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했습니다. 독일에서 10년 넘게 공부하고 돌아와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어린이 책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옮긴 책으로는《요한나의 기차 여행》《배고픈 여우 콘라트》《여행자들》《하이델베르크의 낙타몰이꾼》등이 있습니다.
알에서 갓 깨어난 순진한 오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여우 콘라트를 아빠로 인정해 버린 것입니다. 새들은 알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보게 되는 존재를 부모로 알고 따른다는 각인이론을 배고픈 여우가 알 리 없습니다. 각인이론을 발견한 콘라트 로렌츠는 이 이상한 만남의 주인공들 이름이기도 하지요. 아빠와 아들이 된 여우와 오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실, 여우 콘라트는 특별히 정이 많은 동물은 아니었어요. 오리아빠가 되고 싶었던 것은 더더욱 아니고요. 아주 우연히 생긴 가족과 몸을 부비며 살아가면서, 자기희생의 대가로 얻어진 삶의 기쁨을 맛보게 된 것이지요. 선한 마음을 갖고 있던 콘라트에게 어느 날 찾아 온 우연이 운명처럼 강한 힘을 발휘한 것입니다. 여우 콘라트는 다만 그런 자신의 참모습을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을 뿐입니다. 꾸르륵거리는 소리를 해결하기 바빠, 진정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데 인색한 우리들처럼 말이에요. -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