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한의학을 전공하고 본초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30년째 가업인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소설작업을 하고 살아간다. 작가는 평소 문학과 미술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으로 이 소설 집필에 대한 계획을 실행해갔다. 현재도 꾸준히 본업을 마치면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본인의 작업실에서 새로운 소설을 꿈꾸며 지낸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진실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상황과 시각이 달라질 뿐, 진실은 오로지 하나라고들 이야기하지만
진실은 하나여야만 하는가 하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거짓도 삶이란 복잡한 맥락을 거치면 진실이 된다.
진실도 때로는 거짓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진실과 거짓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진실과 거짓은 이분법으로 나누어지는 것인지...
늙은 화가의 손은 그것을 그리는데 좋은 도구가 되었다.
검고 추하고 쪼그라들고 붓조차 들 힘이 없는 메마른 폐허와 같은 손,
한때 힘차게 화폭을 질주하고 붓들을 호령하던 강한 손목의 힘은
어느새 사라져 이제 숟가락조차 떨지 않고는 들 수 없게 된 늙은 화가의 손.
이제 저 화가는 몸이란 우물에서 더는 그림을 길어 올릴 수 없는 것이다.
손이란 두레박이 깨져버렸기 때문에.
화가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하지만 화가의 그림에 세상이 열광한다.
고가에 팔리는 물건들은 항상 소위 가짜를 낳게 된다.
미술시장의 짝퉁들 즉 위작이 넘쳐난다.
과연 이제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늙은 화가는,
한때 자신처럼 열정에 넘치는 손을 지닌 젊은 화가들이 자신의 그림을 위조하는 일을 어떻게 생각할까?
단순히 똑같은 그림을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일생 그려왔던 소재와 주제를 자신과 똑같은 화법으로 그리면서,
그 그림들을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을 때, 늙은 화가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더욱이 그 위조 화가가 자신의 통제하에 놓이게 된다면?
자신의 지시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면? 그때 그 그림들은 위작인가?
아니면 어시스턴트를 두고 늙은 화가가 생산한 예술작품인가?
진실과 거짓의 그 모호한 월경(越境)에 대한 이야기를 늙은 화가의 손을 빌려 쓰려 했다.
더불어 그 진실과 거짓의 월경지(越境地)에서 혼란에 빠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화가의 손을 통한 진실과 거짓의 이분법은 비단 예술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삶 곳곳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영향을 받게 된다.
마치 수많은 진실 앞에서 진실 판별기가 되어 ‘나의 진실만이 진실이다.’라고 말하지만
실은 모두가 가진 또 다른 각자의 진실이 있을 수 있다.
감사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부족한 작품을 읽고 검토해 준 아내와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꼼꼼한 손길로 책을 만들어준 이제야 대표와 출판사 식구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