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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유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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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셰익스피어 헤어스타일>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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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질 때쯤, 그가 말했다. 자기에게는 자기만의 숲이 있다고. 파란 색종이처럼, 바다가 바라보이는 은밀한 숲. 새도 나무도 벌레도,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일 외에는 어떤 관심도 없는 척, 시침을 뚝 잡아떼는 숲. 그를 방관하고, 은폐하고, 포옹하고, 해제하고, 해체하는 숲. 그러니까, 지쳐 쓰러질 때까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외롭고 서럽게, 소리 내어 울기 좋은 숲. “악기의 줄을 고르듯”(「노래의 체위」) 그의 검은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잠시 사이를 두고 그가 입을 열었다. 그 숲에서 3분의 2쯤 울고 있을 때 내가 전화를 했었다고. 다음 날 다시 전화했을 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그렇게 숲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그와 나는 “조금씩 아는 사람”(「숲으로」)이 되어 갔다. 그는 꿈속의 꿈속에서 그의 얼굴을 보았다고 했다. “가시면류관을 쓴 사람 머리를 달고 풀밭을 걷고”(「염소 사람」) 있는 염소의 얼굴. 그것이 그의 얼굴이었다고. 그는 염소 “머리에 박힌 가시를 뽑고 아프지 않은 모자를 단단하게 씌워 주고”(같은 시) 싶었단다. 자신에 대한, 그리고 우리 인간 모두에 대한, 깊은 연민이겠지. 깊은 사랑이겠지. 모두가 “헛되고 헛되니”(「먼지 한 점」), “이제 나를 혐오하는 일이 즐겁지가 않다”(「웃고 있는 거미」)고 말하는 그. 나는 그리다 만 그의 그림이 궁금해졌다.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어” “네 영혼을 알게 되면 그때 그리게 될 거야”(「일찍이 우리는 오렌지나무」). 그는 우리의 내면을 얼마나 깊이 내려다보고 싶은 것일까. 우리의 영혼에서 무엇을 꺼내 보고 싶은 것일까. “매번 덜 익은 오렌지를”(같은 시) 따며 그가 나를 불렀다. “1센티만 더 와 줄래? 구경만 하지 말고”(「샤먼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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