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야 할 것들만 신중하게 공들여 쓸 수 없는 직업이란 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송구한 마음은 자주 산화됐다. 쓰는 게 쉬워질수록 동시에 두려워졌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세상을 바라보기는 겁이 나서, 질끈 감아버리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저마다에겐 절실한 사연인데 기사 가치로 판단하면 아무것도 아니기도 했다. 남의 삶을 그런 이야깃거리로 만들어버린 일이 잦았다. (…) 부끄러움에 훌쩍이던 날엔 글을 썼다. 소설도 기사도 아닌 것들을. 운문도 산문도 아닌 그냥 문장들을. 엉엉 울고, 눈물 닦고, 왜 울었는지 쓰는 것, 까지가 하나의 과정이었다. 그러고 나면 신기하게도 이 일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졌고, 그러다보니 조금씩 나아져왔다. 그러니까 우는(쓰는) 건 어쨌든 이해해보려는 노력이었다. 나를, 타인을, 세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