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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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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디지털 시대의 타이포그래피 T/SCHOOL 2022>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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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사뭇 압도적이다. 이 책은 어둠처럼 길고 깊은 싸움의 한복판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러나 그 사이사이마다 먹먹하고 아름답고 고요한 것들이 나직하게 반짝이고 있어서,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하지만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천천히 책장을 넘기게 된다.
2.
노순택은 오늘날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이자 최상의 결과물일 것이다. 지리적 범위를 전 세계로, 시간적 범위를 수십 년으로 확장하더라도 딱히 그의 앞자리에 놓일 이름을 떠올리는 일이 내게는 쉽지 않다. 물론 이것은 노순택에 대한 일방적인 상찬이 아니라 우리가 믿었던 어떤 사진들이 지닌 한계를 의미한다. 낡고 어둡고 협소한 세계관, 이미지에 대한 중독에 가까운 매혹과 그런 자신에 대한 혐오, 불필요할 정도로 단련된 육체적 기량, 대답도 출구도 없는 오래된 물음들. 이 작은 책은 그런 것들이 번잡하게 뒤엉켜 흘러 다니는 공간에 조용히 놓인다.
3.
군데군데 곰팡이가 핀 채 반쯤 부스러진 필름 상자처럼 눅진하고 아름다운 책이다. 사울 레이터는 언젠가는 어둠 속으로 일렁이며 사라지고 말 세계의 불완전한 파편을 찍기 위해 자신의 한정된 생을 아낌없이 사용하며, 그렇게 얻어낸 필름을 동전이나 휴지 조각과 함께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굴린다. 겹겹이 쌓인 필름 사이로 기꺼이 사라지는 그의 웃음소리와, 숱한 필름을 끝없이 들여다보며 단 일흔여섯 장의 사진을 골라내는 동료들의 끈질긴 마음이 지면 위에 함께 놓인다.
4.
이 책의 미덕은 한둘이 아니다. 첫째, 담담하고 명료하다는 것, 둘째, 놀라울 정도로 해박하다는 것, 셋째, 역사와 문학, 테크놀로지의 영역을 넘나들며 그 이음매를 정교하게 펼쳐 보여 준다는 것 등등.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유리’라는 대상을 낯설게 보게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거울이며, 렌즈이며, 장신구이며, 문학의 오래된 소재이며, 정보를 입출력하는 미래의 인터페이스다. 유리는 하나의 매혹적인 사물이자 다른 대상을 보여 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이 낡고 오래된, 그러나 변덕스럽고 새로운 소재가 없었다면 우리의 일상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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