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집이다. 처음이라는 말 안에는 설렘이 들어 있다. 습작을 벗어난 첫 단편의 제목이 ‘이카로스의 날개’였다.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소설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보고 느낀 시간들을 모아 본다.
소설은 항상 내게 무거운 짐이었다. 이것만 내려놓으면 편하게 살 것 같은데, 그래서 몇 년 동안 애써 무시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소설은 날개를 감추고 내 옆에 웅크리고 있었다. 가슴 한편에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을 응시하는 맹수의 눈처럼 섬뜩했다. 외면하는 순간, 날카로운 공격에 만신창이가 될 것이었다. 힘겹게 다시 날개를 폈다. 아직까지는 무겁지만 그래도 견딜 만은 해서 다행이다. 소설의 힘을 믿는다. 그 힘으로 가벼워진다면 아주 멀리, 우주까지라도 날아가고 싶다. 가서 티끌 같은 지구를 확인하고 다시 돌아와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싶다.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아주 세세하게 이야기할 것이다.
늦었지만 끝이 없는 처음처럼, 추락이 없는 날개처럼 묵묵히 나아가겠다.
사람들의 고마운 마음들이 내 주위를 감싸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내 삶의 거대한 버팀목으로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 주고 계신 어머니, 아들로서 존경합니다.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에 대한 작은 보답으로 이 책을 바칩니다. 항상 지지해 주고 격려해 주는 아내와 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기꺼이 추천사를 맡아 주신 이성모 선생님, 더 좋은 소설로 선생님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만나면 항상 즐거운 ‘쓸아그데’, 그대들의 진심 어린 조언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해설을 맡아 주신 한영인 평론가, 애정으로 읽고 작업해 준 걷는사람 편집부에도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4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