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나는 혼란을 좋아하는 것 같다. 혼란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혼란밖에 모르는 것 같다. 혼란 속에서 가느다란 이해가 균열처럼 솟아나는 순간을 좋아한다. 글쎄, 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혼란을 가중시키는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세계를 직조하고, 세계를 포기한다. 포기라는 게 단순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혼란을 가중시키는 방식으로 포기를 첩첩이 쌓아나가는 일은 일종의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기도 하다는 걸 말하고 싶다. 따라서…… 나에게 있어 글쓰기란 당연히 혼란을 가지고 노는 작업 중 하나이다. 혼란을 가지고 논다고 생각하다가 혼란에게 잡아먹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런 작업에서 성공과 실패는 큰 의미가 없다. 실낱같은 웃음과 시시한 이해만 가끔씩 배어 나온다면 말이다.
단어 극장. 김유림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