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물론 내 책상 위에도 연필이 몇 자루 있다. 교정지를 들여다볼 때는 빨간 펜을 사용하지만, 빨간 펜을 사용하기도 전 단계, 이를테면 ‘책이 될지 안 될지’를 알 수 없을 때는 연필을 쓴다. 초고를 읽으면서 떠올린 생각, 질문, 빼거나 더하면 좋을 내용 등을 메모해놓기 위해서다. 똑같이 빨간 펜을 써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되면 수정 테이프를 한 달에 20미터쯤은 써야 할지도 모른다. 초고에 대한 인상은 그만큼 자주 바뀌기 때문에. 책이 될 것이 분명한 원고 앞에서도 연필을 집어들 때가 있는데, 쉽게 풀리지 않는 비문들,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문장들, 혹은 수정해도 될지 판단이 서지 않는 문장들을 마주칠 때다. 말하자면 빨간 펜은 돌이킬 수 없는 수정이다. 여차하면 수정 테이프로 덮어버릴 수도 있지만, 아직 현대 기술은 자국이 남지 않는 수정 테이프를 발명하지 못했다. 반면 연필은 아직 돌이킬 수 있고, 바꿀 수 있고, 더 좋아질 수도 있는 어떤 것을 의미한다. 그건 같은 원고를 세 번에 걸쳐 읽어나가며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수정을 거듭하는 편집 작업을 닮았고, 지식을 계속해서 갱신해나가는 독서 행위와도 닮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서부터 존 스타인벡,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토머스 울프 등 연필을 좋아한 작가들이 많았던 것도 꼭 우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서문
1장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2장 연필의 조상을 찾아서
3장 연필이 없었을 땐 무엇으로 썼을까
4장 연필의 역사
5장 어떻게 연필 속에 심을 넣었을까
6장 더 좋은 연필은 발견인가 발명인가
7장 연필 제조법을 보호하라
8장 미국에서의 첫 번째 연필
9장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연필
10장 아주 좋은 것도 더 나아질 수 있다
11장 가내 수공업에서 연필산업으로
12장 기계화가 이루어지다
13장 연필 전쟁
14장 연필을 지탱하는 것
15장 연필 설계도
16장 흑연심에서 세라믹심까지
17장 뾰족한 연필심에 대한 갈망
18장 연필 시장 개척사
19장 치열한 경쟁과 경기 침체
20장 첨단 기술은 전유물이 아니다
21장 나는 연필이고 나의 의무는 봉사이다
22장 연필의 미래
부록
19,800원 펀딩
- <연필> 북펀드 한정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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