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집을 엮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한 발짝 떨어져서 내 삶과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래서 출판되어 세상에 나갈 작품들을 한 편씩 읽는 일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이 작품집이 소설가로서 내 삶에 변명이 될 수 있을까.
등단 후 지금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삭발도 했고, 작업실을 몇 번 옮겼고, 많은 작품을 구상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시간이었다. 게으른 자신을 탓하게 된다.
삶에 큰 변화가 생길 때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먼저 떠오른다.
묵묵히 응원해 준 가족들의 얼굴 또한 하나둘 떠오른다.
이 작품집이 작가로서의 삶에 변곡점이 되길 바란다.
작품집을 엮으면서 주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고맙고 미안하다.
걷는사람 편집부에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20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