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데미안>과 <파우스트>와 <설국>을 읽었고 절에서 밤새 1,080배를 했으며 매일 해질 무렵이면 열 바퀴씩 운동장을 돌았고 매순간 의미 있게 살지 않는다면 그 즉시 자살한다는 내용의 '조건부자살동의서'라는 것을 작성해 책가방 속에 넣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