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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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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큰글자책] 칼국수 아줌마의 수육 한 접시>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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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힘 “행복한 가정은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괴로워하는 법이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의 시작부분에서 각 가정이 살며 마주하는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이렇게 요약하였다. 점차 인생의 연륜이 증가할수록 나도 그의 생각에 동의하게 된다. 신축년 연초 어느 날 이승직 교수가 연말에 있은 일을 기록한 글을 보내왔다. 그렇지 않아도 연말에 소식이 뜸하여 궁금하던 차였었는데, 보내온 글을 읽어보니 실로 놀라웠다. 이 교수와 연로하신 모친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입원하였고, 그 암울한 터널을 뚫고 생환한 후에 기록한 투병기였다. 코로나19 투병기는 책으로, 방송으로 발표된 게 제법 있다. 그러나, 이 글은 코로나19와 투병한 한 가족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는 이 교수를 아버님이 진행된 암으로 진단되자 극진하게 모셨고, 이별 여행을 포함하여 부자가 같이한 그 1년의 과정을 담아낸 『아! 아버지』라는 감동적인 글집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아버님을 떠나보내며 힘들어하는 이 교수의 인간적인 슬픔과 아쉬움도 느꼈으나, 가족 간의 우애와 비슷한 시대를 사는 세대로서 차마 범접하기도 어려운 극진한 효심에 이미 감동했었다.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모든 나라로 확산되어 일순간에 온 세상을 마비시켰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봄 대구에서의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은 수도권 중심의 8월의 2차 유행과 12월부터 시작된 3차 유행은 우리 일상을 바꾸었고, 시민들의 자유와 기쁨을 빼앗았다. 2021년 3월 중순까지 전 세계에 1억 2천만의 환자와 26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우리나라에도 10만에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했다. 2021년 3월 들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되면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었으나, 아직도 인류는 코로나19 감염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엄청난 사망자를 양산하여 1차 세계대전을 종식시켰다던 스페인 독감의 피해를 능가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를 경험한 나는, 한적한 동네인 제천에 살고 있던 이 교수네 가족 분들은 이런 소나기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성별과 나이, 인종,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는 무자비한 바이러스는 착한 이 가족에게도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전 가족이 온몸으로 장대비를 다 맞은 것 같다. 이 교수가 직장에서 먼저 감염되었고, 모시던 어머니에게 전파되어 며칠의 시차를 두고 각각 다른 코로나 전담병원에 입원하였다. 이 교수도 심한 증상을 겪으면서 생명을 잃을 것 같은 공포감이 엄습했다고 했으나, 폐렴 증상으로 대학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으셨으나 가족들의 걱정을 덜어주고저 별 말씀도 없으셨던 연로하신 모친의 투병이 상상되었다. 정말 코끝이 징해지는 사연들이었다. 이 교수 모자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무시무시한 악당을 물리치셨다. 전신을 엄습하는 고통과 발열감, 그리고 폐렴에 의한 호흡곤란 증상까지의 중증 증상을 겪으면서도 차분하게 대처하고 서로를 격려해가며 그 어려움을 극복한 기록은 실로 놀랍다. 호흡기로 전파되는 바이러스 전염병 환자는 외부와 차단된 음압격리병실에 입원한다. 가끔 만날 수 있는 의료진도 달에 착륙한 우주비행사 모습의 레벨D 방역복으로 나타나니 입원 생활은 완전히 우주에 홀로 던져진 미아가 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내가 경험했던 환자분들도 외로움과 답답함으로 생명을 잃을 것 같은 공포를 호소하셨다.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된 나머지 가족들도 2주 동안 자가격리 조치가 되었으니, 모자는 병원에 격리되어 더 힘들어할 것 같은 어머니와 아들을 위해 각자가 스스로 건강하다는 코스프레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발열과 통증으로 식욕이 떨어지고 음식 맛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식사를 다한 뒤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을 사진을 찍어 서로에게 보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아비야. 나 밥 다 먹었다” “어머니, 정말 잘하셨어요. 저도 깨끗이 비웠어요.” 힘들지만 서로에게 엔도르핀 분비를 자극하기 위한 격려를 남발한 덕분에 모두 코로나19에게 이길 수 있었다. 위대한 사랑이다. 내가 대구의 코로나19 대유행을 지나면서 배운 교훈이 있다. 재난 상황에서는 아무리 어려운 난관도 스스로 돌파해나갈 수 있다는 굳은 자신감에 더하여, 가족과 이웃의 따뜻한 사랑만이 최고의 치료약이었다. 위중한 부모님께 정신줄을 절대 놓지 말라며 “엄마, 잘하고 있어.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분이야!”라는 문자와 손녀가 보낸 ‘젖먹이 시절 자기를 보듬어 주던 인자한 할머니의 사진’에 눈을 뜨던 할머니는 기적적으로 회복하여 결국은 웃으면서 퇴원하셨다. 제천의 어느 가족의 이야기로 그때 그 모습을 또다시, 보다 더 상세하게 확인하였다. 이 교수와 수필가로 등단한 연로한 어머님, 그리고 모자를 병원에 보내고 노심초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을 며느님. 세 분의 각자의 눈으로 쓴 이 기록은 대한민국 코로나19의 비망록으로도 훌륭한 가치를 지닐 것이다. 이 교수 가족의 코로나19에 대한 인간승리의 기록에는 묵직한 울림이 있다. 이 험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면 모두가 행복해지는지 가르쳐 주고 있다. 그렇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진하게 사랑하며 어려움을 같이 헤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 교수 가족의 이 행복이 영원하게 지속될 수 있기를 살며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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