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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이름:김소연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7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경주

직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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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세트] 빛과 실 +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 전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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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 두더지 잡기 - 노년의 정원사가 자연에서 배운 것들, 리커버 개정판 
  • 마크 헤이머 (지은이), 황유원 (옮긴이) | 카라칼 | 2025년 7월
  • 19,800원 → 17,820원 (10%할인), 마일리지 990
  • 세일즈포인트 : 160
나는 누군가의 삶을 엿보고 싶어서 책을 읽는다. 누군가의 삶에서 존경할 만한 부분을 얻고 싶어서. 그렇게 독서를 하면서 존경심이 내 안에 생성되는 순간만을 기다린다. 때로는 문장 그 자체로 존경심을 얻고, 때로는 작가의 상상력에 대해 존경심이 솟아나기도 하며, 때론 사유하는 힘 때문에 그리되기도 하지만, 그럴 때의 존경심은 잠시 나를 고양시키다 거품처럼 사그라든다. 그런 책들은 남에게 별로 권하게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존경심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내가 아는 단어로 도무지 요약할 수 없는 이상한 책을 드물게 만날 때가 있다. 마크 헤이머의 《두더지 잡기》가 한동안 읽었던 책들 중에서는 가장 이상한 책이었다.
2.
소설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내게서 잊힌 지 오래된 믿음을 폴 윤은 되살려놓았다. 장면을 살려내는 것으로써. 오직 그려냄으로써. 그것에만 몰두함으로써. 폴 윤이 그린 이미지 너머에는 너무 먼 곳과 너무 오래된 이야기가 낭떠러지 아래의 드넓은 해안처럼 펼쳐져 있다. 자그마한 구슬처럼 둥글게 마모된 영롱한 조각을 해안에서 주워 들고서 본래의 모습을 그려보듯, 폴 윤의 인물들 곁에 나는 서 있다. 무사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무사하다고밖에는 말할 방법이 없는, 아주 오래된 안부들. 포말 속에서 하얀 거품처럼 생겨났다 사라지는 안부들. 어떤 안부는 이런 방식으로만 가 닿을 수 있다. 안부가 닿자, 떠밀려온 해안에서 누군가 몸을 일으켜 다음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3.
이 책은 아홉 개의 열쇠로 여는 문과 같다. 열쇠는 저마다 다르게 생겼고 차근차근 하나씩 열쇠구멍에 넣어 돌려야 한다. 드디어 문이 열린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세계가 비로소 열린다. 나는 이 문을 세 번에 걸쳐 열었다. 처음 열었을 때에는 증여인 줄 오해해왔던 것들을 이해했다. 두 번째에서는 나의 오래된, 왠지 모를 나의 고독, 결핍감, 고장 난 마음 같은 것들에 대해 그 근거를 감지했다.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내가 받아온 증여들이 여태껏 나를 지켜왔다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 앞으로도 자주 펼치게 될 것 같다. 이 세계에 깃든 미덕들을 못 알아보고 쉬이 낙담하는 어리석음에 빠질 때마다.
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7월 14일 출고 
《언니네 미술관》을 처음 읽었을 때 이런 아쉬움이 느껴졌다. 맨 처음 문학을 시작하던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옹호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시간을 아껴 더 일찍이 또렷하게 만들어보았을 텐데. 그러니,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이 책을 부디 읽어보셔야 한다. 이진민은 맑게 사유한다는 것이 어떤 설득력을 지니는지 느끼게 해준다. 우리의 낡은 통념들이 봄볕에 눈 녹듯 스르르 풀려 어떻게 자연스레 전복되는지. 사소함과 자상함과 섬세함에 깃든 힘을 문장으로 느끼게 해준다. 그는 자신이 옹호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옹호하기 위해 오로지 살아가는 사람 같다. 은은하고 아름답다. 이 책은 아름다움에 관한 오랜 오해에서 빠져 나와 진짜 아름다움을 만나게 되는 책이다. 이 전복적인 사유를 어떻게 이렇게나 보드랍게 전할 수 있을까. 철학과 미술과 문학이 한 이불을 덮고 다정해진 덕분일 것이다.
5.
누군가의 알지 못할 슬픔이란 수천 년 동안 어딘가에 놓여 있는 돌멩이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풍파를 겪으며 어딘가에 오롯이 있을 것이다. 슬픔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그러므로 돌 하나를 손바닥에 올려두고 돌의 등고선을 읽고 돌의 시간을 헤아리는 것과 같다. 돌조차 되지 못해 공기 중에 떠다니기만 했던 우리의 슬픔들을 존 케닉은 돌처럼 주워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이 책을 읽 어나가면, 그 돌이 우리 손바닥 위로 차례차례 건너온다. 정확하게 만져지는 단단한 슬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내가 오래 겪어온 슬픔들이 이름을 얻고 거기 놓여 있어서 너무 반갑고 너무 좋아 계속해서 웃었다. 내 덧없고 가없고 종잡을 수 없었던 슬픔들이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걸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평생 내 손 닿는 곳에 두어야 할 책 한 권임에 틀림없다.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발에 딱 맞는 신발을 찾은듯, 잠에 꼭 맞는 베개를 찾은듯, 당신의 슬픔들이 반갑고 기뻐서 지을 당신의 표정이.
6.
“나는 『소스 리스트』 시리즈를 즐겨 읽어 왔다. 작업자의 작업물들이 지닌 매혹들과 연결해 가며 읽었다. 이들의 들키고 싶고 들켜도 되는 비밀들을 알게 되는 것이 즐겁기도 했지만, 한 작업자의 성장 궤도를 엿본다는 의미에서 흥미롭게 읽었다. 이 성장 궤도를 따라 가다 보면 미래의 궤도도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에 꼭 챙겨 읽었다. 신이인 시인의 표현을 빌려 오자면, 이것은 “속일 수 없는 성분표”임이 틀림없다. 간섭에 대한, 균열에 대한, 빼앗김에 대한, 박탈감에서 기인된 기쁨을 자랑하는 일에 대한. 그러니까 사랑에 대한.” - 「추천의 말」 중
7.
내가 망가져 버렸다고 느꼈던 고비들에서, 타인으로부터 간절하게 듣고 싶었던 한마디가 있었다. 망가지지 않았다는 말. 그러나 아무에게도 들어본 적은 없고, 결국 나는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거듭거듭 들려주는 수밖에는 없었다. “망가지지 않았어.” 『들풀의 구원』에서는 이 말을 아들에게 들려주는 시인 엄마가 등장한다. 실은 자기 자신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말이라 덧붙이면서. 마당에다 씨앗을 심으면서.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들풀들을 한껏 키워내면서. 망가짐이라는 것이 종내는 더 단단한 두께를 만들어가는 나이테와 다름없음을 직접 목격하면서. ‘경이’가 머나먼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이렇게나 섬세하고 아름답게 경험해내면서. 이 책을 무릎에 얹어두고서, 아픔이 어떻게 따사로움으로 진화하는지 고통이 어떻게 안온함으로 변화되는지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실감나는 언어로 대화해보고 싶다. 나처럼 망가져 버렸다고 괴로워하는 많은 이들과. 저마다 체득하며 획득해온 야생성의 진가에 대하여.
8.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알지 못할 슬픔이란 수천 년 동안 어딘가에 놓여 있는 돌멩이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풍파를 겪으며 어딘가에 오롯이 있을 것이다. 슬픔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그러므로 돌 하나를 손바닥에 올려두고 돌의 등고선을 읽고 돌의 시간을 헤아리는 것과 같다. 돌조차 되지 못해 공기 중에 떠다니기만 했던 우리의 슬픔들을 존 케닉은 돌처럼 주워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이 책을 읽 어나가면, 그 돌이 우리 손바닥 위로 차례차례 건너온다. 정확하게 만져지는 단단한 슬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내가 오래 겪어온 슬픔들이 이름을 얻고 거기 놓여 있어서 너무 반갑고 너무 좋아 계속해서 웃었다. 내 덧없고 가없고 종잡을 수 없었던 슬픔들이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걸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평생 내 손 닿는 곳에 두어야 할 책 한 권임에 틀림없다.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발에 딱 맞는 신발을 찾은듯, 잠에 꼭 맞는 베개를 찾은듯, 당신의 슬픔들이 반갑고 기뻐서 지을 당신의 표정이.
9.
“수술의 여파로 몸속에 박힌 금속을 ‘인공별’이라고 부르는 시네이드 글리슨. 그녀는 여성의 몸이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끝이 없는지를 이 한 권의 책으로 강력하게 증명한다. 그녀에게 질병은 ‘매일 새로운 단어를 알게’ 되는 사건이었고, 몸을 둘러싼 무지와 베일을 깔끔하게 벗게 된 시작이었고, ‘운 좋은 사람들은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게 된 ‘전초기지’였고, 그 자체로 ‘이야기 충동’이 가득찬 고유한 세계였다. 시네이드는 자신의 흉터가 얼마나 위대한 자긍심인지를 입증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그녀가 여성으로서 겪어온 몸 그 자체가 얼마나 커다란 선의인지를 완벽하게 설득해내고야 말았다. 시네이드 글리슨이 앤 카슨, 프리다 칼로, 버지니아 울프, 루시 그릴리, 조 스펜스 등의 여성 예술가들과 마치 편대비행을 하는 듯한 장관이 펼쳐지는 대목에서는 극장에서처럼 기립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함께 읽게 될 많은 여성들과 의자를 박차고 기립하여 함께 우렁찬 박수를 쳐보는 상상을 해본다.”
10.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무엇이 되기 위한 삶만이 보이는 세상 속에서, 나 자신이 되기 위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드물게 만날 때가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을 무턱대고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무턱대고 손을 잡을 수 있다. 어쩌면 서로를 알아본 것일 수 있다. 내민 손은 맞잡은 손이 되고, 손을 맞잡고 함께 할 수 있는 게 무척이나 많을 거라 예감한다. 북극서점의 순 사장 슬로보트 님을 만났을 때도 그랬고 김성라 작가님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앞으로 더 소소하고 더 아무렇지 않은, 많은 작당을 함께 하고 싶은 두 사람. 아직은 ‘함께’라는 것을 시작도 안 했지만, 나의 기대하는 마음만은 한결같았던 두 사람. 바쁘고 속절없고 어영부영한 나날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는 <고르고르 인생관>을 만나게 되었고, 야릇한 간질거림이 입꼬리에 머물렀다.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었다. 속절없어 야속했던 나의 시간들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음, 시간이 잘 가고 있구나. 무엇이 되지 않아도 상관이 없구나. 문득 돌아보니, 나는 나 자신이 되어 가고 있었구나.” 간지러움으로 사람의 마음을 설득하다니. 산들바람보다 더 보드랍게 마음을 점령하다니.
11.
나는 다니엘 슈라이버가 너무도 고마웠다. 그의 경험들에 내 경험들을 포개보며 중요한 것을 알게 되어 가슴을 쓸어내렸기 때문이다. 모르면서도 알고 있다 착각하는 세계,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는 세계. 그 세계가 《홀로》에 담겨 있었다.
12.
"우리(여자-짐승-아시아인)의개별성과 보편성을 정확하게 가로지르는 말들, 문학이 타자를 대하는 진심을 열렬하게 경험케 하는 말들, 경험과 선험을 이어붙이며 증거들을 채집하는 말들, 고통과 아름다움이 어떻게 한 몸일 수 있는지를 설득하는 말들. 정치성의 연료가 상상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들, 의심할 것과 믿어야 할 것을 선연하게 드러내보이는 말들. 이 책을 처음 펼쳐 읽었던, 어느 정오의 내 방이 오래 기억이 난다. 귀퉁이를 접다가, 연필을 들고 밑줄을 긋다가, 일기를 쓰게 되었고, 일기를 쓰다 말고 시를 쓰게 되었다. 독서경험이 내가 할 일에 대해 고무되는 경험으로까지 이어지는 일이 점점 드물어지는 요즘, 그 날의 경험이 가까스로 나를 잘 살려는 쪽으로 데려가주었다. 이후, 몇 번이고 다시 꺼내어 읽었다. 또 귀퉁이를 접고 또 연필로 밑줄을 그었다. 어느 날은 책의 여백에 덧대고 싶은 나의 문장들을 적어두기도 했다. 시인에게 말을 걸고, 시인에게 대답하고, 시인에게 질문하고, 시인에게 다가가는 동안, 나는 이 책이 한 권 더, 또 한 권 더 탄생되면 좋으련만 싶었다."
13.
김진영이 남겨둔 마지막 문장들은 새의 발자국 같다. 앙상하다. 길게 이어지지 않는 때가 많다. 그의 사유가 포로롱 날아갈 때마다 발자국은 거기 멈춰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먼 허공을 바라보았다. 되도록 더 먼 허공을 보려 했다. 광활한 저 먼 곳으로 날아가는 동안에 그는 문장을 쓸 이유가 없었을 것 같다. 거기에 내가 주워야 할 문장이 숨어 있는 것만 같다. 다시 시선을 거둬 새의 발자국을 바라보며 걸어본다. 0킬로그램의 무게로 꽉 채운 그의 문장들에 손을 갖다 댄다. 그 무엇에 대하여 단 한 번도 장악하려 하지 않았던 문장들. 황홀하고 관능적이다. 그의 갈구와 그의 혼란이 더할 나위 없이 침착해서 나는 더 애통해진다. 원하던 예민함과 원하던 무덤덤함이 내 신체에 고이기 시작한다. 이것이 김진영이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일 것이다.
14.
신이인의 시는 외계와 내계의 두 날개를 함께 다스리는 나방의 몸통과 같다. 우리를 갈라 놓는 경계로서의 몸통. 신이인은 그 경계에 두 발을 딛고 분주하게 누빈다. 경계에 대한 이토록 본격적인 들썩거림이 신이인 이전에 있었을까. 아니, 이 들썩거림을 우리 시가 본격적으로 환대해 본 적 있었을까. 경계 짓지 않음으로 나아가려는 신이인 곁에 우리는 서 있어야 한다. 그와 함께 같은 별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때론 공포를, 때론 부끄러움을, 때론 의미없음을, 때론 엉망진창을, 때론 자긍심을 거느리고서.
15.
‘코펜하겐 3부작’은 우스꽝스럽고 어리석을 정도로 정직하다. 전무후무할 정도로 지독하고 냉정하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헤아려 본다. 이만큼이나 냉정하려면 시인으로서 얼마만큼의 뜨거움이 있어야 하는지. 이만큼이나 정직하려면 자신의 삶이 고귀하다는 것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지. 엉망진창이 더 큰 엉망진창으로 진행되고 있어도, 토베 디틀레우센은 자신의 삶을 불행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대차게 삶을 겪고 그저 통과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이렇게 남겼다. 여성의 리얼한 이야기를. 리얼한 여성 시인의 이야기를. 토베처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 여성의 이야기가 우리에겐 더 많이 필요하다.
16.
‘코펜하겐 3부작’은 우스꽝스럽고 어리석을 정도로 정직하다. 전무후무할 정도로 지독하고 냉정하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헤아려 본다. 이만큼이나 냉정하려면 시인으로서 얼마만큼의 뜨거움이 있어야 하는지. 이만큼이나 정직하려면 자신의 삶이 고귀하다는 것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지. 엉망진창이 더 큰 엉망진창으로 진행되고 있어도, 토베 디틀레우센은 자신의 삶을 불행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대차게 삶을 겪고 그저 통과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이렇게 남겼다. 여성의 리얼한 이야기를. 리얼한 여성 시인의 이야기를. 토베처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 여성의 이야기가 우리에겐 더 많이 필요하다.
17.
‘코펜하겐 3부작’은 우스꽝스럽고 어리석을 정도로 정직하다. 전무후무할 정도로 지독하고 냉정하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헤아려 본다. 이만큼이나 냉정하려면 시인으로서 얼마만큼의 뜨거움이 있어야 하는지. 이만큼이나 정직하려면 자신의 삶이 고귀하다는 것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지. 엉망진창이 더 큰 엉망진창으로 진행되고 있어도, 토베 디틀레우센은 자신의 삶을 불행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대차게 삶을 겪고 그저 통과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이렇게 남겼다. 여성의 리얼한 이야기를. 리얼한 여성 시인의 이야기를. 토베처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 여성의 이야기가 우리에겐 더 많이 필요하다.
18.
홍승은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이야기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이야기해왔다. 나는 홍승은의 정면 응시를 늘 옹호했다. 점점 더 단단해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점점 더 옹호해왔다. 이번 에세이에서는 유독 자신의 연약한 실체를 적극적으로 보여준다. 자책과 떨림, 식은땀과 울컥함, 두려움과 불안의 모습들. 용기의 뒷모습들. 이 뒷모습을 정면으로 돌려세워놓고 말하기에 대해서 말한다. 나는 이제야 용기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용기를 낼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서 솟아 나오는 용기는 어째서 외롭지 않게 되는가를. 타인들에게 어떤 용기를 불러일으키는지를. 홍승은의 연약함과 단단함은 깍지를 낀 두 손과도 같았다. 그 결속에 팔을 뻗어 나의 손을 내민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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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면, 좋은 시인/작가가 되고 싶다면, 이들처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노력하는 방법을 잘 알고, 용감함으로 후회와 맞서는 법을 잘 알고, 매일매일의 스스로를 갱신하길 갈망하는 두 사람의 임지은. 당장 내일부터 저는 이 두 사람을 조금이라도 흉내 내며 지내 보려 합니다.
20.
메리 올리버 시가 빛나는 점에 대해서 말할 때, 자연의 경이를 노래했다는 것만을 이야기할 순 없다. 경이를 잃어버린 인간의 모습을 안타까이 여기는 마음을 그녀는 시에 새겨 넣었다. 그녀의 시가 그토록 세세히 야생의 목격담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진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어떨 때는 타이름 같고, 어떨 때는 경고처럼 다가온다. 정신이 번쩍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것들에 대한 그녀의 정성은 놀랍고 신비하다. “결국, 난 실컷 보았지”(「나방」)라는 시 한 줄을 나는 오래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문득 실컷 본 사람이 되었다. 은총과도 같았다. -김소연 시인
21.
무엇이 되기 위한 삶만이 보이는 세상 속에서, 나 자신이 되기 위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드물게 만날 때가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을 무턱대고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무턱대고 손을 잡을 수 있다. 어쩌면 서로를 알아본 것일 수 있다. 내민 손은 맞잡은 손이 되고, 손을 맞잡고 함께 할 수 있는 게 무척이나 많을 거라 예감한다. 북극서점의 순 사장 슬로보트 님을 만났을 때도 그랬고 김성라 작가님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앞으로 더 소소하고 더 아무렇지 않은, 많은 작당을 함께 하고 싶은 두 사람. 아직은 ‘함께’라는 것을 시작도 안 했지만, 나의 기대하는 마음만은 한결같았던 두 사람. 바쁘고 속절없고 어영부영한 나날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는 <고르고르 인생관>을 만나게 되었고, 야릇한 간질거림이 입꼬리에 머물렀다.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었다. 속절없어 야속했던 나의 시간들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음, 시간이 잘 가고 있구나. 무엇이 되지 않아도 상관이 없구나. 문득 돌아보니, 나는 나 자신이 되어 가고 있었구나.” 간지러움으로 사람의 마음을 설득하다니. 산들바람보다 더 보드랍게 마음을 점령하다니.
22.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캐럴라인은 내 친구 같고 내 자신 같다. 아마 당신도 그럴 것 같다. 당신이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수줍음이 많고, 가족에 대한 불가해한 죄책감이 어렴풋이 있고, 우정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특히나 좋아하고, 자신의 어두운 면과 과잉된 면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걸 잘 다스릴 수 있게 되기까지 방기와 고투를 반복해왔다면. 가끔은 자신이 정말로 미친 것은 아닐까 흠칫 놀라고, 평범함을 지극히 사랑하고,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들에 자기 경험을 겹쳐두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자신이 명랑한 사람임을 잊지 않고 있다면. 이토록 명랑한 사람의 마지막 저서 속에서 나는 실컷 웃었다. 웃고 나서야 알았다. 캐럴라인에게 내가 강렬한 우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의 인생은 그 자체로 우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23.
나는 인간의 대화가 어느 만큼 진실할 수 있는지가 언제나 궁금했다. 누구를 대해도, 무엇을 보고 읽어도 조금쯤 아쉬움이 남았다. 인간에 대해 거는 기대가 아주아주 컸던 탓도 있다. 이 무시무시하게 사려 깊은 미야노 마키코와 이소노 마호는 내가 막연히 품었던 기대를 훌쩍 능가했다. 그들이 마주 서서 던졌던 캐치볼은 삶과 죽음을 가로지르는 와중에 행해졌지만, 그 공은 영원히 낙하할 리 없는 광활한 크기의 호를 그린다. 이들의 대화를 통과하며 내가 얻은 시야를, 어서 빨리 내 소중한 친구들이 함께 얻었으면 하는 갈망이 복받친다. 구체적으로 누군가를 떠올리며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그 누군가가 점점 많아지고 너무나도 많아진 채로 여기에 적어둔다. 인간은 이만큼의 진실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라고. 그걸 잊지 말자고.
24.
메리 루플은 여성만이 쓸 수 있는 글, 특히 노년을 향해 가는 여성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썼다. 이렇게 또 한 명의 호방한 언니가 우리에게 도착했다. 울었던 횟수를 하루하루 기록해야 했던 나날에 대해, 언젠가 다시 그걸 펼쳐볼 때에 웃음이 나올 날에 대해 이해한다면, 당신은 이 책이 반가울 것이다. 시와 소설과 에세이의 무경계에 대해 상상해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 책의 가장 좋은 독자가 될 것이다. 메리 루플의 세계에서는 슬픔과 행복도 경계가 지워져 있다.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젊음과 늙음도, 과거와 현재도, 살아 있음과 죽어감도 경계 없이 넘나들며 경계를 지워간다. 《나의 사유 재산》은 그러므로 한 번에 다 읽지 말아야 한다. 이유가 너무 많아서 도리어 아무 이유 없이 침울한 날에 다시 펼쳐야 한다.
25.
“캐럴라인은 내 친구 같고 내 자신 같다. 아마 당신도 그럴 것 같다. 당신이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수줍음이 많고, 가족에 대한 불가해한 죄책감이 어렴풋이 있고, 우정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특히나 좋아하고, 자신의 어두운 면과 과잉된 면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걸 잘 다스릴 수 있게 되기까지 방기와 고투를 반복해왔다면. 가끔은 자신이 정말로 미친 것은 아닐까 흠칫 놀라고, 평범함을 지극히 사랑하고,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들에 자기 경험을 겹쳐두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자신이 명랑한 사람임을 잊지 않고 있다면. 이토록 명랑한 사람의 마지막 저서 속에서 나는 실컷 웃었다. 웃고 나서야 알았다. 캐럴라인에게 내가 강렬한 우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의 인생은 그 자체로 우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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