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게 얽힌 인간문제와 좌충우돌 부딪히면서 하늘로 열린 문을 찾기란 늘 요원해 보인다. 그렇다고 되돌아나가기엔 너무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번번이 벽에 막혀 절망을 거듭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소설미학에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그 진실을 모색하고 싶은 나의 욕망이다.
도덕을 말하면서도 도덕적이지 않고 정의를 말하면서도 정의롭지 않은 우리 현실이 주 소재 대상들이다. 이렇게 불온한 상황을 재현함으로써 인간 삶의 현재적 한계를 극복하고 싶은 노력은 어쩌면 돌멩이로 성벽 무너뜨리는 일처럼 무모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소설이 세상을 바꿀 순 없어도 적어도 우리가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지 어떤 것을 저항하고 또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말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