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갈무리는 ‘삶 출판’을 지향하는 독립출판사입니다.
갈무리란 ‘가을에 거둔 양식을 잘 거두어 두는 일’을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인류의 사유와 실천의 성과들을 잘 거두면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지성의 씨앗을 뿌리고, 인류의 자율과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삶을 재성찰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담고자 하는 말입니다. 갈무리 출판사는 1994년 3월 3일에 창립한 후 지난 31년 동안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도서들을 중심으로 출판활동을 시작하였고, 거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태도로 지구화된 오늘날 다중(Multitude)의 삶이 보여주는 다양한 양상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왔습니다 갈무리 출판사는 ‘삶 속에서 어떤 사건들이, 어떤 저항들이, 어떤 창조들이 다중의 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꾸준히 탐구해 왔습니다. 이것이 세상을 바꾸는 문제의 진정한 힘을, 그 주체성을 밝히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갈무리 출판사는 노동자, 농민은 물론이고 실업자, 여성, 학생, 청소년, 아동, 노인, 동성애자 등 다양한 직업적 세대적 성별적 존재들이 살아나가는 모습과 그 가운데서 부딪히는 문제들에로 관심을 넓혀 나가고자 합니다. 이렇게 인간의 지성뿐만 아니라 욕망, 활력으로 관심을 넓히고 그것이 어떻게 새로운 윤리학으로, 공통적인 인간 덕성으로 집약되는지를 탐구함으로써 우리 시대에 필요한 지성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탐구하고 나누고자 합니다.
헤라클레스가 정의와 질서와 선의 상징으로, 히드라가 무질서와 불의의 상징으로 알려진 것은 전적으로 역사적 권력자들의 필요이자 이데올로기였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입니다. 헤라클레스는 중앙집권, 위계, 질서부과를 상징합니다. 헤라클레스적 권력자의 시선에는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뱀인 히드라가 무질서와 위기로 보일 것입니다. 히드라는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짐으로써 하나의 머리를 가진 헤라클레스와 구별될 뿐만 아니라 잘린 머리에서 부단히 새로운 머리가 생겨나 움직임으로써 헤라클레스를 당황케하고 헤라클레스의 행동을 규정합니다. 히드라는 다양성과 생성을 상징하며 그 흐름들의 연합을 상징합니다. 이것이 오늘날 창조적 힘들이 존재하는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히드라는 21세기에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나갈 주체성을 상징합니다. 그것은 저항의 주체성이며 생성과 구성의 주체성이고 동시에 연합의 주체성입니다. 헤라클레스는 히드라를 죽일 수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그는 커다란 바위로 히드라를 눌러 놓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히드라는 역사 속에서 꿈틀거리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역사의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민중적, 대중적, 다중적 잠재력으로 전승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