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지금은 흰여울이라고 불리는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대학과 대학원에서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하고 현대중공업에서 5년, 미국선급 (ABS,American Bureau of Shipping) 에서 20년간 기술자로 재직하고 있다. 2013년 미국 휴스턴 본사로 발령받아 10년간 체류한 바 있으며, 지금은 고향인 부산으로 다시 파견 나와 임시로 거주 중이다.
그렇게 20여 년의 시간을 이론과 법칙이 무용한 세상에서 보내다 문득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파도라는 자연현상은 비단 학문으로만 탐구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파도는 생명이었고 그리움이었고 말이었으며 노래요 슬픔이요, 그 어떤 수식으로 가두어질 수 없는 실체임을 깨달았습니다. 그 후로 오랫동안 저는 파도를 유념하며 살았습니다. 파도는 삶의 지혜였고, 회한이었고 애인이었고 가족이었고 부모였습니다.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또한 숨길 일도 아니다 싶어 밝혀 둡니다. 암투병 중에 있습니다. 글쓰기는 그 전과 후 달라지고 있습니다. 불가능하고 끔찍해 보이는 고백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고백은 치유할 수 없는 것들을 가끔치료합니다. 불을 가지고 노는 고통을 통해 소멸시키고 여위게 하고, 한줄 한줄 지워 나가는, 허물어지지 않는것들을 세움으로 허물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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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관한 글쓰기를 시작했고, 한 줌도 안 되는 글들을 여기저기 흩어 놓았다가 책으로 묶어 보았습니다. 이 책은 파도에 관한, 파도와 무관한 것들입니다. 결코 멈춰 설 수 없었던 파도, 그 파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묻힐 자리를 찾아서 끝까지 밀어붙이던 파도 위에 서서 파도라는 거짓말에 속고 또 속이는 사람이 되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