한번 엿보시라. 지금 고민 중인 문제라면 주의를 기울여도 좋다. 어쩌면 쓸 만한 해결 방안도 있을 테니. 그 날도 한 선생님의 질문으로 주제가 나왔다. 바로 수업 방향에 대한 고민이었다.
선생님들은 교재 선택이 항상 어렵다고 말한다. 흔히 남들이 좋다는 교재 따라 써 보았는데 “나는 그 교재 별로던데요?”, “저희 지역은 학교 시험이 어렵게 나오는 편이 아니라서 그 교재는 맞지 않더라고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교재가 가장 좋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내 지역과 내 학생에게 맞는 교재가 가장 좋은 교재라는 것을 잊지 말자. 교재 선택만으로도 내 수학 공부방을 최고로 만들 수 있다. 내 지역의 학교 분석과 학생 수준을 파악하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 투자를 하자. 그 노력만큼 고스란히 돌려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