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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홍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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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점(占) : 아시아, 참여, 예술>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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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는 기후붕괴의 현장을 감춘다. 가령 벽돌이나 옷은 더 이상 하나의 국가에서 생산되지 않으며, 다양한 공장과 국가를 거쳐 가공된 후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런 식의 생산은 공급망의 실체를 희미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저자가 캄보디아 벽돌 가마와 의류 하청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도시 빈민의 시선에서 글로벌 공급망과 탄소 식민주의의 그늘을 직시하는 순간이다. 재앙은 가난한 사람들과 글로벌 하청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훨씬 더 가혹하다. 《재앙의 지리학》은 ‘제로웨이스트도 아니라면 대체 할 수 있는 게 뭐냐’라는 질문 앞에서 말문이 막히곤 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지도가 될 것이다.
2.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행동은 불행히도 일본 신좌파학생운동의 오류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세계 정세나 현실사회주의의 위기를 해독하고 운동의 전략을 재정립할 지식이 부족했다. 청년 혁명가들의 어긋난 진정성은 “혁명을 향한 주관적 낭만”(시게노부 후사코)이가 닿는 필연적인 실패로 돌진했고, 매스미디어의 스펙터클에 포획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저자 마쓰시타 류이치는 다이도지 마사시와의 대화와 치열한 취재를 통해 그들의 투쟁이 왜 처참하게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돌아본다. 다이도지 마사시는 “우리는 대중이라는 살아 있는 구체적인 존재를 개념으로만 이해했다”고 회고하며 자신의 오류를 마주했다. 이 ‘정의로운’ 무장투쟁의 어두운 면모가 가장 폭력적인 국가권력을 떠받쳐 왔던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저자는 그들이 환기시켜 주는 어떤 꺼림칙한 감정을 망각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어두운 과거를 망각함으로써 지워버리려는 태도야말로, 억압을 영속화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의미에서 동아시아에 억압된 기억을 어떻게 되짚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그것은 우리를 불편하게하지만, 우리가 망각해 왔던 사유의 방식을 상기시킨다.
3.
이스라엘 점령군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사망자 수, 산더미처럼 쌓이는 어린이들의 시신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신경해 보인다. 그곳을 절멸시키는 것만이 그들의 지상목표라도 된 듯, 팔레스타인에 대한 집단학살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아테프 아부 사이프는 F-16 전투기의 굉음과 “굶주린 개처럼 희생양을 찾아” 윙윙거리며 머리 위를 맴도는 드론에 의한 집단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가자 지구의 하루하루를 처절하게 써 내린다. 즐겨 찾던 서점이 부서지고, 이웃집 일가족이 몰살당하고, 아이들이 살해당하는 일상에서 “살아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건 깨어날 때뿐”이다. 과거에는 살아남는 것으로도 ‘승리’라고 여겼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어떤 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그가 미사일이 떨어져 파괴된 건물에서, 천막에서 간결하지만 슬픔과 분노가 깊게 밴 일기를 써 내려가는 이유는 가까웠던 이들 모두가 죽었다는 사실을 잠시나마 잊고 싶기 때문이다. 현재진행형의 인종 말살 참극을 어떻게 응시하고 기억해야 할까? 괴로울지라도 귀기울여 듣는 것은 우리와 팔레스타인을 연결한다. 이 책을 머리맡에 두는 것만으로도 작은 연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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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과 차별, 멸시, 끔찍한 억압과 착취에 맞선 평범한 사람들의 저항은 이따금 승리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경우 패배로 끝난다. 대개는 어느 정도 실패했거나 어느 정도만 성공적이어서 정확하게 승리 혹은 패배라고 가름 짓기도 어렵다. 그럴 때마다 갑작스레 밀려드는 불안과 냉소는 희망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노동계급의 저항이 지속되는 이유는 자본이 노동계급을 끊임없이 착취한다는 점, 그리고 저항의 궤적과 연결을 통한 ‘더 많은 단결’이 후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외치는 ‘장시간 노동 반대’ 구호는 100여 년 전 노동자들이 피 흘려 투쟁한 자취가 있기에 더 크게 울린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과 패배에 대한 쓰라림을 뼈아프게 경험한 사람들은 안다. 이 승리 혹은 패배가 단지 당대의 우리들만이 아니라 역사 속의 우리에게 속한다는 것을. 한데 투쟁의 자취는 어느새 희미해진 듯하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이름 없는 민중의 피눈물과 저항, 단지 ‘내’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 모든 순간의 기록들은 어째서 이토록 찾아보기 어려운 걸까? 다행히도 《노동계급 세계사》는 그것이 먼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고, 하루하루의 역사에 분명하게 새겨져 있다고 알려준다. 매일 아침, 혹은 이따금씩 불현듯 ‘우리의 역사’를 되새길 수 있을까? 이 책이 곁에 있다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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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령 사태 이후 다시 촛불과 응원봉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기특한 청년들”로 묘사되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 혹은 광장에 모인 인파의 숫자에 포함되지 않는 어떤 사람들이 광장 변두리를 스쳐 지나갔을 것이고, 지금도 그럴 것이다. <디디의 우산>은 2016년 박근혜 퇴진촛불의 변두리를 스쳐 지나갔던 그 익명의 사람들을 주목한다. 우리는 당장의 억압에 함께 맞서 싸우지만, 동시에 그것만으로는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다시 열린 광장에서 누구와 함께 촛불 혹은 응원봉을 들 것인가? 퇴진 넘어 이 세상과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무대에 가려진 곁을 돌아보자.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
11.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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