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에 유학하여 외국인 학생 자격으로 서울대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다.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동국대학교에서 선(禪)학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때 꿈이 요동을 쳐 박동진 명창 판소리 전수관에서 소리를 배우기도 했고 코리아 헤럴드 신문 ‘The Weekender’ 편집장 등 언론사 근무를 하면서 한국에서 총 12년 동안 살았다.
캐나다로 돌아와 ‘깨달음의 길’(Path to Enlightenment)이라는 캐나다 불교의 현황에 대한 TV 다큐멘터리 시리즈에서 호스트를 보았다. 토론토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기초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고 오타와 대학교에서 캐나다에 살고 있는 젊은 한국인 불자들의 수행상태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토론토에 있는 Seneca College에서 다양한 비교문화 커뮤니케이션(Cross-Cultural Communications) 등 여러 인문학 관련 주제를 강의하고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동국대학교 선학과 대학원 시절 불교학과 교수 해주스님이 일러주었던 이 말씀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한국에서는 아이들도 다 아는 속담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당시엔 스님이 나에게 젊은 나이에 날개를 힘차게 쭉쭉 펼치라고 허락한 것 같이 들려서 매우 기뻤다.
현재 내 나이 50세.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젊은이들과 어울리는 삶을 살고 있다. 이제 중년이 되어서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니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 동포이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다른 얼굴 모양과 피부색, 유교적인 가풍, 음식문화의 차이 때문에 당혹스런 일을 겪으며 소외감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나의 뿌리를 찾는 첫걸음으로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배우기 위해 1991년도에 한국으로 유학을 갔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말도 서툴고 글은 거의 쓰지 못했으며 문화의 차이 때문에 이상한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때 나는 완전히 얼치기였다.
캐나다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인도 아닌 나의 불완전한 정체성. 이것도 저것도 아니던 나. 이러한 불확실성은 내가 꿈꾸고 도전한 전공과 직업에 있어서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 학사를 취득하고 다음에 동국대학교 대학원 선학과(禪學科)로 전교-전과했다. 그러다가 국악, 그 중에서도 판소리의 매력에 빠져 도전했으나 실력의 한계에 부딪혀 언론사로 방향을 바꾸었다. ‘The Korea Herald’ 신문기자와 몇 군데 언론사에서 일을 하다보니 어느듯 한국에서 총 12년을 살게 되었다. 나의 20대 청춘을 한국에서 전부 보낸 것이다. 그러다가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나를 키워준 캐나다의 자연이 그리워 결국엔 캐나다로 다시 돌아왔고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오랜 방황의 닻을 내렸다.
아픔도 많았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밀고 나가지 못하고 소위 대문의 안과 밖 경계선에 어정쩡하게 서 있었던 나. 이런 방황은 매순간 엄청난 불안감과 좌절감을 불러왔다. 그런 중에 한 줄기 빛이 있었으니 바로 부처님 법과 대행스님의 가르침이었다. 어머니를 통해 한마음선원과 인연이 되어 어려울 때마다 스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 왔다. 인생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경계들은 반드시 그 숨은 뜻이 있으며 견딜 만한 것이라는 가르침이었다.
어릴 때부터 핸디캡으로 작용했던 모호한 정체성과 힘든 상황이 결국엔 나를 성장시켜주었다. 여리고 유약한 천성은 훨씬 다이내믹하고 유연성 있는 성격으로 변했다. 의 이야기처럼 내 안의 보배를 찾은 것이다. 부족한 글이지만 나의 지난 이야기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펴낸다.
은 지난 2018년 캐나다에서 영문으로 먼저 출판되었다. 캐나다에서 그해 FINALIST 출판상을 받기도 한 이 책의 한국판은 한국에 계신 많은 분들의 도움 없이 나올 수 없었음을 통감한다.
멀리 한국에서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신 한마음선원 이사장 혜수스님, 선원장 혜솔스님, 토론토 지원장 청각스님과 이 책의 출간에 직접적인 노력을 기울여주신 청동스님께 감사의 삼배를 올린다.
한국 출판에 힘을 다해주시고 한국의 정서에 맞게 글을 꼼꼼이 다듬어 주신 사유수출판사 이미현 대표님과 직원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또, 탁월한 번역 실력으로 나의 글을 돋보이게 해준 김보니 작가님과 소탈하고 친근한 그림으로 책의 지루함을 달래준 만화가 강병호 선생님, 이 모든 분들께 나는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나는 기억 저 편으로 숨어버린 어린 시절의 일들을 되살리기 위해 부모님께 많은 질문을 하였다. 어떤 때는 늦은 밤까지 이어지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인내심을 가지고 따뜻하게 말씀해주신 아버지와 어머니, 마음 깊이 감사드리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