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이 중요하다지만 직관으로 기획을 하다 보면 머리로는 알아도 ‘과연 내가 이런 결정을 내려도 될까’ 하는 불안이 엄습한다. 그게 정상이고 보통이다. 그리고 잦은 빈도수로 뭔지도 모른 채 기획이라고 믿는 것들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믿음이란 믿음 외에는 아무것도 의지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동어반복이긴 하지만 믿음의 토대는 믿음밖에 없으니까. 그런고로 기획자는 믿는 걸 쓰는 자가 아니라 자기가 쓰는 걸 믿는 자다.
기획은 직업이 아니라 상태다. 타깃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아이디어를 고민하면 그건 늘 기획 상태에 있는 것이고, 그 상태에 있는 한 우린 모두 기획자다.
왜 아니겠는가. 휘발되지 않게 붙들어두는 빼곡하게 얇고 큰 것. 생각하기 위해, 창조하기 위해 우리는 뭔가를 적어두어야 하고 생각을 체계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기구와 수첩이 꼭 필요하다. (…) 모니터보다는 우선 널따란 백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갈 때라야 비로소 기획이 풀리는 것은 오롯이 잉크와 만년필의 힘이라고 믿고 싶다.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건 다른 생각, 욕망, 다른 습관들 사이에서 자주 갈등하고 좌절하고 때로는 억울함과 피곤을 감수하면서, 끊임없이 서로의 필요에 감응하고 협상하고 조율하며 나 자신의 성숙과 확장을 경험하는 일이다. 작은 기획조차 이런 일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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