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혼탁한 시대, 희망이 필요한 모든 이를 위한 소설.”
_곽아람(기자, 작가)
예견된 상실을 마주한 한 인간의 운명적 딜레마
그리고 그 앞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용기에 대하여
★★ 워싱턴포스트 2024 뛰어난 소설 50선 ★★
★★ 캐나다 공영방송 CBC 선정 2024년 최고의 책 ★★
★★ PBS 북클럽 선정 도서 ★★
★★ 굿리즈 2024 초이스어워즈 후보작 ★★
★★ 유니버설 스튜디오 영상화 예정 ★★
동쪽으로는 20년 후의 미래, 서쪽으로는 20년 전의 과거의 시간이 흐르는 동일한 마을이 있다. 마을과 마을 사이는 철책으로 단절되어 있어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다. 오직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만, 고위 공무원인 자문관의 허가를 받아서 비밀리에 과거나 미래의 마을을 방문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하지만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읜 오딜 오잔은 다른 마을을 방문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과거나 미래를 방문한다고 해도 진정한 위로는 받을 수 없다고 믿는다. 그러던 어느 날 오딜은 우연히 동쪽 마을에서 온 방문객을 목격한다. 알고 보니 그들은 곧 사랑하는 에드메의 부모님이었다. 에드메의 죽음이 곧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혼란이 엄습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오딜. 예정된 사건을 막으면 마을 전체에 걸쳐 혼돈과 절멸을 초래할 수 있기에 쉽게 행동에 나설 수도 없다. 오딜은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는 것과 질서에 순응하는 것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시간의 계곡』은 철학자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의 첫 소설이다. 기억과 감정, 문학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연구해 온 그는 이 소설을 발표하자마자 단숨에 주목받는 소설가로 발돋움했다. 데뷔작으로는 이례적으로 북미 출판사에 억대 선인세로 계약되었고, 원고 단계에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 수출된 것은 물론 10개 사 경쟁 끝에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영상화가 확정되어 전 세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캐나다 국영 방송국 CBC와 워싱턴포스트가 각각 선정한 2024년 최고의 소설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영국의 작가 조 하킨은 “가즈오 이시구로, 테드 창, 무라카미 하루키와 나란히 놓일 놀라운 데뷔작”이라는 평을 남겼으며, 곽아람 기자는 “혼탁한 시대, 희망이 필요한 모든 이를 위한 소설”이라는 문장으로 이 소설을 극찬했다.
저자 하워드는 한 인터뷰에서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겪고 ‘미처 작별 인사조차 할 수 없었던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을 주제로 『시간의 계곡』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소설 속에서 시간의 경계선을 넘을 수 있는 사유는 오직 죽은 사람을 추모하는 ‘애도 여행’만으로 제한함으로써, 개인이 처한 상실과 이를 다루는 사회의 자세를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계속해서 곱씹게 만든다.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시간의 차이를 두고 소멸하기에 있는 것보다 사라지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인간만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른 시간대에 집착한다. 상실이 가져오는 감정에 사로잡혀 과거로 회귀하려 하거나 오지 못할 미래를 그리워하며 현재와 괴리되려 한다. 오딜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거부하고 마치 ‘슬픔이라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사회적인 욕망에만 충실하고자 자신을 속인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오딜도 상실을 받아들이고 시간의 경계를 가르는 철책 앞에 선다. 이곳에서 이제 오딜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는 어떤 결말이든 기꺼이 끌어안고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하는 것, 그리고 후회할 여지를 남기지 않고 용기를 내어 옳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예정된 슬픔 앞에 선 오딜에게 거대한 계곡은 다시 한 번 묻는다.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언급한 질문들을 떠올렸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소설은 20년 전 과거, 그리고 20년 후 미래의 평행우주 사이 경계에 선 주인공이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그렇다”로 만들어 내는 과정을 그려간다. 인간이란 늘 선택하고 후회하며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어떤 인간은 결국 옳은 방향을 향해 행동하지 않는가. 혼탁한 시대, 희망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_곽아람, 조선일보 출판팀장 · 『공부의 위로』 저자
― “가즈오 이시구로, 테드 창, 무라카미 하루키… 그들과 나란히 놓일 놀라운 데뷔작.” _조 하킨(작가)
― “시간과 숙명, 자유 의지를 다룬 눈부신 데뷔작.” _토론토 스타
― “실존하지 않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거대한 세계.” _더위크
― “기억과 사랑, 후회가 모두 담긴 감동적인 사고 실험.” _가디언
― “사색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페이지 터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_월스트리트 저널
― “지독하게 가슴 아픈 이야기. 놀랍도록 독창적인 시간 여행 소설.” _폴리곤
― “심장을 뒤흔드는 철학적 스릴러.” _뉴욕타임스
― “놀랍도록 독특하고 도발적인 전제, 섬세하게 직조하다 짜릿하게 터뜨리는 클라이맥스.” _셸프 어웨어니스
― “아름답게 쓰여진 승리.” _북리스트
― “복잡한 구조의 점보제트기 같은 이야기지만 마지막까지 위풍당당하게 착륙시키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_뉴 사이언티스트
1부
2부
감사의 말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 별로 남아 있진 않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면 꼭 여름날의 과수원이 떠오른다. 햇볕은 뜨거웠지만 나무 아래 공기는 서늘하고 나긋했다. 아버지와 나는 손을 잡고 맨발로 과수원을 걸어 다녔다. 높게 자란 풀 사이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노라면 농익어 떨어진 버찌 열매가 발바닥 아래에서 터졌고, 그럴 때마다 어쩐지 느리고 푸르른 땅의 거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과수원 끄트머리에 다다르면 아버지가 나를 번쩍 안아 과수원의 경계인 돌담 위로 올려주었다. 그러면 눈앞에 황량한 풍경이 펼쳐졌다. 둥그스름한 산기슭을 향해 들갓 밭이 한없이 뻗어나갔고, 태양은 구름 뒤에서 희게 빛났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짜릿한 슬픔과 엇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이후로도 탁 트인 공간이나 쓸쓸한 경계 지역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때와 같은 감정이 느껴졌다. 익숙한 세상의 고독한 끝자락에 존재하는 그런 느낌. _20쪽
에드메의 부모님이 이곳에 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알고 있었다. 에세이 주제가 아닌 현실에서, 다른 밸리의 방문을 승인받을 수 있는 사유는 사별뿐이었다. 산 너머 20년 이후의 삶을 사는 동부 밸리의 세상에는 에드메가 죽고 없는 게 틀림없었다. 피라 부부를 알아봤던 그 순간, 나는 그들이 나를 찾아온 사람들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마음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이제는 죄책감이 들었다. _40쪽
“심사 프로그램은 다른 사람의 슬픔을 저울질하는 일이라고 네가 그랬잖아……. 만약 그게 네 직업이 된다면 아마 너는 슬픔에 점점 익숙해질 거야. 마치 슬픔이라는 감정 위에 서 있는 사람처럼.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너희 아버지 일이 있고 나서 너희 어머니가 겪어야 했던 일을 너는 겪지 않도록 너를 보호하려고 노력하시는 건 아닐까?” _117쪽
“현재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연약한 것이죠.” _133쪽
“자기 존재를 무효화하려면 우선 존재해야 하잖아요. 제 말이 맞죠?”
이브레 선생님이 눈을 아주 부드럽게 뜨고 답했다. “아닙니다. 서쪽으로 간 사람이 거기서 개입을 일으키면, 시간이 파도처럼 그를 덮쳐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삼켜버립니다. 아주 단순하고 무자비하게.” _137쪽
혼자 있을 땐 내가 연못에서 목격한 장면과 나와 에드메의 우정을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에드메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사실은 그의 앞날을 알게 됐기 때문은 아닌지, 아니면 은밀한 자신감이나 해방감을 느꼈기 때문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나는 동안에도 나는 먼 미래를 아직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어둠 속에 가두어두려고 노력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확실성, 말조차 금지된 슬픔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_140쪽
어쩌면 완벽한 경고문을 만들어내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무슨 일이든 내년 봄에 닥칠 사건을 에드메가 피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문 기관이 이를 알게 됐을 때 내 말에 어떤 의도도 담기지 않았었다고 판단할 정도로 미묘하고 완벽한 경고문 말이다. 물론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그 일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 섬세하게 경고할 수 있을까. _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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