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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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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꼬레아 타임스>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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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책을 조주섭 선배님과 권인선 선배님이 의기투합해 번역한 베쉬르 아이바조올루의 『튀르키예 커피 문화 - 커피 한 잔은 40년의 우정을 약속한다』의 추천사를 부탁받았다. 오랜 기간 동안 정성스레 준비한 책의 추천사를 쓴다는 것은 몹시 부담스러운 일인데, 워낙 커피를 좋아해 수락했다. 하지만 커피는 핑계이고, 사실 두 선배님의 후배를 향한 믿음에 감복 받아 결정했다. 그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은 큰 부담으로 작용해 글을 앞에 놓고 몇 잔의 커피를 마셨는지 셀 수 없다. 두 선배님과의 만남 사이에도 커피가 있었고, 글쓰기 하는 과정에도 커피가 있었다. 이제 커피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고향을 떠나 먼 타국 땅에 머물게 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음식은 중독성이 강한 고향의 발효음식이다. 인이 박힌 음식에 대한 결핍은 동서양인을 불문하고 심한 향수와 금단 증상을 낳는다. 세계 어느 곳에 있든 금단 증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중독성이 강한 음식이 있는데,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한 커피다. 커피는 오히려 외국 여행할 때 새로운 커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 커피는 15세기 중반에는 예멘 사원의 성직자가 마시기 시작했다. 사회적 허브이며 예술과 지적 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한 커피하우스 문화는 16세기 튀르키예로 거슬러 올라간다. 18세기에 런던의 커피하우스는 정치 및 상업 활동의 중심지였고, 예술가, 작가, 사교계 명사들의 인기 있는 만남의 장소였다. 이 당시 영국 커피하우스는 한 푼만 있으면 들어가서 철학과 예술을 논하며 배울 수 있는 곳, 페니 대학(penny universities)으로 불렸다. 종교인이, 지식인이, 예술가가 마시던 커피는 이제는 일상화되어 누구나 마시는 음료가 되었다. 일상화된 커피는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기억을 남긴다. 내 기억 속에는 어린 시절 미제 분말커피와 농축 우유로 의식을 치르듯 커피를 만들던 외할아버지의 근엄한 모습, 삼촌과 함께 갔던 담배 냄새 나는 커피하우스에서 맛보았던 한 모금의 커피 맛이 각인되어 있다. 고등학생 시절 등교하면서, 분말커피 한 숟가락 입에 털어 넣고 집에서 나올 때 입안에 도는 커피 향, 유학 시절 남유럽에 머물면서 즐겼던 에스프레소 커피 맛도 생생히 기억난다. 많은 커피숍의 커피 맛을 잡아 주기도 했고, 커피를 함께 나누었던 사람과 의미 있는 순간의 축적된 기억은 내게는 소중한 보물이다. 커피에는 내 기억뿐만 아니라 역사, 사회적 기억이 녹아 있다. 현재 한국 커피에는 자본주의가 낳은 취향이 녹아 있고, 피로 사회, 경쟁 사회, 허영 사회 등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표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9세기 한국을 방문한 선교사나 외교관을 통해서 처음 커피가 유입되었고, 고종 황제 역시 커피 애호가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원두커피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었으나, 해방 이후 전쟁을 치르면서 군수물자로 들여온 인스턴트 커피가 유행하게 되면서 원두커피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1976년 동서식품은 세계 최초 커피 믹스를 개발했고, 자판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커피 믹스가 한국 커피를 대표하게 되었다. 현재 한국의 발명품인 커피 믹스의 매력에 빠지는 세계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 후 88 올림픽 개최를 전후하여 커피 원두 수입 규제가 완화되고, 1999년 7월 스타벅스가 문을 열면서 프랜차이즈 커피 시대를 엶과 동시에 원두커피 시장이 활성화되었다. 원두커피의 본격적 소비는 20여 년 밖에 되지 않지만, 한국의 커피 문화와 소비자의 취향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세련미와 독창성을 가지게 됐다. 한국의 커피는 현재 K-coffee로 진화하는 과정 중에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빨리빨리’라는 우리 정서와 문화를 담은 커피믹스는 이제 간편함과 맛으로 세계인을 유혹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 최초로 병 제품을 수출하는 스타벅스 비지니스는 K-coffee 산업의 진화 과정과 위상을 확인시켜 준다. 한국은 커피에서도 수 세기에 달하는 여러 나라의 커피문화와 비교하면 단기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튀르키예 커피 문화』는 튀르키예와 관련한 커피의 역사, 사회적 기억, 개인의 기억 등을 종합하여 커피 문화를 다양한 시각으로 제시한다. 한국에서 비약적으로 커피 문화가 발전하면서, 커피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이런 빠른 성장에는 결핍된 부분도 있다. 오랜 전통을 가진 타국의 커피 문화에 대한 이해의 부분이 그렇다. 『튀르키예 커피 문화』는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커피 문화사에 있어 매우 소중한 지점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이 점에서 매우 유익하고, 독자의 사랑을 충분히 받을 만한 책이다. 바람이 있다면 가까운 미래에 한국의 커피 역사와 문화를 기행할 수 있는 책을 집필해 주신다면, 그 책에 추천사를 다시 쓸 수 있는 기회와 영광이 곧 오기를 기원하면서, 책을 준비한 두 선배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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