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 《우먼타임스》에 1년간 「홍소영의 ‘나, 싱글맘’」 칼럼을 연재했다. 복싱을 배우며, ‘공상에 빠지기’, ‘딸이랑 상황극 하기’, ‘즉흥곡 만들기’를 즐긴다. 한국의 조앤 롤링을 미래의 청사진으로 그리며, 기발한 생각이 떠오를 때면 그 즉시 핸드폰 메모장을 열어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동화 작가와 더불어 오로라 여행을 꿈꾼다. 그리고 여전히, 사랑도.
아기 행성에서 놀다가 나를 발견하고 지구로 날아왔다는 열 살 난 딸 재희, 열세 살 푸들 쪼꼬와 살고 있다. 출산 직후 싱글맘이 되어 오랜 시간 동굴 안에 움츠려 있다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진 어느 날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2014년은 실로 실한 해였다. 굵직한 사건이 계절별로 빵빵 터졌다. 만삭이던 봄, 남편의 외도를 알았다. 뒤이어 여름날 재희를 낳았고, 가을에 이혼했고, 겨울이 오자 보일러가 터졌다. 그런데 보일러 고장을 굵직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세월을 탄 보일러라면 한 번씩은 고장을 일으키는 법이다. 심란하고 돈이 들지언정 해결 못 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물이 쏟아지는 보일러 앞에 선 채로 공황에 빠졌다. 그 순간 등에 업힌 재희가 내 허벅지를 찼고 나는 울기 시작했다. 고장 난 건 보일러만이 아니었다. 이혼하기까지 일련의 사건이 선물한 우울증은 나를 쉬운 일 앞에서도 어쩔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제 나는 보일러 고장 따위에 질질 짜지 않는다. 나만이 해결해야 하고, 해결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우습게도 8년 전에 운 이유 또한 그것이었다. 해결할 사람이 나뿐이라니, 엉엉. 그러나 지금의 나는 울어야 할 때만 운다. 마음 근육이 파열과 아물기를 반복해 크고 단단해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누구인가. 홍소하는 홍소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