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것과 말을 하는 것은 닮은 듯 다르다. 말을 할 때는 말 그릇에 마음이 얼마만큼 담기는지가 중요하고 그 마음이 얼마나 진실한지도 알 수 있어야 한다. 꼭 필요한 말을 정확하게 말할 때 엄청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글을 쓰는 것의 진정한 의미도 흩어진 내 영혼을 불러 모아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시간이며 조금은 모자란 나에게 위로를 보내주고 덜 자란 나에게 양분을 주어 진정한 어른이 되게 해 주는 작업이기도 하다.
“사람이 길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가훈인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 밤이면 툇마루에서 할머니 옛날이야기로 잠이 들곤 했었다. 별과 달을 좋아하고 밤하늘 올려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밤하늘에
빛나는 무수한 별을 보면서 나의 별은 어디 있느냐고 물었을 때 “우리 희야 마음속에 있지. 사람들 마음속에는 빛나는 별이 함께 살고 있단다. 언젠가는 너도 그 별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네 옆구리에 별 도장이 찍혀 있잖아.” 하시던 엄마의 말이 지금도 가끔 생각나서 엄마가 별 도장이라고 주장하는 희미해진 흔적을 볼 때가 있다.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진정한 어른에 대해 생각해 본다. 늘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시던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아버지. 계절이 바뀌고 새싹이 나기까지 춥고 긴 겨울을 이겨내야 하는 새싹처럼 자식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묵묵히 수고로움을 견뎌내신 아버지의 죽음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번 첫 시집에는 부모님에 관한 글이 여러 편이 된다. 아버지의 병상을 지키면서 하루라도 더 볼 수 있고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