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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나는 혼란을 좋아하는 것 같다. 혼란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혼란밖에 모르는 것 같다. 혼란 속에서 가느다란 이해가 균열처럼 솟아나는 순간을 좋아한다. 글쎄, 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혼란을 가중시키는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세계를 직조하고, 세계를 포기한다. 포기라는 게 단순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혼란을 가중시키는 방식으로 포기를 첩첩이 쌓아나가는 일은 일종의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기도 하다는 걸 말하고 싶다. 따라서…… 나에게 있어 글쓰기란 당연히 혼란을 가지고 노는 작업 중 하나이다. 혼란을 가지고 논다고 생각하다가 혼란에게 잡아먹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런 작업에서 성공과 실패는 큰 의미가 없다. 실낱같은 웃음과 시시한 이해만 가끔씩 배어 나온다면 말이다.

단어 극장. 김유림 지음

노동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일은 왜 일이 되는가를 한땀 한땀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노동이 투명해지지 않습니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우리에게는 다른 종류의 안식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적 형식 그 자체나 친숙함, 알고 있는 운율, 알려진 문구, 익숙한 형태의 이야기, 선율, 우리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한참 뒤에도 매번 우리에게 주어지는 문구나 구절이나 문장이 주는 불변의 확신이라는 형태일 것이다. 거친 바람은 5월의 사랑스러운 새싹을 분명히 흔들어놓는다. 바람은 항상 그럴 것이다.

아트풀. 앨리 스미스 지음, 이상아 옮김

저소득 취약계층의 자활과 자립을 위해 마련된 자활센터 사업장은 만기 5년짜리 한시적 일자리다. 5년을 채우면, 더 일하고 싶어도 떠나야 한다. 5년간 일한 데 대한 퇴직금은 물론 없다. 퇴직이 아닌 참여 종료이기 때문에. 내 나이 60이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생성되는 모든 것이 새롭지만, 낯선 모든 것이 즉각 낡아버리는 세계, 이것이 우리의 세계이며 또한 모두의 미래다. 여기서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만이 새롭고, 미지의 새로운 것만이 가치를 획득한다.

독자 저격. 조효원 지음

여행의 시작에 우체부가 왔다. 이것은 최초의 여행에 관한 글이다. 여행은 편지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런데 편지는 무엇으로부터 왔는가?

속삭임 우묵한 정원. 배수아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