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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최은영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84년, 대한민국 경기도 광명

직업: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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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스무 낮 읽고 스무 밤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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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4일 출고 
클레어 키건은 섬세하고 단정한 언어로 인간 내면의 깊고 연약한 부분을 우리 인식의 뜰 위에 건져 올린다. 우리가 철저히 외면해서 의식조차 하지 못했던 다친 마음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푸른 들판을 걷다』는 자기 발견으로서의 단편소설의 정수를 보여준다. 좋은 소설은 이해받음으로써 이해하게 한다. 내가 몰라줬던 내 마음, 차마 이름을 붙일 수 없었던 내 감정을 발견하고 위로하게 한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마음의 조각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조심스레 말을 건다. 그리고 우리는 읽음으로써 대답한다. 우리가 조금 더 자유롭고 밝은 곳으로 유영할 수 있도록. 먼 훗날, 고전으로 불리게 될 그녀의 소설이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과의 고유하고도 깊은 대화를 기다리면서.
2.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책이 있다. 나를 그저 지나가는 책과 나를 관통하여 변화하게 하는 책. 후자는 아주 드물지만 영영 잊히지 않고 내 안에 남아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놓는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가 내게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아서 프랭크, 리베카 솔닛의 글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그들의 글보다 더 가까이 다가왔다. 결코 대체될 수 없는 책, 유연하지만 강한 책, 책의 모양만 한 책이 아니라 책을 읽는 우리에게 질문과 통증과 자유를 주는 책. 이 책이 진짜 독서를 갈망하는 많은 이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3.
나는 다른 무엇으로 대체될 수 없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소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소설을 좋아한다. 상상의 자유와 즐거움을 주는 소설을 좋아한다. 누군가를 돌보고 키우고 지키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슬픔과 고통, 상실을 껴안고서 한 발짝씩 걸어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절망을 이해하되 웃음을 잃지 않는 마음을 좋아한다. 폭력에 맞서되 저항의 대상이 아니라 저항의 목표에 가닿는 시선을 좋아한다. 우리에게는 사랑할 힘이 있다는, 가장 황폐한 지점에서도 그 일은 가능하다는 믿음을 좋아한다. 내게 소중한 이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해주는 책을 좋아한다. 당신도 그러하다면, 그런 책을 기다려온 이들에게 『화성의 아이』를 추천한다.
4.
클레어 키건은 섬세하고 단정한 언어로 인간 내면의 깊고 연약한 부분을 우리 인식의 뜰 위에 건져 올린다. 우리가 철저히 외면해서 의식조차 하지 못했던 다친 마음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푸른 들판을 걷다』는 자기 발견으로서의 단편소설의 정수를 보여준다. 좋은 소설은 이해받음으로써 이해하게 한다. 내가 몰라줬던 내 마음, 차마 이름을 붙일 수 없었던 내 감정을 발견하고 위로하게 한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마음의 조각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조심스레 말을 건다. 그리고 우리는 읽음으로써 대답한다. 우리가 조금 더 자유롭고 밝은 곳으로 유영할 수 있도록. 먼 훗날, 고전으로 불리게 될 그녀의 소설이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과의 고유하고도 깊은 대화를 기다리면서.
5.
이십여 년 만에 『나목』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이 소설의 뜨거움과 거침없음에 놀랐고, 이 작품이 오십여 년 전에 발표되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작가에 의해 분명한 생명을 부여받은 작품은 결코 시간에 따라 낡거나 죽지 않는다는 것을 『나목』은 증명한다. 1932년생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을 따라가는 동안 나는 그녀의 분노와 절망, 질긴 미움과 복수심, 우울과 죽음에 대한 끌림, 삶에 대한 미칠 듯한 갈망을 가슴으로 느꼈다. 끝이 없을 듯한 시대의 어두움과 뜨겁게 타오르는 인물의 대비가 두려울 정도로 강렬했다.
6.
『사라진 것들』의 인물들은 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시간에 말을 건다. 그들에게 기억하기는 상실을 감내하며 사라진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자 끊임없이 자기를 바라보는 과정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기억하는 행위가 현재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과거에서 현재를 조망하는 일이라고도 느꼈다. 과거의 자리에서 바라볼 때만 드러나는 낯선 지금은 우리가 피하고 싶은 자기 자신을 대면하게 한다. 문학이 줄 수 있는 자기 발견의 기쁨과 고통을 앤드루 포터만큼 잘 그려내는 작가도 드물 것이다. 좋은 책은 독서가 끝나고 자기만의 글을 쓰고 싶게 한다. 나에게 『사라진 것들』은 다시금 ‘나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책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더는 외면하고 싶지 않은 이에게, 자기 이야기를 재발견하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그의 차기작을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7.
1995년, 지금보다 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세계를 살던 여성들에게 은희경의 소설은 그저 ‘냉소’라고만 규정할 수 없는 뜨거움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그의 소설은 여성으로서 한국사회를 살며 느꼈던 ‘말할 수 없는 무언가’의 언어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8.
"“사랑과 다정함조차 아플 때가 있다, 태어나 그것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에게는.” 나는 이 두 줄의 책 소개에 이끌려 <맡겨진 소녀>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이 소설을 잘 표현하는 문장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맡겨진 소녀>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어린아이가 처음으로 조건 없는 사랑받는 이야기다. 작가는 그런 사랑이 존재하리라고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아이의 메마른 마음이 어떻게 사랑을 받아들이는지 세세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사랑받은 아이가 어떻게 회복하고 성장해가는지를, 자신에게 사랑을 준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 사랑을 돌려주는지를 보여준다. 어른이 된 많은 이들의 내면에는 이 ‘맡겨진 소녀’가 있다. 어른들에게 아무렇게나 대우받고 상처받은, 하지만 이미 어른으로 자라버린 아이들에게 이 책은 말을 건넨다. 어린 시절, 그토록 작고 힘이 없었던 네가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던 건 너의 탓이 아니라고,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9.
『나주에 대하여』를 읽으며 나는 나의 이십대가 얼마나 짧고도 긴 시간이었는지 떠올렸다. 작은 일에 울고 웃고, 새로운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주고, 타인과 자신에게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하며 고군분투했던 시간. 김화진은 그 시간의 미묘한 순간들을 자신만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언어로 그려낸다. 그의 세계 안에서 속수무책으로 사랑스럽고 안쓰러운 인물들은 당장이라도 만날 수 있는 사람들처럼 살아 움직인다. 그들 곁에 다가가 말을 건네고 싶었다. 우리 사이에 할말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작가의 솔직한 태도와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그리는 재능이 작품 안에서 한데 어우러져 특별한 빛을 낸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자, 김화진의 다음 작품이 읽고 싶어졌다. 앞으로 기다려야 할 세계가 하나 더 내게로 온 것 같다.
10.
『은혜씨의 포옹』을 읽으며 나는 내가 잃어버린 마음을 봤다. 두려움을 물리치며 사랑하는 마음, 곁에 있어주는 마음, 내어주는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사랑 하나 나눠주지 못하는 내 마음의 가난을 봤다. 사랑은 늘 손에 닿지 않는 먼 곳에 있다 여겼다. 하지만 정은혜 작가님의 그림 속에서 사랑은 끌어안을 수 있는 것, 스스럼없이 좋아한다 말할 수 있는 내 품 안의 용기였다. 작가님의 그림 속, 서로를 꼭 끌어안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포옹하고 싶은 이들을 생각했다. 괜찮아, 좋아해, 사랑해, 말하고 싶은 이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어떤 말로도 상대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기 부족할 때, 누군가의 상처받은 마음을 안아주고 싶을 때, 『은혜씨의 포옹』은 그 마음을 대신 전할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우리 품 안에서 곤히 잠든 사랑을 두드려 깨우는 마음의 힘이 이 책에 있다. _최은영(소설가)
11.
박상영의 소설을 읽을 때면 살아오며 깊은 외로움을 느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이토록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가도 드물 것이다.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애써 일군 것들을 망치고, 안정을 찾아 헤매지만 그저 부유할 수밖에 없던 시간에 공감하며, 나는 좋은 소설만이 줄 수 있는 위로를 받았다. 조만간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커다란 금이 간 유리창을 바라보는 사람. 그 유리창 밖으로는 폭설이 내리고 손에 닿지 않는 사랑하는 사람이 걸어간다. 그 외롭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나는 이 책 속에서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었다. 박상영의 세계에 한 걸음 더 깊이 다가가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12.
동물에 대해 말하는 이 책에서 나는 도리어 우리 인간의 모습을 봤다. 인간이 만든 세상을 봤다. 개와 고양이를 사고팔고, 그들이 병들면 ‘반품’과 ‘교환’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세상, ‘비용 절감’을 이유로 동물에게 최대치의 고통을 안기며 사육하는 세상……. 이 책은 이런 세상에서 사는 우리와 동물의 관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생명과 죽음을 사유하게 한다. 꽃비라는 이름의 강아지와 사랑이라는 이름의 앵무새와 칠성이라는 이름의 소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세상의 모든 고통을 아는 존재들에게 우리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이토록 잔혹하고 무참할 권리가 없음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이 동물을 향한 인식 개선과 펫숍 철폐, 동물보호법 개정을 향한 한 걸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13.
나는 『밀크맨』을 어른으로 살아가는 일의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그것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에 관한 이야기로 읽었다. 피할 수 없는 억압 속의 선택을 과연 자발적 선택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까. 우리가 자발적 선택이라고 믿는 것 중에서 진짜 자발적 선택은 몇이나 될까. 극한의 디스토피아적 설정 속에서, 『밀크맨』은 오히려 내면의 현실을 잔인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 나를 위협하는 것, 내가 도망가거나 타협하고자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나를 짓누르는 보이지 않는 억압은 무엇인가, 질문하게 하는 소설. 『밀크맨』은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어쩌면 증오도 폭력도 아닌 진짜 사랑, 진실한 삶일 수 있다는 서늘한 통찰을 보여준다. 매력적인 화자가 이끄는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충격에 가까운 특별한 독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14.
그의 글은 맑고 다정하고 어진 사람의 눈을 마주 보는 일 같다. 청명한 가을 햇빛 아래에서 고개 숙여 내 그림자를 바라보는 일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으로 안아주는 일 같고 이름도 모르는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 같다. 이 시인은 알까. 자신의 귀한 글이 어떻게 다른 이들의 영혼을 일깨워주고 보듬어주는지, 자신의 글에 담긴 마음이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따뜻한 포옹 같고, 내 아픔에 같이 울어주는 친구 같은 이 책이 세상의 곳곳에서 작은 구원을 가져다주리라고 나는 믿는다.
15.
열다섯 개의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대가들이 쓴 열다섯 편의 소설은 단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독서 경험이, 단편 창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다양한 색채의 단편소설 컬렉션을 찾고 있는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집이다.
16.
가까운 친구의 죽음, 반려동물의 죽음은 고독한 애도를 경험하게 한다. 그 애도 안에는 자신의 상실을 타인들로부터 충분히 이해받을 수 없으리라는 체념과 외로운 마음이 깃들어 있다. 그런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는 오래 기다려왔던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말할 수 없었던, 타인에게 이해받기를 포기했던 내 마음을 작가가 읽어주는 경험을 했다. 작가는 말한다. 그 존재가 떠나도 ‘그 사랑은 네 것이야.’ 가까운 이를 죽음으로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뜨겁고 깊은 위로를 주는 책은 없을 것 같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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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이의 산문은 뜨거운 생각과 감정을 끝까지 응축하고 두드려서 단단하게 만든 커다란 칼 같다. 읽으면 마음이 아프고 동요되면서도 작가가 끝까지 쓰는 사람으로서의 나르시시즘을 경계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런 산문을 쓸 수 있다는 건 귀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읽을 때 몰입하게 하고 책장을 덮으면 뒤돌아 계속 생각하게 하는 글. 이런 글을 쓰기 위해 민정이가 지금까지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했는지가 느껴졌다. 나는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아가기를 바라고, 더 좋은 글을 쓰기를 바라고, 살며 웃을 일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기를 바라고, 더 많은 모험을 하기를 바라고, 더 용기를 내서 살기를 바라고,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되어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지난 시간이 쉽지 않았으니까. 과거의 우리가 애써서 만나려고 했던 지금의 우리를 잘 돌보고 아끼기를, 그렇게 과거의 우리에게 빚을 갚아주고 우리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해주기를 바라본다.
18.
책을 읽으며 기억하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곱씹었다. 저자들은 ‘기억한다’는 것은 이미 종료된 일을 봉합하는 것이 아니라 봉합될 수 없는 상처를 계속 바라보는 일이라고, 사죄란 기억의 시작이어야 하지 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는 내내 용서받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용서를 구하는 사람의 태도를 생각했다. 고민을 거듭하며 조심스레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이 책장을 덮고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19.
이 책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대대로 과소평가된 여성작가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은둔하며, 비난받으며, 혹은 남성의 이름으로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며 그녀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지금 여기서 우리가 ‘우리 자신’의 언어로 써 내려갈 새로운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 책은 여성주의적 독법으로 그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20.
때로는 고립감이 그 자체로 사람을 아프게도 한다. 왕진 가방을 들고 따릉이를 타고서 아픈 사람들의 집을 방문하는 이 동네 의사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내게 위안이 되었다. 누구도 아픈 채로 고립되어선 안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두를 위한 의료, 모두를 위한 돌봄을 키워나가려는 사람들의 노력에 가슴이 뭉클해지면서도 용기가 났다.
21.
이세라 작가의 글을 읽으며 마음이 먹먹해져서 눈물이 났다. 이런 용기 있는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힘을 냈을지 짐작이 되어서. 사려 깊고 따뜻한 이 책을 읽고 나의 여자친구들을, 그리고 나 자신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우리, 천천히 가더라도 절대 우리 자신을 포기하지 말자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22.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나는 유폐된 시인의 무력감과 외로움을 봤다. 두번째로 읽었을 때 그가 맞서 싸울 수 없는 현실의 강고함을 봤다. 세번째로 읽었을 때야 나는 시인의 눈에 비친 작은 세계를 봤다. 어쩌면 너무 작고 보잘것없어 보여 더 소중한 작은 세계를. 시인이 살았던 세상처럼 내가 살아가는 세상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 슬픔을 모르는 인간, 고독할 겨를이 없는 인간’을 바라는 것 같다. 슬픔조차도 비생산적인 감정으로 배척되는 세상에서 어디에도 쓸모없는 이름을 기억하고 부르는 일, 그렇게 계속 글을 써나가는 일은 어리석고 그 어리석음의 크기만큼 아름답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알겠다. 내가 왜 매번 김연수의 소설에서 주춤대고 길을 잃어버렸는지를. 큰 물살을 따라서만 흘러가지 않고 지류에 머물며 작은 것들의 이름을 불러주던 작가의 목소리를 어째서 계속해서 듣고 싶었는지를. 그의 소설은 여전히 내게 다정하고 외롭고 깊은 목소리다.
23.
“정말 좋은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드물고 귀하다. 내게 <스토너>는 그런 독서 경험을 준 책이었다. 스토너라는 한 개인의 내면을 따라가면서 나는 방 안에 앉아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내가 모르는 나라를 온전히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사람의 모습은 그의 아주 일부일 뿐이며, 가장 평범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이토록 복잡하고 고유한 자신만의 내면이 있다는 것을 나는 <스토너>를 읽으며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나조차도 내 마음을 알 수 없을 때 누군가의 깊은 내면을 따라가 보는 일은 내 마음을 발견하게 하고 특별한 위로를 준다. <스토너>는 내게 그런 소설이다.”
24.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는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두려움과 고통, 용기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런 용기 있는 마음을 끝까지 거절하는 세상의 폭력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이해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얼마나 익숙하면서도 익숙해질 수 없는 폭력인지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했다.
25.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나도 언젠가 이런 글을 써 보고 싶다. 내가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었는지, 여자로서 말하고 글을 쓴다는 일이 어떤 고통이며 환희였는지에 대해서. 그저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 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 내가 통과해야 했던 두려움에 대해서. 여자인 나에게 강요되었던 침묵이 무엇이었는지, 어째서 나는 아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런 책을 써 보고 싶다. 솔직해서 가슴 아프고 아름다운 책,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이야기를 용기 내어 꺼낼 수 있는 책, 나의 침묵을 찢어 너의 침묵을 귀 기울여 애써 들어줄 수 있는 책을. 글을 쓰는 여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내 가슴을 아프게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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