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오 년 교직 생활을 마치면서 큰 결심을 했다. 애쓰며 사느라 못 했던 여가를 실컷 누리리라 마음먹었다. 꿈의 여행지 남미도 다녀왔다. 일하느라 미뤄 두었던 테니스도 대낮에 칠 수 있어 좋았다. 김진희 선생님(부산 어반스케쳐스) 소개로 정연석 작가에게 드로잉을 배우면서 쉼 생활은 날개를 달았다. 남편과 백두대간을 오르며 들렀던 지방 곳곳 거리 풍경을 그렸다. 이민호 시인이 내 그림을 보면 시가 떠오른다 했을 때 설마 설마했다. 어떻게 그럴까?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눈에 비치는 삶터를 단지 펜 하나로 그렸을 뿐인데 또 다른 창작물이 나오다니. 모두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