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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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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내가 너에게 좋은느낌이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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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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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다른 어떤 설명보다 상징 자체에 대한 설명이 가장 해방적이었다. 신, 영혼, 악마를 포함해 어떤 대상이나 상징도 그 자체의 고유한 성질 때문에 신성하거나 불길한 것이 아니라는 것. 오직 사람들이 그것을 대하는 태도로 인해 의미가 만들어진다는 것. 그러자 불결하다고, 위험하다고, 상스럽다고 여겼던 많은 것들이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보이기 시작했다. 바버라 워커는 가부장제로 인해 오염된 여성 상징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 세계에는 죄책감과 엄숙함, 공포 대신 기쁨과 관능, 위트가 흘러넘친다. 그곳에 나의 영혼을 보내 안식을 취하게 하고 싶다.
2.
다른 어떤 설명보다 상징 자체에 대한 설명이 가장 해방적이었다. 신, 영혼, 악마를 포함해 어떤 대상이나 상징도 그 자체의 고유한 성질 때문에 신성하거나 불길한 것이 아니라는 것. 오직 사람들이 그것을 대하는 태도로 인해 의미가 만들어진다는 것. 그러자 불결하다고, 위험하다고, 상스럽다고 여겼던 많은 것들이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보이기 시작했다. 바버라 워커는 가부장제로 인해 오염된 여성 상징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 세계에는 죄책감과 엄숙함, 공포 대신 기쁨과 관능, 위트가 흘러넘친다. 그곳에 나의 영혼을 보내 안식을 취하게 하고 싶다.
3.
레슬리 제이미슨의 지적인 문장이 출산이라는 동물적 경험과 만나며 찢어질 듯 폭발적인 힘을 가진 책이 탄생했다. 자기 변혁을 이어가는 작가와 동시대를 살며 그를 목격할 수 있어 기쁘다. 나는 제이미슨을 나침반 삼아 걷는다.
4.
“어떤 관점을 더 잘 알게 되는 것과 그 관점을 정당화하는 것은 매우 다르며, 생각을 생각으로 남겨두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 사이에도 대단히 큰 차이가 있다.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은 이것이다. 가장 사악한 생각조차도 평범하다는 것, 인간은 때로 악에 매혹된다는 것. 나는 어둡고 비열한 이야기가 삭제된, 표백된 윤리적 세계가 아닌 자기 안의 가해자성을 들여다보느라 스스로 분열하는 세계에서 안전함을 느낀다. 이 책이 바로 그런 공간이었다.”
5.
이 책이 가지는 미덕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섭식장애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데에 있고 둘째는 결말에 있다. 밸러리가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음식을 삼킬 수 없는 많은 여성의 고백이 필요했나. 밸러리의 이야기는 그 일련의 뼈아픈 고백 위에 서 있다. 자신의 몸이 요구하는 감각, 특히 기쁨을 누리는 감각과 다시 연결되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다.
6.
클럽이라면 일탈과 향락의 공간으로 묘사되고,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유독 죄악시되는 한국 사회에서 클럽 문화의 아름다운 면을 흠뻑 보여주는 책이 등장해 기쁘다. 책을 읽는 내내 자유와 해방의 음악이 흐르는 듯해 춤을 추듯 읽었다. 음악을 들으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춤을 추며 자유로워지는 한 여자 안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가능성을 본다. 그것은 누가 뭐라고 하건 자신의 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쁨을 신뢰하는 힘이다. 이 책이 주는 감각 안에 오래 머물고 싶다. 안전하고 아름답다.
7.
  • 비정상체중 - 크고 뚱뚱한 몸을 둘러싼 사람들의 헛소리 
  • 케이트 맨 (지은이), 이초희 (옮긴이) | 현암사 | 2024년 4월
  • 20,000원 → 18,000원 (10%할인), 마일리지 1,000
  • 9.0 (10) | 세일즈포인트 : 508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야 할 때 나는 기쁨보다 두려움을 먼저 느끼고 그것은 다른 것보다 내가 과체중이라는 데에서 온다. 월경 불순이 오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마른 여성들의 몸 이 눈을 돌리는 곳마다 전시되고, 이들의 자그마한 결점마저도 낱낱이 파헤쳐 등급이 매겨지며, 이를 소위 ‘건강함’을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하는 세상에서 있는 그대로의 몸을 드러 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저자가 말했듯 건강한 몸의 모습은 무척 다양할 수 있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까지 가지 않더라도 과거 동아시아만 하더라도 건강함의 상징은 근육질의 몸이 아니라 넉넉한 품을 가진 몸과 발그레한 낯빛이었다. 케이트 맨은 구체적인 증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우리가 뚱뚱함을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오랜 시간에 걸쳐 혐오하게 되었기 때문에 건강하지 않다고 결정했다는 것을 끈질기게 설득해 보여준다. 비만혐오가 심한 곳에서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 몸으로서가 아니라 타인을 기쁘게 하는 존재로서의 몸에 집중하게 된다. 일찌감치 자신의 본능과 몸이 주는 신호를 무시하고 억압하다 보면 본능이 보내는 신호를 예민하게 감지해야 하는 다른 순간에서도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저자가 지적했듯 가장 큰 피해자인 여성이 비만혐오를 영구화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비만혐오를 내재화하면서 자신과 타인을 단속하고 이를 무기화해 자신의 상대적 지위를 끌어올리려 애쓴다. 보디 포지티브 운동보다 더 섬세하고 정교한 언어가 등장한 것이 기쁘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먹을 때마다 은근한 수치심을 느끼는 수많은 친구들과 함께 읽고 밤새 대화를 나누고 싶어지는 책이다.”
8.
최근 읽은 책 중 저자와 가장 치열하게 다투며 읽은 책이다. 처음에는 좌파라는 말에도, 워크를 향한 비판에도 거리낌을 느끼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싶었다. 그러나 중반쯤 읽을 때부터 저자의 혹독하고도 논리적인 주장에 완벽하게 설득되기 시작했고, 내가 가진 진보적 입장이라는 것이 상당 부분 계몽주의 사상가들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정하게 됐다. 간결하고도 강인한 글이다. 모두가 피해자의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달려가며 “트라우마의 숲”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현 상황에 나침반 역할을 한다. 나와 타인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허무주의가 아닌 희망을, 몽롱한 지적 유희가 아닌 이상을 현실에 실현시킬 구체적인 지적 자원을 쥐어준다. 저자의 열정과 지성 그리고 가차 없음에 박수를 보낸다.
9.
용기 내어 자기답게 살아가려는 사람의 모습에는 보는 이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힘이 있다 소박하고도 야심 없는 이 그림에세이를 읽는 동안 나는 보선이 어떤 방식으로 유일무이하고 독특한 예술가인지 완전히 납득했다. 보선은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도 충만한 존재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소리쳐 목소리를 높이고, 몸집을 부풀리며 존재감을 뽐내는 사람들 틈에서 그는 조용히 자기 자신이 되어간다. 너도 나도 주인공이려는 세상에서, 희미한 존재감을 자랑하며 끊임없이 타인에게 감탄하는 사람이라니, 이 사람의 옅음이 그를 귀하고 특별하게 만든다. 물론,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면 이상하게도 희망을 말하게 된다는 보선의 말처럼, 그것이 어떤 모습이건 용기내어 자기답게 살아가려는 사람의 모습에는 보는 이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힘이 있다. 별이 항상 거기에 있듯이 말이다.
10.
“자궁에 관해 인류가 쌓아온 언어는 오랫동안 자궁을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며 광기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그려왔다. 이렇듯 여성과 여성적인 것에 대한 멸시로 오염된 지식을 걷어내고 그 안의 빈자리를 채울 때 우리는 어떤 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떤 지식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것보다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일이 훨씬 더 어려운 법이다. 이 책은 그 어려운 일을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성실하고도 섬세한 방식으로 해낸다. 리어 해저드는 자궁을 지닌 당사자이자, 조산사로서 풍부한 경험을 지닌 전문가이고, 또한 지식에 잠재된 권력을 알고 있는 자이면서 그 지식을 이용할 수 있는 자이기도 하다. 이보다 더 적절한 저자가 있을까? 이런 책이 등장하기까지 인류에게는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11.
여성 억압이 있다는 것을 내게 알려 준 것은 이데올로기로서의 페미니즘이었지만 그런 억압에 대응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 준 것은 여성 작가와 그들이 만들어 낸 여성 인물들이었다. 『천 척의 배』가 무엇보다 청소년에게 읽혔으면 한다. 읽히고 또 읽혔으면 한다. 인생의 어려운 순간마다 지혜로운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독자들이 벌써 부럽다.
12.
독일도 이렇다니! 읽는 내내 한탄했다. 여성에게는 국가는 없다더니, 진짜구나. 그러나 이 말을 거꾸로 생각해 보면 여성은 어떤 국가든 갈 수 있고, 또 어떤 국가의 여성이든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성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은 바로 친구다. 나의 경험을 인정해 주고, 나의 말에 맞장구치며, 나의 편을 들어주는, 나를 웃게 해주는 친구. 이 책은 바로 그런 친구 같은 책이다. 읽고 나면 움츠러든 어깨가 펴지고, 누군가 등을 밀어주는 듯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13.
자신의 웃음소리조차 무례하게 여겨지는 세상에서 살아남은 여성, 우울과 자살 사고에 시달리면서도 한 편의 시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 살아남은 여성, 끝내 자신의 이야기를 먼 곳까지 도달하게 하는 데 성공한 여성, 불완전함을 숨기는 대신 드러내며 자신의 내면세계를 지켜낸 이 여성에게 감탄하지 않는 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
14.
슬픔을 달래는 유일한 방법은 무언가를 새롭게 창조해내는 것이다. 김초롱 작가가 폐허 속에서 창조해낸 이 책에는 잠들어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소리쳐 깨우는 압도적인 증언들이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참사 현장에서 아직 구조하지 못한 수많은 김초롱들을 살려낸다. 그 구조의 손길에는 한국 사회에 살아가며 애도를 빼앗긴 모든 이들의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 빼앗긴 애도를 되찾기 위해서는 먼저 응시해야 한다. 그 일을 해내고야 만 김초롱 작가에게 깊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15.
울고 있는 여자에게, 미쳐 있는 여자에게 무엇이 그렇게 당신을 힘들게 했느냐고 물으면 여자는 말문이 막힐 것이다. 이걸…… 이걸…… 다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이 책은 그 여자를 위해 대신 말해주는 역할을 한다. 책에 담긴 세세한 성차별의 순간들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익숙할 테고 누군가에게는 깜짝 놀랄 만큼 충격적일 것이다. 이 폭발적인 책이 차별은 없다고 말하는 어떤 사람들의 세계를 부수기를 바란다.
16.
『양손에 토카레프』를 읽다보니 순식간에 비좁은 방에 쭈그리고 앉아 책의 세계로 도피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말았다. 내게 필요한 건 바로 이런 책이었다. 미아와 후미코의 이야기는 그때의 나를 물 샐 틈 없이 꼭 안아주는 듯했다. 뒤늦게나마 위로받은 외로움을 곳곳에 자랑하고 싶다.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가 있음을 믿어야만 하는 아이들, 인생의 달달한 짧은 몇 순간을 제외하고 언제나 정체 모를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중 누군가에게는 구원이 될지도 모르니까.
17.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객관’의 탈을 쓰고 자신이 가진 편견과 이기심을 무책임하게 정당화하던 사람들로부터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진화론을 구출해낸다.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이 책이 교과서였으면 좋겠다. 과학책이 낯선 독자에게 특히 추천한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8.
어머니의 말하기와 딸의 글쓰기가 반복되다가, 어머니가 딸에게 책을 읽어주는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정말 감동했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쓰는 이와 읽는 이가 한데 모여 한 사람을 이야기 속에서 다시 살게 한다. 그 장면의 진가를 느끼기 위해서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읽어야 한다. 이야기하는 존재인 한 우리는 “훼손되지도, 모욕당하지도, 소멸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이 책 전체가 생생히 증명한다.
19.
“이 책의 훌륭한 점에 대해 말하자면 2박 3일에 걸쳐 이야기해도 부족하다. 책을 읽으며 나는 이 책의 존재, 이 작가의 존재에게서 진실한 위로를 받았다. 그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어 평생을 기다린 위로였다. 역사적으로 광인들은 땅 구덩이에 한꺼번에 파묻히거나 평생을 정신병동에 갇히는 등 여러 방식으로 공동체에서 추방되었다. 여기, 추방된 자가 돌아와 자신이 본 것을 증언한다. 그 덕분에 독자는 정신세계가 얼마나 큰 가능성과 경이로 가득 차 있는지를 생생히 배운다. 서구의 정신의학적 체계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과학과 동양의학, 심리상담과 신비주의 이야기까지 폭넓게 광기의 해석을 다룬 이 책은,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모든 이들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20.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의 여성 운동 연대기가 펼쳐지리라 예상했던 나는 클리토리스 이야기가 나오는 프롤로그를 읽을 때부터 조금 당혹했다. 《자미》는 4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분량 내내 여성에 대한 사랑 이야기로 가득했고 그 사랑은 운동의 동지나 자매로서의 사랑이 아니라 쏟아지는 햇살 아래에 몸을 온전히 드러낸, 침대 위에서 기분 좋게 엉켜 있는 두 여자의 땀에 젖은 몸에서 흘러나오는 그러한 사랑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운동과 투쟁의 영역이 키스와 관능과 성애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메마른 상상은 언제부터 왜 하게 되었던 걸까? 오드리 로드가 《시스터 아웃사이더》에서 말했듯, 성애는 “영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이어주는 다리”이며 “우리 안의 가장 깊고 강력하고 풍요로운 것을 신체적·감정적·심리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 즉 가장 깊은 의미에서의 사랑을 향한 열정”이다. 이 열정은 힘과 앎과 연결의 원천이 되어 우리를 행동하게 만든다. 나와 타자를 섞어주고 나와는 너무나 다른 그를 알아보기 위해 스스로 뻗어나가 자라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키스가 없다면 운동도 없다. 아아, 오드리 로드처럼 쓰고 오드리 로드처럼 살고 싶다. 《자미》는 지구상에서 가장 섹시하고 가장 정치적인 자전신화다.
21.
살기 위해 쓴 글을 읽을 때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부서지지 않는 인간 내면의 어떤 것을 목격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스스로 죽어감을 깨닫고, 그래서 죽고, 새로 태어나는 재탄생의 이야기다. 치유는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나와 비슷한 고통을 겪는 타인, 내 고통을 지켜본 타인과 함께, 그들과의 연결감을 회복하며 이루어진다. 책을 읽는 내내 늦은 밤 외로움과 수치심에 허덕이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떠올랐고 이 책만이 그들 곁에 남아 위로를 건네주는 듯했다. 술에 너무도 관대한 한국 사회에 등장한 소중한 책이다.
22.
홍칼리의 글을 신뢰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그의 글이 그의 몸과 가까워서다. 언제나 그가 속한 삶, 관계, 사회의 물질적인 토대 위에서 생생히 피어난 글을 읽게 된다. 이런 글은 독자를 소외시키지 않는다. 둘째는 정직해서다. 복잡하고 어려운 글로 헷갈리게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진실을 드러낸다. 이런 글은 독자를 기만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종교 개념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무종교의 시대에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영적으로 굶주린 사람들이 많아짐을 느낀다. 간절함이 커질수록 공포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릴 위험도 커진다. 우리는 무속신앙을 과하게 신비화하거나 비과학적이라고 낙인찍는, 두 가지의 극단적인 관점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택하지 않고도 다양한 태도를 취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이 책은 무당을 신비화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고통에 감응하고 공동체의 애환을 달래주었던 ‘돌보는 존재’로서의 무당을 복권해낸다. 또한 그들이 극한의 고통 상황에서 창조하는 자리로 옮겨간, 스스로 삶과 언어를 해석하는 주체적이고도 용감한 사람이라는 점도. 무(巫)의 세계의 몇 장면을 언어화해준 저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을 뜨겁게 환영한다. 나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의 글을 지키고 옹호하는 사람일 것이다.
23.
24.
이 책은 우리가 기술을 남성적인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오랫동안 발전해 온 여성의 기술 혹은 여성적이라고 여겨진 기술을 정식 기술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가사 노동이나 돌봄 노동, 몸과 관련한 지식들이 그렇다. '여성다움'을 이유로 기술의 세계에서 배제된 것들을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기술사가 '남성다움'에 맞추어진 상당히 특정한 버전의 이야기였음을 알게 된다. _하미나(논픽션 작가,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저자)
25.
어려서는 결혼하지도, 아이를 갖지도 않은 젊은 여성이 산부인과에 가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문턱을 넘는 순간 내 이마에 “문란한 여자”라는 딱지가 붙는 것만 같았다. 더는 산부인과에 갈 때마다 수치심을 느끼지는 않지만 자주 모멸감을 느낀다. 성생활과 관련해 느닷없이 어쭙잖은 도덕적 훈계를 듣기도 하고, 소음순이나 질 모양을 성형하라는 광고에 불쾌해지기도 하고, 여성으로서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근거 없는 불안을 안고 집에 돌아오기도 한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완경 경험은 엄청난 규모의 디아스포라다”라는 문장을 읽자마자, 나이 듦을 두려워하라고 가르친 세상과 그런 나를 “굴욕 의자”에 앉혀 함부로 대해온 병원에서의 경험으로부터 위축된 마음을 위로받았다. 마치 페미니스트 친구가 우리의 모든 고충을 들은 뒤 “얘들아, 조금만 기다려봐. 내가 전문의 따올게” 하고 진짜로 산부인과 전문가가 되어 돌아와 엄청난 성실함과 꼼꼼함 그리고 수다스러움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 느낌이다. 물론 우리에겐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았지만, 최소한 나는 그의 책을 읽으며 완경 과정과 그 이후의 삶이 두렵지 않아졌다. 기대되기까지 한다. 이제 막 월경을 시작한 사춘기 여자부터 할머니가 된 여자까지, 내가 아끼는 모든 여자들의 책장마다 이 책을 꽂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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