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한일아동문학을 공부하며 일본의 좋은 어린이 책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 《폭풍우 치는 밤에》, 《보노보노,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 〈비밀의 보석 가게 마석관〉, 〈트러블 여행사〉 시리즈 등이 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는 길고양이가 많아요. 저는 여러 고양이를 구분할 만큼 그 애들한테 시간과 애정과 시간을 쏟지 못하지만, 어느 날 한 녀석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녀석은 철쭉과 회향목이 빡빡하게 들어선 화단 속에 난 좁은 냥이 길로 나타났다가 감쪽같이 사라지곤 했어요.
비 오는 어느 날 그 녀석이 입에 새끼를 물고 냥이 길에 나타났어요. 녀석은 암컷이었나 봐요. 그때 부르릉 배달 오토바이가 큰 소리를 내며 올라갔어요. 바로 이어 갑자기 아파트 현관 자동문이 열렸어요. 전 새끼를 물고 있는 녀석이 걱정됐어요. 하지만 녀석은 잠깐 움찔할 뿐 도망치지 않았어요. 주위를 한 번 살피더니 문으로 나온 사람을 거만하게 한 번 올려다보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도로 새끼를 물고 길을 건너 냥이 길 안으로 유유히 사라졌어요. 녀석도 무서우면서도 태연한 척했을까요?
그날 밤,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도 요란하게 비가 쏟아졌어요. 저는 다시 아기 고양이가 마음에 걸렸어요. 하지만 바로 걱정을 접었어요. 왜냐면 아기 고양이 옆에는 용감한 그 녀석이 있으니까요. 아마도 녀석이 아기 고양이들을 잘 보살펴 줄 거예요. 이 책의 할머니 말처럼 길고양이들에게는 집은 없지만 용기가 있으니까요. 아기 고양이가 녀석에게 용기라는 마법을 끌어냈을지도 몰라요.
이 글을 읽는 어린이 여러분! 겁나고 무서운 일은 누구한테나 닥쳐요. 겁날 때 새끼 고양이를 입에 문 녀석을 생각해 보셔요. ‘불끈’ 까지는 아니더라도 마법같이 용기가 솟아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