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서울 중앙고 3학년 3반 졸업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맨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기형도이다.
맨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강이다.
기형도와 나는 문예반을 들락거리며 시와 현실에 대해 말했다.
기형도에 대한 시는 주로 고교 시절의 이야기이다.
나는 이 시집이 기형도에 대한 늦은 조시가 아니라 축시로 읽히기를 바란다.
‘염해부락 이야기’도 시에 대한 파편이다.
소년이 시에 눈을 뜨고 서울로 상경하기까지, 그리고 기형도를 만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내게 시를 잊지 않게 해준 친구 기형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시집을 기형도 시인에게 바친다.
2023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