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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이다혜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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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과학 크리에이터가 되는 상상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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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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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그 많던 단골집들은 다 어디 갔을까
2.
궁금하던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 이 책의 탐미주의는 곧게 뻗어 자라는 초목의 힘만큼이나 죽음과 붕괴에 격렬하게 반응한다. 말년의 글쓰기가 갖는 깊은 눈짓이 이런 것 아닐까.
3.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를 위한 최고의 독서가 될 것이다. ‘식인의 신’으로 군림한 존재에 얽힌, 미래에서 온 흥미진진한 기록물을 읽어가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죄의 끝》은 종말 이후 세계에서 신화가 되는 인물에 얽힌 이야기를 끔찍한 잉태의 순간에서부터 놀라운 대활약의 나날에 이르기까지 숨 막히게 그려나간다. 히가시야마 아키라가 역사를 다루는 솜씨는 《류》에서 이미 감탄한 적 있는데, 미래 세계의 역사를 다루는 솜씨 역시 빼어나다는 것을 《죄의 끝》으로 알게 되었다. 반영웅의 신화라고 할 수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매드맥스>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너새니얼 헤일런이라는 캐릭터와 장면들을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문명이 사라진 죽음의 황야를 방황하는 폭력의 연대기는 때때로 슬픔과 절망에 잠기지만, 동시에 믿을 수 없는 희망과 믿음 또한 그곳에 존재한다. 기적과 신화에 관한 과감한 상상을 펼쳐 보이는 《죄의 끝》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그 필연성에 경악하는 동시에, 아마 당신은 나처럼 슬픔에 잠길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다. “우리는 지금 어떤 위대한 작가도 상상할 수 없는 세계에 있어.” 《죄의 끝》은 우리를 그곳으로 데려간다.
4.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어서다. 타인의 상상을 통해서든 경험을 통해서든. 이 책은 후자로, 루마니아어로 소설을 발표한 일본 지바 지역에 사는 히키코모리 오타쿠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들려준다. 소설이라 해도 과장이 심하다며 욕먹을 설정인데, 이 모든 게 진실이다. “외국어는 꼭 의사소통하기 위해서 쓰는 것만은 아니다”라는 독특한 철학을 가진 저자는 다양한 미개봉 영화를 보고 평론을 써 인터넷에 올리다가 루마니아 영화를 본 뒤 어학 오타쿠 기질을 발휘해 루마니아어를 배운다. “마이너한 언어를 배우려는 나, 완전 힙해…” 오타쿠와 힙이라는 좀처럼 붙지 않는 두 단어가 시너지를 일으켜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의 에세이가 탄생했다. 방안에 틀어박혀 완성하는 루마니아 유학법을 읽다 보면 루마니아어든, 다른 어딘가의 언어든 당장 배우고 싶어진다. 언어와 함께라면 아주 멀리까지 갈 수 있으니까.
5.
《파노라마》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범죄소설이기도, 폭력이 완전히 제거될 수 있는가에 대한 사고실험이기도 하다. 사생활을 희생한 ‘투명화’를 통해 완전한 안전을 이룩한 세계에서 한 가족이 사라지는데, 사라질 수 없는 공동체에서 어떻게 실종이 가능했는가를 밝히기 위한 여정은 폭력의 사회학에 대한 탐구가 된다. 숨을 수 없는 세계에서 발생하는 필연적 비극. 《파노라마》는 오늘날의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며,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에 대한 인상적인 재해석이다.
6.
맛있게 슬픈 소설들이다. 최상희 소설집 『우주를 껴안는 기분』이 내민 손을 꽉 마주 잡고 싶어진다. 소설들 속 세계는 부딪혀 볼 도리 없이 견고해 막막함을 느끼게 하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것은 연약한 듯 강인한 인간의 일. 교실에 앉아 다른 아이들과 이질감을 느껴 본 적이 있다면 이 이야기들에서 자기 얼굴을 금세 발견할 수 있으리라. 친구처럼 느껴지는 외로움과, 방법을 찾을 수 없는 희망이 자꾸 교차되는 동안 우리는 낯선 행성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길을 잃는다. 이 소설집에서는 애도하는 코끼리와 양부모가 된 여우, 불면증에 걸린 고양이, 레몬색 털을 가진 강아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원치 않는 이별은 자꾸 일어나지만 언제나 삶은 다음, 그다음에도 이어진다. “왜 좋아하는 마음은 멋대로 자라는 걸까.” 호감도 0퍼센트에서 시작하는 우정의 예감은 기분 좋고, 다른 행성의 언어로 듣는 자장가는 빈자리에 눈물짓게 하지만, 『우주를 껴안는 기분』의 독서는 세계를 지키는 사람들 곁에 선다는 의미. 당신이 외롭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나의 외로움을 조금은 더 견뎌 보겠다는 다짐. SF의 틀을 투과해 이주, 이민의 문제를 제기하는 시선은 날카롭고 우리의 품을 살며시 넓힌다. 최상희는 지구의 우리가 찾아야 할 해답들에 대해 이야기의 형태를 빌려 질문한다.
7.
먼 과거의 신비로운 사건을 들여다보다 현재의 수수께끼로, 근미래의 미스터리로 궁금증이 이어진다. 한 시간대에서 번쩍 하고 지나간 순간을 알아내기 위해 독자는 탐정과 같은 자세로 책을 읽어 가게 된다. SF와 미스터리(게다가 역사 소설)의 매혹적인 조합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고요의 바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이들의 운명에 일어난 국소적이고 특이한 사건들을 그러모은다. 몰두해 책을 읽기란 기꺼이 탐닉할 만한 즐거움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정말 탐정을 만난다. 미래에서 온 탐정을.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 탐정을. 아무것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저 답을 얻어 내기만을 원하기란 인간적인 탐정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또한, 그를 지켜보는 독자에게도 얼마나 요령부득인 바람이란 말인가. 이 한가운데 인류를 위협하는 감염병이 있다. 우리에게 불길할 정도로 친숙한 감염병이. 시간 여행자의 존재 자체가 파열이라는 생각과 〈누군가를 잃고 나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패턴을 보기가 쉬워지는 것 같다〉라는 문장이 동시에 참이라면, 시간 여행자의 무모함 혹은 작은 용기는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까. 제목의 <고요의 바다>는 마침내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그 순간에 이르러 마침내 고요해진다. 이것은 달콤한 쓸쓸함, 혹은 필연이 만들어 낸 유머.
8.
영화는 속 깊은 친구 같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이다가 영화 한 편 보고 나면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서다.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 속 영화 이야기도 그렇다. ‘혼자’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삶의 장면들을 살뜰하게 담아내면서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좋아하는 것 곁에 머무는 방법”을 찾아가는 저자의 문장이 영화 사이를 표표히 거닌다. 비혼, 이혼, 사별 등 각각의 이유로 혼자인 영화 주인공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오베라는 남자〉 속 스웨덴의 삶도 〈소공녀〉 속 서울의 삶도 녹록지 않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통찰이 침울하지도 무겁지도 않다. 이야기 뒤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 이야기가 하나씩 풀려나올 때면, 내가 아는 사람들이 이 책 속에 있구나 싶어진다. “어른이 되기란 어렵고 꼰대가 되기는 쉬운” 나날을 쌓아가면서 유연하게 ‘혼자’를 돌보는 법을 이 책과 함께 상상한다.
9.
  • 마케터의 밑줄 - 나와 일 모두 함께 크는 사람의 성장법 
  • 김상민 (지은이) | 더퀘스트 | 2024년 6월
  • 18,800원 → 16,920원 (10%할인), 마일리지 940
  • 9.6 (16) | 세일즈포인트 : 772
마케터의 독서목록을 엿볼 기회라니! 《마케터의 밑줄》은 저자의 말을 빌면 “트렌드를 건져 올리는”, “트렌드 속 보편적 가치를 발견하는” 마케터가 밑줄 그은 책 속 문장들과 사유를 전한다. 여기에는 일잘러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부터, 뭉툭한 세대론에 대한 날선 시선, 마케터가 세상을 설득하는 법, 예산 잘 활용하기, 브랜딩의 묘수 등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가 소개한 밑줄 읽고, 그의 글에 밑줄 긋고, 다 읽고 다시 읽는다. 이 책의 세상 보는 눈을 나도 갖추고 싶다.
10.
그 많던 단골집들은 다 어디 갔을까
11.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재난이 벌어지는, 아무것도 그냥 잊히는 법이 없는 신기술의 세계에서, 『사랑 사건 오류』는 독창적인 진혼곡을 쓴다. 상실은 애달프도록 영구적이구나. 이것은 이야기의 종결이자 시작. SF와 미스터리가 결합된 퍼즐은 완성 직전에 몇 번이고 흐트러진다. 인공지능과 호랑이가 영검한 존재감을 동등하게 발휘한다면 우리는 어떤 엔딩을 맞이하게 될까? 타인의 고통 앞에서 소리 죽여 통곡해본 이들을 위한 소설이다.
12.
젊은 여성이 자기자신을 찍는다는 행위에 대해 묻고, 듣고, 생각한다. 의미는 없다는 말의 의미를, ‘나’를 발견해나간다는 말의 진심을 조심스럽게 탐색한다. 『빈틈없이 자연스럽게』는 ‘모던걸’, ‘뻐스걸’, ‘어린녀자직공’이 찍힌 100여 년 전에서부터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사진을 찍는 지금까지를 살피는데, 자기사진의 ‘갬성’을 둘러싼 경험은 젊은 여성의 복잡한 속사정으로, 삶의 조건으로 이어진다. 카메라를 든 사람인 동시에 찍히는 사람으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사려 깊은 경청의 태도를 보여주는 책이다.
13.
덕질로 일본어를 배웠다. 그런데 그 사람 직업이 대학교수라면? 언어 연구를 업으로 삼은 저자가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갑자기 일본에 취업하게 되면서 생긴 여러 일을 따라가다 보면, 언어의 개념은 결국 사전 너머에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어린 시절의 덕질 덕에 시도 때도 없이 벅차오르는 언어를 구사했던 에피소드와 데이팅 앱 사용기만큼이나, 일본어와 일본인의 정서적 특징을 정확히 짚어내는 대목들에 눈길이 간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낯선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까지 더해주는 책이다.
14.
“올바른 욕망이란 무엇인가. 직설적인 질문은 독자를 피할 곳 없이 몰아간다. 무엇을 예상하든 그 예상을 시원하게 빗겨 간다. 읽는 것만으로도 문제에 휘말리는 느낌이다. 소설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문제의식을 당신은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가. 전력으로 직구를 던지는 소설. 도입부를 읽고 판단해 버린 독자들에게 중후반부의 전개는 충격이고 어쩌면 위로일 것이다.”
15.
할 수만 있다면 책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이 유머 감각을 사랑한다.
16.
조예은의 세계는 애틋하다. 무너진 세계에서도 빛바래지 않는 기이한 낭만의 흔적. 고어가 순정과 엮여들고, 죽음은 새로운 관계를 낳는다. 비극이 있어서 비로소 온전해지는 세계를 몇 번이고 경험하게 한다. 일상적인 풍경은 어떤 사건으로 완전히 짓이겨지고, 그 이후에 비로소 만나지는 세게가 주인공을 새롭게 살게 한다. ‘알 수 없음’의 세계를 유머와 낙관으로 그려 보이는 조예은의 방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세계다.
17.
제목에 책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젊은, 여성, 과학자. 스물한 살에 MIT 에서 석사 학위를 마치고도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데 시간이 지연된 이유부터, 가족사에 얽힌 슬픔과 기쁨, 배움의 발견과 과학계 #미투, 건강과 관련된 우여곡절, 엄청난 좌절을 감수하면서 우주 프로젝트에 장기간 헌신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학과 삶은 묵직하게 린디 엘킨스탠턴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두 개의 축이 된다. 과학계에서 여성이 공부하고 가르치고 팀을 이끄는 과정 전반에 대해 엘킨스탠턴은 자신이 쌓아 온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눈다. 그가 여상하게 풀어내는 삶의 국면들은, 미처 다 보도될 수 없었을 사건의 이면이기도 하고 가족에게도 다 털어놓기 어려웠을 애끓는 고뇌이기도 하다. 멀리 내다본다는 말의 뜻을 이 책을 통해 배운 듯한, 충만한 기분이 든다. 엘킨스탠턴은 위대한 탐험가들 이야기를 읽으며 자랐다고 적었다. 이 책 또한 독자들에게 위대한 탐험가의 모험담이 되어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18.
세상에 태어나 첫울음을 터뜨리는 순간부터 우리는 어느 쪽인지 질문받습니다. 여자인가요? 남자인가요? 그러나 폴리는 쉽게 대답할 수 없습니다. 폴리는 특별한 성을 가지고 태어났으니까요. 부모의 결정에 따라 남자로 키워지지만, 이 질문은 끊임없이 폴리를 따라다닙니다. 《폴리》를 읽는다는 것은 세상의 잣대에 우리를 끼워 맞추는 대신, 태어난 그대로의 삶을 끌어안는 일입니다. 푸른색 잉크가 은은히 퍼져 나가 노란색과 뒤섞이고 마침내 붉은 생을 만날 때, 우리는 구분 짓는 것보다 값진 삶의 순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9.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신간을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간직했다 읽어왔다. 무슨 사건이 등장하든 그 안에서 마르틴 베크의 지독한 피로를 느끼곤 했지만, 동시에 쾌감이 있었다. 정의의 쾌감이라기보다는 성실함의 쾌감, 신뢰의 쾌감 말이다. 시리즈의 마지막 권을 읽으며, 이 세계로 처음 진입하는 독자들이 진심으로 부러워진다.
20.
"SF이자 스릴러이자 러브스토리. 봉준호 감독이 영화화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미키7』을 읽었다. 기억을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신체를 복제하는 방식으로, 죽은 뒤에도 기억을 모두 갖고 다시 깨어날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일까. 위험한 작업 현장에서 죽음을 무릅쓰고(실제로 죽는다) 일하기 위해 ‘익스펜더블’이 된 미키는 죽어도 살 수 있게 되고, 여섯 번의 죽음을 반복해 미키7이 된다. 문제는 “내 생에 가장 멍청한 죽음”을 맞은 뒤 소멸하지 않은 채 미키8이 생성되고 만다. 미키가 고단한 노동자로서의 자의식을 갖고 있다는 면에서 봉준호 감독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결국 이 이야기가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긴장하며 보게 된다. 종종 터지는 유머도 『미키7』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21.
그 많던 단골집들은 다 어디 갔을까
22.
“번역하면서, 내가 수없이 들은 문장을 다시 만나기도 했고 처음 보는 문장에 감탄하기도 했다. 어떤 말에 수긍하고 나면 곧이어 전혀 반대되는 주장이 등장하곤 한다. 이 책을 읽는 재미는 거기에 있다.”
23.
몇십 년 뒤, 이 소설을 가리켜 예언서라고 부르게 되는 건 아닐까? 『한 사람을 더하면』 속 미래의 한국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조여든다. 삶의 모든 순간에 점점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소설 속 미래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는 철저히 경제 논리에 종속된다. 이야기가 예상을 벗어나 질주하는 순간에 이르러서는 마지막 장면까지 기분좋게 몰입해 읽었다. 근데 이거, 소설인 거지? 현실 아니지? 아직은.
24.
제3회 문윤성 SF 문학상에서 장편과 단편 모두에서 수상작을 내게 되어 기쁜 마음이다. SF라는 장르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이야기의 장이 될 수 있는지, 다양한 시도를 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다만 인공지능과 마인드 업로딩, 로봇을 비롯해 SF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설정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때, 풍성하게 창작된 한국 SF소설들이 이미 보여준 다양한 시도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면 참신함도 완성도도 더 뛰어난 작품들이 많아지리라는 판단이 들기도 했다. 창작되는 SF 작품이 많아질수록, 장르에 대한 애호와 성실한 학습이 오히려 새로움으로 가는 열쇠일 수도 있겠다. 중단편 부문 대상에 선정된 〈물의 폐〉는 상실과 노스탤지어의 정서를 차분하게 풀어낸 수작이다. SF가 아득한 과거, 혹은 그리운 미래를 재현하는 방식은 이제 놀라운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읽는 이의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이러한 분위기를 지니고 태어난다.
25.
엘리엇 페이지는 성공에 가까워질수록 자기혐오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살았다. 연예계란 그런 곳이고, 그 바깥의 세상도 다르지 않다. 그는 “나는 내가 여자가 아니라는 걸 애초부터 알았다.”는 젠더 디스포리아에 대한 회고에 더해, 어린 시절부터 배우로 산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낱낱이 밝혀 간다. 트랜스남성이 되는 성확정수술, 사랑과 우정, 가족과 직업, 혐오와 백래시, 그리고 행복. 울퉁불퉁한 대로의 진실을 전력을 다해 살아가는 엘리엇 페이지의 언어가, 마침내 찬란한 삶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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