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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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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별의 일기>

이로작가

제가 걷는 길(路[로])이 '이로'운 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쓴 글이 길 잃은 이들에게 ‘새로’운 길을 터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의 종착지가 행복이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네요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저의 글에는 마침표가 찍히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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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별의 일기> - 2024년 11월  더보기

저는 책을 싫어합니다. 왜냐고요? 거만한 글자들은 늘 저를 무시했거든요. 책에 쓰이는 순간 자기들이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텃세를 부리더군요. 맞는 듯 맞지 않는 듯 아슬아슬하게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는 줄 위로 꽉 들어찬 글자들은 뭐가 그리도 당당한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데, 그 꼴을 보고 있자니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갈 것 같아 얼른 책을 덮어버리곤 했습니다. 하얀 백지만 보이면 냉큼 달려야 한 자리를 차지하고 마는 심보 좋은 글자들 덕에 외곽으로 밀려난 여백은 비좁은 공간에서 있어야만 했죠. 아, 그래도 어른들에게는 ‘저는 책을 싫어하는 사람입니다.’라고 저를 소개해서는 안 됩니다. 그건 마치 ‘저는 이상한 사람입니다.’라고 하는 것과 같거든요. 어른들은 긍정적이어서 싫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좋아하는 것을 말해주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저는 글씨들 옆에 밀려나 있는 불쌍한 여백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라고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른들은 이 대답도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더군요. 그렇다고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고 대답해서도 안 됩니다. 어른들은 너무 정직해서, 거짓말은 좋아하지 않거든요. 꼭 거짓말을 하면 어른들은 자신이 바로 잡아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껴버리곤 합니다. 결국 저는 늘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저는 나중에 크면 꼭 책을 만들고 싶어요.” “아주 훌륭하구나.” 사실 제가 만들고 싶은 책은, 표지 외엔 단 한 글자도 들어설 수 없는, 속지라고는 전부 흰 종이로 가득 찬 아주 무시무시한 책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저에게 어떤 책을 만들 건지까지는 물어보지 않았으니, 제 대답도 거짓말이라고는 할 수 없는 셈입니다. 아마 진짜 그런 책이 있다면 어른들은 책을 보기도 전에 덮어버리고 말 겁니다. 그리곤 이렇게 이야기하겠죠. “이건 이상한 책이야.” 어른들은 참 똑똑해서, 책을 보지도 않고 어떤 책인지 맞추더군요. 마치 제가 어떤 책을 쓸 건지 말하기도 전에 훌륭하다고 평가했던 것과 다른 바 없습니다. 그럼 저는 훌륭한 사람이고, 저의 책은 이상한 책이 되어 버렸네요. 훌륭한 사람이 쓴 이상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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