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마음에는 이름표가 없지요.
돌이켜보면 그 때도 분명
서글픔과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과 외로움과 충만함이 있었는데
다만 그 마음들의 이름을 알지 못하였어요.
베란다 난간 너머 보이던 붉은 구름 천지의 저녁 하늘
노란 가방을 메고 낡은 빌라 언덕배기를 종종종 내려오던 아침
열이 올라 물수건을 얹고 곁눈으로 빨래 너는 엄마를 바라보던 기억
작은 피아노 학원의 냄새와 이삿짐 차의 덜컹거림과 아끼던 인형들의 이름들
이제 우리는 컸고, 그 마음들의 이름을 압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크고 있는 아이들에게
누구도 그 크고 작은 마음들에 이름을 붙일 수는 없어요.
다만 옆에 있어줄 뿐이죠.
만약 어떤 아이가 이 동화를 읽고, 혹은 듣고,
오늘 하루의 작은 마음을 기대어 볼 수 있다면 그뿐이에요.
그게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거죠.