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예방으로 더욱 건강한 삶을
뇌졸중에 관한 지식이 두터운 사람도, 그렇지 못한 사람도 뇌졸중에 대한 한 가지 사실만은 아주 잘 알고 있다. 뇌졸중이 상당히 무서운 질환이라는 사실! 왜 아니겠는가. 뇌졸중은 암 다음으로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는 질환이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생률이나 유병률이 증가한다. 여기에 뇌졸중은 그 자체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더 치명적인 후유증과 장애를 남기기도 한다.
이렇게 무서운 뇌졸중에 대비하는 방법을 미리 알아 두고, 나아가 예방까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의미에서 허준 원장의 《뇌졸중 이야기》 출간 소식은 뇌졸중이 발병한 환우와 가족들, 그리도 뇌졸중이 두려운 일반인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여러 사례와 만화를 통해 뇌졸중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대비책과 예방법을 확실하게 짚어 준다.
저자가 의무원장으로 재직 중인 명지성모병원은 뇌혈관 전문병원으로, 전문의들이 24시간 뇌혈관수술과 혈관내시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병원으로 유명하다. 전문의가 하이브리드 수술·시술을 집도하는 만큼 빠른 대처와 질 높은 의료 서비스로 환자의 예후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뇌졸중 이야기》에는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책은 뇌졸중을 막연히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지침이 되어 줄 것이다.
뇌졸중은 무서운 질환이지만 대비책과 예방법을 알고 있으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영위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국회의원 윤종필
뇌혈관 질환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뇌혈관 치료의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뇌졸중·뇌출혈과 같은 뇌혈관 질환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뇌혈관수술 또는 혈관내시술을 제때 신속히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혈관 질환이 발병한 환자를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을 사수해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검사·치료 시설,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명지성모병원은 2011년에 국내 유일의 뇌혈관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5년 연속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아 뇌혈관수술우수병원인증을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뇌혈관 질환 치료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뇌졸중 치료 전문병원으로서 입지를 공고하게 다져 나가며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이자 명지성모병원의 의무원장인 허준은 뇌혈관수술과 뇌혈관내중재시술에서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은 신경외과 전문의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조교수를 역임하였으며 대한뇌혈관내수술학회 뇌혈관수술 인증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평소에도 ‘뇌혈관 질환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소신을 강조했고, 환자가 찾아왔을 때 최상의 치료를 빠르게 시행할 수 있어야 뇌혈관 전문병원에 걸맞은 전문성과 색깔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경외과를 중심으로 탄탄한 팀워크 구축에 최선을 다하며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그런 허준 원장이 뇌졸중의 원인과 응급 처치법, 수술과 치료, 재활, 그리고 예방책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노하우를 담은 책을 출간함으로써 일반인들이 뇌졸중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접근하는 데 있어서 이 책이 주춧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뇌졸중 이야기》 출간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뇌혈관 질환의 공포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대한병원협회장 홍정용
뇌졸중, 대응하고 치료하고 예방하라!
뇌졸중 환자의 약 70%는 초기 증상을 인식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안고 살아간다. 이런 이유로 뇌졸중은 ‘침묵의 저격수’라고 불린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뇌졸중은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이 경험하는 질환이며, 세계적으로 2초에 1명씩 발병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80만 건의 뇌졸중이 발생하는데, 이중 10%가량이 45세 이하의 젊은 층에서 일어나고 있다.
뇌졸중은 혈전이나 출혈로 인해 뇌로 가는 혈액의 흐름이 지장을 받아 생기는 질병으로, 어느 연령층에나 큰 타격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도 뇌졸중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젊은이들이 받는 피해가 더 심각하다. 인생에 있어 가장 활동을 많이 해야 할 황금 시기에 뇌졸중이 발생하면 그 후유증이 크다. 미국의 《뇌졸중 저널(Journal of Strok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50세 이전에 뇌졸중이 발생한 사람의 3분의 1이 이후 10년 동안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은 65세 이상의 노인 층에서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 젊은 층에서는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젊은 층에서 비만이나 고혈압을 가진 사람, 과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뇌졸중이 무서운 질병으로 악명을 떨치는 상황은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60세 이상 사망 원인 1위는 다름 아닌 뇌졸중이다. 한 해 10만 5,000명의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고, 20분에 한 명씩 사망한다. 최근에는 30~40대 발병률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연령층의 절반가량이 담배를 피우는 30~40대 남성들이 뇌졸중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더 많은 사람이 뇌졸중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뇌졸중에 대응하고, 뇌졸중을 치료하고, 뇌졸중이 발병하기 이전에 예방하는 풍토가 자리 잡혀야 한다.
뇌혈관 치료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뇌졸중, 뇌출혈 등 뇌혈관 질환은 환자 상태에 따라 뇌혈관수술 또는 혈관내시술을 제때 신속히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이 뇌졸중·뇌출혈 등의 환자를 살리는 ‘골든타임’ 사수를 위해 응급 상황 시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검사 및 치료 시설과 함께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의료진 간의 협업이 필수다.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뇌혈관 질환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뇌출혈, 뇌졸중이 발병했을 때 환자들이 최상의 치료를 빠르게 시행할 수 있는 뇌혈관 전문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뇌졸중 전문의로서 그간 뇌졸중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고,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했다. 그러던 도중에 뇌졸중의 위험성을 널리 알려 수많은 뇌졸중 환자와 뇌졸중 발병의 위험을 안고 사는 일반인들에게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집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독자들이 뇌졸중의 위험성과 예방법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본문에 그동안 내가 치료한 수많은 환자의 사례와 통계 자료, 연구 결과를 활용했다. 그리고 파격적으로 만화를 도입함으로써 재미와 의료 정보 습득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뇌졸중을 앓아 본 환우들과 뇌졸중에 대해 대강의 특성만 파악하고 있는 이들 사이에도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뇌졸중은 후유증을 남기는 무서운 질병’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포라는 감정은 실체를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뇌졸중의 실체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했으면 한다. 독자들이 뇌졸중의 공포에서 벗어나 뇌졸중을 극복하고 예방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길 희망한다.
출간하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나를 신경외과 의사로 키워주신 부모님, 지금의 신경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 자식 같이 가르쳐 주신 가톨릭대학교 신경외과 교실 교수님들 특히,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이상원 교수님과 성재훈 교수님께 감사를 드린다.
명지성모병원 의무원장 허 준
“뇌졸중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질 때, 그때 조심해야 해. 추위에 노출되면 뇌혈관이 갑자기 좁아져서 막히거나 터질 수 있거든. 특히 노인들은 더 조심해야 해. 여름에는 별일 없어, 괜찮아.” - 63세 남성
뇌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되어 발생하는 뇌졸중은 흔히 겨울철에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한여름에도 뇌졸중 위험성은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013년에 공개한 뇌졸중 환자의 월별 발생 현황을 보면, 추위가 시작되는 12월에 19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여름에는 어땠을까. 같은 해 7월과 8월에도 19만 명을 웃돌았다. 한여름의 뇌졸중이 한겨울에 비해 덜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뇌졸중과 더위의 상관관계를 자세히 알아보자. 폭염이 계속되면 인체는 체온 조절에 돌입한다. 땀을 배출하는 것도 체온 조절 활동의 일환이다. 혈액 역시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 아래에 있는 모세 혈관으로 모여든다. 혈액이 한곳으로 모이는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장기나 근육에 일정하게 공급되어야 하는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고령자에게 더욱 심각하다. 고령자는 더위를 감지하는 감각이 무디고 땀을 배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체온 조절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노령 인구에게 높은 비율로 발생하는 만성 질환도 원인이 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인 10명 중 8명이, 70세 이상 노인 10명 중 9명이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 만성 질환에 처방되는 이뇨제나 안정제 등의 일부 약품은 체온 조절을 방해해 땀 배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뇌졸중에 있어서 체내 수분 밸런스는 매우 중요하다. 밸런스가 무너져 체내에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이 끈끈해진다. 이는 혈류를 방해해 혈관이 막히거나 손상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나 극심한 온도차는 혈관을 압박하고 뇌졸중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나 극심한 온도차는 혈관을 빠르게 수축시키는데, 혈관이 경직되어 있거나 혈관 내부 공간이 좁아져 있는 상태라면 매우 위험하다. 급격한 혈관 수축이 곧바로 혈관 막힘이나 혈관 파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뇌졸중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흔한 병이라고 들었어요. 남성들은 술도 많이 마시고 담배도 많이 피우잖아요.” - 45세 여성
대한뇌혈관외과학회의 통계에 의하면 남녀 비율이 4대 6으로, 여성 환자가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사망률 역시 남성은 15.26%인데 비해 여성은 17.84%로,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
“뇌졸중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잖아요. 20대, 30대들은 걱정할 필요 없는 것 아닌가요? 나이 들면 혈관 문제가 많이 생긴다고 하는데, 아직은 젊어서 걱정 안 해요.” - 29세 남성
통계에 의하면 고혈압성 뇌출혈 환자의 21.4%가 40대 이하의 젊은 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뇌동맥류 환자 역시 40세 미만 환자가 12.7%를 차지한다. 젊다고 뇌졸중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최근에 20~30대 뇌졸중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후에 상세하게 다루겠다.
뇌졸중 오해 바로잡기
1. 뇌출혈은 새벽에 발병하는 질환이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의 통계에 의하면 오후 6시(7.8%), 오후 7시(6.5%), 오전 10시(6.5%), 오후 3시(5.9%) 순으로, 주로 오후 시간대에 발병률이 높다. 오히려 새벽 1시에서 5시 사이에는 발병률이 1.5~2.2%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2. 뇌졸중으로 쓰러지면 손을 따거나 우황청심환을 먹인다?
손가락을 따거나 억지로 약을 먹이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손가락을 딸 경우에는 통증으로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 병이 악화될 수 있고, 억지로 약을 먹일 경우에는 기도를 막아 질식이나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3. 두통, 어지럼증, 뒷목이 뻣뻣한 증상이 있다면 뇌졸중이다?
두통과 어지럼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뇌졸중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심한 두통과 구토, 어지럼증을 동반한 두통의 경우는 뇌졸중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는 빨리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편두통, 감기 등으로 착각해서 진통제로 조절하려다가 출혈이 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4. 뇌졸중과 치매는 같은 병이다?
뇌졸중과 치매는 다르다. 뇌졸중이 반복적으로 생기면 뇌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된다. 예를 들어 뇌출혈이나 뇌경색으로 뇌가 손상되면 기억력이나 인지 기능이 손상되어 치매가 올 수 있다. 하지만 치매는 뇌졸중 증상 중 하나로, 기억력 장애와 일상생활 능력의 손실을 보이는 증상일 뿐, 병이 아니다.
40대 남성 직장인 진태 씨는 평소 고혈압을 앓았다. 해가 바뀔 때마다 금연을 다짐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일을 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흡연으로 풀었고, 술을 좋아해 자주 마셨다. 병원을 찾기 며칠 전부터 그는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라, 왜 이러지?’
진태 씨는 회사에서 기지개를 켜던 중에 갑작스럽게 후두부의 두통을 느꼈다.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심한 두통이었다. 평소에 두통을 자주 앓는 편이 아니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픔이 점차 줄어드는 듯해서 근육이 뭉친 것이라고 넘겨짚었다.
“이 대리, 들어오는 길에 진통제 좀 사다 줘요.”
그는 동료가 약국에서 사다 준 진통제를 먹으며 두통을 참았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던 진태 씨는 도중에 택시로 갈아타고 병원을 찾았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는데 말이 조금 어눌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왜 이럴까 생각하고 있는데, 순간 팔다리에 힘이 쭉 빠지지 뭡니까. 너무 놀라서 바로 병원으로 왔어요. 왜 이런 걸까요?”
그의 증상을 모두 듣기도 전에 담당 의사의 머릿속에는
병명이 떠올랐다. 뇌동맥박리증. 급히 입원 수속을 하고 MRI와 혈관 촬영을 진행했다. 예상대로 그의 진단명은 왼쪽 척추 동맥의 뇌동맥박리증과 그로 인한 뇌경색이었다.
증상이 이미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응급으로 혈관 내 스텐트 시술을 통해 찢어진 혈관 내벽을 외벽으로 밀어붙여 안정시키고 혈관 내강(피가 흐르는 부분)을 넓히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시술이 잘 이루어져 혈관은 모두 열렸다. 하지만 뇌경색이 남아 한동안 입원을 해서 약물 치료와 재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진태 씨는 현재 증상이 모두 완쾌된 상태다. 치료가 잘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극심한 두통을 느꼈을 때 곧바로 병원을 찾았다면 어땠을까. 시술이 아니라 약물 치료만으로도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뇌경색이 발생하기 전에 치료가 됐다면 후유증도 적고 입원도 오래 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머리 뒤쪽이 찢어지게 아플 때는 그냥 넘어가면 안 돼. 내가 미련해서 병을 키웠어,”
진태 씨는 문병을 온 지인들에게 두통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래도 그는 운이 아주 나쁜 편이 아니었다. 만에 하나 진태 씨가 조금 더 늦게 병원을 찾았더라면 그의 왼쪽 팔다리는 마비가 되었을 수도 있다.
진태 씨가 퇴원을 한 뒤 그와 연령과 생활 습관이 비슷한 환자가 뇌동맥박리에 의한 두통으로 병원을 찾았다. 뇌동맥박리란 혈관벽의 여러 층 중에 내막 층이 찢어지면서 외벽과 내벽 사이에 피가 고이고, 이것이 다시 혈관 내강을 막아 뇌경색 등 뇌졸중을 일으키는 병이다.
뇌동맥박리는 90% 이상 두통이 동반되며, 마비 등 신경학적 이상 없이 두통만 나타나는 경우도 8%나 된다. 뇌동맥박리의 특징은 목의 과도한 움직임과 심한 기침이 있으며, 재채기처럼 복압이 갑자기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두통과 경부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어지럼증, 팔다리 마비, 균형 장애, 발음 이상 등 신경 이상 증상이 동반된다.
뇌동맥박리의 치료 방법은 항응고제를 이용한 약물 치료나 혈관 성형술, 스텐트 시술로 혈관이 막혀 뇌가 손상되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다. 다만 혈관이 심하게 좁아지거나 막히기 전에 치료를 하면 예후가 좋지만 이미 뇌경색이 온 뒤에 치료를 하면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통이 발생하면 즉시 검사를 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두통은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전체 인구의 약 70~ 80%가 1년에 한 번 이상 두통을 경험한다. 흔한 증상이다 보니 어떤 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거나 진통제를 먹으며 참기도 한다. 물론 그 많은 두통 환자 중에 뇌졸중이 원인인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두통은 뇌졸중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으니 자신이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뇌졸중 환자 중에 뇌졸중 발생 당시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는 18~32% 정도나 된다. 두통이 팔다리 마비, 발음 이상처럼 뇌졸중만의 증상은 아니지만 뇌졸중의 여러 가지 증상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고령, 고혈압, 당뇨처럼 뇌졸중 위험 인자가 있는 경우나 진통제가 잘 듣지 않는 두통,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는 두통, 벼락이 치듯이 갑자기 아픈 두통 등은 심각한 증상일 수 있다. 두통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의사와 상담을 하고 검사를 해야 큰 병을 예방할 수 있다.
뇌졸중 체크 포인트
1. 뇌졸중의 전조 증상으로 두통과 울렁거림,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대부분의 환자는 이러한 증상을 단순 만성 두통으로 여기고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2. 갑작스러운 반쪽 마비, 안면·감각 마비, 두통을 동반한 구토 증상, 의식 저하(혼수), 발음·언어 장애 등의 증상이 단독 또는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하루 중 어느 때에나 나타날 수 있지만, 뇌경색의 경우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자주 나타난다.
3. 뇌경색이 의심될 경우 신속히 119를 불러야 한다. 만약 환자에게 마비 증상이나 구토 증상이 있다면 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간단히 응급 처치를 해야 한다. 환자를 옆으로 눕히고, 목을 조이는 넥타이나 셔츠 단추 등을 풀어 주어야 한다.
올해 38세인 민석 씨는 어느 날 갑자기 말이 어둔해지면서 입이 돌아가고 팔다리에 마비가 생겼다. 그는 16년 동안 매일 한 갑씩 담배를 피웠다고 말했다.
“담배가 해로운 건 잘 아니까 끊어야지, 생각은 했죠. 하지만 그동안 건강이 특별히 나쁜 것은 아니었어요.”
진찰 결과, 민석 씨는 오른쪽 안면 마비 및 발음 장애가 있었고, 오른쪽 상하지 마비로 인해 걸음이 불안정했다. 뇌졸중일 확률이 높았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결과 급성 뇌경색 소견과 함께 왼쪽 중대뇌동맥이 심하게 좁아진 것이 관찰됐다.
큰 혈관이 완전히 막히기 전에 재빨리 병원을 찾아온 것이 다행이었다. 그 덕분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졌고, 더 이상 마비가 진행되지 않았다. 약물 치료와 함께 재활 치료를 진행하면서 마비 증상도 호전되고 있다. 하지만 뇌경색 원인을 추적 검사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발견되지 않았던 당뇨와 고지혈증이 발견되어 이 두 가지 병에 대한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젊은 층의 뇌졸중을 유발하는 주원인은 흡연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연구한 결과, 45세 이하 젊은 남성 뇌졸중 환자의 약 45%는 흡연, 29%는 고혈압이 주요 발병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흡연은 뇌경색의 위험성을 약 1.5~2배, 뇌출혈은 2~4배가량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담배를 피운 기간이 길고 하루에 피우는 담배의 양이 많을수록 뇌졸중 위험도가 높아진다.
직접 흡연뿐 아니라 간접흡연도 뇌졸중의 발생률을 높인다. 따라서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담배를 끊은 경우 위험도는 2년 후부터 감소하여 끊은 지 5년이 지나면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과 비슷한 위험도를 가진다는 것이다. 담배는 하루라도 빨리 끊는 것이 최선이다.
일반적으로 15~45세 사이에 발생한 뇌졸중을 ‘청년기 뇌졸중’이라 말한다. 청년기 뇌졸중은 전체 뇌졸중 발생의 5~12% 정도를 차지한다. 또한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남성들이 음주량이 많고 흡연율이 높으며, 짜게 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