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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김규진

최근작
2024년 7월 <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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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그렇다면 이 책이 출판되는 한국은 어떨까? 나는 프랑스에서 직장을 다니며 임신을 준비하였는데, 동료들에게 ‘내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알려진 동성부부 임신 사례가 될 거야’라고 얘기하면 다들 깜짝 놀라곤 한다. 케이팝과 〈오징어 게임〉의 나라로 알려진 한국이 성소수자 인권에서는 뒤처져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모양이다. (…) 법률적, 행정적 상황은 더욱더 열악하다. 비혼 여성과 레즈비언 부부의 재생산권은커녕 동성혼도, 생활동반자법도 심지어 차별금지법도 법제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프랑스의 PACS가 99년도에 도입된 걸 생각하면 약 24년 정도 뒤처져 있는 셈이다. 『부모 말고 모모』는 앞으로 강산이 두 번 넘게 바뀌어야 한국에 사는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고 믿는다. 빨리빨리의 나라, 흐름을 타면 해내는 나라, 보수적인 것 같으면서도 한 번 바뀐 일에는 금방 적응하는 나라인 한국에서 레즈비언 부부의 아이에 대한 미래 역시 다르게 펼쳐질 거라 믿는다. 그 미래가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빠르게 다가올 수 있도록 나는 이 책이 널리, 또 많이 읽히기를 바란다.
2.
"아내가 있으면, 너는 남편이야?"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이에 "아니요, 저도 아내죠."라고 대답하면 놀라움과 깨달음이 상대방의 눈동자를 스치곤 합니다. 유쾌했습니다. 『마일로가 상상한 세상』을 읽으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의 종착점에 깜짝 놀랐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나 역시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그림책을 읽고 자란 어린이는 어떤 어른이 될까요? 그건 알 수 없겠지만, 보다 많은 사람이 마일로의 이야기를 읽은 세상은 분명 더 포용적인 곳일 겁니다.
3.
뜨거운 러브 스토리로도, 부부의 소소한 일상록으로도, 동성결혼에 먼저 도달한 사회의 기록으로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아, 집밥에 진심인 푸드 에세이를 원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책이기도 하다. 요리로 소셜미디어 스타가 된 짜오찬런이 직접 키우는 야채를 따다 만든 볶음요리 묘사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입안에 군침이 돈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부적으로 이 책을 간직하고 싶다. 하루 한 장씩 천쉐 부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책을 덮을 즈음에는 한국도 달라져 있을 것만 같다. 나도 와이프의 법적 보호자가 될 수 있는 날이 와 있을 것만 같다. 진부한 말이지만, 결국 사랑이 이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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