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 근교의 양주군 미금면 금곡리 298번지에서
태어났다.
경춘선 철도가 아침을 깨우듯 지나가는 금곡역 부근에서
서울로 통학 하였다.
6.25전쟁으로 황폐해진 비탈진 산등성이에 큰 나무들은
수호신처럼 어깨를 걸고 결기 있게 서 있었고, 해마다 봄
이 오면 집 뒷산 소쩍새 소리에 진달래꽃 붉게 꿈 많은
유년을 피워 왔다.
노을빛 언덕 너머 천마산 자락 실개천이 모이는 곳엔 작
은 모래섬과 큰 바위울 아래로 징거미새우, 꺽지, 쏘가
리, 해거름 질 무렵 피라미가 은빛으로 튀어 오르는 모래
톱에서 천렵을 즐기며 개구진 유년의 추억을 키어 왔다.
한여름이면 형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하고 자
연을 벗하여 자라온 환경에 맑은 기억이 담겨 가끔은 주
마등처럼 발걸음 하고 있다.
내가 지금 시를 빚게 된 동기는 유신시대를 거쳐 민주주
화를 열망하며 산업화 시대에 부응하여 디지털시대를 살
아오는 현 시점에서 서운해지는 과거의 향수에 목마른
안타까운 시간을 간직하고 싶어 문학적으로 승화 시킬
뿐이다.
누구나 다 시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시인다운 시인이
되고자 하는 삶 속에 시인이기 전에 인간이 되어야 한다
는 평범한 소확행으로 특별함은 각설하기로 한다.
내게 시의 씨앗을 품게 조언해 주신 담쟁이문학회 이영
순 회장님을 비롯한 모든 회원문우님들과 혼을 담아 주
시고 제게 남천(南天)이란 아호를 내려주신 이일기 시인
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당장 달려와 손잡아 안아줄 것 같은 투병으로 몸져 누워
계신 형님에게 눈물 담은 그리움으로 미약하나마 이 시
집을 상제한다.
옛날을 읽어가는 작은 추억의 산책이 되기를 소망한다.
2022. 5월 영산홍 붉게 타는 천마산자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