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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남기택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0년

최근작
2023년 10월 <강원문학의 정체성과 모빌리티>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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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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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궁극적 질서요 가치일 것이지만 이성은 이를 규정할 수 없다. 나무 한 그루조차도 스스로를 구성하는 무수한 분자들이 항상적인 운동 과정 속에 개방되어 있다. 언어라는 기호가 어찌 그 미증유의 생성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 권정수의 『한 잎』은 존재에 가닿지 못하는 언어의 선험적 운명을 적시하는 듯하다. 나무 역시, “우리의 나무”는 ‘부재’(「나무는 우리의 부재다」)를 환기할 뿐이다. 그런 시편들은 기호 대신 한 조각 물성으로 현전코자 한다. 감각의 선은 종유석 위에 붙은 은행잎을 “노란 부리를 내밀며 애걸하는/어린 병아리”(「한 잎」) 로 전이시키고, “귀 모양으로 생긴 본질 하나”(「맛보는 아이」)가 태동하는 순간을 연출한다. 시 자체가 “나를 염려하고/나를 돌보던 것들”(「사물들」)로서의 사물이 되는 형국이다. 권정수 시는 때로 파격적 거리, 긴 호흡, 생경한 추상 등이 서정적 긴장을 비껴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시론의 공준보다 시적 사건의 체현을 위해 선택된 외장에 가깝다. “속이 텅 비어서/허공에/꽉 찬 말”(「말」) 일 뿐인 언어의 운명을 재구하려는 절박한 흔적일 것이다. 강원 영동권 천혜의 자연을 전유하는 또 하나의 시적 전위가 이렇게 우리 곁으로 왔다.
2.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최월순 시집 전편을 관류하는 지배적 소재는 자연이다. 예컨대 시 집 서두에 등장하는 「은어는 날개가 없다」는 은어가 함의하는 자 연의 생리를 빌어 생과 존재를 유비한다. “막막한 물길”이라는 한 계상황은 “수많은 자맥질”에도 불구하고 “건지지 못하는/ 꿈길”을 현전한다. 무수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꿈길’은 넘을 수 없는 벽으 로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은어의 운명은 “연두빛 들녘”의 “때 이른 풀벌레”의 처지 속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그리하여 날개 없는 은어는 곧 존재의 선험적 한계를 형용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 한계는 절망적이지 않다. 선험적 한계는 끝없는 “희망의 몸짓”을 동인하는 필연의 기제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자연 스스로가 지닌 본성 이기도 하다. 최월순의 결 고운 시선은 이미 존재하는 자연의 본 성을 닮은 생래적 기질인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두드러진 소재 중 하나는 가족이다. 시집 2부는 “가슴 속에/ 묻어두었”(「이별」)던 ‘아가’에 대한 헌사에 다름아니 다. 아버지(「아버지의 일기 1, 2」)나 형부(「살구나무」), 이모(「이별 연습」) 등에 투사된 서정적 자아의 내면 역시 아가가 상징하는 친 밀한 가족 공동체의 변주에 비견될 수 있다. 아가의 비망록은 “이 세상 어딘가/ 살아있을 것만 같은/ 슬픈 위안”(「하늘에 띄우는 편 지」)에의 집착이자 “아픈 기억을 버리려”(「어쩌다 한 번 하늘을 보 면」) 하는 필사의 실천일 것이다. 가장 내밀한 화자 스스로의 상처 를 적나라한 이미지로 체현하는 경우이기도 하다. 이렇듯, 시적 상상력의 한계가 공공연히 의심되는 2010년대의 시단 경향 속에 서,독자는가장오래된서정의본령혹은결백한존재범주에관 한 형상을 최월순 시집을 통해 만나게 된다.
3.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묵호에 진 부채』는 류재만과 이상웅이 그들의 역사와 지리학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이들은 자신의 산문집을 통해 고유한 장소 전유를 개성적으로 연출하였다. 한국 문학사에 장소를 주제로 한 이러한 류의 공동 작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아가 그 같은 면모는 동해 지역의 문학장이 지닌 성격과 가능성을 증거하는 물증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이들의 산문집은, 미학적 성패를 떠나, 그 자체로 특수함을 내포한 하나의 문학사적 사건이 되었다. 적어도 관련 문학장의 역사에 있어서 『묵호에 진 부채』는 장소성과 문학성을 결합한 기념비적 텍스트로 기억될 것이다. 어느 문학적 관포지교가 이룬 고유하고도 개성적인 결실이 오롯하다.
4.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정석교의 이번 시집이 전편을 관류하며 몸의 계행을 자처하고 나선다. 아마도 지독히 아픈 이후였을 것이다. 적멸 가까이 섰던 신체이기에 “가뿐한 빈 몸”을 “더 높고 깊숙”(「빈 몸」)한 허공으로 채울 수 있었으리라. 와병, 산행, 몸을 지움으로써 타자의 감각을 생성하는 지양이 스스로를 위무하는 일련의 고투와도 같이 읽힌다. 처연한 언어들이 연기의 세계를 그린다. 견고한 물활의 지평이 여기에 있다.
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7일 출고 
시에 일생을 바친 운명이 순환의 시간과 꽃의 감각을 허한다. 정일남 시인의 열한 번째 시집을 읽는 첫 독자로서 드는 생각이다. 『감옥의 시간』에는 “우주를 감동케 하는 노래”(「풀벌레」)의 정동이 가득하다. 일체의 요설을 배제하고 정제된 시어들이다. 아마도 책장은 쉽게 넘어갈 것이다. 거기 배치된 일련의 고독이나 내면세계는 흔한 매너리즘과 다르다. 감옥에 갇혔던 물성을 개방하는 미증유의 언어가 짐짓 취한 의장일 뿐이다. 고향 삼척에서 문우들과 수기로 등사한 『동예(東藝)』를 펴내던 1961년, 청년 정일남은 “우리 대로의 지방 문단을 세계의 수준에까지 끌어올리자는데 종국적 목표가 있는 것”이라고 적었다. 거기는 “예고도 없이 폭발하던 천둥소리에/젖 강아지의 눈이 뜨이던”(「청골 마을」, 『봄들에서』) 곳이었다. 그로부터 56년이 흐른다. 당찬 포부는 이렇듯 『감옥의 시간』으로 귀납된다. 입이 있되 말이 없고(「꽃 진 자리」), 스스로도 사라지고 말 형국(「구름 보는 날」)이다. 어떤 해설도 그 지양과 진정성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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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시는 물활의 지평과 감각의 연장을 전제하고 있다. 정운영의 시적 운산은 지극한 장소애를 바탕으로 우리 삶의 단편을 형상화하고자 한다. 정운영의 상상력이 머문 해무의 장소는 그 교두보에 해당된다. 해무처럼 비릿하고 불투명한 이미지들이 정운영 식 재기의 지평 아래 배치되고 있다. 그 언어는 고향 동해의 노래이자 시인의 삶에 비견될 것이다. 또한 그 기록은 우리 모두의 감각을 연장하는 비망록일 수 있다. 이 진정성이야말로 기꺼운 마음으로 정운영 시를 받아들여야 할 문학적 근거일 것이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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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만 시의 개성은 무엇보다도 바다를 소재로 하는 이른바 해양시의 범주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첫 시집 『어달리 바다』(1999)로부터 『해비늘 벗기기』(2002), 『파도를 재우다』(2006)를 관류하는 일관된 특징이기도 하다. 강원영동지역에서 태어나 고향에서의 삶을 지금까지 산 시인으로서 그 지역의 풍물을 소재로 한 시적 경향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류재만 시의 특징이 풍물을 다루는 지역 정서의 발로라고만 단순히 정리될 수는 없겠다. 해양시의 양상이라는 언명 속에는 여러 겹의 문학적 지향과 갈래가 함의된다. 특히 강원지역문학장이라는 구조적 틀 속에 존재하는 것이 그의 시라는 사실은 ‘류재만 식 해양시’의 중층성이 발현되는 배경이 된다. 이 글에서는 류재만의 장시 「나루」를 읽어나갈 터인데, 그 방식은 위와 같은 명제를 성립시키는 계기들을 작품 속에서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단형 서정의 운명을 넘어서는 긴 호흡, 다양한 의미를 산파하는 화행적 언술 구조, 구체적인 지역성의 체현 등은 주요한 요소들일 것이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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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풍물과 당대의 지역성이 물화되는 한편의 르포르타주 류재만 소설을 뭐라 부를 수 있을까. 아니, 어떤 이론인들 그것을 정형화할 수 있을까. 구전과 서사, 민담과 신화가 뒤섞인 이 중층의 기록을 보라. 류재만 소설은 기존의 어떤 범주에도 포획되지 않는 우리 시대의 언어적 판타지를 구성하고 있다. 그가 추구해온 독창적 해양시의 세계가 그러하듯이, 『칙간귀신 시집보내기』는 잃어버린 풍속을 현재에 되살려 삶의 장소성을 실현하고자 한다. 더더욱 주목할 사실은 그의 소설이 로고스로 상징되는 미적 근대성과 미학적 기준을 근저에서 뒤흔들며 새로운 서사 문법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1,200매에 이르는 이야기를 한 호흡으로 이끌어가는 방언과 구술의 장은 그 단적인 사례이다. 그렇게 류재만 소설은 기억 속의 풍물과 당대의 지역성이 물화되는 한 편의 르포르타주로 우리 앞에 왔다. 우리네 삶과 언어, 역사와 시대적 정체를 담는 천일야화가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미결정적 화행(話行)의 장을 재현하는 미증유의 분란! 그러나 그 새로운 감각의 세계는 잃어버린 칙간신의 우주적 시공을 기다리는 ‘한별이’의 태도처럼 낮고, 고즈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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