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은 1920∼30년대 한국 근 ‧ 현대문학의 주요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민족주의적 Realism 소설을 개척한 뛰어난 작가입니다. 특히 그는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 대회에서 한국의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 우승을 차지한 사진을 당시 한국 유수의 신문 동아일보에 보도하면서(현진건이 당시 동아일보 사회부장이었음) 손 선수의 가슴에 붙어 있는 일장기를 지워버리고 보도한 ‘일장기 말소 의거’를 일으켜 투옥과 고문을 당하는 등 일본제국주의와 맞선 독립운동가라는 점에서 지식인다운 언행일치를 실천한 ‘참 작가’로 높게 평가받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현진건의 아버지 현경운은 중앙정부 산하 대구전보사(電報司)로 발령을 받은 이래 서울을 떠나 대구에서 거주하게 됩니다. 그래서 현진건은 1900년 대구에서 출생해 1918년까지 대구에서 청소년 시기를 보냅니다. 현진건이 ‘대구 사람’이 된 것은 아버지 현경운이 대구전보사 사장(司長)으로 공직을 마친 1911년 후에도 서울로 돌아가지 않고 대구에 정착한 결과였던 것입니다.
1918년 현진건은 중국 상해로 유학을 떠납니다. 후장(滬江)대학에 입학해 독일어를 전공하는데, 아들을 두지 못한 당숙 현보운에 입양되는 바람에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귀국합니다. 《현진건 소설집 : 운수 좋은 날》을 중국어로 번역하여 출간하는 데에는 그가 젊은 시절 중국 유학을 했다는 사실을 기리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현진건이 젊은 날의 한때를 보냈던 중국에서 그의 소설이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의 소산이기도 합니다.
1919년 이래 서울에 살면서 현진건은 신문기자로, 또 소설가로 활동합니다. 그는 최초 발표 작품〈희생화〉를 비롯해 단편소설 〈빈처〉, 〈술 권하는 사회〉, 〈피아노〉, 〈운수 좋은 날〉, 〈고향〉, 〈B사감과 러브레터〉 등과 장편소설 〈무영탑〉, 〈적도〉 등 30여 편의 소설을 남겼습니다. 이번에 단편소설들을 번역해서 중국에 소개합니다. 다른 단 ‧ 장편소설들은 뒷날 번역해서 출간할 계획입니다.
현진건의 소설을 중문으로 옮기는 동안 역자는 늘 행복했습니다. 뛰어난 민족문학 소설가이자 독립운동가인 그를 중국에 알리는 과제가 부족한 저에게 주어졌다는 점에서 너무나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저의 노력이 현진건 선생을 국제적으로 현창하고, 나아가 양국 사이의 우호를 북돋우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두 나라에서 이 책을 읽으실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질책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