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젠가 여자아이였던 적이 있다.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내게 늘 슬픈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학창 시절에 내가 조금 다른 아이였다면 지금의 나는 아주 다르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사는 내내 나는 결국 나로 사는 경험밖에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안에서 자그마한 기쁜 일들을 찾아내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서동미의 삶을 만들었다. 서동미는 결코 불행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의 곁에는 송미가 있고 엄마가 있으며 이석진과 함께했던 그 순간의 장면들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