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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어떤 사랑은 증명을 통해서만 구체화되고 힘을 얻는다. 만일 그 사랑이 한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나 환경,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역사적 시간에 대한 것이라면, 그래서 그 사랑이 이해이고 공감이고 연대라면, 그것은 분명히 증명되어야 한다.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 집요한 시선,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용기,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말이다.

다큐하는 마음. 양희 지음

히카리는 겉으로는 무탈하게 자랐지만, 네댓 살이 되어도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음의 높이나 음색에 아주 민감해서, 인간의 말보다 먼저 들새의 노랫소리를 많이 익혔습니다. 이윽고 히카리는 어떤 새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레코드판으로 듣고 알게 된 새의 이름을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히카리가 말을 익히는 과정의 시작이었습니다.

나의 나무 아래서. 오에 겐자부로 지음, 오에 유카리 그림, 송현아 옮김

“자유롭게 흐르는 정보라는 꿈은, 한편으로는 희소성, 물리적으로 제약된 공간, 계급, 젠더, 체화, 시간, 필멸성에서 벗어나려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의 이윤 추구, 계층화된 사회 구조, 물리적 제한, 젠더 불평등, 낙인찍히고 결함 있는 신체들 등이 불가피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재천명된다. 복합적 피드백 루프가 이 두 측면을 연결한다. 정보의 꿈을 가능하게 한 것이 통신 기술이라는 점에서, 신체를 통신이라는 보철물(prosthesis)과 잇는 것이 하나의 피드백 루프를 이룬다. 한편 주체성은 정보의 경제를 위해 재설정된 다음, 이후 계속되는 상호매개의 사이클에서 신체와 주체가 에너지와 물질의 제약하에 다시 놓이며 재설정된다. 이때 주체성이 겪는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또 다른 피드백 루프를 이룬다. 2장에서 보았듯 의미 작용의 프로세스 또한 기호 변화의 역학과 연관된다. 의미 작용의 프로세스는 변동 없고 지속성 있는 인쇄의 기입에서 전자·전기 통신 기술 특유의 코드 계층들로 이동한다. 고정된 부호가 계층 구조로 변화하면서 그 인코딩/디코딩의 연쇄에 개입이 일어날 가능성이 열린다. 이러한 개입은 보통 통신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인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의미 작용의 이 변화된 본질은 인간과 기계를 결합하는 보철물들과 묶인다. 의미 작용, 기술, 주체성은 공진화한다.” _ “03 정보의 꿈” 중에서

내 어머니는 컴퓨터였다. 캐서린 헤일스 지음, 이경란.송은주 옮김

“당신에 관한 책을 일본에서 출판하고 싶어요. 허락해주실 수 있나요?” 긴 세월 인터뷰를 완강히 거부하고 녹음은 진즉에 중단, 방송 녹화조차도 허락지 않을 만큼 극단적으로 사생활을 중시하는 아티스트가 바로 루푸다. 대답은 ‘노’이겠거니 생각했다. “친애하는 지카코, 나는 물론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겠지만, 자네가 하고 싶다면 맡기도록 하지. 좋은 성과가 있길 빌어.”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 이타가키 지카코 엮음, 김재원 옮김

정말이지 하느님, 사정이 이러하니 오늘은 힘센 천사를, 아주 힘센 천사를 꼭 보내주셔야 해요.

정신병동 수기. 크리스티네 라반트 지음, 임홍배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