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때문에 시가 싫어졌는지
시가 싫어져서 우울증에 걸렸는지
알 수 없는 나날들을 보내며
그동안 시를 놓고 살아왔고
아예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었다
거기에 더해
먼지처럼 들러붙는 게으름과
언어를 누구에게 빚진 느낌은
내가 어쩌다 시인으로
웃자란 느낌이어서 한층 괴로웠다
그래도 시가 있어 다행이고
먼 추억이 되어 떠나기 전
붙들 수 있어 행운이다
이제 겨우 한 고비 넘겼을 뿐
끊임없이 몰아닥치기에
시련이 파도라 불린다는 것을
늘 잊지 않고 살아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