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1일 : 53호
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한다는 것
조해진 작가의 장편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2017년 소설집으로 엮인 <빛의 호위>에서 많은 위로를 받은 독자들이 그리워한 인물들, 권은과 승준의 이야기입니다. 사진가로, 기자로 험한 곳을 누비는 이들은 자신을 아껴서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밖에서 주어지는 질문과, 내게 이 이야기를 기록하고 발표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안에서 절절 끓는 질문을 늘 마주해야 합니다. 기록한다는 것은 일정 부분 세계를 손상시키는 일이고 이 일에 매달리는 이들은 다리를 잃은 권은처럼 실제로 손상을 입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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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작가의 장편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2017년 소설집으로 엮인 <빛의 호위>에서 많은 위로를 받은 독자들이 그리워한 인물들, 권은과 승준의 이야기입니다. 사진가로, 기자로 험한 곳을 누비는 이들은 자신을 아껴서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밖에서 주어지는 질문과, 내게 이 이야기를 기록하고 발표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안에서 절절 끓는 질문을 늘 마주해야 합니다. 기록한다는 것은 일정 부분 세계를 손상시키는 일이고 이 일에 매달리는 이들은 다리를 잃은 권은처럼 실제로 손상을 입습니다.
조해진의 소설이 드물고 귀한 것은 그 모든 손상을 감수하고 그럼에도 빛의 멜로디를 향해 귀를 여는 태도 때문일 것입니다. 세계가 점차 첨예해지면서 저는 어떤 위험한 얘기는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의 좌표를 알기 전엔 폭격을 당한 민간인 지구에 사는 사람들이 걱정된다거나, 난민 처지인 사람들이 겪는 일이 안됐다거나 하는 말은 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저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조해진의 소설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소설의 일이라고 말합니다. 나직한 이 문장들이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꼭 가닿았으면 좋겠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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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쪽 :
“나는, 나도……”
“……”
“사람을 죽이려고 태어나지 않았지.”
Q :
「빛의 호위」는 조해진의 소설을 따라 읽는 독자들이 특히 좋아한 소설입니다. 『빛과 멜로디』 코멘터리북에서도 이 시기에 이 작품을 다시 쥐게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더 듣는다는 것의 의미를 듣고 싶습니다.
A :
「빛의 호위」에서 권은은 말하죠. 사람을 살리는 일이야말로 가장 위대하다고, “네가 준 카메라가 날 이미 살린 적이 있다는 걸 너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빛의 호위」를 『빛과 멜로디』 로 다시 쓰면서 러시아 침공에 무너지는 일상을 감당해야 하는 우크라이나 여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드레스덴 작전에 투입된 영국 공군, 레닌그라드 봉쇄를 경험한 러시아 할머니 등으로 인물이 늘어났고 시대와 지역의 스펙트럼도 넓어지게 됐는데, 이 메시지만큼은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랐어요. 무엇보다 승준의 딸과 나스차의 딸, 그리고 게리가 바그다드 병원에서 만난 아기 같은 미래 세대에게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살고 싶은 마음을 증여할 수 있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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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빛의 호위」는 조해진의 소설을 따라 읽는 독자들이 특히 좋아한 소설입니다. 『빛과 멜로디』 코멘터리북에서도 이 시기에 이 작품을 다시 쥐게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더 듣는다는 것의 의미를 듣고 싶습니다.
A :
「빛의 호위」에서 권은은 말하죠. 사람을 살리는 일이야말로 가장 위대하다고, “네가 준 카메라가 날 이미 살린 적이 있다는 걸 너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빛의 호위」를 『빛과 멜로디』 로 다시 쓰면서 러시아 침공에 무너지는 일상을 감당해야 하는 우크라이나 여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드레스덴 작전에 투입된 영국 공군, 레닌그라드 봉쇄를 경험한 러시아 할머니 등으로 인물이 늘어났고 시대와 지역의 스펙트럼도 넓어지게 됐는데, 이 메시지만큼은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랐어요. 무엇보다 승준의 딸과 나스차의 딸, 그리고 게리가 바그다드 병원에서 만난 아기 같은 미래 세대에게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살고 싶은 마음을 증여할 수 있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Q :
이 작품 속 인물 권은과 승준은 각각 사진가와 기자로 기록하는 사람들입니다. 전작 『로기완을 만났다』, 『단순한 진심』 등에서도 방송작가로, 영화 감독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귀를 기울이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듣고 기록하는 사람들을 쓰는 것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A :
소설을 쓰는 일 역시 듣고 기록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인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그들이 그들의 매체로 기억을 연장하고 망각을 거부하는 작업을 이어가는 것에 애정이 갑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작업에는 자기 환멸도 포함된다고, 혹은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의 작업이 가능하니까요. 자격을 의심하고 진심이라는 필터를 계속해서 통과하는 인물을 쓰는 건, 누군가의 고통이 관조되거나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누군가에게 가닿는 빛의 사슬이 되기를 바라서일 거예요.
Q :
고통스럽고 무력한 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독자에게 해줄 수 있는 말씀이 있을까요?
A :
세상이 점점 망가져가고 있는 게 느껴져요.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하게 불안하고 저마다 외로운 시대가 도래한 듯해요. 심지어 지구까지 병들어가고 있네요. 이럴 때일수록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무심해지기 쉽겠죠. 하지만 모르고 싶고 몰라도 된다는 생각은 결국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할 거예요.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 기억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들이 모인다면 조금은 덜 폭력적인 세상이 오지 않을지. 이 팍팍한 삶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기억하게 될 장면은 결국 연대와 사랑뿐이란 것을 저 또한 잊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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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좋아하시나요? 저는 체호프 작품의 인물들이 말하는 실없는 대사를 좋아합니다. 예를 들면 요런 단락입니다.
옐레나 안드레예브나 좋은 날씨야...... 무덥지도 않고......
사이
보이니쯔끼 이런 날씨에 목매달면 좋지.......
<바냐 아저씨> 부분
희곡은 눈으로 읽는 것도 좋지만 대사를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참 재밌는데요, 이렇게 읽어보며 연기도 해보고 삶이라는 공포에 취해 사무치기도 좋은 고재귀의 첫 희곡집이 출간되었습니다. 표제작인 <공포>는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가 쓴 동명의 단편소설과 그의 사할린 기행문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희곡입니다. 삶이라는 공포를 마주한 우리처럼, 눈을 내리깐 표지 속 인물의 표정도 인상적입니다. 극작가 장정일이 추천했습니다.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는 독보적인 작법으로 우리 사회에 진지한 문제의식을 던진 작가, 박지리의 뜻을 이어 한국 문단에 새로운 실험이 될 작품을 기다리는 박지리문학상이 어느덧 4회를 맞았습니다. 그동안 박지리문학상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연명담(현호정, 『단명소녀 투쟁기』), 애도와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청년들의 초상(송섬, 『골목의 조』), ‘세계’를 주인공으로 한 페이크 르포(단요,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까지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다가서려 공들인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제4회 수상작 『점거당한 집』은 앞선 작품들이 지닌 고민과 깊이를 이어받아 박지리문학상의 취지와 색깔을 더욱 견고히 해줍니다.
최수진 작가는 1991년생으로 첫 책이라 하기 어려울 만큼 과감하고,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집니다. 2031년 원전사고 이후, 재난을 겪은 사회 속 시민이자 예술가들의 행보는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에서 보내온 과거의 이야기 같습니다. 소설 속 문장처럼 재난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예고 없이 “그냥 일어나 우리를 덮치”고, 시민들은 “아프고 다치는 가운데서도 없는 걸 서로 나누려” 하며 지나왔습니다. 이 책은 세 편의 소설로 시민, 예술, 기록은 재난을 겪은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그 역할에 대해 뼈아프게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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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는 독보적인 작법으로 우리 사회에 진지한 문제의식을 던진 작가, 박지리의 뜻을 이어 한국 문단에 새로운 실험이 될 작품을 기다리는 박지리문학상이 어느덧 4회를 맞았습니다. 그동안 박지리문학상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연명담(현호정, 『단명소녀 투쟁기』), 애도와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청년들의 초상(송섬, 『골목의 조』), ‘세계’를 주인공으로 한 페이크 르포(단요,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까지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다가서려 공들인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제4회 수상작 『점거당한 집』은 앞선 작품들이 지닌 고민과 깊이를 이어받아 박지리문학상의 취지와 색깔을 더욱 견고히 해줍니다.
최수진 작가는 1991년생으로 첫 책이라 하기 어려울 만큼 과감하고,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집니다. 2031년 원전사고 이후, 재난을 겪은 사회 속 시민이자 예술가들의 행보는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에서 보내온 과거의 이야기 같습니다. 소설 속 문장처럼 재난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예고 없이 “그냥 일어나 우리를 덮치”고, 시민들은 “아프고 다치는 가운데서도 없는 걸 서로 나누려” 하며 지나왔습니다. 이 책은 세 편의 소설로 시민, 예술, 기록은 재난을 겪은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그 역할에 대해 뼈아프게 묻습니다.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에 창의적이고 의욕적인 젊은 예술인들이 이 소설과 컬래버 전시를 해보고 싶다고 제안해오지 않을까” 하는 구병모 소설가의 기대처럼 이 작품은 “동시대 예술에 대한 소설이며, 나아가 예술의 동시대에 대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백남준아트센터 등 공공공간을 점거하는 소설 속 시도는 현실의 장소에서 허구의 인물이 정말 일어날 법한 일을 꾸민다는 데에 독자들에게 기묘하고 재밌는 감각을 안겨줄 것입니다.
- 사계절출판사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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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작품활동을 한 소설가의 신작을 대상으로 심사하는 김승옥문학상은 매해 가을 수상작을 소개합니다. 가을이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 이 계절에 수상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습니다. 2021년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문진영은 친구 ‘미래’의 죽음이라는 상흔을 공유한 세 인물의 일상을 통해 애도가 머무는 자리를 묻습니다. 2023년의 수상작 <토요일 아침의 로건>을 수록한 소설집을 엮으며 서유미는 “이 책으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서유미, ‘작가의 말’)고 말합니다.
저는 올해도 일기를 쓰다 멈췄습니다... (5월에 포기했습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해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작만으로도 조명을 받는 활동 초기를 지나온, 한 경지에 이른 작가들의 꾸준한 창작활동을 응원하며 두 책을 함께 놓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