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

이름:이현조

최근작
2021년 11월 <늦은 꽃>

이현조

경기 용인에서 나고, 충남 홍성에서 성장했다. 2010년 『작가마루』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 문화재활용사업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대표작
모두보기
저자의 말

<늦은 꽃> - 2021년 11월  더보기

삼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유치원 다닐 때 매일 동생 하나 만들어달라고 졸랐다. 아버지는 내 소원을 들어주셨다. 어느 날 막내에서 셋째가 되었다. 우리 아버지는 그렇게 동생 하나쯤은 너끈히 만들어내시는 분이셨다. 위로 두 분 형님은 초등학교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수재였다. 하지만 난 그냥 적당한 놈이었다. 공부도 성품도 그냥저냥 튀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 사춘기를 맞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도무지 통제가 안 되는 녀석이었다. 중학교 이학년 겨울방학 때 처음 가출을 했다. 폭설이 내리던 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정강이까지 푹푹 발이 빠지는 길을 10킬로미터가 넘게 걸었다. 더는 갈 수 없었다. 배가 너무 고팠다. 버스 정류장 매표소에 들어가 무작정 빵을 집어 먹었다. 그럭저럭 허기를 면하고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땅거미가 내려앉을 즈음 주인아저씨가 조용히 물었다. “너, 돈 없지?” “네.” “집이 어디냐?” “벽계리요.” “어이구, 멀리도 왔네.” 그러곤 조용히 버스표 두 장을 건넸다. “그만 집에 들어가는 게 어때?” 구십 도로 허리 굽혀 버스표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 그 누구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내가 가출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했다. 그냥 아침에 나가 놀다 들어온 아들이었다. 그리고 삼 학년 때에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검정고시로 학력을 채우겠다고 우겼다. 그때 처음으로 내 안의 글을 끄집어냈다. 봄볕이 쏟아지는 담장 아래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고 쪼그려 앉아 시조를 흥얼거리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글이었다. 담임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와 학교에 나오라고 설득하면서 그동안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물으셨을 때, 마땅히 답변할 것이 없어 글을 쓰고 있다고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너 시인이 되어볼래?” 그날 이후 내 꿈은 시인이 되었다. 부모님은 내게 무엇이 되기를 바란 적이 없었다. 국어 과목을 가르치던 담임선생님의 한마디가 내 일생의 꿈이 되었다. 흔들리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사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날아가버려라. 낱낱의 홀씨 되어 다 날아가버려라. 누군가 어딘가 닿아서 밟혀도 좋고 버려져도 좋다. 그렇게 비워진 난 봄이 오면 새 꽃을 피울 테다. 2021년 가을에 이현조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